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SPOKE MASTERPIECE - 노블레스닷컴

Latest News

    LIFESTYLE
  • 2024-04-03

THE BESPOKE MASTERPIECE

롤스로이스가 추구하는 럭셔리의 정수, 코치빌드 모델 ‘아르카디아 드롭테일’을 마주한 싱가포르 현장 리포트.

롤스로이스의 새로운 코치빌드 모델 아르카디아 드롭테일.

나만을 위한, 세상에 단 한 대뿐인 차. 원하는 가죽으로 시트를 제작하고, 새로운 컬러를 만들어 외장을 도장하며, 수공예 시계부터 디지털 스크린까지 원하는 대로 대시보드를 디자인한다. 상상 속에서나 가능할 법한 이런 자동차를 현실로 만드는 브랜드가 있다. 럭셔리카의 대명사로 통하는 롤스로이스다. 1906년 영국에서 탄생한 이 브랜드는 다른 자동차 브랜드들이 스피드와 제원에 힘을 쏟을 때 ‘승차감’과 ‘퀄리티’에 집중하며 독보적 노선을 정립했다. 차별화된 럭셔리카로 입지를 구축할 수 있었던 핵심 비결은 ‘비스포크(bespoke)’. 고객의 취향에 따라 하나부터 열까지 맞춤 주문 제작이 가능해 브랜드 본사가 위치한 영국 굿우드를 떠나는 롤스로이스 자동차는 “단 한 대도 같은 것이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맞춤 슈트를 제작하듯 한 땀 한 땀 자동차를 만드는 롤스로이스의 비스포크 철학을 가까이에서 경험할 기회가 있었다. 싱가포르에서 진행된 코치빌드 모델 ‘아르카디아 드롭테일(Arcadia Droptail)’ 프리뷰 행사다. 코치빌드는 브랜드의 최상위 맞춤 제작 방식으로 콘셉트 설계부터 디자인, 엔지니어링 등 각 단계마다 특별한 고객과 밀접하게 커뮤니케이션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차량을 만든다. 팬텀, 컬리넌, 고스트 등 브랜드 대표 모델의 틀 안에서 인테리어, 마감재, 컬러 등을 변주하는 것에서 나아가 차량 형태와 구조부터 모든 요소를 고객의 취향에 맞춰 새롭게 설계하고 디자인하는 프로젝트다. 오직 한 명의 고객을 위해 수십 명의 전문가가 4~5년을 투자해 세상 어디에도 없는 유일무이한 자동차를 만들어내는 셈. 이보다 더 럭셔리하고 프라이빗한 프로젝트가 또 있을까?
제작 과정이 특별하고 기간도 오래 소요되는 만큼 코치빌드 모델은 아무나 가질 수 없다. 고객 기준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롤스로이스와 오랜 시간 신뢰와 우정을 쌓아온 이 중 프로젝트에 어울릴 법한 인물을 선정해 브랜드가 먼저 제안하는 방식으로 주인공이 결정된다. 롤스로이스가 추구하는 럭셔리의 정수를 집약한 결정체지만 다수를 위한 차가 아니다 보니 프리뷰 행사는 초청받은 소수를 대상으로 진행되었고, 공개부터 감상까지 모든 과정이 프라이빗했다.





산토스 스트레이트 그레인 목재를 광범위하게 적용한 차량 내부.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이 담긴 차
새로운 코치빌드 모델 아르카디아 드롭테일을 공개하기 앞서, 롤스로이스가 추구하는 럭셔리와 그 핵심 동력인 비스포크 프로그램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비스포크 부서를 이끄는 조나단 심스(Jonathan Simms)가 다양한 사례를 전하며 철학과 지향점을 상세히 설명했다. “롤스로이스 비스포크는 고객과의 관계에서 출발합니다. 단순히 고급 제품을 만드는 것을 넘어 그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긴밀하게 나누고,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이 녹아든 자동차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죠. 고객에 대한 진정한 이해가 차원이 다른 비스포크 능력을 이끈다고 믿습니다.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 함께 공연이나 패션쇼를 보기도 하고, 디자이너의 작업실을 방문하기도 하죠. 이를 통해 ‘고객을 위한 이미지’가 아닌 ‘고객 그 자체 이미지’로 자동차를 만드는 것입니다.”
최근 리뉴얼된 싱가포르 롤스로이스 쇼룸에는 기념비적 비스포크 모델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저마다 취향이 면밀히 깃든 스펙터, 팬텀, 컬리넌 등이 존재감을 뽐냈다. 그중에서도 특히 관심을 끈 차량은 짙은 블루 컬러의 블랙 배지 컬리넌 ‘블루 섀도우(Blue Shadow)’ 프라이빗 컬렉션. 우주 공간이 시작되는 경계를 의미하는 ‘카르만 선’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모델로, 지구 대기권 상층부의 깊은 청색을 구현하기 위해 새롭게 제작한 외장 컬러 ‘스타더스트 블루(Stardust Blue)’를 적용했다. 티타늄으로 제작해 찰스 블루 컬러를 입힌 환희의 여신상, 페인트 총 여섯 겹을 칠해 푸른 하늘이 우주의 어둠에 녹아드는 순간을 3차원 입체 효과로 재현한 페시아와 도어 패널, 총 1183개 광섬유를 수작업으로 일일이 새겨 달과 별을 표현한 천장의 스타라이트 헤드라이너까지 감탄을 자아내는 디테일로 가득하다.





위쪽 캔틸레버 구조의 중앙 암레스트.
아래쪽 롤스로이스 로고가 빛나는 22인치 휠.

자동차를 넘어선 아트 피스
총 네 대의 코치빌드 드롭테일 커미션 중 세 번째 모델 아르카디아 드롭테일 프리뷰는 싱가포르의 대표 이벤트 공간인 가든스 바이 더 베이 내 플라워 필드 홀에서 진행됐다.
언베일링에 앞서 롤스로이스 디자인 디렉터 앤더스 워밍(Anders Warming)이 코치빌드의 의미와 드롭테일 디자인 콘셉트, 이번 모델의 디자인 과정 등에 대해 소개했다. “코치빌드는 최적의 재료, 최상위 스킬을 동원해 고객이 간직한 스토리텔링을 한 대의 자동차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기존 차량의 특징을 완전히 변모시키는 새로운 여정을 경험할 수 있죠. 럭셔리 그 이상의 세계라고 생각해요. 오늘 공개할 아르카디아 드롭테일은 과감한 미니멀리즘과 영국식 럭셔리를 선호하는 고객의 생활 방식을 섬세하게 담아낸 작품입니다.”
차체를 가리고 있던 하얀 천이 걷히며 등장한 아르카디아 드롭테일은 우아함의 결정체였다. 고대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지상천국을 일컫는 ‘아르카디아’라는 이름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일단 롤스로이스에서 흔히 볼 수 없는 2도어 2인승 로드스터 차체가 감탄을 자아낸다. 여기에 낮고 과감한 포지션, 요트처럼 유려하게 흐르는 윤곽선, 장식을 최소화한 미니멀한 디자인, 비스포크 화이트·실버가 조화로운 외장 컬러 등이 어우러져 담백하면서 격조 높은 또 하나의 롤스로이스가 탄생했다. “아르카디아 드롭테일은 극도의 섬세함이 돋보이는 모델로, 생활 전반에서 명확성과 정확성을 중시하는 고객의 성향을 반영한 자동차입니다. 롤스로이스 커미션 중 고객의 스타일과 감수성을 가장 충실하게 담아낸 차량 중 하나죠. 고객이 요구한 ‘평온함’이라는 주제를 포착하기 위해 그가 좋아하는 지역의 디자인, 조각, 건축 등을 탐구했습니다.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아르카디아 드롭테일의 제작 과정.

베트남에 있는 현대적 스카이 가든의 정밀함과 풍요로움, 영국의 바이오미메틱(biomimetic) 건축의 유기적 형태 등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이를 고요하면서도 아름답게 절제된 우아함으로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코치빌드 디자인 총괄 알렉스 이네스(Alex Innes)가 소개했다.
개발 및 제작하는 데 총 4년 넘게 걸린 차량답게 구석구석 공들인 흔적이 역력했다. 외장을 칠한 비스포크 화이트는 얼핏 차분한 단색으로 보이지만, 알루미늄과 유리 입자를 넣어 빛을 받으면 화려하게 반짝이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실내에는 현대적이면서 질감이 풍부한 ‘산토스 스트레이트 그레인(Santos Straight Grain)’ 목재를 적용했는데, 기하학적 구조를 완성하기 위해 차량 전체에 233개, 리어 덱에만 76개의 목재 조각을 사용했다. 열대지방에서의 주행을 고려한 목재 내구성 강화용 보호 코팅제를 개발하는 데만 총 8000시간 넘게 걸렸다고 하니, 섬세함의 수준을 엿볼 수 있다. 롤스로이스 엔지니어들은 브랜드 역사상 가장 광범위하게 이어지는 실내 목재 섹션을 안정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차량 하부 구조를 완전히 새롭게 개발했을 정도. 페시아에 장착한 비스포크 타임피스도 특별하다. 고도의 장인정신과 예술성을 상징하는 ‘오트 오를로제리(haute horlogerie)’ 기법으로 제작한 것으로 2년 이상 개발 기간을 거쳤고, 조립하는 데 5개월이 소요됐다. 이쯤 되면 자동차가 아니라 하나의 아트 피스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로 접어들며 자동차업계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내연기관 시대의 강자였던 럭셔리카 브랜드들은 그간의 명성을 과연 어떤 방식으로 이어가게 될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롤스로이스는 과거에도, 현재도, 미래에도 롤스로이스 그 자체일 거라는 점. 비스포크 DNA를 품고 코치빌드에 정성을 쏟는 한 이 사실은 변함없을 거라는 점.

 

에디터 김수진(jin@noblesse.com)
사진 롤스로이스 모터카

관련 기사

페이지 처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