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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2015

전기차 시대의 도래

  • 2015-08-18

미래지향적이 아닌, 현재진행형인 전기차. 친환경과 엔진 효율성에 ‘성능’과 ‘재미’를 더해 도로 위로 몰려나오고 있다.

포르쉐 918 스파이더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S500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미래’ 아니면 ‘친환경’. 최근까지 전기차 하면 떠오르는 단어였다. 즉 전기차는 당장 나와 상관없는 물건이거나, 혹시 지금 산다고 해도 환경보호 또는 보조금 때문일 뿐 아직 실용적이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요컨대 전기차는 내연기관 자동차와 직접 경쟁해 이길 가능성이 별로 없는, 상품성이 부족한 제품이라는 뜻이었다. 실제로 대부분의 전기차는 최소 1000만 원 이상의 보조금이 없이는 팔리지 않는 이상한 제품이었다. 예를 들어 자그마한 경차를 단지 전기차라는 이유만으로 대형 세단 가격에 사라고 하면 당신은 어떻게 할까? 굳이 대답하지 않아도 된다.(그래도 꼭 사겠다면, 당신은 아마 천연기념물보다 희귀한 극단적 얼리어댑터거나 그린피스의 총수와 같은 환경보호론자일 것이다.) 그런데 사정이 달라지고 있다. 우리 옆집에서도 전기차(정확히 전기로 구동할 수 있는 차)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게 되었다. 100% 전기로 굴러가는 순수 전기차는 아직 희귀하지만, 엔진과 전기모터를 함께 갖춘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이보다 훨씬 흔하다. 작년 한 해 동안 수입 승용차 시장에서 수입차 25대에 1대꼴로 7700대 이상의 하이브리드 승용차를 판매했으며, 국산차 시장에서도 2만8000대의 하이브리드 승용차가 팔렸다.
전기차는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그룹은 엔진과 전기모터를 모두 사용하는 부류다. 엔진을 주로 쓰지만 버려지는 에너지를 전기로 저장했다가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HEV), 외부 충전기를 통해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고 전기 구동의 성능과 비중이 더 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PHEV)가 여기에 속한다. 두 번째 그룹은 순수하게 전기모터로만 구동하는 방식인데, 배터리에 충전한 전기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배터리 전기 자동차(BEV)와 수소연료전지에서 만든 전기를 이용해 구동하는 연료 전지 자동차(FCEV)로 나뉜다. 배터리 전기 자동차는 구조가 단순해 효율이 높은 반면, 장거리 주행을 하려면 용량이 크고 급속 충전이 가능한 배터리를 실어야 한다는 기술적 한계가 있다. 연료전지 자동차는 수소연료전지가 고가인 데다 수소 생산과 충전소 설치라는 숙제가 남아 있으나 수소만 충전하면 주행거리에 제한이 없다는 장점을 지닌다. 이런 극명한 장단점 때문에 아직은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현실적이다. 특히 2015년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본격적으로 선보여 ‘전기차 제2막’의 시작을 알렸다. 쏘나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뉴 아우디 A3 스포트백 e-트론, BMW 740e,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S500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이 줄지어 출시되었거나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뉴 아우디 A3 스포트백 e-트론




그러나 전기차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기술적 수준이나 인프라만이 아니었다. 글 첫머리에서 언급했듯, 전기차는 대중의 관심에서 멀리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였다. 지금까지 전기차와 관련된 주제는 환경보호나 자원고갈, 혹은 배터리 충전에 필요한 시간이나 주행 가능 거리와 같이 딱딱하고 머리 아픈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전기차의 가격은 일반 자동차보다 비싸고, 정부 보조금을 신청한다고 해도 누구나 받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었다. 요컨대 지금까지 전기차 분야에서 소비자는 뒷전으로 밀린 채 사회적 책임과 기업의 필요성만 강조한 측면이 컸다.
그런데 지난 5월에 개최한 제28회 세계전기자동차학술대회 및 전시회(EVS28)에서 변화의 조짐이 보였다. EVS28의 부제는 ‘e-Motional Technology for Human’ 즉 ‘인간을 위한 감성적 기술’이었다. 전기 자동차를 뜻하는 ‘e-mobility’와 감성을 뜻하는 ‘emotion’을 조합하며 ‘e-motion’이란 단어를 만들어낸 것. 세계의 자동차 제작사가 전기 자동차를 보는 관점이 진일보한 것이다. 그것은 바로 ‘신나는 전기차’였다.




BMW 740e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는 현대차 그룹은 친환경 자동차도 고효율과 친환경 성능뿐 아니라 이제는 달리는 즐거움을 중시해 개발하며, 그 첫 번째 모델이 LF 쏘나타 하이브리드라고 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는 더욱 직설적이었다. 전기차를 합리적으로 선택하는 정도가 아니라 ‘갖고 싶은(love to own)’ 감성적 제품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르노는 “지금까지 전기차 분야에서 기술 발전이 우선이었다면, 이제부터는 고객의 호응도가 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From technology push, to customer pull!)”라고 천명했다. 르노는 그 증거로 전기차의 고객 중 95%가 만족하고 있다는 유럽의 통계를 제시했다. 정숙성이나 저렴한 유지비 등은 물론, 매끈한 변속과 스포티한 주행 성능 등 감성적 만족도 역시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강조했다.
사실 고객이 만족하지 않는 제품이라면 아무리 훌륭한 것이라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만고불변의 원칙이다. 전기차가 기술적 난제를 해결해나가고 있고 환경에 정말로 도움이 되는가에 대한 의심도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 비로소 전기차는 정상적 상품 기획 단계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전기차의 본격적 상용화가 머지않다는 매우 중요한 신호다. 우리에게 부쩍 가까이 다가온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이를 증명한다.




페라리의 라 페라리

신나고 재미있는 전기차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아직 가격이 안드로메다이긴 하지만, 이미 그런 차가 길바닥을 굴러다니고 있다. 그 대표적 예가 미래를 스스로 만들고 싶어 하는 천재 기업인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테슬라의 전기차와 맥라렌, 페라리, 포르쉐, 혼다 등에서 선보이고 있는 하이브리드 슈퍼카다. 테슬라는 전기차가 환경보호를 위해 편리함을 희생한 시내용 탈것에 국한될 필요가 없으며 럭셔리한 스포츠 세단이 오늘날의 기술로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맥라렌의 P1, 페라리의 라 페라리, 포르쉐의 918 스파이더, 혼다 NSX 등은 전기모터를 이용하면 슈퍼카의 동력과 조종 성능을 한 차원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즉 힘은 좋지만 응답성이 아쉬운 내연기관과 즉각적 응답성과 저회전 토크가 강점인 전기모터를 조합한 하이브리드 구동장치로 강력한 힘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차원의 동력기관의 탄생을 알린 것. 아직 가격이 걸림돌이지만 전기차는 짜릿할 정도로 재미있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게다가 친환경·고효율 자동차의 실질적 대안인 디젤차가 곤경에 빠져 있다. 고향이나 다름없는 유럽에서, 그것도 디젤 승용차의 비중이 가장 큰 프랑스에서 2020년까지 파리 도심 통행 ‘퇴출’을 선고받았다. 또한 초미세 먼지 측정 방법과 엄격한 규제 등의 새로운 잣대가 디젤 승용차를 위협하고 있다. 이것이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전기차에는 기회가 될것으로 보인다.
물론 아파트가 대세인 우리나라는 충전 인프라 등이 가장 큰 걸림돌일 것이다. 하지만 걸림돌은 넘으라고 있는 것. 이미 전기차는 현실이다. 참고로 작년 말 기준, 전 세계에서 66만5000대 이상의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이미 도로를 달리고 있다. 글 나윤석(자동차 칼럼니스트)


에디터 이재연 (jyeon@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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