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계가 주목하는 7인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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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5-31

현대미술계가 주목하는 7인

지금 가장 사랑받는 현대미술작가들의 10문 10답.

 HEEJOON LEE #이희준 #추상 #스캐폴딩 




1 나는 이런 작가다! 회화를 좋아하는 작가다.
2 인상 깊은 피드백. 최근 미술계에서 알아보거나 작품을 아는 사람이 많아져 놀랍다. 그 전에는 회화, 현대미술이라는 언어가 다른 매체에 비해 파급력이 크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혼자 하는 작업인데도 많은 응원을 받는 만큼 힘내서 열심히 하고 있다.
3 아티스트가 된 계기. 2016년에 연 첫 개인전이 계기가 됐다. 당시 내가 연구하는 예술 언어가 관람객의 호기심과 질문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알게 됐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감사함과 책임감을 느끼며 본격적으로 작가를 업으로 생각하게 됐다.
4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가장 큰 주제와 그 주제를 주목한 이유. 현재는 주변에 산재한 건축 재료, 공간, 환경을 소재로 작업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스마트 기기로 바로 스트리밍하는 시대에 회화 매체의 유효성을 고민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 내가 하는 것이 뭔지 알아야 한다. 아무리 체계적으로 준비해도 창작 행위를 수십 번 반복하다 보면 번아웃이 올 때도 있지만 언젠가는 끝이 찾아온다.
5 현대 회화를 이끄는 아티스트 중 한 명으로서 말하는 회화 매체의 가장 큰 매력. 회화는 작가의 붓질과 다양한 시각언어가 담기는 총체적 산물이다. 나는 처음부터 회화가 추상적이라고 느꼈고, 그 안에서 조금 더 추상적으로 작업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추상성 덕분에 회화가 매체 고유의 특이성을 확보했다고 생각한다.
6 작품의 구상과 제작 과정에서 가장 신경 쓰는 점. 공간과 건축은 세상과 우리를 구획, 구분하는 역할을 한다. 내 작업에선 공간의 의미와 힘, 건축이 중요하다. 날것의 재료를 수집해 화면 안에 구축할 방법을 고민하고, 노출된 콘크리트, 깨진 타일, 절단된 돌 같은 소재에서 매력을 느낀다. 비정형적 대상이 인간의 손을 타서 점점 특정한 형태로 다듬어져 공간으로 확장되는 데 관심이 있다.
7 이번 화보에서 보여준 작품은? 직접 포착한 공간, 자연, 건축물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비계(스캐폴딩)가 없으면 무언가를 증축할 수 없듯, 어떤 공간과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하찮지만 필수적인 것, 과정을 드러내는 것, 혹은 날것의 재료를 캔버스로 가져와 색면과 조형성을 더했다. 이렇게 화면을 구성하고 이야기를 구축하는 과정이 건축할 때 비계를 두르고 거푸집으로 싸 공간을 조성하고 증축하는 방법과 비슷하다. 하지만 작품 속 구체적 장소는 되도록 밝히지 않고 관람객의 사고를 위한 자리를 열어주고자 한다. 추상 언어를 선택한 것도 추상성을 바탕으로 여러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제시하기보다는 작품이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플랫폼으로 작용하길 바란다.
8 영감의 원천과 리서치 방법. 그걸 어떻게 작품에 적용하는지. 작업 소재는 100% 주변에서 보고 느낀 데서 찾는다. 여행지 등에서 우연히 마주친 공간과 사물을 작품에 적용하기도 한다.
9 올여름 전시나 프로젝트 계획. 금호미술관 개인전이 6월 11일에 막을 내린다. 7월에는 파리 마시모데카를로 프로젝트룸에서 작품을 선보이고, 뉴욕에서도 전시가 있을지 모른다. 그 후에는 송은 단체전, 프리즈 서울, 난지창작스튜디오 오픈스튜디오 등에 참여할 예정이다.
10 앞으로 보여줄 작업. 어떤 작업을 상상하는가? 전에는 거리에서 포착한 대상으로 시작해 공간으로 이동했지만 지금은 조금 더 건축의 마이크로한 부분에 관심이 간다. 깨진 틈이나 벽면 사이 질감, 건축물의 지지체, 바닥 공간을 구성하는 요소 등으로 관심을 확장해 고민 중이다.





 MEEYOUNG KIM #김미영 #마티에르 #에너지 #컬러 #생명력 #vibrant 




1 나는 이런 작가다! 회화 안에서 물성을 강조하며 다루는 작가.
2 인상 깊은 피드백. 지금껏 다양한 세대의 컬렉터를 만났지만 최근에는 비슷한 또래 혹은 연령대가 낮은 컬렉터를 만나 취향이 통하는 친구가 되기도 했다. 키아프 2017에서 내 핑크색 작품을 구매한 컬렉터의 연락을 받은 적이 있다. 그 후 태어난 아기가 초록색을 좋아해 올해 ‘화랑미술제’에서 그린 컬러 작품을 컬렉팅했다고. 6여 년 사이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 작품을 직접 골랐다니 굉장히 뿌듯하고 감회가 새로웠다.
3 아티스트가 된 계기. 미대에 진학했지만 반드시 작가가 되겠다는 굳은 의지까진 없었다. 다만 언제나 예술, 문화와 함께하고 주변에서 감각적 색채나 이미지를 받아들이며 살았다. 홀로 여행이나 전시장 방문도 즐겼다. 그러다 대학교 졸업반 시절 회화의 속성과 매력에 빠져들어 즐겁게 몰두했고, 자연스럽게 작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4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가장 큰 주제와 그 주제를 주목한 이유. 회화 안으로 생명력을 이끌어오는 데 집중한다. 살면서 접한 많은 그림 중 그 안에서 꿈틀거리는 에너지를 발견하면 발걸음을 멈추곤 했다. 작품 안에서 이미지가 흘러가고, 흩날리고, 피어나고, 자라나고, 넘쳐흐르고, 녹아내리고, 떠다니고, 떠오르는 것. 오감으로 느끼고 움직이는 것을 회화로 나타내고자 한다. 이런 과정이 곧 회화의 이상적 모습이라고 강하게 믿는다.
5 현대 회화를 이끄는 아티스트 중 한 명으로서 말하는 회화 매체의 가장 큰 매력. 일단 회화는 자유롭다. 작가가 작품을 완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자유롭고, 작품 앞에 관람객을 잡아두는 시간도 유동적이다. 작품의 시작 지점과 끝나는 지점이 없고 그만큼 흡인력 있는 회화를 만들어내려면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회화는 멈춰 있는 화면이라는 점 또한 좋아하지만, 좋은 작품을 감상할 때 작가가 작업에 임하는 순간을 상상하며 짜릿함을 느끼기도 한다. 회화 작품은 멈춰 있지만 상상 속에서는 나를 그 시대, 그 시간으로 데려가준다.
6 작품의 구상과 제작 과정에서 가장 신경 쓰는 점. 다양한 유화물감과 등을 섬세하게 섞어 사용하기 때문에 머릿속에 떠오른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는 치밀한 계획이 필요하다. 어제 만들어둔 물감이 남았다고 오늘 사용한다면 그 작품은 당연히 실패할 수밖에 없다.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좋은 재료를 공수하고 정성스럽게 손질, 요리하는 과정과 비슷하다.
7 이번 화보에서 보여준 작품은? 최근 ‘전환감’이라는 키워드에 집중한다. 삶에 의도적으로 약간 다른 온도를 끌어와 더 나은 상태로 전환하는 것. 인간에게 적정 온도가 필요하듯 식재료 또한 최적의 맛을 내기 위한 적정 온도가 있다고 여긴다. 온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얼음이나 식재료에서 시각적 영감을 얻는다. 온도에 따라 물의 상태가 액체에서 고체로 혹은 반대로 바뀌는 장면을 보며 ‘물이 살아 있다’라는 생각에 자주 빠지곤 한다. 얼음은 앞으로도 계속 연구하고 싶은 대상이다.
8 영감의 원천과 리서치 방법. 그걸 어떻게 작품에 적용하는지. 일상에서 오감으로 경험한 모든 대상에서 영감을 얻고 기억에 강렬하게 남은 순간에 집중한다. 알고 싶은 대상이 생기면 인터넷, 도서, 논문, 영화 등 다양한 수단으로 리서치하면서 영감을 더욱 또렷하게 만들어간다.
9 올여름 전시나 프로젝트 계획. 5월 말부터 미국에서 개인전을 연다. 특히 수영장과 너무나 잘 부합하는 도시에서 작품을 발표할 수 있어 기쁘다. 다양한 프로젝트와 아트 페어 또한 기대하며 준비하고 있다.
10 앞으로 보여줄 작업. 어떤 작업을 상상하는가? 새로운 작품 시리즈를 발표할 기회가 생겨 스케일이 매우 큰 작업을 계획하고 있다. 큰 화면에 작업하는 것이 페인터로서 역량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올 하반기엔 내 생각을 잘 옮겨놓은 대작 회화를 여러 점 남기고 싶다.





 SANGHO NOH #노상호 #thegreatchapbook #nemonan 




1 나는 이런 작가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매체 사이에서 이미지가 생성, 소비되고 변용되는 데 관심이 많은 서울 태생의 시각 작업자.
2 인상 깊은 피드백. 열렬하다고 느끼지는 못하지만, 가끔 인스타그램 태그 등을 살펴보거나 스토리 태그 메시지를 보면 내 작품이나 전시를 보러 다니는 사람들을 발견하게 된다. 감사한 마음도 들고 더 열심히 작업해야겠다고 생각한다.
3 아티스트가 된 계기. 고등학생 때는 무언가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미술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미술은 왠지 그게 무엇이든 아무거나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에…
4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가장 큰 주제와 그 주제를 주목한 이유. 디지털과 아날로그 사이에서 이미지가 소비, 변용되는 것을 은유하거나 그 자체로 이미지가 되게 하려 한다. 이런 작업에 주목하는 이유는 내가 (혹은 우리 모두가)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혼재하는 삶을 살아가고 그 안에서 느끼는 오류나 확장성, 매체의 혼합 등을 즐기기 때문이다.
5 현대 회화를 이끄는 아티스트 중 한 명으로서 말하는 회화 매체의 가장 큰 매력. 나 자신이 회화만 하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미술 언어 중 가장 기초적인 언어로 당연하게 쓰인다는 점이 회화의 독보적 매력이다. 회화는 그 자체로 받아들일 수 있다. 왜 회화여야 하는지 설명할 필요도 없고, 강요받지도 않는다. 아날로그 방식을 은유하기에도 적합하다.
6 작품의 구상과 제작 과정에서 가장 신경 쓰는 점. 작품마다 다르겠지만 적당한 정도를 신경 쓰긴 한다. 너무 직접적이지 않으면서 작업 내용을 알아채지 못할 정도는 아닌 수준의 은유 방식 말이다. 그리고 이미지 안의 내용뿐 아니라 전시에서 설치하는 방식, 이미지를 보여주는 방식에도 이런 정도를 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7 이번 화보에서 보여준 작품은? 매일 가상 환경에서 수집한 이미지를 인쇄해 먹지를 대고 그리면서 갖가지 형태로 조합, 몽타주하고 변용해 만든 작품이다. 50호 크기로 일종의 기록화를 완성, 계속해서 좌우로 이어가는 흥미로운 작품.
8 영감의 원천과 리서치 방법. 그걸 어떻게 작품에 적용하는지. 거의 모든 리서치는 인스타그램에서 한다. 새로운 시각 환경에 관심이 생기면 그 기술을 배우면서 감각을 확장시키는 편이다. ‘좋다!’라는 생각이 드는 이미지나 영상을 수집하고 왜 좋았는지 고민하고 서치한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드로잉과 떠오르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작업으로 이어지고, 그 후 다시 정리하면서 작품을 가다듬는다.
9 올여름 전시나 프로젝트 계획. 6월 말 상하이에서 열릴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다. 6월 25일까지 일민미술관에서 열리는 단체전 <히스테리아: 동시대 리얼리즘 회화>도 계속 이어진다. 커다란 신작이 있으니 꼭 실물로 봐주시길!
10 앞으로 보여줄 작업. 어떤 작업을 상상하는가? 작업 중인 ‘Holy’ 시리즈를 조금 더 발전시킬 계획이고, 3D나 2D 애니메이션, 조각 등으로 확장하고자 한다.





 YUJEONG EOM #엄유정 #드로잉 #페인팅 




1 나는 이런 작가다! 주변 환경에서 얻은 다양한 시각적 경험을 바탕으로 드로잉과 페인팅 작업을 하고 있다.
2 인상 깊은 피드백. 대부분 조용히 동네에만 있는 편이라 크게 체감한 적은 별로 없다. 한 번씩 전시를 보러 나가는 게 나름 큰 외출이다. 그만큼 전시를 보러 오는 사람들, 가끔 멀리서 왔다고 말하는 관람객에게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든다.
3 아티스트가 된 계기. 어릴 때부터 유독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 누군가 지나가듯이 칭찬해줬는데, 정말 잘 그린 줄 알고 착각한 것이 계기가 됐을지도 모르겠다.
4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가장 큰 주제와 그 주제를 주목한 이유. 주변에서 마주하는 것에 대한 호기심으로 작업을 시작한다. 최근 몇 년은 삶 가까이에서 발견하는 가변적이고 유연한 형상에 특히 주목했다. 자연물이나 인간, 어떤 사물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한동안은 스스로 혼돈의 상태에 놓인 듯한 감각 속에서 주변 세계의 본질적 질서를 만나고 싶었고, 그런 형상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직접 마주하는 주변을 먼저 감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5 현대 회화를 이끄는 아티스트 중 한 명으로서 말하는 회화 매체의 가장 큰 매력. 회화의 가장 큰 장점은 시각뿐 아니라 촉각적 경험이라는것. 디지털 매체에서 구현하지 못하는 물성을 직접 만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6 작품의 구상과 제작 과정에서 가장 신경 쓰는 점. 완성의 기준을 어디에 둘지, 지난 작업과는 어떤 닮음과 차이를 만들어낼지 고민한다.
7 이번 화보에서 보여준 작품은? 지난 4~5년 동안 식물의 형태를 그린 시리즈에서 이어진다. 삶 가까이에 있는 자연의 형상을 찾아보고 싶어 한강 일대, 부천, 국립수목원, 제주 등지를 돌아다니며 각 대상의 다양한 구조와 리듬을 관찰했다. 특히 팬데믹 이후 외부에 노출되지 않고 실내에서 작업을 이어갈 방법을 고민하다 절화를 구입, 실내 공간에서 방향을 돌려 여러 형태를 찾아보며 그렸다.
8 영감의 원천과 리서치 방법. 그걸 어떻게 작품에 적용하는지. 우연한 장소에서 만난 대상을 포착하거나 사진 한 장 보고 불현듯 그 장소에 직접 찾아가 주변을 기록하기도 한다. 다양한 공간과 대상을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많이 보고 경험하려 한다. 드로잉으로 작업을 시작하기도 하고, 바로 페인팅으로 넘어갈 때도 있다. 이런 과정에서 대상이 점차 단순하게 변형되기도 한다.
9 올여름 전시나 프로젝트 계획. 아직 구체적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여름에 작은 드로잉을 모아 2인전에 참여하고 겨울이 다가올 즈음 개인전을 열 계획이다.
10 앞으로 보여줄 작업. 어떤 작업을 상상하는가? 여러 가지 새로운 것을 그리고 있다. 사실 꽤 오래 바라보고 그린 대상이지만 보여주지 않고 쌓아둘 때도 많다. 대상에 맞춰 가장 적합한 그리기 방식을 찾아보고,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기도 한다. 그리기 방식과 대상이 하나로 고정돼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기존의 것을 이어가거나 어쩌면 조금 다른 그림을 보여드릴지도 모르겠다.





 WOOHYUK BIN #빈우혁 #풍경 #숲 #안식  




1 나는 이런 작가다! 풍경을 그리는 작가.
2 인상 깊은 피드백. 현재 독일에 있고 소셜 미디어를 하지 않아 호응을 실감하긴 쉽지 않다. 다만 10여 년 전 예전 집 근처에 살던 이웃이 기억에 남아 있다. 작품 수집가이자 변호사, 베를린 공인 번역가였던 그가 내 목탄 드로잉을 보고 “독일에서 그리는 첫 그림으로 나와 강아지가 함께 있는 초상화는 어떨까?”라고 부탁한 적이 있다. 독일에 온 지 얼마 안 됐고, 한동안 사람은 그리지 않겠다고 대외적으로 이상한 다짐을 한 상태라 그리진 못했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 처음 본 노인에게 “드로잉이 마음에 드니 나를 그려줬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들은 경험이 잊히지 않는다.
3 아티스트가 된 계기. 대부분 나와 비슷할 것이다. ‘그리기’ 한정이지만, 딱히 배우지 않아도 비교적 그림에 재능을 보인 어린 시절, 운 좋게 좋은 선생님을 만나 지도와 응원을 받은 덕분. 당연히 무언가를 그리는 일 자체가 가장 재미있고 그림을 그리지 않고는 살 수 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림만’ 그리자고 결심하게 한 명확하고 중요한 사건은 있다. 첫 대학 자퇴, 사상가와의 만남과 실망, 군 입대 이후 바뀐 국가관이나 세계관, 집안 사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4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가장 큰 주제와 그 주제를 주목한 이유. ‘살아갈 수 있는 장소의 풍경’을 생각한다. 주체는 아무래도 나 자신이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적 취향이고 의식일 뿐이다. 삶을 관통하는 몇 가지 철학이나 원칙은 ‘그림을 그리는 데 방해되는 것부터 없애고, 없앨 수 없다면 내가 그것에서 멀어지자’, ‘공기가 맑고, 사람들의 간섭이 거의 없고, 문명이 발달한 곳에서 살기 위해 노력하자’, ‘내가 좋아하는 것을 다른 사람들은 좋아하지 않을 수 있고, 내가 싫어하는 것은 다른 사람도 반드시 싫어한다’ 등.
5 현대 회화를 이끄는 아티스트 중 한 명으로서 말하는 회화 매체의 가장 큰 매력. 건식 재료나 물감을 고르고 붓을 사고 천을 골라 캔버스를 제작하고 물감을 섞고 붓으로 물감을 찍어 캔버스나 종이에 칠하는 순간, 그림을 그리는 순간, 서명하는 모든 순간이 재미있다. 아무래도 회화는 중첩과 즉발을 연속적·독립적으로 표현하면서도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 생각한 것을 곧바로 눈에 보이게 할 수도, 눈에 보이는 것을 전혀 다르게 보이게 할 수도 있다. 회화 고유의 분위기는 다른 것이 대체할 수 없는 희귀함 그 이상이다. 어쩌면 유일무이하다.
6 작품의 구상과 제작 과정에서 가장 신경 쓰는 점. 작업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고민은 딱히 하지 않았다. 시작할 때부터 무엇을 어떻게 그릴지 명확히 하고, 재료도 이미 정한 상태에서 작업하는 편이니까.
7 이번 화보에서 보여준 작품은? 작업실 풍경을 옮긴 연작의 일부다. 제목 뒤 숫자는 베를린에서 그린 스케치나 드로잉, 소품 등을 제외한 풍경화의 넘버링이다. 2019년에 베를린에 와서 풍경화를 100점만 그리려 했지만 결국 105번째 풍경화가 나오고 말았다. 이처럼 거주지나 작업실 근처 실제 장소를 기반으로, 대부분 직접 눈으로 본 장소를 그린다. 코로나19가 터진 직후 사람이 거의 없는 새벽 첫차를 타고 작업실에 와서 드로잉북에 담긴 숲과 호수를 캔버스에 옮겨 그리는 행위로 산책을 대신했다.
8 영감의 원천과 리서치 방법. 그걸 어떻게 작품에 적용하는지. 지금 살고 있는 곳 근처의 숲과 공원, 호수에서 시작한다. 같은 곳에 가도 날씨는 물론 심리적으로 매번 다른 요소 때문에 그리고 싶은 장면이 보일 때도 있고 안 보일 때도 있다. 하지만 그려야 할 것은 많기 때문에 우선 그리기로 마음먹은 것을 캔버스를 만드는 대로, 새로운 물감을 구하는 대로 그려나가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그냥 보기 좋거나 마음의 위로가 되는 풍경이라고 해서 작품의 모티브가 되지는 않는다는 점이 중요하다. 최근에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절경을 봤지만 그릴 만한 단 한 장면도 발견하지 못했다. 아무리 멋있고 공기가 깨끗하다고 한들, 내가 살지 못하는 곳의 풍경은 작품의 대상이 될 수 없다.
9 올여름 전시나 프로젝트 계획. 건식 재료로 그린 드로잉과 습식 재료로 그린 드로잉 연작을 작업 중이다. 갤러리바톤에서 올 하반기에 소개할 가능성이 높다.
10 앞으로 보여줄 작업. 어떤 작업을 상상하는가? 상당히 큰 드로잉 작품을 상상하고, 실제로 그리고 있다. 풍경화에서 크게 벗어난 형식은 아니지만 완성 전까지는 전체 모습을 볼 수 없고, 기존 모습과는 아무래도 느낌이 전혀 다를 것 같아 재미있다.





 Raejung Sim #심래정 #집 #잠 #인간 




1 나는 이런 작가다! 인간 실존에 관해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그것을 작업으로 풀어내는 사람.
2 인상 깊은 피드백. 내가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한 감정을 관람객이 먼저 느끼고 내게 전달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3 아티스트가 된 계기.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그림을 그렸고, 그때부터 늘 장래 희망은 ‘화가’라고 답했다.
4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가장 큰 주제와 그 주제를 주목한 이유. 인간 실존에 대한 물음을 작업으로 풀어낸다. 그리고 해부학에도 관심이 많다. 실존에 관한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나도 잘 모른다. 인간은 뭘까? 그냥 궁금하다, 인간이.
5 현대 회화를 이끄는 아티스트 중 한 명으로서 말하는 회화 매체의 가장 큰 매력. 자유로운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6 작품의 구상과 제작 과정에서 가장 신경 쓰는 점. 일정과 체력.
7 이번 화보에서 보여준 작품은? ‘A Nurse 4’는 2019년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에서 선보인 개인전 에 등장하는 인물을 그린 시리즈 중 하나다. 이 인물의 직업은 간호사로 환자를 돌보는 일을 한다.
8 영감의 원천과 리서치 방법. 그걸 어떻게 작품에 적용하는지. 해외 연쇄살인 사례를 다룬 책이나 국내 살인 사건 사례를 담은 법의학 서적, 혹은 그날의 사건·사고를 알리는 신문 등에서 영감을 얻는다. 그렇게 수집한 사건·사고가 내가 스쳐 지나간 공간 혹은 인물, 사건과 서로 엉키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구상한다.
9 올여름 전시나 프로젝트 계획. 새로 시작한 몇몇 작업과 실험하고 싶은 재료가 있다. 올여름에는 이를 탐구하는 시간을 가질 것 같다.
10 앞으로 보여줄 작업. 어떤 작업을 상상하는가? 페인팅을 시도하고 있는데 어렵다. 또 그동안 선보인 애니메이션 작품은 대부분 1분 내외였고, 제일 긴 영상이 5분이었는데 이제는 10분 정도 되는 장편 영상을 구상하고 있다. 제작 기간과 언제쯤 발표할지는 장담할 수 없으나 일단 시작이 반이라고 했으니…





 Eunjoo Roh #노은주 #풍경 #기록 #형태 #창문 




1 나는 이런 작가다! 그림을 그리고 있는 노은주.
2 인상 깊은 피드백. 공개한 지 10년이 훌쩍 지난 작품부터 최근작까지 하나하나 찾아 읽고 남겨준 글도, 작업실에서 작품을 하나씩 꺼내 보며 나눈 소장자와의 대화도 기억에 남는다. 긴 시간 작업을 지켜봐주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느낀다. 누군가가 시간을 들여 내 작업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문득 긴장되기도 하지만, 크고 작은 변화를 시도할 때 큰 힘을 얻기도 한다.
3 아티스트가 된 계기. 사실 무언가를 만드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는 무언가 ‘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구체적 계기는 기억나지 않지만 무언가를 보고, 만들고, 함께 이야기하고, 다시 보여주는 과정이 즐겁고, 더 잘 알고 싶었다. 이것은 어쩌면 시작한 계기라기보다는 계속해서 작가의 삶을 이어가는 이유이자 원동력에 가까운 건지도 모른다.
4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가장 큰 주제와 그 주제를 주목한 이유. 내가 경험한 공간과 시간을 회화로 기록한다. 정물화 방식으로 풍경을 그리고, 견고해 보이지만 느리게 때로는 빠르게 변화하는 풍경의 단면을 그림으로 옮긴다. 작품 속 사물은 도시환경에서 마주하는 여러 장면과 닮았다. 길을 걷다 마주하는 작은 돌멩이 혹은 실처럼 뒤엉킨 식물 줄기, 얇은 종이를 접어놓은 듯한 거대한 건축물의 벽을 닮기도 한다. 사라짐과 생겨남 사이 잠시 출몰하는 장면을 회화와 조각이라는 언어로 포착해 붙잡고 싶다.
5 현대 회화를 이끄는 아티스트 중 한 명으로서 말하는 회화 매체의 가장 큰 매력. 회화의 고유한 시간성이 흥미롭다. 정지한 화면에 여러 흔적을 남기는 과정, 결정의 순간, 멈춰 있는 화면에서 이런 과정과 순간을 읽어내 관람하는 과정까지 회화 매체에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회화의 최종 화면에는 무엇을 어떻게 그릴지 선택, 시작하는 순간부터 주저함, 호기심, 확신하는 순간이 남아 있다. 정지해 있는 회화에 기록된 다양한 선택을 바라보는 걸 좋아한다.
6 작품의 구상과 제작 과정에서 가장 신경 쓰는 점. 작품을 설치할 공간을 처음부터 상상하곤 한다. 이 공간은 어느 전시장일 수도 있고, 가상의 벽일 수도 있고, 때로는 허공일 수도 있다. 그리기 전부터 작품이 공간에 놓여 누군가를 만나는 순간을 떠올린다. 이 과정은 캔버스의 크기와 비율, 그림 속 사물의 크기와 배치를 결정하는 과정과도 연결된다.
7 이번 화보에서 보여준 작품은? 그림 안에서 움직임, 진동, 소리, 날씨와 시간 등을 경험하도록 유도한다. 2021년에 금호미술관 개인전 에서 선보인 작품으로, 밤과 새벽의 시간대를 상상하며 그린 그림 중 하나다. 밤도 새벽도 아닌 푸른 공간, 흰 물체를 도드라지게 하는 빛, 그와 대비를 이루는 큰 획으로 그린 그림자, 움직이다 정지한 듯 보이는 사물의 형상을 통해 ‘사이 시간’을 표현하고자 했다.
8 영감의 원천과 리서치 방법. 그걸 어떻게 작품에 적용하는지. 이동하면서 마주하는 장면, 사물을 떠올리며 모형을 만들고 그린다. 최근에는 이전에 만든 조각의 일부, 모형을 만들기 위해 사용한 재료, 부스러기나 파편, 누군가 선물로 준 식물 등을 작업실 책상 위에 조금씩 다르게 두고 그림 속 장면을 상상한다. 이름 없는 사물이 만들어내는 장면과 이야기에도 관심이 있다. 오래전 그림에서도 많은 영감과 단서를 얻는다. 주로 14~15세기 그림의 배경 표현만 유심히 보기도, 건축물과 공간을 그리는 방식, 인물의 손, 바위와 돌멩이의 형태를 비교하기도 한다. 그대로 그리지는 않지만 공간과 사물을 그림으로 재현할 때 이들을 머릿속에 떠올린다.
9 올여름 전시나 프로젝트 계획. 올 11월에 전시 공간 챕터투에서 열릴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다. 2021년과 2023년 사이 제작한 그림과 그림에 대한 글이 담긴 책도 함께 준비하고 있다.
10 앞으로 보여줄 작업. 어떤 작업을 상상하는가? 반사되는 표면, 반복과 시간, 스틸, 기둥과 바닥, 창문과 화면 등을 상상하며 그림과 그림을 지탱하는 구조, 프레임을 생각한다. 전시장에 놓을 그림과 연결되는 구조물, 작은 창문처럼 그림으로 채운 전시 공간 또한 상상한다.

 

에디터 백아영(summer@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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