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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EMBER. 2016 LIFESTYLE

와인 향 깃든 프로방스의 예술 허브를 향해

  • 2016-12-09

이름만으로도 가슴 설레는 유명 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느긋하게 둘러본 뒤 유기농 재료로 만든 음식과 함께 와인 한잔을 즐기며 하루를 보내는 건 어떤가? 샤토 라 코스트 와이너리에서라면 가능한 일이다.

와이너리에 다다르면 먼저 눈에 들어오는 루이스 부르주아의 거미 작품 ‘Crouching Spider 6695’



많은 예술 작품이 어우러진 샤토 라 코스트의 전경



영국의 대지미술가 앤디 골즈워디의 ‘Oak Room’, 2009

건축과 예술, 와인이 만나는 곳
“신은 세상에 대한 의심이 들기 시작했을 때 자신이 프로방스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기억했다.” 프랑스의 문학가 프데레리크 미스트랄(Frederic Mistral)은 남프랑스의 프로방스 지방을 이렇게 예찬했다. 서쪽으로는 론 강을, 남쪽으로는 지중해를 마주하고 동쪽으로는 알프스 산맥으로 둘러싸인 프로방스 지방은 프랑스에서도 비옥한 토지와 온화한 기후를 갖춘 축복받은 땅으로 꼽힌다. 연중 온난한 날씨와 여름철 강렬한 태양은 프로방스의 상징이며, 여름철 프로방스를 가득 채우는 라벤더 꽃밭과 그기 향는 더없이 매력적이다. 이곳에 머물며 <프로방스에서의 1년>이라는 수필을 쓴 영국 작가 피터 메일e(Pter Mayle)을 비롯해 프로방스의 매력에 푹 빠진 이들은 수없이 많다.
아일랜드 출신의 부동산 사업가로 샤토 라 코스트(Chateau La Coste)를 소유한 패트릭 매킬런(Patrick Mckillen)도 그중 한사람이다. 현재 미술계에서 핫한 장소로 떠오르고 있는 이 멋진 공간은 예술과 프로방스에 대한 그의 순수한 사랑에서 비롯했다. 세계 주요 도시에 코노트 호텔, 클라리지 호텔 같은 고급 호텔을 지어온 그는 20년 넘게 남프랑스를 찾으며 자연 속에서 포도나무, 올리브나무가 자유롭게 자라는 프로방스야말로 지구 상에서 가장 호화로운 곳임을 깨달은 것 같다. 2002년 그는토 샤 라 코스트 와이너리를 구입했고, 26명의 건축가와 예술가를 초대해 작품을 설치하는 등 오랜 준비 끝에 2011년 대중에게 문을 열었다.
매킬런은 여전히 신비로운 존재로 베일에 가려져 있는 반면 샤토 라 코스트의 명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곳은 기존 미술관의 전통적 전시 개념과 형태를 무너뜨렸다. 500에이커에 이르는 와이너리 곳곳에 미술 작품이 자리하고, 세계적 건축가가 만든 미니 파빌리온도 만날 수 있다. 예술, 건축, 와인이 자연과 함께 어우러지는 이곳에서는 다른 곳에선 누리기 힘든 특별한 경험이 가능하다.







Hiroshi Sugimoto, Mathematical Model 012: Surface of Revolution with Constant Negative Curvature, 2010

美의 충격
뜨거운 태양이 프로방스 지방을 지배하던 어느 날, 필자는 샤토 라 코스트를 방문했다. 이 지방의 중심 도시 엑상프로방스에서 약 15km 거리에 위치한 르퓌생트레파라드(Le Puy Sainte-Reparade)에 도착하면 먼저 거대한 거미가 눈에 들어온다. 마치 물 위를 걸어올 것 같은 이 청동 거미는 이곳을 처음 찾은 사람은 물론 이미 여러 번 방문한 이들에게도 어김없이 강렬한 인상을 안겨준다. 루이스 부르주아의 2003년 작품 ‘Coruching Spider 6695’가 상징하는 것은 모성애다. 한없이 펼쳐지는 엄마의 품 같은 대지 위에서 샤토 라 코스트 와이너리와 훌륭한 조화를 이룬 작품 중 하나다. 거미 조각 뒤에는 미니멀한 디자인의 건축물이 자리한다.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아트 센터다. 회색 콘크리트와 투명한 유리로 만든 차가운 직선 건물이지만 따뜻한 태양, 멀리 보이는 산, 와이너리와 낮은 구릉 그리고 청색의 하늘과 조화를 이룬다. 자연 속에 미래지향적 건축물을 이토록 완벽하게 내려놓은 안도의 천재성에 다시 한 번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미술, 건축과 함께하는 산책은 관람객을 맞는 리셉션과 사무실 그리 레고스토랑이 함께 들어선 이 건물에서 시작한다. 태양이 너무 뜨거운 점심시간에 도착한다면 야외로 연결되는 레스토랑에서 알렉산더 콜더의 모빌 작품 ‘Small Crinkly’와 스기모토 히로시의 메탈 조각 작품을 감상하고 남프랑스 지방의 신선한 재료로 만든 프로방스 요리를 즐기며 햇볕이 조금 수그러들 때까지 기다릴 것을 권한다. 초록으로 펼쳐진 와이너리의 장관을 오른편에 두고 왼쪽으로 보이는 구릉을 오르면 거대한 돌로 만든 조각 작품이 눈에 들어온다. 숀 스컬리의 ‘Wall of Light Cubed’로 작가가 포르투갈에서 찾은 회색, 파란색, 붉은색 석회석 100톤을 큐브 모양으로 가지런히 깎은 뒤 쌓아 올려 만든 작품이다.
좀 더 걸으면 이와는 대조적으로 거대하고 육중한 공업용 철판이 마치 땅에서 솟아난 듯한 설치 작품이 나타나는데, 이는 리처드 세라의 ‘Aix’다. 각각 돌과 철을 이용했다는 차이점이 있지만, 이 두 작품은 모두 풍경 속에서 균형과 조화를 이루며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안도 다다오가 지은 작은 성당 ‘La Chapelle’



리엄 길릭의 인터랙티브 작품 ‘Multiplied Resistance Screened’, 2010

구릉을 거의 오르면 대지미술을 대표하는 영국 작가 앤디 골즈워디의 ‘Oak Room’이 보인다. 1200여 개에 이르는 떡갈나무 가지를 둥글게 쌓아 올려 만든 이 공간은 이글루와 비슷한 모양새로 눈길을 끈다. 햇빛이 내리쬐는 날에도 이 오룸크은 바닥에서 올라오는 찬 기운 덕분에 시원하다. 어두컴컴한 실내에 잠시 머물면 떡갈나무 향기, 축축한 토양의 촉감, 그리고 나뭇가지 사이로 스며드는 미세한 빛을 감지하기 위해 인간의 원시적 오감이 서서히 깨어나는 듯하다. 구릉 위에는 안도 다다오가 지은 작은 성당이 자리 잡았다. 이 자리에는 본래 성인 생 질(aSint Gilles)을 기리기 위한 성당이 있었는데, 남프랑스의 성지 생자크드콩포스텔(Saint Jacques de Compostelle)로 가는 순례자들이 쉬어가는 곳이었다고 한다. 2010년 안도가 처음 방문했을 땐 폐허만 남아 있었고, 그는 이곳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으려고 새로운 건축물을 지었다. 안도 특유의 직선과 절제된 형태가 어우러진 성당 안에는 천장의 작은 통로를 통해 자연광이 스며들고, 마치 미사를 주관하기 위해 만든 것 같은 제단과 신도들을 위한 벤치가 있다. 이제는 종교적 목적에서 벗어난 하나의 현대건축물이지만 그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겸허한 마음이 들며 심신이 편안해진다.
성당 밖으로 나오면 유리구슬로 만든 약 4m 높이의 빨간 십자가를 발견하게 된다. 프로방스의 푸른 하늘과 맞닿을듯 장엄하게 서 있는 이 작품은 프랑스 작가 장 미셸 오토니엘의 작품이다. 예수그리스도의 피나 레드 와인의 붉은빛을 상기시키는 컬러로, 그 형태는 중세 교회에서 사용하던 보석을 떠올리게 한다. 오토니엘의 십자가가 위치한 곳은 샤토 라 코스트 와이너리와 프로방스 지방의 아름다운 풍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구릉을 내려가는 길에는 트레이시 에민의 색다른 작품을 만날 수 있다. ‘Self Portrait-Cat in a Barrel’은 구릉을 가로지르는 협곡 위에 철근과 나무로 다리를 놓고, 그 끝에 있는 전망대에 와인 배럴과 도자기로 만든 작은 고양이 조각을 설치한 작품이다. 트레이시 에민이 처음으로 시도한 대규모 건축과 조각 작품이다.




프랭크 게리가 디자인한 야외 콘서트홀



지난 여름 샤토 라 코스트에서 개최한 이우환 작가의 개인전 전경

그 밖에도 여러 개의 무지개색 철문을 여닫을 수 있는 리엄 길릭의 인터랙티브 작품 ‘Multiplied Resistance Screened’와 150개의 LED로 만든 숫자를 꽃처럼 곳곳에 심은 미야지마 다쓰오의 ‘Wild Time Flowers’, 골짜기에 설치한 폴 마티스의 거대한 종 ‘Meditation Bell’을 지나면 2시간가량의 산책을 마무리하는 지점에서 프랭크 게리가 디자인한 야외 콘서트홀 ‘Music Pavillon’에 다다른다. 나무와 철근, 유리를 주재료로 완성한 이 콘서트홀은 게리 특유의 모험적이고 기하학적인 디자인이 돋보인다.
샤토 라 코스트는 특히 지난여름 이우환 작가의 개인전을 개최해 화제가 됐다. 본래 와인 저장고로 쓰던 창고 건물을 프랑스 건축가 장 미셸 빌모트가 새롭게 디자인해 문을 열었고, 넓은 전시장에는 이우환 작가가 남프랑스에서 영감을 받아 오렌지색과 파란색으로 그린 회화 작품과 돌을 이용한 설치 작품을 전시했다. “이 전시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이 샤토 라 코트스를 찾았다. 이우환의 작품 세계를 모르던 관람객도 전시를 본 뒤엔 찬사를 보냈다”라고 전시 큐레이터는 밝혔다. 이미 와이너리에 그의 작품이 설치되고 개인전까지 초대받은 이우환 작가는 이 모든 것의 주인인 패트릭 매킬런의 소중한 아티스트 친구가 된 듯하다.







1 샤토 라 코스트에서 진행하는 와인 테이스팅 2 장 누벨이 건축한 비닐하우스 모양의 와인 저장고

자연을 머금은 오거닉 와인, 샤토 라 코스트
건축과 예술 작품을 만난 뒤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은 샤토 라 코스트에서 생산하는 와인을 맛볼 수 있는 와인 숍이다. 이곳에서 맛보는 다양한 와인은 장시간 산책 뒤 피로한 몸의 긴장을 풀어준다. 전통적 와인 양조 방식에 첨단 기술을 더한 와인 저장고는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이 건축했는데, 비닐하우스 모양의 알루미늄 구조물 높이가 10m고, 지하는 그 깊이가 17m에 달한다. 와인 숍 옆에 위치한 카페에서는 샤토 라 코스트의 밭에서 재배한 다양한 유기농 채소로 만든 샐러드를 비롯해 훈제 연어랑, 프랑스식 말린 소시지와 치즈 등을 맛볼 수 있다.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 우아한 분위기에서 보다 세련된 미식을 경험하고 싶다면 메인 건물에 있는 안도 다다오 레스토랑을 예약할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이제 샤토 라 코스트에서 선물 같은 하루를 더 누리고 싶은 사람들이 그 소원을 이룰 수 있게 됐다. 2017년 11월이면 5성급 빌라식 호텔 ‘빌라 라 코스트’가 문을 열 예정. 28개의 빌라로 구성하고 그중 10개의 빌라에는 개인 수영장이 있으니 매킬런의 호텔 사업이 새로운 전환기를 맞게 될 듯하다. 향후 샤토 라 코스트의 건축과 예술 프로젝트는 건축가 렌초 피아노와 장 누벨, 현대미술 작가 루이스 부르주아, 아이웨이웨이, 제니 홀저 등과의 컬래버레이션으로 확장될 예정이니 이곳에서 더욱 특별한 예술 체험을 기대해봐도 좋겠다.


에디터 안미영(myahn@noblesse.com)
최선희(아트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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