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아버지에게' 우국원의 개인전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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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9-02

'아버지가 아버지에게' 우국원의 개인전

완판 기록 행진을 이어나가는 우국원 작가가 자신의 아버지 백초 우재경 화백의 동양화를 오마주했다.

Profile
1976년 서울에서 동양화가 백초 우재경의 아들로 태어났다. 한국에서 서양화를 전공하던 중 2001년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디자인을 전공했다.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약하던 그는 2009년 인사아트센터 전을 비롯해 표갤러리, 갤러리비케이, 롯데잠실갤러리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또 스페이스K, LIG 아트스페이스 등에서 기획한 그룹전에 참여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대학교미술관, 일신문화재단, 코오롱 등 다수 기관과 기업에서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Ugly Duckling, 162.2x130.3cm, Oil on Canvas, 2021
작가의 부친 백초 우재경 화백의 작품.


새 작업실 느낌이 좋습니다. 두 달 전에 옮기셨다고요. 그간 많은 작가를 만났지만, 강남 한복판에 있는 작업실엔 처음 와봅니다. 이곳으로 온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집에서 1분 거리예요. 원래 바(bar)였던 곳인데 조명도 달고 새로 꾸몄죠. 아내가 아이를 가져서 집 근처에 급하게 구했어요. 한데 예전 작업실도 도심에 있었습니다. 저는 작업실 주변 환경에 큰 의미를 두진 않아요. 지금 작업실은 층고가 높아서 마음에 들어요. 다만 200호 크기 작품을 옮길 때 계단 난간에 걸리는 걸 미처 생각하지 못했어요. 차차 해결해야죠.

한 해 60~70점의 작품을 제작하는 다작 작가입니다. 평소 작업 루틴이 궁금해지는데요. 작업할 때 스스로 단절시키는 걸 좋아해요. 대략 5년째 자체 자가 격리 중이라 코로나19 전후로 작업 루틴은 별 차이 없습니다. 보통 밤에 작업합니다. 작업 흐름이 끊기는 일 없이 오롯이 저와 캔버스만 마주하는 시간이죠. 밤새 그림을 그리고 아침에 눈을 붙이는 식입니다.

지난 몇 달 사이 개인전을 열고 단체전, 아트 페어까지 참가하며 바쁘게 지내셨습니다. 선보인 작품 대부분 신작이었고요. 작가마다 스타일은 다르지만, 하반기엔 휴식을 취하셔도 됐을 텐데 온몸을 내던져 작업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천성이 게으르다 보니 계기가 없으면 잘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일을 만드는 편이에요. 일종의 동기부여랄까요. 쉴 새 없이 작업하는 데는 아버지인 백초 우재경 화백의 영향도 큽니다. 아버지가 매일 수련하듯 작업하시는 모습을 보며 자랐어요. 응당 그렇게 작업해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였고요. 세상에 완성된 작가는 없는 것 같습니다. 하루하루 작업하며 발전할 뿐이죠. 현재 제작 중인 작품도 크게 보면 연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작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1년에 100점 그리는 게 목표인데, 쉽지 않네요.

많은 작품을 제작하는데도 서로 비슷한 게 없어요. 작가님의 회화 작업은 제각기 다른 스토리를 담고 있는데, 마르지 않는 영감의 원천이 궁금합니다. 대다수 작가가 그러하듯 일상에서 아이디어를 얻습니다. 또 1년에 한 번 떠나는 여행에서 영감을 얻는데, 코로나19로 못 가다 보니 인풋이 줄긴 했습니다. 어릴 적 종교 문화에 관심이 많아 관련 서적을 탐독한 것도 작업에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래서 예전 작품은 철학적이고 무거운 메시지를 담은 것이 많고요. 하지만 몇 년 사이 작업에서 조금씩 진지함을 덜어내고 있어요. 40대에 접어들며 심오함을 찾던 20~30대의 제가 오히려 어린아이처럼 느껴졌달까요? 과거의 얕음을 인지하고 한층 솔직하게 작업에 임하는 것 같습니다.

동화나 애니메이션을 많이 본다고 대답하실 줄 알았어요. 작가님 작품에선 어른 동화가 연상되는 등 순수한 도상이 먼저 눈에 들어오니까요. 고등학교 이후 만화를 많이 보지는 않았어요. 그전에는 엄청 좋아했죠. 미국이나 일본 문화를 동경하던 세대여서 그런지 유독 강렬한 기억으로 남은 것 같아요. 동화 같은 스타일로 작업하는 건 귀엽고 편안한 걸 좋아하는 마음이 어른이나 아이나 똑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어른의 경우 책임질 게 많으니 그런 것을 즐기는 데 제한이 생겼을 뿐이죠. 동화나 애니메이션은 어린이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나이 들었을 때 새롭게 느끼는 점이 많아요. 이런 맥락으로 제 작업이 사람들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누군가의 인생 한 귀퉁이를 장식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





Zhangjiajie, 162.2x130.3cm, Oil on canvas, 2021
작가의 부친 백초 우재경 화백의 작품


도상도 도상이지만 정전기가 일어난 듯한 독특한 질감은 작가님만의 시그너처 스타일입니다. 어떻게 이런 효과를 내나요? 긁어내는 겁니다. 도구가 딱히 정해져 있지는 않아요. 손으로도 많이 하는데 세밀한 터치는 뾰족한 물체가 필요합니다. 이를테면 연필 같은. 작업실에 물감이 잔뜩 묻은 연필이 쌓인 것도 그래서죠. 예전에는 물감을 조금씩 올리는 방식으로 작업했는데, 2~3년 전부터 물감을 두껍게 올리고 덜어내는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작업 시간이 절약되고 원하는 효과도 잘 나와요.

작품이 돋보이는 데 삐뚤삐뚤한 텍스트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유심히 보지 않고는 못 읽겠더라고요. 물론 이는 의도하신 거겠죠? 왜 텍스트를 넣는지도 묻고 싶습니다. 사실 전 글씨를 잘 쓰는 편입니다.(웃음) 어떤 글씨든 모사할 수 있는데, 반대로 사람들이 흉내 내지 못하는 걸 만들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 같아요. 작품에 텍스트를 넣게 된 이유는, 글쎄요… 어릴 적 아버지 덕에 동양화를 많이 봐서 그런 것일 수도 있죠. 텍스트는 디자인적 요소이기도 합니다. 전체적인 레이아웃의 밸런스를 잡아줘요. 또 개인적으로 메시지를 전한다는 만족감을 주지만, 제 의도대로 작품을 바라볼 필요는 없기에 가독성을 따지지는 않습니다. 그보다는 작품을 보고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어보길 바랍니다.

한데 텍스트는 꼭 영어여야 하나요? 한글로 써도 멋질 것 같습니다. 10년 넘게 고민 중입니다. 2008년 첫 개인전 때 선보인 작품에서 ‘애니’라는 단어를 한글로 적은 적이 있습니다. 꽤 만족스러웠는데, 받침이 없어서 가능했던 거예요. 받침이 딜레마입니다. 적절한 방법만 찾는다면 한글을 쓰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디자인적 요소를 고민하는 데에는 작가님이 과거 디자인을 전공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일본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도 활동하셨는데, 이때 경험은 현재 작업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과거 디자이너로서 크게 성공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는데 그렇지는 않습니다. 평범한 회사원이었어요. 돌이켜보면 그때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게 후회되기도 합니다. 재능만 믿고 교만했죠. 무언가 뜻대로 안 되는 이유를 정당화하기 위해 종교와 철학 서적을 뒤적였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다 한번 심리적으로 바닥을 쳤고, 정말 원하고 또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처절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거쳤습니다. 답은 미술이었어요. 아버지에게 미술가의 삶을 살겠다고 했더니 목숨을 걸어야 한다고 말씀하더군요. 그런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작업을 이어갈수록 미술에 평생을 바친 아버지를 존경하게 됩니다.

이번 개인전 제목 ‘I’m Your Father’에서도 그런 마음이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오래전부터 아버지와 무언가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릴 땐 무뚝뚝한 성격의 아버지가 어렵기만 했는데 시간이 지나며 작가로서, 자식으로서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었거든요. 좋은 기회를 찾던 중 노블레스 컬렉션 전시가 트리거가 됐습니다. 공교롭게도 전시를 결정짓고 제가 아버지가 된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그래서 운명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전시에선 기존에 선보인 것과는 조금 다른, 아버지 작품을 오마주한 신작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아버지의 작품 세계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단순히 따라 그리기보다는 도상을 무너뜨리지 않은 선에서 저만의 특징을 녹여내는 방식으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하나의 시리즈로 이어지지 않을까 싶어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I’m Your Father]전 이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혹시 새롭게 염두에 두고 있는 작업이 있나요? 스케일이 큰 작업을 좋아해요. 사이즈가 주는 압도감이 있거든요. 아, 물론 회화에 설치 작업까지 포함입니다. 아버지가 사각 프레임 안에서 자기 자신과 싸워 승부를 내는 페인터(painter)라면, 저는 아름답고 에너지 넘치는 무언가를 보여주고 싶은 욕망이 강한 아티스트(artist)에 가까운 것 같아요. 항상 새로운 시도를 꿈꿉니다. 한데, 큰 작업을 하려면 작업실 계단 난간부터 해결해야겠네요.(웃음)



 전시기간  노블레스 컬렉션 9/1~30





Bird, 100.0x80.3cm, Oil on Canvas, 2021
Where is my mom, 90.9x72.7cm, Oil on canvas, 2021
OK, 100.0x80.3cm, Oil on Canvas, 2021

 

에디터 황제웅(jewoong@noblesse.com)
사진 안지섭(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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