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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6-05

신이 만드신 정원

1세대 조경가 정영선이 자신의 반세기 조경 활동을 총망라한 전시 〈정영선: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에 덧붙인 이야기.

〈정영선: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 전시 전경. 사진 정지현.

우리나라는 신이 만드신 정원이다. 내가 평생을 해온 이야기다. 우리 땅을 둘러싼 동해와 서해, 남해 바다가 모두 다르고, 높고 낮은 산이 켜켜이 아름다운 풍경을 이루며, 강과 시냇물 사이에 숲이 우거진다. 그래서 우리는 전통적으로 울타리를 낮게 만들고 산등성이를 뒤로 끼면서 주변의 경관을 집 안으로 끌어들이는 지혜를 지니고 있었다. 일본은 아름답고 정교하며, 중국은 규모가 크고 화려한데, 우리 정원은 왜 이렇게 하는 둥 마는 둥, 있는 둥 없는 둥 하냐는 소리를 많이들 한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할 말이 없어진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연을 대하는 태도가 바로 그래왔기 때문이다.
그렇게 주변 경관을 대하는 우리의 독특한 문화를 보여주는, 우리 정원의 핵심이 정자다.
조경 공부를 시작할 무렵 해안선을 따라 이름난 정자가 있는 데는 다 돌아다니며 봤는데, 그중 어느 것 하나 두드러지거나 잘난 척하는 것이 없었다. 가장 좋은 경치 한복판에 정자를 두는 게 아니라, 그 좋은 풍경을 살며시 바라볼 수 있는 장소에 정자가 있었다.
어떤 경치를 볼 것인지 지극히 섬세하게 배려해 배치하고 만든 것이다. 우리 산천이 이미 아름다운 정원이기에 우리는 정자에서 그저 바라보면 되는 것이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방식이고, 마땅히 자부심을 가져도 될 일이다.

 

구술 정영선
에디터 정규영(ky.chung@noblesse.com)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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