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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2015 LIFESTYLE

미식 여행자의 도시

  • 2015-04-21

시애틀에서 관광과 쇼핑보다 중요한 건 먹고, 마시는 거다. 그러면서 삶을 배운다. 인생 뭐 별거 있나. 잘 먹는 게 잘 사는 거다.

시애틀 하면 떠오르는 건 20년도 더 지난, 사랑 때문에 잠 못 이루는 어떤 남녀의 이야기. 그리고 영화 속 로맨스보다 드라마틱한 돌싱 감독과 월드 스타 여배우의 결혼으로 귀결된, 늦은 가을 풍경을 담아낸 또 다른 영화. 가끔 물보다 많이 마시는 스타벅스 커피의 본고장. 검색으로 알아낸 정보를 추가한다면 블랙 프라이데이만 되면 내 쇼핑 욕구를 펌프질하는 아마존닷컴의 본사와 마이크로소프트, 보잉의 헤드쿼터도 있다는 사실. 또 미국에서 샌프란시스코 다음으로 살기 좋은 도시라는 말. 왜? 하필, 샌프란시스코? 미국 국민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순 없겠으나 이 둘을 경험한바, 여행자의 입장에서 난 시애틀이 더 좋다. 아니, ‘훨씬 더 좋다’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시애틀을 비롯한 워싱턴 주를 여행하는 8일 동안 절반은 비가 오고 흐렸지만, 그것이 이곳의 일상적인 날씨라 해도 충분히 용납할 수 있었다. 자꾸 울며 보채는 하늘을 그저 앙탈 부리기 좋아하는 애인 대하듯 가볍게 넘겨버리고 말았으니, 이는 필시 사랑의 감정 같은 거였다. 평소 까다롭기 그지없는 내가 왜 이렇게 쉽게 넘어갔느냐고? 이 작은 도시를 가득 메운 커피 향에 빠진 걸까, 아니면 항구도시 특유의 낭만적인 분위기에 냉철한 이성을 버리고 감성적이 된 걸까? 혹 부족한 영어 발음을 귀 기울여 들어주는 현지인의 여유로운 미소에 반한 것은 아닐까? 아메리칸 음식은 질보다 양으로 승부하는 것 같다는 편견을 깬 맛있는 음식 덕분일 수도, 어쩌면 내내 홀짝거린 워싱턴 와인에 취해 알코올의 기운으로 세상을 바라봤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굳이 애써 이유를 찾을 것 없이 가슴이 하는 말이 그랬다. 여기 참 좋다.




시애틀의 랜드마크, 스페이스 니들. 뒤로 보이는 것이 태평양이다.




콜 솔라레 와이너리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시애틀에 도착해 가장 먼저 한 일은 시애틀의 뷰 포인트라 불리는 케리 파크(Kerry Park)에서 태평양(엘리엇 만)의 푸른 바다 위로 우뚝 솟아 있는 다운타운의 마천루를 바라본 것이다. 때마침 여느 해보다 일찍 핀 벚꽃이 바닷바람을 타고 흩날리며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기념사진을 남긴 후 관광객이 가장 먼저 찾는다는 랜드마크 스페이스 니들(Space Needle)로 향했다. 1962년 세계박람회 개최를 기념하기 위해 지은 이곳은 명칭 그대로 끝 부분이 뾰족한 바늘 형태로, 날아오르는 비행접시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외관이 눈길을 끈다. 고개를 한껏 젖혀 올려다본 높이는 약 185m. 전망대 바로 아래층에 위치한 360도 회전하는 레스토랑에서 바다(태평양)와 호수(유니언 호수), 숲(올림픽 국립공원)과 도시로 지루할 틈 없이 이어지는 창밖의 풍경을 감상하며 태평양 북서부의 음식을 맛보았다. 현지인도 특별한 날 찾는 명소라던데, 느긋하게 3코스 요리를 즐기는 내내 시애틀을 두 눈에 폭 담는 기분이 꽤 즐거웠다.
다음 날엔 눈뜨자마자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을 찾았다. 방금 잡아 올린 신선한 생선과 농부들이 직접 재배해 가져온 과일과 채소, 향기로운 꽃과 공예품 등이 가득한 곳이다. 시장은, 공식 명칭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Pike Place Market)은 1907년에 문을 열었다. 정확히 8월 17일. 입구가 많지만 1번가와 파이크 거리가 만나는 지점, 퍼블릭 마켓이라는 간판과 네온사인 시계가 보이는 곳이 메인 출입구다. 45달러를 내면 해설자를 따라 2시간짜리 푸드 투어를 할 수 있는데, 이것이 언뜻 평범해 보이는 전통 시장을 한층 즐겁게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나를 안내한 가이드 카일라는 시애틀의 가장 큰 매력이 ‘음식’이라고 잘라 말했다. 매일 먹는 일상적 음식이 얼마나 다채로운지 모른다고. 갓 튀긴 미니 도넛을 한 입 먹고, 후난티 베이스에 오렌지 오일을 넣어 끝맛이 달달한 티를 마시며 입가심하는 것으로 가볍게 워밍업했다. 생선을 던져서 나르는 것으로 유명한 파이크 플레이스 피시 마켓(Pike Place Fish Market)에서 킹새먼으로 만든 여러 가지 훈제 연어와 연어 육포를 맛봤는데, 다양한 종류 중 후추 맛이 끝내줬다. 투명한 창 너머로 치즈 만드는 과정을 볼 수 있는 비처스(Beecher’s) 핸드메이드 치즈 숍에서는 체다와 잭 치즈를 넣은 맥 앤 치즈를 먹었다. 치폴레 칠리 파우더로 느끼함을 잡아주니 끝없이 들어갈 것 같았다. 미국 내 대회에서 1등, 스페셜 레시피를 보유한 파이크 플레이스 차우더(Pike Place Chowder)의 클램차우더는 조갯살을 아낌없이 넣어 지금껏 먹어본 클램차우더 중 가장 깊고 진한 맛을 자랑했다. 추카 체리스(Chukar Cherries)는 체리와 너트, 초콜릿의 절묘한 만남을 경험한 곳. 오리지널 스타벅스 매장도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한편에 자리한다. 그 명성을 따라 기념품을 사려는 사람들이 매장 밖까지 길게 늘어서 있으니 한눈에 찾을 수 있다. 사실 1971년 버지니아 거리 모퉁이에 오픈한 1호점은 불타서 철거하고 1975년 이곳으로 옮겨왔으나, 어쨌든 가슴을 드러낸 갈색빛 사이렌 로고를 그려 넣은 텀블러는 여기가 아니면 살 수 없으니 의미가 있다. 시애틀에서만 17개의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슈퍼스타, 톰 더글러스 셰프의 에타스 시푸드(Etta’s Seafood) 레스토랑도 바로 옆에 붙어 있다. 갖가지 시식으로 배가 불렀지만 이곳의 던저니스 크랩 케이크를 포기할 순 없었다. 짭짤하면서 고소한 맛, 입안에서 살살 녹았다.




JM 셀러의 테이스팅 룸




아버 크레스트 셀러의 이스테이트




우딘빌에 위치한 샤토 생 미셸 와이너리

나처럼 먹고 마시기 좋아하는 이에겐 시애틀 근교의 와인 투어도 거부할 수 없는 유혹으로 다가온다. 사실 미국 와인 하면 캘리포니아산이 가장 유명하다. 3000개 이상의 와이너리가 있으니 당연하다. 그다음은 어딘고 하니 바로 워싱턴 주다. 850개가 있다. 3위가 오리건, 4위가 뉴욕 북부, 5위 버지니아 순이다. 시애틀 시내에서 30분 거리에 위치한 우딘빌(Woodinville)이 와인 투어의 시작점이다. 100여 개의 와이너리와 테이스팅 룸이 자리한 워싱턴 주 와인 허브다. 나파밸리에 가면 로버트 몬다비를 떠올리는 것처럼 우딘빌에서는 샤토 생 미셸(Chateau Ste. Michelle)이 워싱턴 와인의 선구자로 불린다. 고풍스러운 유럽의 저택 같은 이곳은 1934년에 지었다. 연간 생산량이 200만 케이스로 미국 내에서 2등이다. 우딘빌에 있는 건 화이트 와인 양조장. 워낙 양이 많다 보니 레드와 화이트 양조장을 별개로 운영한다. 리슬링이 시그너처고 그 밖에 샤르도네, 소비뇽 블랑은 물론 메를로, 카베르네 소비뇽, 시라 등 20여 종의 국제적 포도 품종을 재배한다. “시애틀은 비가 많이 오는 곳인데 어떻게 와인을 만들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을 겁니다. 여기에는 양조장과 셀러만 있어요. 포도밭은 캐스케이드 산맥 동쪽에 있습니다. 거대한 산맥이 서쪽에서 부는 습한 바람을 막아주는 데다 연간 강수량이 40cm 이하입니다. 위도가 높아 캘리포니아보다 여름 평균 일조량이 2시간 이상 길어요. 건조한 날씨와 척박한 토양이 포도의 풍미를 높이고 풍부한 일조량이 포도를 완숙하게 하죠. 또 평균 10℃를 넘나드는 큰 일교차 또한 산미가 뛰어난 와인을 만드는 요소입니다. 그 결과 보르도, 부르고뉴와 견줄 만한 와인이 탄생한 것입니다.” 설명을 들으며 와인을 테이스팅한다. 딱 일주일만 뉴트럴 오크에 넣어 숙성했다는 샤르도네가 아주 가볍고 신선했다. 미드 서머는 게뷔르츠트라미너와 리슬링, 슈냉 블랑을 섞은 것인데 이름처럼 여름날 피크닉용으로 딱인 듯. 1993년부터 시작한 아티스트 라벨을 단 레드 와인도 마셨다. 보르도 블렌딩으로 적당히 무게감도 있고 여운이 길었다. 전반적으로 ‘이지 투 드링크(easy to drink)’ 컨셉이다. 편하게 마시기 좋은 느낌. 방금 만났는데 오랜 친구처럼 편하게 다가온다. 샤토 생 미셸이 워싱턴 지역 최초의 와이너리로 전통의 영역을 담당한다면, 다음에 만난 JM 셀러(JM Cellars)는 아주 작은 규모의 스몰 부티크 와이너리로 현대적 워싱턴 와인 스타일을 대변하는 곳이다. IBM 기술자 출신 존 비글로가 아내 마거릿 페기와 함께 운영하는 전형적인 가족 단위 와이너리다. 1998년 자신의 집 지하실에서 시험 삼아 만든 것이 성공하자, 2000년 왈라왈라 지역의 포도밭 7에이커를 매입해 본격적 사업으로 발전시킨 케이스. 대표적 와인이 브램블 범프(Bramble Bump) 레드. 매해 30여 가지 블렌딩을 샘플로 작업해 최상의 배합을 찾아내는데 2012년산의 경우 메를로, 카베르네 소비뇽, 무르베드르, 말베크, 프티 베르도를 고루 섞었다. 다크 체리와 시나몬, 스모키한 향이 어우러진 파워풀하면서도 정교한 와인으로, <와인 스펙테이터>에서 90점을 주며 2020년까지 마실 수 있겠다고 평가했다. 30달러도 안 되는 가격에 이 정도 품질은 워싱턴 주 와인이기에 가능하다.




왼쪽부터_ 콜 솔라레, 샤토 생 미셸 아티스트 시리즈, 트레베리 셀러의 엑스트라 브뤼 샤르도네우딘빌에

미국에서 공식 인증을 받은 워싱턴 주 포도 재배지(American Viticultural Area, AVA)는 13개 지역. 퓨젓사운드 AVA를 제외하곤 전부 워싱턴 동부에 몰려 있다. 왈라왈라가 제일 유명하고, 생산량은 야키마밸리가 가장 많다. 레드 마운틴이 그 심장부에 있는데 연중 300일이 맑은 날씨로, 매우 더운 낮과 서늘한 밤이 이어지는 이곳은 강렬한 레드 와인을 만들기에 최적의 환경이다. 왈라왈라에서는 레콜 41번(L’Ecole N°41), 우드워드 캐니언(Woodward Canyon), 케이 빈트너스(K Vintners) 등이 잘 알려져 있다. 야키마밸리에서는 프로서 빈트너스 빌리지(Prosser Vintner’s Village), 알렉산드리아 니콜 셀러(Alexandria Nicole Cellars), 치누크 와인(Chinook Wines) 등이 이끌고 있다. 길버트 셀러(Gilbert Cellars)는 이 땅에서 100년 넘게 사과 농사를 짓다 와인 양조에 눈뜬 지 10년 남짓 되었는데 론 스타일 레드 와인을 잘 만든다. 시라에 그르나슈를 약간 섞는 기법으로 아로마틱하면서 산미가 적절해 음식을 잘 받쳐주는 테이블 와인이다. 2010년 문을 연 워싱턴 주 최초의 스파클링 와인 하우스 트레베리 셀러(Teveri Cellars)도 인상적이다. 정통 프렌치 스타일로 양조해 정교한 버블을 자랑한다. 리슬링, 게뷔르츠트라미너 등 흔히 볼 수 없는 품종을 사용하는 것도 특별하다. 설탕을 전혀 첨가하지 않은 매우 드라이한 느낌의 엑스트라 브뤼 샤르도네가 특히 좋았고, 진한 붉은빛의 스파클링 시라도 매혹적이었다. 말린 체리의 풍미와 스모키, 페퍼리한 느낌이 강했는데 풀 보디감 와인이라 메인 코스에 곁들여도 좋지만, 시라의 특성상 초콜릿을 안주 삼아 식후주로 마셔도 그만일 듯. 레드 마운틴 지역에서는 샤토 생 미셸과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안티노리가 합작한 콜 솔라레(Col Solare)가 무소불위의 위용을 뽐낸다. 최고의 포도로 만든, 카베르네 소비뇽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레드 와인이다. 든든한 자본력이 뒷받침하는 만큼 멋들어지게 와이너리를 지어 올렸고, 최신식 양조 시설을 갖춘 것은 물론 100% 뉴 프렌치 오크에서 와인을 숙성시키고 있다.
이번 여행에서 국내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워싱턴 주 제2의 도시 스포캔에서 와인을 만드는 사람들도 만났다. 배리스터 와이너리(Barrister Winery)는 그레그와 마이클 2명의 변호사가 2001년에 설립한 신생 와이너리로 각종 국제 대회에서 입상하며 실력을 입증했다. 프루티하면서 꽃향기가 나며, 부드러운 타닌이 느껴지는 와인이 그들의 양조 스타일. 러프 저스티스(Rough Justice)에 그 철학을 고스란히 담았다. 2004년에 스포캔 데븐포트 아트 디스트릭트에 위치한 700평 규모의 100년 된 창고를 개조해 테이스팅 룸과 셀러, 이벤트 베뉴로 사용하고 있는데 오래된 벽돌과 거대한 목재 구조가 유니크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스포캔의 역사와 와인메이킹의 예술적 결합을 보여주고 있다. 아버 크레스트 와인 셀러(Arbor Crest Wine Cellars)는 1982년 밀케 패밀리가 설립한 워싱턴 지역 29번째 와이너리로 1999년 딸 크리스티나가 와인메이커로 합류하면서 좀 더 우아하고 다양한 품종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사실 와인보다는 해발 137m의 절벽 위에 위치, 스포캔의 파노라마 뷰를 즐길 수 있는 올드 스톤 브리지와 피렌체 스타일 메종이 아름다워 관광 포인트나 스페셜 베뉴로 더 각광받는 곳이다. 여러 와이너리를 돌며 공통적으로 들은 이야기가 있다. 와인은 무조건 나눠야 하며,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더 많은 사람이 문턱 없이 와이너리나 테이스팅 룸을 드나들 수 있도록 무료 시음을 하고 웨딩이나 생일 파티, 각종 이벤트를 여는 한편 공연이나 전시도 기획하고 있다고. 워싱턴 주 사람들의 너그러움과 배려, 친근함이 어우러져 와인을 마시는 시간이 한층 즐거웠던 것 같다.




Where to Eat
보카(Boka Restaurant+Bar)_ 라운지와 바, 레스토랑을 합친 공간으로 어번 아메리칸 푸드와 100% 오거닉 칵테일, 미국 북서부 지방의 와인을 즐길 수 있다.
로컬 360(Local 360)_ 시애틀 반경 360마일(약 580km) 안에서 자란 워싱턴 주의 신선한 식자재를 90% 이상 사용하는 팜 투 테이블 컨셉의 캐주얼 다이닝. 퍼플 카페 앤 와인 바(Purple Caf′e and Wine Bar)_ 러스틱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유러피언 비스트로. 시애틀 시내에 2개 점이 있고 우딘빌에도 지점이 있다.
쿠오코(Cuoco)_ 톰 더글러스 셰프가 운영하는 수제 파스타 전문점이다. 그가 직영하는 농장에서 재배한 채소로 만든 요리도 맛있다.




Where to Stay
호텔 빈티지(Hotel Vintage)_ 와이너리를 테마로 한 색다른 디자인 호텔. 코르크로 연출한 침대 헤드 장식이 인상적이며, 컬러풀한 객실의 색감이 지친 여행자의 심신을 달래준다.
호텔 1000(Hotel 1000)_ 스마트 럭셔리를 컨셉으로 한 호텔로 하이테크 편의 시설을 잘 갖추었다. 시애틀 시가지와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욕실이 압권. 1번가와 매디슨 거리 코너에 위치해 아트 뮤지엄,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은 물론 다운타운과 항구까지 걸어서 이동이 가능하다.




테이스트 워싱턴 그랜드 테이스팅 행사




행사장 내 오이스터 바




 




시애틀의 여행 성수기는 청명함을 듬뿍 쏟아내는 여름이지만, 매년 3월말에도 이 도시는 한껏 특별해진다. 일일이 워싱턴 일대를 돌아다니지 않고도 워싱턴산 와인을 마음껏 시음하고 유명 레스토랑 음식을 한 번에 맛볼 수 있는 금쪽같은 기회가 찾아온다. ‘먹고 마시고 배우자(Drink, Eat, Learn)’를 슬로건으로 내건 ‘테이스트 워싱턴(Taste Washington)’축제다. 1998년 소규모 이브닝 이벤트로 시작했는데 워싱턴 와인이 성장하면서 판이 커졌다. 올해가 18회로, 3월 26일부터 29일까지 4일간 열린 이 행사에 3000명 이상이 함께했다. 아쿠아 바이엘 가우초(Aqua by El Gaucho) 레스토랑에서는 VIP를 위한 레드 & 화이트 파티가 열렸다. 90점 이상을 받은 잘난 워싱턴 와인과 클래식한 태평양 북서부 음식, 라이브 음악과 해안가의 선셋이 어우러진 우아한 행사였다. 포 시즌스 호텔 시애틀에서는 프리미엄급 부티크 와이너리 뉴 빈티지 와인과 시애틀 스타 셰프의 음식, 댄스를 함께 즐기는 금요일 밤의 파티를 개최했다. 진정한 의미의 팜 투 테이블을 소개할 목적으로 팜 투어도 진행했는데, 나는 윌리 그린스 오거닉 팜의 한편에 마련한 야외 테이블에서 이곳의 신선한 유기농 채소를 이용한 셰프의 요리와 우딘빌에서 온 로버트 램지 셀러의 시라를 마시며 자연의 기운을 만끽했다. 톱 내셔널 와인 전문가와 소믈리에가 진행하는 와인 세미나도 유용하다. 화이트 와인을 편애하는 내게 1970년대의 싱그러운 샤르도네에서 1980~1990년대에는 버터리하면서 볼륨감 있는 스타일을 만들다 다시 가볍고 산뜻한 느낌으로 회귀하고 있는 워싱턴 샤르도네 트렌드에 대한 이야기가 귀에 쏙 들어왔다.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센추리 링크 필드에서 열린 그랜드 테이스팅. 230개가 넘는 와이너리, 70개 이상의 시애틀 유명 레스토랑이 참가해 배부르고 행복한 시간을 선사했다. 8일 내내 먹고 마시며 사람을 만나 웃고 떠드는 것으로 여행 같은 출장을 다녀왔음에도 더 오래 머무르지 못한 것이 아쉽다. 환상적이라는 치훌리의 유리 조형 예술품을 실제로 보고 싶고, EMP 박물관에 들러 지미 헨드릭스의 기타와 커트 코베인의 유품도 만나고 싶다. 오리 모양의 수륙양용차 라이드덕을 타고 신명 나게 소리지르며 사진도 찍고 싶고, 여력이 된다면 이곳 항구에서 출발하는 알래스카 크루즈도 타고 싶다. 다시 한 번 시애틀을 찾는다면 다 해볼 것이다. 아, 물론 리스트를 만들어둔 레스토랑을 찾아 또다시 미식을 탐할 것이며, 캐피톨힐에서 독창적 로스팅이 돋보이는 커피도 맛볼 거다. 매일매일 이곳 와인도 조금씩 마실 것이다. 밤마다 살짝 취기가 올라 또다시 흥얼거릴지 모른다. 여기 정말 좋다고.


에디터 이재연 (jyeon@noblesse.com)
취재 협조 및 사진 제공 시애틀 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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