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의 본질을 향한 여정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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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01

아름다움의 본질을 향한 여정

2023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확인한 에르메스 홈 컬렉션의 진정한 아름다움.

열린 구조의 연속된 공간으로 구성한 기하학적 철골 소재의 시노그래피. 그 안에 전시한 에르메스 홈 컬렉션의 새로운 오브제들. ©Maxime-Verret

밤낮으로 변화무쌍하게 오르내리는 온도 차이조차 달콤하게 느껴질 만큼 오랜만에 방문한 밀라노였다. 남다른 감회와 함께 신선한 자극으로 충전되는 느낌이었다. 그 기분 좋은 흥분과 여유는 이번 여행의 가장 중심이 되는 이유이자 목적이었던 에르메스 홈 컬렉션 전시를 취재하면서 생겨났다. 홈 컬렉션을 위한 전시 공간 라 펠로타(La Pelota)에서 만난 에르메스 홈 컬렉션의 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샬롯 마커스 펄맨(Charlotte Macaux-Perelman)과 알렉시스 파브리(Alexis Fabry)는 매년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 참여한다는 자체가 “전투적 도전이자 결정”이라고 말했다. 오래된 친구로 서로 깊고 절대적인 신뢰를 갖고 있는 이들은 단순히 에르메스 스타일의 가구를 만들기보다는 ‘디자인’을 추구한다고 입을 모았다. “우리는 현시대에 충실하고 밀접하게 연관된 오브제를 만드는 것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에르메스 고유의 특징 중 하나는 시대를 초월한 디자인을 추구하는 동시에 시대와의 관계를 중시한다는 점이죠.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 참가한다는 것은 에르메스 오브제의 디자인이 현시대에 새겨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샬롯이 말하는 그 의미가 무색하지 않게, 에르메스는 가구 브랜드만의 장이던 박람회 초창기와 달리 지난 몇 년 사이 더 다양한 많은 브랜드들이 참여하게 된 변화에 기여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이 행사를 통해 꾸준히 새로운 홈 컬렉션을 선보여왔다.





왼쪽 콩세르바투아르(Conservatoire) 1930년대 에르메스가 선보인 기하학적이면서 각진 형태의 의자가 재스퍼 모리슨의 손끝을 거쳐 재해석되었다. 비율을 재조정하고 가벼운 다리를 적용함으로써 한층 모던한 형태로 재탄생했다. 이 오브제를 위해 제작한 윤기가 흐르는 가죽 소재와 시트 및 등받이에 적용한 가죽 피복 기법을 이용해 기본에 충실한 방식으로 만들었다. 역사가 담긴 노하우와 모던함의 절묘한 조화를 보여준다. ©Maxime-Verret
오른쪽 2023 밀라노 디자인 위크의 에르메스 홈 컬렉션 시노그래피에서 만난 샬롯 마커스 펄맨(왼쪽)과 알렉시스 파브리. ©Sylvie Becquet

“우리가 매년 강조하는 몇 가지 가치가 있어요. 작년에는 ‘가벼움’이었고, 올해는 ‘정확함’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좀 더 딱딱한 느낌이면서 동시에 다양한 부드러운 소재와 텍스타일도 함께 선보였어요. 올해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컬렉션 내 균형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우리가 작업하는 다양한 오브제를 동시에 한자리에서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거든요. 텍스타일, 가구, 포슬린 등 다양한 오브제 간 일관성을 보여줄 수 있는 이 자리는 매우 중요합니다.” 이어지는 샬롯의 말에 알렉시스는 “조화의 형태를 드러내고자 하는 열망이 있다”고 덧붙였다.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 처음 참가할 때부터 그랬어요. 다양한 종류의 노하우 속에서 드러나는 조화의 형태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개념이니까요. 그러던 중 올해, 이제는 에르메스 홈 컬렉션을 열린 공간에서 선보일 순간이 다가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열린 공간이란 연속된 공간, 즉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끊어지지 않는 공간을 의미하는데, 이러한 공간에서 컬러 또는 형태적 엄밀함을 통해 드러나는 조화로운 형태가 표현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조화’의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 계속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들이 강조하는 정확성, 균형성, 일관성 그리고 조화의 가치를 담은 전시가 단단하고도 미니멀한 직선적 구조의 시노그래피 안에 펼쳐졌다. 금속 막대와 콘크리트로 구성된 시노그래피의 프레임은 화려하거나 과잉된 장식적 요소를 일체 배제한 채 군더더기 없는 그리드 구조로 완성해 강력하고 힘찬 인상을 풍긴다. 새로운 디자인 오브제의 존재감을 표현하기에 더없이 이상적이고 실제적인 공간을 연출했다. 이 단순하고도 독창적인 시노그래피 안에는 가구와 테이블웨어, 러그와 패브릭, 조명 등이 기본 형태를 지키면서 병렬로 전시되어 각각 하나의 작품으로 자리하면서도 유기적 어우러짐을 보여준다. 가죽과 우드 소재가 결합된 암체어, 시대를 초월한 클래식한 미감을 현대적으로 표현한 실루엣을 지닌 소파 등의 가구는 덜어냄을 통해 선명한 아름다움이 강조된 디자인이 돋보였다. 블론 글라스(blown glass) 기법을 적용한 미니멀한 디자인의 램프, 장인이 수공예 자수로 완성한 그래픽 패턴의 러그 등은 에르메스만의 특별한 노하우를 통해 구현되었다. 브론즈, 유리, 우드, 가죽 등 각 소재를 유기적으로 탐구함으로써 고유의 원초적 모습이 돋보이도록 사용하거나 함께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는 방식으로 완성된 오브제. 가장 기본적인 것에서 영감을 이끌어내는 것, 아름다운 디자인의 본질이란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샬롯과 알렉시스에게 좀 더 자세한 얘기를 듣고 싶었다.





소 에르메스 (Saut Hermès) 새로운 패턴으로 완성한 포슬린 테이블웨어는 프랑스 디자이너 조셴 제르너(Jochen Gerner)가 펠트 펜으로 스케치한 것. 소 에르메스 승마 대회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즉흥적 일러스트레이션이 눈길을 끈다. 알록달록한 컬러 톤의 기하학적 패턴이 온화하면서도 유쾌한 감성을 전한다. ©Studio des Fleurs
소 에르메스 (Saut Hermès) 새로운 패턴으로 완성한 포슬린 테이블웨어는 프랑스 디자이너 조셴 제르너(Jochen Gerner)가 펠트 펜으로 스케치한 것. 소 에르메스 승마 대회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즉흥적 일러스트레이션이 눈길을 끈다. 알록달록한 컬러 톤의 기하학적 패턴이 온화하면서도 유쾌한 감성을 전한다. ©Studio des Fleurs
소 에르메스 (Saut Hermès) 새로운 패턴으로 완성한 포슬린 테이블웨어는 프랑스 디자이너 조셴 제르너(Jochen Gerner)가 펠트 펜으로 스케치한 것. 소 에르메스 승마 대회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즉흥적 일러스트레이션이 눈길을 끈다. 알록달록한 컬러 톤의 기하학적 패턴이 온화하면서도 유쾌한 감성을 전한다. ©Studio des Fleurs
소 에르메스 (Saut Hermès) 새로운 패턴으로 완성한 포슬린 테이블웨어는 프랑스 디자이너 조셴 제르너(Jochen Gerner)가 펠트 펜으로 스케치한 것. 소 에르메스 승마 대회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즉흥적 일러스트레이션이 눈길을 끈다. 알록달록한 컬러 톤의 기하학적 패턴이 온화하면서도 유쾌한 감성을 전한다. ©Studio des Fleurs


이번 전시의 컨셉과 특징은 무엇이며, 어디에서 영감을 받았나? 샬롯 마커스 펄맨(이하 CMP)_ 모든 오브제가 동일한 일정으로 제작되는 것은 아니다. 4년 전부터 작업해온 오브제가 있는가 하면, 2년 전부터 작업한 오브제도 있다. 이를테면 텍스타일 작업의 경우 소요 기간이 훨씬 짧다. 각 팀은 개별적으로 작업하지만, 나와 알렉시스가 조화를 보장하는 역할을 잘 수행하면 나머지는 자동적으로 탄력을 받는다. 또 올해는 색채를 비롯한 조화의 역할을 더욱 강조했다. 사실 컬렉션이라는 개념에 그다지 찬성하는 편은 아니다. 모든 오브제는 고유의 특성과 독자적 존재감을 지녀야 하기 때문이다. 오브제 고유의 특성과 전체의 동질성이라는 이원성이 존재하기에, 컬렉션 개념보다는 전체에서 각 오브제가 지닌 힘과 전체적 조화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알렉시스 파브리(이하 AF)_ 올해의 두 가지 주요 포인트 중 첫 번째는 연속성이다. 연속체(continuum) 형태가 시각적으로 드러날 수 있도록 시도했다. 열린 공간 속 테이블웨어에서 텍스타일을 거쳐 가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오브제를 선보이는 것이다. 두 번째는 샬롯이 구상한 파빌리온이 표현하는 본질적 측면이다. 샬롯은 건물을 지탱하기 위해 가장 필수적인, 최소 부분인 철골(iron) 골조만 남겼다. 이러한 발상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CMP_ 일반적이지 않은 것을 선보인다는 사실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에르메스는 보이지 않는 곳의 디테일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에너지를 투자한다. 예를 들어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재스퍼 모리슨이 디자인한 의자는 전적으로 전통적 방식으로 만드는데, 여기에는 전통 끈과 말총, 용수철이 사용되었다. 이러한 맥락과 마찬가지로 대개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철골을 전면에 내세우고, 이것에 중요성을 부여했다. 즉 보이지 않는 숨은 디테일에 내재된 아름다움을 찾아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AF_ 구조적 측면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기도 하다. 구조의 아름다움 또한 매우 에르메스다운 개념이다.
매년 다른 외부 디자이너(디자인팀)와 협업하고 있다. 이번에는 어떤 협업을 선보였나? CMP_ 에르메스팀인 스튜디오 에르메스는 물론 외부 디자이너와도 협업했다. 어떤 디자이너와 작업하든, 우리는 그 디자이너의 명성만을 고려하는 대신 특정 프로젝트를 위한 적임자를 찾아 나선다. 예로, 가죽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의자를 만들고자 할 때 가죽으로 구조가 형성되는 스칸디나비안 의자가 머릿속에 떠올라 덴마크 디자이너 세실리에 만즈와 협업하게 되었다. 재료의 조합에 매우 능통한 이 디자이너에게 가죽 구조로 이루어진 의자를 디자인하되 다른 재료도 혼합할 것을 요청했다. 협업은 풍요로운 결과를 창출한다. 외부 시선을 통해 에르메스를 이해하고자 하는 시도가 이뤄진다는 것이 협업의 흥미로운 점이라고 생각한다. AF_ 기본적으로 우리와 양립 가능한 DNA를 갖고 있어야 한다. 협업의 첫 단계는 여러 디자이너 중 스타일과 가치 측면에서 이러한 부분이 가능한 디자이너가 누구인지 파악하는 것이다.
에르메스 고유의 철학이 디자이너의 오브제와 어떤 방식으로 조화를 이루나? CMP_ 우리가 처음 에르메스에 합류했을 때, 알렉시스가 받은 첫 번째 질문은 “에르메스는 무엇인가? 켈리 백인가, 실크 스카프인가?”였다. 알렉시스는 “둘 다”라고 대답했다. 우리는 그것이 에르메스의 정체성이라 생각했고, 상당 수준의 엄밀함과 판타지적 요소가 공존하는 모순이 있다고 생각했다. 가구는 엄밀해야 하는 반면 텍스타일, 플래드, 러그 등은 보다 판타지적 요소를 포함하고 다채로운 색채를 띠며 그래픽적 요소를 포함하기 때문이다. 에르메스 홈 컬렉션 오브제는 이 두 가지가 교집합을 이루는 지점에 놓인 것 같다. 매우 고풍스러운 브론즈 소재의 상자 상단을 상당히 과감한 컬러의 얇은 가죽으로 장식하기도 하니까. 이것이 바로 우리가 컬렉션에 불어넣고자 하는 에르메스의 가치다. AF_ 에르메스 백이 지닌 딱 떨어지는 정확한 형태 때문인지, 에르메스를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에르메스가 지닌 컬러의 풍부함을 잘 떠올리지 못하지만, 에르메스 아이덴티티의 필수 요소다. 물론 항상 컬러가 주인공인 것은 아니다. 형태가 먼저 존재한 후 그 위에 풍부한 컬러가 입혀지는 경우가 많다. 정확한 형태와 컬러의 다양성 사이에는 항상 일종의 긴장감이 존재하기에, 풍부한 컬러가 에르메스 DNA 중 하나라는 사실을 즉각적으로 인지하지 못하거나 희석되기도 한다.







단단하고 미니멀한 시노그래피 안으로 다양한 패턴과 컬러감이 선명하게 드러나 보이는 에르메스 홈 컬렉션의 캐시미어 플래드들. ©Maxime-Verret
수플 데르메스 (Souffle D’Hermès) 핀란드 디자이너 하리 코스키넨의 디자인과 글라스 블로잉 장인의 손길로 완성된 램프. 기능성에 충실하면서도 단순함의 미학을 지닌 형태와 카시스(cassis)∙푸제르(fougere) 두 컬러의 유리 소재로 이루어져 공간에 놓아두고 감상하고 싶게 만드는 예술적 향연을 선사한다. 불을 켰을 때뿐 아니라 껐을 때도 특유의 매력을 발산한다. ©Studio des Fleurs
앙셀 데르메스 (Ancelle D’Hermès) 세실리에 만즈가 디자인한 암체어. 통나무로 이루어진 탄탄한 프레임과 가죽 시트의 결합을 통해 가벼우면서도 세련된 형태로 완성, 본질에 충실한 디자인을 보여준다. 스칸디나비안 전통을 계승해 견고한 미니멀리즘을 표현한 이 암체어는 건축적이면서 우아한 모습을 선보인다.
파틴 데르메스 (Patine D’Hermès) 스튜디오 에르메스가 디자인한 박스. 돔형 박스는 에르메스의 마구에서 영감을 받았다. 가죽과 브론즈를 매칭해 원초적이면서 가공되지 않은 날것 느낌을 자아내는 소재와 단순한 그래픽적 형태감이 어우러진 것이 특징. 루주 카퓌신(rouge capucine) 컬러의 통가죽 리드가 강렬한 투톤 콘트라스트를 보여준다. 핸드 패티네이티드(hand-patinated) 브론즈에 두 가지 색 에버 컬러 카프스킨 소재를 경첩으로 연결한 리드의 박스는 아름다운 기능미를 담았다. ©Studio des Fleurs
파틴 데르메스 (Patine D’Hermès) 스튜디오 에르메스가 디자인한 박스. 돔형 박스는 에르메스의 마구에서 영감을 받았다. 가죽과 브론즈를 매칭해 원초적이면서 가공되지 않은 날것 느낌을 자아내는 소재와 단순한 그래픽적 형태감이 어우러진 것이 특징. 루주 카퓌신(rouge capucine) 컬러의 통가죽 리드가 강렬한 투톤 콘트라스트를 보여준다. 핸드 패티네이티드(hand-patinated) 브론즈에 두 가지 색 에버 컬러 카프스킨 소재를 경첩으로 연결한 리드의 박스는 아름다운 기능미를 담았다. ©Studio des Fleurs

 

에디터 이정주(jjlee@noblesse.com)
사진 제공 에르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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