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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2017 CITY NOW

5년에 한 번, 10년에 한 번

  • 2017-04-21

올해 독일에선 2개의 대형 미술제가 열린다.
독일 중부 카셀에서 5년에 한 번씩 열리는 ‘카셀 도쿠멘타’와 독일 북서부 뮌스터에서 10년에 한 번씩 열리는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가 그것. 현재까지 발표한 정보를 기반으로 올여름에 개막하는 두 행사를 미리 살폈다.

1 도쿠멘타14에서 선보이는, 스페인 영화감독 알베르트 세라(Albert Serra)의 <루이 14세의 죽음>
2 올해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의 출품작이 들어설 공간
3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의 총감독 카스퍼 쾨니히(Kasper Konig)

100일의 미술관, 카셀 도쿠멘타
‘카셀 도쿠멘타(Kassel Documenta, 이하 도쿠멘타14)’는 독일 카셀에서 1955년에 시작한 대형 미술제다. 지난 60여 년간 글로벌 사회·경제 이슈의 흐름에 맞춰 유기적으로 변화해왔고, 지금은 세계 최고 권위의 미술제로 인정받고 있다. 올해 행사는 6월 10일부터 9월 17일까지 독일 카셀에서 열리며, 최초로 독일 밖인 그리스 아테네에서도 함께 진행한다. 도쿠멘타14의 주요 공공 행사 중 하나인 영상 프로그램 ‘카이멘(Keimen)’이 4월 8일부터 7월 16일까지 아테네에서 열리기 때문.
올해 도쿠멘타14에서는 주제부터 ‘아테네’를 부각한다. ‘아테네로부터의 교훈(Learning from Athens)’이 그 주제. 그런데 조금 이상한 생각도 든다. 지난 유럽 경제 위기 당시 가장 격양된 분위기를 연출한 두 나라가 바로 이들이기 때문이다. 당시 유럽의 경제 악동으로 불린 그리스는 특히 독일에서 많은 제재를 받았다. 그리스에 강압적 자세로 이래라저래라 주문한 건 늘 독일이었다. 한데 지금은 독일이 아테네에서 뭐라도 배우겠다는 식이니 어딘가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이에 대해 도쿠멘타14의 CEO 아네테 쿨렌캄프(Annette Kulenkampff)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치적 성향이 강한 작가들 상당수가 본국에서 지원을 받지 못한 채 활동하고 있지만, 도쿠멘타14는 그들이 받는 정치적 압력에 굴하지 않고 그들을 지원해 자유의지를 보여줄 것”이라고. 도쿠멘타14의 총예술감독 아담 심치크(Adam Szymczyk)도 한마디 거들었다. “장소와 관점의 변화를 통해 도쿠멘타14가 근본적으로 변화할 시간이 되었다”고 말이다. 이 말은 무슨 뜻일까? 말하자면 도쿠멘타14는 지금 세계로 뻗어나가는 시발탄을 쏜 것이다. 현재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그리스를 대상으로 미술제의 공공 프로그램을 발전시켜 예술제를 부각시키는 것은 물론, 더 많은 이에게 예술의 기쁨을 전하고자 하는 것. 이들이 누구인가. 지난 도쿠멘타13 당시 정치성이 강한 전시를 기획한 후, 이와 연계해 유럽의 경제를 독점하고 있던 자국 독일에 대한 항의 시위까지 전시장에서 허가한 집단 아닌가. 이처럼 도쿠멘타14는 미술이 개인의 심미적 취미를 넘어, 주변 사회와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장르가 될 수 있도록 새로운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참여 작가 리스트를 아직 발표하지 않은 상황임에도 벌써부터 대중의 이목을 끄는 작가가 있다. 바로 아르헨티나 출신 작가 마르타 미누힌(Marta Minujin)이다. 그는 한때 금서로 지정된 책 1만 권을 옛 그리스의 건축인 아크로폴리스의 모양으로 카셀 시내의 한 광장에 설치할 예정이다. 더불어 올해 아테네에서 진행하는 영상 프로그램 카이멘의 주제는 ‘인간과 인간이 아닌 것’과 ‘객체와 사회적 이슈의 관계’로 확정했고, 도쿠멘타14의 홈페이지를 통해 이에 대한 좀 더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5년에 한 번 열리는 카셀 도쿠멘타는 언제나 100일을 넘지 않는 전시를 열어 ‘100일의 미술관’이라고도 불린다.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폐허가 된 카셀의 ‘재건’이라는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예술 행사로 시작한 이 행사가 올해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독일에서 활동하는 터키 출신 작가 아이셰 에르크멘(Ayşe Erkmen)의 ‘Project Sketch for Skulptur Projekte’

독일 현대미술의 저력,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
10년에 한 번, 독일 북서부 도시 뮌스터에서 열리는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Skulptur Projekte Munster)가 5회째를 맞아 올해는 6월 10일부터 10월 1일까지 총 114일간 열린다. 올해 행사의 주제는 ‘조형과 시간의 관계’. 이들이 말하는 ‘조형과 시간의 관계’란 1977년 열린 제1회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 이후 40년간 독일 뮌스터 시에 남겨진 약 35점의 조각 작품을 재조명하는 걸 뜻한다. 말하자면 대충 이런 것. 손대면 바스러질 것 같은 댄 그레이엄(Dan Graham)의 1997년 작품 ‘Oktogon fur Munster’는 아직 건재한지, 2009년에 설치한 라라 파바레토(Lara Favaretto)의 시리즈 작품 ‘Momentary Monuments’는 어떻게 변형되어 있을지, 실험성 짙은 작가 로제마리 트로켈(Rosemarie Trockel)이 식물로 만든 ‘Less Sauvage than Others’는 2006년 이후에도 계속 같은 크기를 유지하고 있을지 등을 조사하고 연구하는 것. 더불어 올해는 조각 전시 외에 ‘퍼포먼스’도 집중 연구 대상이다. 공공 미술이 시공간이나 신체와 어떤 관계를 맺는지, 신체 퍼포먼스가 디지털 공간으로 유입되었을 때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에 대해 탐구한다.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는 미술 작품이 특정 계층의 관람객을 기다리는 여타 미술 전시와는 분명한 차이를 둔다. 일반 시민이 부대끼며 사는 ‘생활의 현장’에 작품을 설치해, 대중에게 예술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것이다. 따라서 지역 주민이 보는 그 시각 그대로 작품을 감상하려면 뮌스터라는 도시에 대한 배경 지식을 어느 정도 알아야 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초청 작가들도 일정 기간 그곳에 머물며 뮌스터의 역사와 주변 상황에서 자신의 화두를 찾고, 어떤 작품을 어디에 설치할지 결정한다.
이들 역시 아직 올해 전시 참여 작가 리스트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메인 조각 전시 외에 30여 개의 공연과 공공 프로젝트가 시내 중심가를 기준으로 4~5km 거리에서 펼쳐진다는 정보가 있다. 더불어 전시 개막일인 6월 10일 전에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를 알리는 총 세 권의 잡지 형태 출판물을 발행할 예정이다. , 가 그것으로 주제가 주제인 만큼 시공간과 신체의 관계를 다룰 계획.
1977년에 처음 시작한 이래 10년마다 개최하는 조각 프로젝트 덕에 독일 뮌스터는 이제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다. 10년이란 주기는 최고 권위의 예술가들이 가장 실험적인 작품을 구상하고 그 작품을 설치할 장소를 물색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는 이미 반백 살이 되었지만, 전시는 이제 다섯 번째에 접어들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이 프로젝트는 세계 미술인들의 중심에 우뚝 서있다. 10년이란 시간이 길고 지루하다고? 천만의 말씀. 이것이 독일 현대미술의 저력이다. 준비하고, 파고들고, 작가에게 엄청 공을 들인다. 다시 10년을 기다리고 싶지 않다면, 올해 6월엔 꼭 독일로 떠나자.

 

에디터 이영균(youngkyoon@noblesse.com)
Jung Mi Chai(독립 큐레이터, 디스쿠어스 베를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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