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바로크 예술의 정수를 만나다 - 노블레스닷컴

Latest News

    FEATURE
  • 2015-09-16

스페인 바로크 예술의 정수를 만나다

스페인 마드리드와 영국 런던에 갤러리를 운영 중인 콜 앤 코르테스는 전통과 역사를 강조하는 앤티크업계에서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스페인어권에서 제작한 바로크 양식 회화와 조각, 가구, 은 제품 등이 이들의 주 무기다. 종교적 이야기가 가득 담긴 드라마틱한 작품은 이곳을 찾는 관람객을 유혹하기 바쁘다.

TEFAF의 부스 전경. 왼쪽의 작품이 페드로 데 메나의 ‘에케 호모’

조반니 안토니오 바치, 성 가족, 1535년경

페드로 데 메나(Pedro de Mena)가 17세기에 만든 ‘에케 호모(Ecce Homo)’라는 작품은 한번 보면 잊히지 않는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에케 호모’는 빌라도가 가시면류관을 쓰고 자주색 망토를 걸친 예수를 가리키며 군중을 향해 “이 사람을 보라”고 세 번 외치는 장면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누군가를 원망하거나 현세의 잔인한 고통을 잊기 위해 신의 부름을 갈망하듯 하늘에 시선을 둔 예수는 극심한 고문으로 온몸이 상처투성이다. 피 흘리는 예수의 애처로운 모습은 예술가에게는 창조적 영감을 북돋고, 신도에게는 돈독한 신앙심을 촉구하는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닌 종교적 도상으로 빈번히 제작되곤 했다.
페드로 데 메나의 작품은 높이 60cm가 조금 넘는 작은 크기지만 그 탁월한 사실적 묘사 때문에 작품을 보고 있으면 실제 예수를 목격하는 언캐니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나무를 깎아 색을 칠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 이 작품은 17세기 스페인에서 유행한 자연주의(naturalism)와 표현주의 미학의 정수를 담고 있다. 인물의 세부 묘사는 물론 예수가 걸친 자주색 망토의 주름과 머리의 가시면류관, 몸을 묶고 있는 뒤틀린 밧줄마저 실제처럼 생생하게 표현했다.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이 작품은 2014년 콜 앤 코르테스 갤러리(Coll & Cort´es Gallery)를 통해 구매한 아름다운 걸작이다.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는 콜 앤 코르테스 갤러리 내부 전경

콜 앤 코르테스 갤러리의 전략
콜 앤 코르테스 갤러리는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을 비롯해 프라도 미술관, 루브르 박물관 등 전 세계 주요 미술관이나 박물관과 작품을 거래하는 최고 갤러리 반열에 올라섰지만, 그 시작은 미약했다. 친구 사이인 호르헤 콜(Jorge Coll)과 니콜라스 코르테스(Nicola ´s Cort´es)가 스페인 마드리드의 후스티니아노 거리에 그들의 성을 딴 앤티크 갤러리를 시작하기로 한 것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호르헤 콜은 갤러리의 고속 성장이 둘 사이의 우정이 만든 예상 못한 결과라고 운을 뗐다.
콜 앤 코르테스는 갤러리의 시작부터 명확한 컨셉을 잡고 보수적인 앤티크업계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갤러리 본점이 있는 스페인어권에서 제작한 최고의 회화와 조각, 식민지 시기의 작품만 다루겠다고 결심했다. 앞서 설명한 페드로 데 메나의 작품처럼 스페인어권 대가들이 만든 최고의 종교적 예술품은 업계에서 그들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사업 초반 콜 앤 코르테스 갤러리가 기획한 <바로크의 거장(Masters of Baroque)>(2005년), <회화의 시대(The Time of Painting)>(2007년)는 갤러리의 지향점과 캐릭터를 잘 드러내는 전시였다. 16세기에 만든 바로크 양식 미술품부터 19세기까지 스페인 회화를 선별한 두 전시로 앤티크업계뿐 아니라학계에서도 이목을 끌었다.
사실 그들은 시장을 먼저 개척해 성공한 드문 케이스다. 기존의 앤티크 트렌드에 안주하지 않고, 그들의 주력 상품을 적극적으로 알리는데 마켓 안팎으로 상당한 공을 들였다. 머리가 하얀 노신사들이 판도를 좌우하는 앤티크 시장에서 멋지게 수염을 기르고 위아래로 슈트를 멀끔히 차려입은 젊은 두 남자는 그 존재만으로 튀는 면이 없지 않았다. “10년 전에는 스페인어권에서 만든 회화나 조각만 취급하려는 딜러가 아무도 없었어요. 마켓에서 스페인어권의 거장 작품이 인기를 끌면서 우리도 함께 성장했습니다.”






위쪽부터_ 18세기에 제작한 종교 조각, 카를로 알바치니의 인물상, 알론소 베루게테의 성 세바스찬상




콜 앤 코르테스 외부 전경과 런던 프리즈 마스터스의 부스 전경




콜 앤 코르테스 외부 전경과 런던 프리즈 마스터스의 부스 전경

그들은 바람이 불어올 방향에 맞춰 돛을 움직일 줄 아는 노련한 선장처럼 변화의 냄새를 일찍 맡았다. 콜 앤 코르테스는 개점 2년 만에 승부수를 띄운다. 런던에 있는 마티에센 갤러리(Matthiesen Gallery)를 운영하는 딜러 패트릭 마티에센(Patrick Matthiesen)과 접촉을 시도했다. 패트릭은 1997년 스페인어권의 정물화를 한데 모은 획기적 전시를 기획한 입지전적 인물로 꼽힌다. 딜러로서는 햇병아리에 불과한 콜 앤 코르테스는 업계의 대선배인 패트릭에게 스페인의 하이퍼리얼리스트 조각을 모은 첫 번째 상업 전시를 열자고 전격 제안했다. 그렇게 탄생한 전시가 2009년 마티에센 갤러리에서 열린 <신앙의 신비로움(The Mystery of Faith)>이다. 전시는 대성공이었다. 31점의 출품작 중에서 26점이 최소 1억 원이 넘는 가격에 미술관과 전 세계 개인 컬렉터에 판매됐다.
전시를 기획해 개최한 타이밍도 좋았다. 이 전시는 2009년과 2010년 런던과 워싱턴의 내셔널 갤러리에서 디에고 벨라스케스(Diego Vela ´zquez), 프란시스코 데 수르바란(Francisco de Zurbara ´n), 프란시스코 파체코(Francisco Pacheco) 등 스페인 예술 거장이 제작한 하이퍼 리얼리스트 회화와 조각을 선별한 기획전 <The Sacred Made Real>과 비슷한 시기에 개최했다. 내셔널 갤러리 전시는 스페인어권 이외의 나라나 심지어 자국에서도 잘 알려지지않은 훌륭한 작가와 작품을 세상에 알린 역사적 전시로 평가받는다. 전시를 계기로 미술관과 박물관 큐레이터들의 ‘쇼핑 목록’에 스페인어권 예술품이 새롭게 추가되기 시작했다.
젊은 컬렉터 사이에서도 스페인어권의 앤티크 작품 붐이 일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동시대 미술과 걸작의 유사한 점을 꼽는다. 이야기를 표현하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물론 삶과 죽음, 사랑, 종교적 신념 등 머리 아프거나 따분한 주제를 눈앞에서 방금 벌어진 사건처럼 사실적으로 재현한 회화와 조각이 오늘날 미술이 추구하는 스펙터클한 면모와 닮았기 때문이라는 것. 한 편의 연극이나 오페라를 보듯 관람자의 감정을 동요시키는 드라마틱한 장면 묘사와 조명 효과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 요소다. 어느덧 스페인의 옛 거장과 식민지 시기의 작품은 앤티크 마켓의 블루칩으로 자리를 굳혔고, 콜앤 코르테스는 업계의 이런 변화의 바람을 타고 순항했다.




안토니오 수지니의 헤라클레스 조각상




호세 데 모라의 기도하는 여인상




니콜라스 코르테스




호르헤 콜




콜 앤 코르테스 갤러리의 내부 전경




구글리엘모 델라 포르타, 성체 축일, 높이 48cm, 1569~1577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을 매혹시킨 스페인 예술품
세상의 성공한 모든 사람처럼 콜 앤 코르테스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회화와 조각 외에 가구와 태피 스트리, 은세공품 등을 갤러리 취급 품목에 추가하며 몸집을 키웠다. 작품의 장르 외에도 중세, 르네상스, 바로크, 마니에리슴, 신고전주의 등 작품의 제작 시기와 사조를 넓혔다. 2011년 마침내 앤티크 갤러리스트들의 ‘꿈의 무대’인 네덜란드 마스트 리히트에서 열리는 세계 최고의 페어 TEFAF(The European Fine Art Fair)에 입성하게 됐다. 갤러리를 열고 6년 만에 거둔 성취다. TEFAF에 부스를 차리는 건 그 갤러리가 글로벌 앤티크업계의 메인 스트림에 정박했다는 확고한 증표였다. 그들은 그 여세를 몰아 2012년에 처음 열린 고미술품 아트 페어인 런던 프리즈 마스터스에 진출하면서 성장세의 가속페달을 밟았고, 그해 말에는 패션숍과 레스토랑, 동시대 미술 갤러리 등이 밀집한 런던 메이페어에 새 갤러리를 열었다. 현재 호르헤 콜이 런던을, 니콜라스 코르테스가 마드리드 본점을 맡아 운영 중이다. 그들은 런던에 또 다른 헤드쿼터를 마련한 이유를 3가지로 정리했다. “런던은 세계 최고의 컬렉터가 모이는 곳이자, 국제적으로 이름난 중요 미술관과 박물관이 있으며, 최대 규모의 경매가 열리는 곳이에요.” 이제 스프링 마스터스 뉴욕에까지 참여하며 아메리카와 유럽 대륙에서 입지를 탄탄히 다지고 있다.
앤티크업계의 트렌드를 정확히 읽는 눈과 갤러리의 확고한 컨셉 설정 등은 콜 앤 코르테스 갤러리가 10년 만에 주류 갤러리로 가파르게 성장하는 데 좋은 자양분이 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들은 미술관과 박물관에 전시할 만큼 역사적 가치가 높고 작품의 완성도가 탁월한 품목을 손에 넣는 일에 최선을 다했다. 콜 앤 코르테스가 페어에 출품한 작품은 매년 열리는 각종 페어에서 전체 출품작 중 반드시 봐야 할 ‘머스트 아이템’으로 지면을 장식하곤 한다. 정밀하고 엄정한 학술적 접근 외에 수백 년 동안 같은 방식으로 진열해 소개한 걸작을 동시대의 시각으로 새롭게 보려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특히 작품을 소개하는 디스플레이 방식에 현대적 요소를 가미했다. 2012년 프리즈 마스터스와 2013년 TEFAF에서는 미니멀 조각을 연상시키는 기하학적 문양으로 좌대를 만들어 현대미술 작품을 보는 듯한 색다른 분위기를 조성했다. 고객을 위한 맞춤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작품을 더욱 면밀하게 살필 수 있도록 3D와 고화질 이미지로 기록하고, 고객의 요청에 따라 일주일 안에 작품의 가치를 감정하고 평가하는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갤러리가 보유한 주요 작품이나 폼페오 레오니(Pompeo Leoni), 구글리엘모 델라 포르타(Guglielmo della Porta), 잠볼로냐(Giambologna), 구에르치노(Guercino) 등의 작가에 관한 도록 제작도 이어가고 있다.
딜러가 되지 않았다면, 니콜라스는 스페인 버전의 데이비드 애튼버러(David Attenborough, 영국의 자연주의자이자 생물학자)가, 호르헤는 풍경 건축가가 됐을 거라고 너스레를 떠는 이들은 이미 갤러리가 나아갈 방향을 명확하게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는 매회 페어마다 새로운 고객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그들의 기대를 더욱 세심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런던 프리즈 마스터스의 부스 전경




스프링 마스터스 부스 전경


에디터 김재석 (jskim@noblesse.com)
사진 제공 콜 앤 코르테스 갤러리

관련 기사

페이지 처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