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고도 알울라에 착륙한 현대미술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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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7-03

2000년 고도 알울라에 착륙한 현대미술

고도 알울라에 착륙한 현대미술.

고도 알울라의 구도심지. © Royal Commission for AlUla
아래 알울라를 대표하는 유적 헤그라 암산.

바람과 모래가 그리는 선이 돋보이는 사막 한가운데에서 20세기 현대미술의 중심지인 파리의 컬렉션 일부를 만날 수 있다면 어떨까? 피카소부터 앤디 워홀에 이르는 예술가의 작품을 수천 년 고도에서 마주할 수 있다면? 그 꿈이 곧 실현된다. 지난 3월 12일, 알울라 왕립위원회(RCU)와 프랑스 파리를 대표하는 미술관 중 하나인 퐁피두 센터가 현대미술관 설립을 위한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연간 약 200만 유로(약 29억 원)의 비용을 포함한 이 계약으로 사우디아라비아는 자국의 북서부 고도에 프랑스의 협력 미술관을 열게 됐다. 이 협약은 퐁피두 센터 관장 로랑 르 봉(Laurent le Bon)과 알울라 왕립위원회 아츠 알울라(Arts Alula) 전무 노라 알다발(Nora Aldabal)의 서명으로 체결됐다. 사우디아라비아 문화부 장관이자 알울라 Rcu 총재인 바드르 빈 압둘라 알 사우드(Badr bin Abdullah Al Saud) 왕자와 프랑스 문화부 장관 리마 압둘 말라크(Rima Abdul Malak)도 그 자리에 함께했다.
알울라 퐁피두 센터는 2024년 개관을 앞두고 있다. 이 협력 프로젝트는 양국 문화 교류의 하나다. 알울라를 주요 문화 및 관광 도시로 만들려는 알울라 Rcu 장기 계획의 일부이기도 하다. rcu는 사람들을 끌어들일 문화 단지를 조성하는 데 퐁피두 센터가 한몫할 것으로 기대한다. ‘퍼스펙티브 갤러리(Perspective Galleries)’라는 이름이 붙을 이곳은 현대미술에 초점을 맞춘 다양한 전시와 이벤트, 교육 프로그램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퐁피두 센터 측은 “직원 교육은 물론 소장품 보존과 관리, 중재 분야에서 과학적이고 기술적인 전문 지식을 제공하고, 문화 행사를 기획하는 일도 지원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알울라의 신축 건축물. © Royal Commission for AlUla

알울라는 독특한 자연경관과 고고학적 다양성으로 중동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인정받는 도시다. 이 천혜의 사막 도시는 거대한 호수와 강줄기로 이루어진 오아시스 지역에 자리한다. 지중해와도 멀지 않은 도시의 장엄한 유적지 헤그라(Hegra) 암산에는 수천 년 전 왕국 리흐얀(Lihyan)과 나바테아(Nabatea)의 발자취를 만날 수 있는 고대 왕조의 묘가 있다. 인간의 초월적 손길이 닿은 사막 암산의 모습은 다른 곳에선 느낄 수 없는 감동을 전한다. 유네스코는 2008년에 헤그라 알히지르 유적(Al-Hijr Archaeological Site), 다른 말로 마다인 살리(Madain Salih)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당국이 최근 이곳을 중심으로 공항과 고급 리조트, 공연장, 전시장, 야외 공원 등 새로운 문화, 레저 시설을 개장하며 이 도시는 더욱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2020년 세계도시포럼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알울라 RCU는 2035년까지 알울라를 ‘세계 최대의 살아 있는 박물관’으로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이 계획에 발맞춰 문을 연 대표적 예술 공간이 거대한 유리 외관이 눈길을 사로잡는 마라야 콘서트홀(Maraya Concert Hall)이다. ‘마라야’가 아랍어로 거울을 의미하는 만큼 사방을 비추는 큐브 형태의 거울 입면은 장엄한 사막의 풍광을 그대로 담아내 놀라운 미감을 선사한다. 공연과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등 각종 행사를 개최하는 장소로 사용하는 이곳은 세계 최대 거울 건축물로 기록되기도 했다. 외관은 알울라에서 멀지 않은 타북(Tabuk) 지역에 건설 중인 신도시 네옴(NEOM)의 ‘더 라인(The Line)’과도 유사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캘리포니아 비영리 예술 단체 더 데저트 바이어니얼(The Desert Biennial)의 프로젝트 ‘데저트엑스(Desert X)’의 방문객 센터(Visitor Centre)도 알울라의 흥미로운 건축 중 하나다. 열린 사막 공간에 작품을 설치, 전시하며 예술, 역사, 공동체의 교류를 추구하는 데저트엑스는 지난해 초 방문객 센터를 거점으로 현장 반응형 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왼쪽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헤그라 암산의 모습. © Royal Commission for AlUla
오른쪽 마라야 콘서트홀. © Royal Commission for AlUla

한편 세계 곳곳에 해외관을 확장하는 퐁피두 센터의 행보가 점점 속도를 더해가는 듯하다. 퐁피두 센터는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과 함께 파리 예술사의 축을 완성하는 3대 미술관 중 하나로, 약 12만 점의 현대미술 소장품은 유럽 최대 규모다. 국제적 명성을 자랑하는 퐁피두 센터는 그동안 본거지인 파리 외에도 프랑스 메츠, 스페인 말라가, 벨기에 브뤼셀, 중국 상하이 등과 5년에서 10년에 걸친 협력 계약을 체결하며 광범위한 국제 파트너십을 이어왔다. 피카소의 고향에 자리한 퐁피두 센터 말라가는 프랑스 밖에 들어선 첫 해외 분관이다. 이 협약으로 해당 미술관은 물론 말라가시에도 많은 방문객이 추가로 유입됐지만 시가 지불해야 하는 거액의 로열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현재 말라가시와 퐁피두 센터는 2025년까지 유익한 협력 관계를 이어가겠다는 협약에 재차 서명한 상태다.
올봄 알울라와 협력을 결정한 지 딱 일주일 만에 또 하나의 도시가 분관을 유치한다고 선언하며 눈길을 끌었다. 바로 서울이다. 한화문화재단과 퐁피두 센터가 ‘퐁피두센터한화 서울(가칭)’ 개관을 합의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 한국은 지난 수년간 해외관 후보지 중 하나로, 일찍이 부산시와 인천시가 이를 유치하고자 적극적인 계획을 추진했으나 결과적으로 미술관은 서울 시내에 들어설 예정이다.
일반적인 작품이나 전시 단위 계약이 아니라 미술관 브랜드를 통째로 수출, 수입하는 프로젝트가 사막 도시 알울라에 착륙했다. 이례적인 스케일의 대형 미술관 분관과 함께 들어설 새로운 문화 기관에 주목하며 이 도시의 아트 신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지켜보자.

 

에디터 백아영(summer@noblesse.com)
이미솔(미술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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