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 칼더의 모빌, 국제갤러리에 오다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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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05

알렉산더 칼더의 모빌, 국제갤러리에 오다

칼더 재단의 이사장 알렉산더 R.C 로어를 만나다.

국제갤러리 전시장에 선 알렉산더 S. C. 로어. © 2023 Calder Foundation, New York / Artists Rights Society(ARS), New York / SACK, Seoul

칼더 재단의 이사장으로서 설립부터 현재까지 재단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습니다. 알렉산더 칼더 같은 위대한 예술가의 작업 정신을 해치지 않고 이어가려면 재단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할 것 같습니다. 칼더 재단의 대표적 프로젝트 몇 가지를 소개해주시겠어요?
칼더 재단의 주요한 미션은 제 할아버지인 알렉산더 칼더의 예술과 아카이브를 모으고, 전시하고, 보존하며 해석하는 것입니다. 전시는 물론 매체와의 협업을 비롯해 알렉산더 칼더의 아카이브를 체계화하고 보존하는 데 주로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지금의 알렉산더 칼더가 있기까지 중요한 역할을 한 작품을 연구하고 작품 목록을 체계화하는 일도 포함하죠. 또 2년마다 ‘칼더 프라이즈’를 시상하고 프랑스 사셰에서 ‘아틀리에 칼더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작가는 물론 동시대 미술에 대한 재단의 전시, 강연, 퍼포먼스 등 여러 행사의 장을 만들고 있어요. 출판 사업도 빼놓을 수 없고요.
제가 가장 기대하는 프로젝트는 ‘칼더 정원’이에요. 할아버지의 작품에 바치는 첫 번째 공공 공간이죠. 필라델피아의 벤저민 프랭클린 파크웨이에서 이제 막 공사를 시작했고, 대략 2년 후 개관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칼더 정원을 조성하는 의도는 미술관 경험을 위한 것이 아니라 관람객이 조경과 건축, 예술을 매개체로 사적 여정을 떠나도록 하는 데 있습니다. 세계적 정원, 조경 디자이너 핏 아우돌프의 정원 사이를 걸어 자크 헤어초크가 디자인한 건축물로 다가가며 사람들은 깊은 호흡을 하고 심장이 느긋하게 뛰는 것을 느끼게 될 겁니다. 건축물을 특별하게 디자인해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작품을 하나하나 감상하게 할 계획이에요. 우두커니 벤치에 앉아 알렉산더 칼더의 오브제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거죠. 아마 자기 성찰의 시간과 함께 자아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겁니다.





Alexander Calder with ‘Armada’(1946), Roxbury studio, 1947. Photo by Herbert Matter © 2023 Calder Foundation, New York / Artists Rights Society(ARS), New York / SACK, Seoul

국제갤러리에서 열린 칼더의 개인전이 참 반가웠습니다. 한국의 거장인 이우환 작가의 전시와 동시에 열린 점도 흥미로웠어요. 두 작가 모두 미니멀한 형태로 큰 울림을 주는 작품을 선보였는데, 전시를 준비하며 가장 신경 쓴 점은 무엇인가요?
표면적으로 할아버지는 질량의 개념을 무너뜨리며 움직이는 조각을 만들어 이미 정립된 개념의 한계를 확장했습니다. 하지만 좀 더 깊이 들어가면 순간성 혹은 현재 경험의 비실체성, 인식 그리고 철학과 밀접하게 연결돼요. 이런 개념은 작가에게 굉장히 날 선 결단력을 요구하거든요. 이우환 같은 동시대 최고의 작가들에게 찾아볼 수 있는 공통된 특성이죠. 국제갤러리의 두 전시를 찾은 관람객이 이런 걸 오롯이 느끼고 가길 바라면서 준비했어요.
192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반세기 동안 알렉산더 칼더는 미국과 유럽 미술계의 핵심 역할을 한 작가죠. 현대미술 신에서 그의 미술사적 의의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텐데, 재단의 여러 행보가 그 사실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어요.
요즘 많은 현대미술가의 작품에 드러나는 칼더의 영향력은 확연하면서도 동시에 모호해요. 지난 30여 년 동안 할아버지가 머문 프랑스 사셰의 집과 스튜디오는 이제 ‘아틀리에 칼더’라는 레지던시로 탈바꿈했어요. 거기서 해마다 3명의 작가가 3개월 동안 머물며 작품 활동을 하죠. 칼더 프라이즈는 2005년에 칼더 재단과 스콘 재단이 함께 만들었는데, 할아버지의 창조적 유산을 고유의 특별한 언어로 잘 풀어낸 작가를 찾고 그 공로를 기리고자 제정한 뜻깊은 상입니다. 공간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사색의 에너지를 끌어내고 혹은 우리가 살아가는 3차원 세계를 넘어선 다차원을 다루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작업하는 작가가 많아요.





국제갤러리 2관(K2) 알렉산더 칼더 개인전 <CALDER> 설치 전경. © 2023 Calder Foundation, New York / Artists Rights Society(ARS), New York / SACK, Seoul

알렉산더 칼더의 유산 중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궁금해요.
특정한 작품을 고르기보다는 제가 그의 작품을 사랑하는 이유 한 가지를 꼽고 싶군요. 칼더의 작품은 저 자신을 침착하게 만들고, 또 조심스럽고 면밀하게 작품을 보게끔 합니다. 공간을 가로지르는 모빌의 움직임을 제대로 보려면 시간이 걸리잖아요. 그 움직임을 기다리며 기대감이 쌓이는 시간이 매우 즐겁거든요.
알렉산더 칼더에 관해 다음 세대가 간과했거나 다시 한번 주목해야 하는 지점이 있다면요?
흔한 오해가 몇 가지 있죠. 예를 들어 몇몇 비평가는 칼더의 작품을 편안하고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을 과하게 강조해서 그의 깊은 지성적 성취를 하찮아 보이게 하곤 했어요. 1932년에 칼더는 자신의 초기 모빌 작품이 “실용성도, 의미도 없다”고 했어요. “이건 단순히 아름답죠. 당신이 이걸 이해한다면 멋진 감정적 결과를 가져갈 것입니다. 물론 작품이 의미하는 바가 있다면 이해하긴 쉽겠죠. 하지만 가치가 있진 않을 거예요”라고도 했죠. 칼더의 작품은 관람자가 직관적으로 예술을 바라보게 합니다. 그리고 이건 당시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상당히 급진적인 작가의 태도였어요. 그리고 그는 어디서 영감을 받았는지 일일이 설명하는 작가가 아니었습니다. 작품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는 그 작품 자체가 제대로 보여주니까요.





국제갤러리 2관(K2) 알렉산더 칼더 개인전 <CALDER> 설치 전경. © 2023 Calder Foundation, New York / Artists Rights Society(ARS), New York / SACK, Seoul

NFT 아트나 메타버스 등 요즘 급변하는 예술계의 흐름을 어떻게 바라보세요?
기술이 계속 진화하는 만큼 메타버스는 컬렉팅 문화에서 큰 부분을 차지할 겁니다. 칼더는 생애 내내 진화를 거듭했어요. 그가 남긴 예술적 유산의 관리자로서 새로운 경계선에서 그의 천재성을 선보여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낍니다. 지금까지 NFT 분야에서 제가 발견한 가장 흥미로운 점은 디지털 영역만을 재료로 삼거나 그 영역 안에서만 받아들인다는 거예요. 따라서 디지털 아트가 작품의 새로운 가능성을 어떤 방식으로 드러낼 수 있을지 재단 차원에서 충분히 고려하고자 합니다. 예술로 소통하는 방식을 선구적으로 꾸준히 창조해온 할아버지가 만약 살아 있다면 오늘날 사회의 다차원성에서 매우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재단의 노력 덕분인지 알렉산더 칼더가 더욱 가깝게 느껴지네요. 마지막으로 칼더의 작품을 좋아하지만 이사장님처럼 그를 직접 만나지 못한 우리에게 귀띔해줄 만한 두 분만의 일화가 있나요? 소소한 이야기라도 좋습니다.
할아버지를 아는 이들은 대부분 굉장히 쾌활한 사람이었다고 기억해요. 하지만 작업할 때는 극도로 진지했죠. 저는 많은 시간을 할아버지의 스튜디오에서 보냈는데, 그때 할아버지의 집중력은 눈에 보일 정도로 강렬했어요. 친구나 방문객이 스튜디오에 찾아오면 잠시 대화를 즐기고는 15분 뒤 쫓아내곤 하셨거든요. 하지만 당신의 손자만큼은 정말 잘 참아주셨어요. 작품의 구조와 그렇게 만든 이유 등 작업 과정을 하나하나 저에게 보여주며 즐거워하시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에디터 백아영(summer@noblesse.com)
사진 안지섭(인물)
사진 제공 국제갤러리, 칼더 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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