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자연 속 현대미술의 정수 - 포를린던 미술관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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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3-06

고요한 자연 속 현대미술의 정수 - 포를린던 미술관

고요함, 침묵, 빛, 예술, 자연이 함께 어우러진 포를린던 미술관

포를린던 미술관. Photo by Pietro Savorelli





아우돌프 가든. Photo by Eric van Lokven





아우돌프 가든. Photo by Eric van Lokven

INTRO
자신의 소장품으로 세계적 미술관을 채우는 것은 모든 컬렉터의 최종 꿈이 아닐까? 글로벌 화학업체 칼딕(Caldic)을 소유한 네덜란드 사업가 요프 판칼덴보르흐(Joop van Caldenborgh)는 전 생애에 걸쳐 데이미언 허스트(Damien Hirst), 트레이시 에민(Tracey Emin), 안젤름 키퍼(Anselm Kiefer), 쿠사마 야요이(Yayoi Kusama), 댄 그레이엄(Dan Graham), 아이웨이웨이(Ai Weiwei) 등 세계적 예술가의 주요 작품을 수집한 안목 높은 컬렉터이기도 하다. 헤이그 외곽에 있는 도시 바세나르의 넓은 부지를 구입한 요프 판칼덴보르흐는 자신이 60년에 걸쳐 축적한 미술 자본을 공익화하고자 2015년 미술관을 설립, 컬렉션을 대중에게 공개했다. 개관 당시 자국을 넘어 전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을 만큼 네덜란드 최대 규모의 사설 컬렉션을 자랑하는 포를린던 미술관을 소개한다.

ARCHITECTURE
심플한 표면에 하얀 지붕을 얹은 포를린던 미술관의 파빌리온은 주변 경관과 어우러지도록 세심하게 디자인했다. 미술관을 세운 부지에는 20세기 초의 기념비적 고택과 함께 초원, 공원, 숲, 사구(언덕이나 둑 형태의 모래언덕) 등이 자리한다. 네덜란드 출신 건축가 디르크 얀 포스텔(Dirk Jan Postel)은 투명성, 공간과 공간의 관계, 시야를 중시하는 디자인으로 알려졌는데, 그가 설계한 포를린던 미술관 역시 빛과 주변 환경의 조화, 건축물의 내·외부 전망을 강조했다. 포를린던 미술관은 관람객이 예술을 감상하는 동안 자신만의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고요하고 사색적인 전시 공간을 제안한다. 주변 환경과 빛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도록 불필요한 장식이나 설치물을 배제하고 자연풍경과 미술관을 수평으로 연결한 건축물은 개방적이면서도 조금 수수께끼 같은 겉모습을 하고 있다. 거대하되 정제된, 날렵하지만 견고한 형태도 미술관의 자랑이지만 특히 지붕을 신경 써서 건축했다. 미술관 전체 표면에 캔틸레버 구조가 돌출된 특수한 지붕은 비스듬히 잘린 11만5000개의 하얀색 튜브 모양 알루미늄 패널로 만들었다. 그 아래 유리 지붕과 벨룸(velum)을 통해 흡수한 채광이 방향을 바꾸어 벽에 부딪히며 네덜란드 해안의 부드러운 조도를 선사하는 빛의 효과는 설립자 요프 판칼덴보르흐의 컬렉션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또한 평행한 벽과 긴 창은 일반적 화이트 큐브의 벽을 탈피해 내부에서 바깥 풍경을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ART - EXHIBITION
포를린던 미술관은 해마다 수준 높은 현대미술 기획전과 소장품 전시를 선보인다. 특히 2016년에 미국의 미니멀 아트 거장 엘즈워스 켈리(Ellsworth Kelly)가 작고한 후 개최한 첫 번째 대규모 회고전 로 세계 미술계에 족적을 남겼다. 뉴욕 현대미술관(MoMA), 휘트니 미술관(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런던 테이트 모던(Tate Modern), 파리 퐁피두 센터(Centre Pompidou) 같은 세계적 미술관, 엘즈워스 켈리 스튜디오와 협력해 작가의 말기 작품과 함께 회화, 드로잉, 콜라주 등 총 80여 점을 망라한 대규모 전시였다. 이후에도 마틴 크리드(Martin Creed), 조너스 우드(Jonas Wood), 쿠사마 야요이, 루이즈 부르주아(Louise Bourgeois), 로드니 그레이엄(Rodney Graham), 앤터니 곰리(Antony Gormley), 서도호 등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동시대 작가의 개인전을 개최해 현대미술 신에서 포를린던 미술관의 위상을 가늠케 한다. 오는 5월 29일까지는 벨기에 출신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리뉘스 판더펠더(Rinus Van de Velde) 전시를 볼 수 있고, 6월부터 10월까지는 20세기 후반 미국 현대 회화를 이끈 작가 앨릭스 카츠(Alex Katz)를, 그 후에는 안젤름 키퍼 등 다양한 작가의 전시를 준비하고 있으니 이곳을 방문할 계획이라면 미리 홈페이지(www.voorlinden.nl)에서 일정을 확인할 것.





제임스 터렐, Skyspace, 2016 Photo by Antoine van Kaam





마우리치오 카텔란, Untitled, 1990 Photo by Antoine van Kaam





리처드 세라, Open Ended, 2007-2008 Photo by Antoine van Kaam

ART - COLLECTION
미술관 소장품과 영구 설치 작품을 포함한 전은 요프 판칼덴보르흐 컬렉션의 정수를 보여준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작품을 선보여 우리에게도 친숙한 아르헨티나 개념미술가 레안드로 에를리치(Leandro Erlich)의 ‘Swimming Pool’은 관람자가 마치 수영장 물속을 걷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현실을 교란하는 설치 작품이다. 전시장 뒤편에선 리처드 세라(Richard Serra)의 강철 조각 ‘Open Ended’를 볼 수 있는데, 거대한 작품 속으로 들어가 거칠고 딱딱한 철을 따라 걸으면 예측을 불허하는 곡선의 미로가 펼쳐진다. 이 외에도 압도적 규모와 디테일로 초현실적 인물 조각을 만드는 론 뮤익(Ron Mueck)의 ‘Couple under an Umbrella’(2013)와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의 미니어처 엘리베이터 작품 ‘Untitled’(1960)도 놓쳐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컬렉션의 하이라이트로 손꼽히는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의 ‘Skyspace’(2016)를 꼭 경험하자. 하늘을 향해 정사각형 창을 내 건축과 예술의 합일을 이룬 공간에서 네덜란드 북해의 푸른 하늘을 감상하며 관조와 사색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미술관을 방문한 날 날씨가 좋지 않아도 걱정할 필요 없다. 그런 날엔 작가가 이 공간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라이트 프로그램을 볼 수 있다.

GARDEN
포를린던 미술관의 또 다른 자랑은 풀과 작은 꽃이 어우러진 수수하고 자연스러운 정원 ‘아우돌프 가든’이다. 미술관 근처에서 네덜란드의 혁신적 조경 디자이너 핏 아우돌프(Piet Oudolf)의 이색적인 정원을 마주할 수 있다. 핏 아우돌프는 자연을 영감의 원천으로 원예와 조경 문화를 새롭게 쓴 네덜란드 정원 문화 운동(The Dutch Wave)의 대표 주자로 뉴욕의 랜드마크인 하이라인과 시카고의 밀레니엄 파크 등 정원 디자인을 예술 작품으로 승화한 공공 디자이너로 유명하다. 그의 정원은 야생 초지의 복잡한 아름다움을 그대로 받아들이되, 여기에 감각적 장치를 탑재하는 데 그 묘미가 있다. 그는 식물과 꽃의 색상이나 질감, 향기를 활용할 뿐 아니라 줄기와 잎, 씨앗 주머니 등 다양한 구조적 측면과 주변 자연 조건 등을 연구해 조화롭게 식재하는데, 특히 계절에 따라 다른 모습과 색상을 보여주는 다년생초를 즐겨 쓴다. 핏 아우돌프는 이른 봄에서 겨울까지 사계절 내내 감상할 수 있는 정원을 구현해냈고, 그 덕에 미술관 주변의 자연 서식지와 어우러져 자연의 순수한 아름다움을 그려낸다.

SCULPTURE PARK
클링엔보스 부지(Clingenbosch Estate)에 조성한 조각 공원에는 솔 르윗(Sol LeWitt), 제프 쿤스(Jeff Koons), 헨리 무어(Henry Moore) 같은 대가의 작품이 60점 이상 자리한다. 북해와 인접한 사유지의 산책로를 따라 숲과 초원, 모래언덕을 거닐며 온몸으로 자연을 받아들이다 보면 얀 파브르(Jan Fabre)의 ‘The Man Who Measures the Clouds’(1998)와 앤터니 곰리의 공공 조각 프로젝트 ‘Angel of the North’(1995)의 원형인 미니어처 조각 등 평소에 쉽게 볼 수 없는 작품을 마주할 수 있다.





솔 르윗, 2×7×7, Aluminum, Lacquer, 429×429×429cm, 1990 © Pictoright Amsterdam 2019

 TRAVEL TIP 
포를린던 미술관은 도심에 있는 여느 미술관과 달리 예술, 건축, 자연의 완벽한 조화를 보여준다. 올해는 밀도 높은 현대미술 컬렉션과 자연에서 누리는 편안한 휴식처를 제공하는 이곳으로 훌쩍 떠나보면 어떨까? 연중 쉬는 날 없이 365일 문을 열어두는 이곳은 언제든 당신을 반길 것이다. 고택에 자리한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음식도 함께 즐길 수 있다. 만일 자연의 한적한 정취와 더불어 예술을 감상할 수 있는 포를린던 미술관을 방문할 예정이라면, 바세나르에서 약 1시간 떨어진 곳에 있는 헤이그에서도 함께 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계획을 짤 것. 몬드리안의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한 곳이자 고흐, 모네, 피카소 등 19세기 모던아트 컬렉션으로 유명한 헤이그 시립미술관(Kunstmuseum den Haag),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포함해 플랑드르 예술가의 다양한 컬렉션을 자랑하는 마우리츠하위스(Mauritshuis)를 묶어 관람하면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운 예술 여행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고시안 런던의 디렉터 마크 프랜시스(Mark Francis)가 포를린던 미술관을 묘사한 말을 덧붙인다. “안목과 자원을 모두 갖춘 곳은 흔치 않다. 모든 측면을 이토록 아름답게 구현한 사례는 매우 드물다.”

 

에디터 백아영(summer@noblesse.com)
오주영(프리랜서)
사진 제공 포를린던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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