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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2016 WATCH NOW

색깔이 없는 시계?

  • 2016-09-23

투명하다는 것은 색깔이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동시에 투명하다는 것은 주변의 색깔에 따라 자유자재로 그 빛을 바꿀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특히 시계에서 투명하다는 것은 그 메커니즘을 속속들이 보여주겠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그야말로 강한 자신감이 느껴진다!

Cartier, ID Two

Cartier,Tank Louis Cartier Skeleton Sapphire


몇 년 전 까르띠에가 야심차게 선보인 컨셉 워치 ID Two. 무브먼트의 에너지 효율성을 대폭 개선해 기존 에너지 저장 용량 대비 약 3분의 1의 에너지를 추가로 축적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동일한 크기의 무브먼트에 비해 에너지 소비를 절반으로 줄였다. 공기압이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공기를 빼내 32일이라는 놀라운 파워리저브도 자랑했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강렬한 인상을 준 부분은 바로 ID Two의 투명한 케이스였다. 모든 면을 투명하게 디자인해 어떤 방향에서도 무브먼트를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었던 것. 얼마 전 선보인 탱크 루이 까르띠에 스켈레톤 사파이어 워치에서는 마치 미스터리 클록의 그것에서 영감을 받은 듯 스켈레톤 무브먼트가 떠 있는 것처럼 독특하게 디자인한 시계를 소개하기도 했다.


VACHERON CONSTANTIN, Metier d'Art Arca

작년에 바쉐론 콘스탄틴은 메티에 다르 아르카(Metier d'Art Arca) 컬렉션에서 투명한 탁상시계를 선보였다. 참고로 1933년 출시한 과거 모델에서 영감을 받아 12개로 소개한 탁상시계 컬렉션은 심장에 모두 같은 무브먼트를 품었지만 오리엔탈리즘, 아르누보, 아르데코 등 다양한 테마로 디자인해 각기 다른 모습으로 등장했다. 특히 투명한 천연 수정을 활용해 희귀한 광물 본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강조했고, 투명한 가운데 중간중간 마치 서리가 낀 것 같은 디테일로 시계의 신비로운 매력을 극대화했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투명한 시계가 속속 눈에 띄고 있다. 일종의 트렌드로 급부상했을 정도. 투명한 소재의 대표주자인 사파이어 크리스털을 자유자재로 가공하는 것이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시계업계 전반적으로도 놀라운 진화가 아닐 수 없다.


Richard Mille, RM 56-02


더욱 투명하게! 투명함을 향한 도전정신
시계업계의 '투명' 트렌드를 선봉에서 이끈 선두주자는 단연 리차드 밀이다. 특히 RM 56-02를 살펴보면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파이어 크리스털을 통해 극도로 복잡한 무브먼트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리차드 밀은 RM 056 사파이어 투르비용 크로노그래프를 통해 다루기 까다로운 고순도 사파이어로 케이스를 제작하는 다소 무모해 보이는 도전에 성공했고, 이후 베이스플레이트와 브리지 그리고 서드 휠(third wheel)까지 사파이어로 제작한 RM 56-01로 꾸준한 진화를 보여줬다.
RM 56-02 사파이어 투르비용은 투명한 케이스 외에도 사파이어 소재 와인딩 배럴 브리지와 투르비용 브리지 제작에 성공하며 사파이어 소재 부품 수를 더욱 늘린 것이 특징이다. 특별히 개발한 0.35mm 두께의 스틸 소재 케이블 한 줄만으로 베이스플레이트를 사파이어 케이스에 부착한 점도 눈에 띈다. 산화알루미늄 결정체(AL203)가 높은 압력과 온도에서 변형되어 생성되는 사파이어는 순도가 높아 투명한 것은 물론, 경도 역시 높아 다이아몬드 이외의 다른 물질에는 긁히지 않을 정도로 견고하다. 사파이어는 연마나 커팅 과정에서 작은 오차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이 같은 케이스를 제작하려면 기계 공정에만 1000시간이 소요된다고. 그중 430시간은 케이스 부품을 미리 구성하는 작업에, 나머지 350시간은 전체 케이스를 폴리싱하는 작업에 할애한다. 결과적으로 케이스 하나를 제작하는 데 하루 24시간 꼬박 작업해도 40일, 무브먼트 브리지 가공과 마무리에는 400시간이 소요될 만큼 디테일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Biwi SA사가 리차드 밀을 위해 특별 제작한 에어로스페이스 나노(Aerospace Nano) 소재의 반투명 스트랩까지 가세해 투명함의 매력을 강조한다.


Richard Mille,RM 056 Massa 10th Anniversary



위블로는 2013년 선보인 MP-05 '라페라리'의 투명 버전이라 할 수 있는 MP-05 '라페라리' 사파이어를 소개했다. 케이스 전체를 사파이어 크리스털로 제작했는데, 사파이어를 입체적 형태로 만들어내기 위해 특수 3D CNC 머신을 이용해 조각하듯이 다듬어 완성했다. 그 덕분에 실린더 형태의 독특한 기계식 핸드와인딩 무브먼트를 어떤 면에서나 감상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소개한 빅뱅 유니코 사파이어도 속살을 고스란히 드러낸 시계다. 심지어 무브먼트를 스켈레톤 처리해 속살을 더욱 매력적으로 어필하도록 디자인했다. 케이스 전체에는 폴리싱 처리한 사파이어 크리스털을, 위블로의 시그너처라 할 수 있는 H 스크루를 비롯해 크라운과 푸셔에는 티타늄 소재를 채택했다. 바늘까지 투명하게 처리한 센스가 돋보인다.


Rebellion, Magnum 540 Tourbillon


스위스 독립 시계 브랜드 레벨리온(Rebellion) 역시 이 트렌드에 합세했다. 매그넘 540 투르비용의 투명한 케이스는 완성하는 데만 4만7600분, 자그마치 99일이 소요되었다. 끝이 다이아몬드 소재인 도구를 이용해 사파이어를 깎아내고 폴리싱하는 작업에 들어간 시간이다. 심지어 최종 완성까지 도구 자체도 여러 번 교체해야 하는데, 다이아몬드 끌이 짧게는 4분, 길게는 30분밖에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또 투명한 케이스에 어울리도록 작은 스크루부터 패널, 방수 기능을 돕는 개스킷에 이르기까지 많은 부품을 투명한 실리콘으로 제작했다. 여기에 메인 플레이트의 탄소섬유를 비롯해 특별한 알루미늄 합금 소재 등 투명한 겉모습에 걸맞은 가볍고 견고한 소재를 활용했다. 모든 부품이 각자의 자리에서 ‘투명함’과 잘 어우러지도록 치밀하게 계산한 것. 47.9×52.2mm 사이즈의 직사각형 케이스가 강렬한 느낌을 전하며, 일종의 모듈 형식으로 디자인해 8개 부분으로 이뤄진 것이 특징이다. 투명한 케이스가 주변의 빛에 따라 마치 보호색처럼 색깔을 바꾸는 모습도 신비롭다.


Jacob & Co., Astronomia Clarity


제이콥앤코(Jacob & Co.)의 아스트로노미아 클래러티도 '투명' 부문에 도전장을 던졌다. 참고로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은 제이콥앤코는 역사는 비록 길지 않지만 주얼러 & 워치메이커로서 매우 독특한 컬렉션을 보여주고 있다. 2012년에는 제네바에 오로지 시계만을 위한 워크숍을 오픈했을 정도로 시계에 대한 열정도 뜨겁다. 2016년 신제품 아스트로노미아 클래러티는 이름 자체에 '투명함'의 의미를 담았다. 제이콥앤코의 시그너처라 할 수 있는 매뉴팩처 무브먼트 그래비테이셔널 트리플 액시스 투르비용(Gravitational Triple Axis Tourbillon)의 사파이어 케이스 버전이라 할 수 있다. 일종의 3차원 형태 무브먼트를 탑재한 아스트로노미아는 이중 반사 방지 처리한 돔 형태의 사파이어 크리스털을 채택했고, 배럴 브리지나 뒷부분도 투명하게 만드는 것에 초점을 둬 무브먼트를 360도 파노라마 형태로 감상할 수 있다. 일명 4개의 위성(satellite)이 다이얼 위에 자리하는데, 첫 번째 위성은 3개의 축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그래비테이셔널 투르비용이다. 하나의 축은 60초, 다른 축은 5분, 마지막은 시계 중심을 축으로 20분 간격으로 회전한다. 두 번째 위성은 시계 중심을 축으로 20분에 한 바퀴 회전하는 티타늄 소재 시·분 다이얼이다. 세 번째 위성은 288면으로 깎은 ‘제이콥-컷’의 구 형태 다이아몬드(자그마치 1캐럿!), 마지막 네 번째 위성은 마그네슘 소재 지구본으로 60초에 1회 자전하며 20분에 한 바퀴 공전한다. 특히 세 번째와 네 번째 위성은 각각 달과 지구를 형상화한 느낌이다.


Montblanc,,
Montblanc Heritage Spirit
Perpetual Calendar Sapphire


몽블랑은 몽블랑 헤리티지 스피릿 퍼페추얼 캘린더 사파이어에 투명한 다이얼을 장착했다. 사파이어 크리스털 다이얼을 탑재해 복잡한 퍼페추얼 캘린더 메커니즘을 비롯해 독특한 문페이즈 디스플레이까지 무브먼트 구조를 다이얼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 원형 그레인 처리한 메인 플레이트, 달·윤년 디스플레이와 연관이 있는 캠, 문페이즈 휠, 각각의 서브 다이얼 위 푸른빛 바늘을 조정하는 장치의 레버와 점퍼들이 작동하는 모습을 세세히 살펴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다이얼이 투명한 탓에 복잡한 디스플레이의 가독성이 떨어지는 것을 막고자 캘린더 디스플레이는 블랙으로 처리하는 등 선명한 디스플레이를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Bvlgari, Tourbillon Saphir Ultranero


시계에 활력을 불어넣는 투명 디테일
이제까지의 시계와 비교하면 '덜' 투명한 시계이긴 하지만 투명함을 포인트로 활용해 시계에 에지를 더한 제품도 눈에 띈다. 일례로 MB&F에서 선보인 퍼포먼스 아트 시리즈 LM1 실버스테인을 들 수 있다. 퍼포먼스 아트 프로젝트는 MB&F가 외부 아티스트와 디자이너에게 기존 MB&F 시계를 재해석하도록 의뢰하는 프로젝트로 2009년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가고 있다. 실버스테인은 올해 레거시 머신 컬렉션을 재해석했는데 레드, 블루, 옐로, 삼각형, 직사각형, 원형 등 실버스테인의 시그너처 컬러와 모양을 바늘과 다이얼 마커에 활용해 특유의 디테일을 담아냈다. 그중에서도 특히 시선을 끄는 것은 투명한 사파이어 크리스털 밸런스 브리지. 밸런스 휠을 지지할 수 있는 견고함을 확보할 수 있도록 2년여에 걸쳐 개발한 투명한 사파이어 크리스털 브리지는 시계에서 그 뒤로 비치는 부품을 고스란히 보여주며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다.
불가리는 투르비용 사파이어 울트라네로에서 배럴 드럼과 투르비용 캐리지 브리지를 포함한 스켈레톤 방식 무브먼트를 투명한 사파이어 크리스털 플레이트 위에 놓았다. 그 덕분에 투명하고 가벼운 느낌을 물씬 풍긴다. DLC 티타늄 케이스와 사파이어 크리스털, 이 극과 극에 있는 블랙과 투명함의 대비 역시 꽤나 조화롭다. 예거 르쿨트르는 올해 크리스찬 루부탱과 협업한 아뜰리에 리베르소 by 크리스찬 루부탱 컬렉션에서 투명한 스트랩을 매치하기도 했다. 사실 크리스찬 루부탱에도 '투명'이라는 키워드는 중요한 테마로, 이를 과감하게 시계 스트랩에 접목한 것. 그래서인지 시계가 마치 손목 위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Jaeger-LeCoultre, Atelier Reverso by Christian Louboutin


MB&F,LM1 Silberstein


이제까지 하이엔드 시계에서 투명한 소재는 고급스러움과 다소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호불호가 명확히 갈린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처럼 투명한 소재를 혁신적으로, 흥미롭게, 재치 있게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가면서 투명한 소재 그리고 투명한 시계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또한 앞으로 브랜드에서 어떤 투명 시계로 시계 애호가들을 놀라게 할지 기대감도 높아지지 않는가?


에디터 | 컨트리뷰팅 에디터 이서연 (janicelee@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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