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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28

여백의 형상

노블레스 컬렉션에서 캐스퍼 강 작가 개인전이 열린다.

별 261, 187×128cm, Ottchil, Polygonum Indigo Dyed Hanji by Jangjibang & Pigment Dyed Hanji on Linen Hemp, 2023.

한국계 캐나다인 2세로, 건축을 전공한 후 2004년 한국으로 이주해 아티스트로 계속 활동하고 있는 캐스퍼 강. 그에게 한국은 모국이지만 낯선 타국에 가까웠다. 작가의 초기 작품은 이방인의 흥미 어린 시각으로 민화를 건축적으로 재해석한 구상 페인팅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덧없이 빠르게 변화하는 한국 사회를 경험한 그는 한국 문화에 대한 흥미보다는 무언의 상실감을 마주한다. 이러한 변화는 작품에도 그대로 드러나는데, 초기 민화 페인팅에 한지를 덮어 가림으로써 직관적 형상을 비워내고 지금의 추상 작업으로 전개되었다.
한국 전통 소재 한지로 캔버스를 덮는 행위를 통해 그는 한지를 작품의 메인 소재로 발전시켰다. 이는 자신의 뿌리인 한국 문화 계승에 대한 의지이기도 하다. 한지를 태운 조각을 캔버스에 부착하거나 겹겹이 쌓은 한지 틈을 갈라 반전된 색상을 노출시키는 등 한지의 물성을 해체하는 행위는 캐스퍼 강의 아이덴티티를 가장 잘 드러내는 작업 방식이다. 그의 전통 소재에 대한 탐구는 자개·닥나무 죽·돌 등 천연 소재로 확장되었고, 이를 콘크리트·체인 같은 인공 재료와 결합해 충돌 및 조화를 반복하는 전통과 모더니티의 앙상블을 보여준다. 이는 탄생, 변화, 소멸 그리고 재탄생을 반복하는 ‘문화’를 바라보는 그의 관념을 나타낸다.





별 301, 25×25cm, Ottchil, Pigment Dyed Hanji & Persimmon Dyed Hanji by Deokchi Traditional Hanji on Linen Hemp, 2023.

이번 전시에서 노블레스 컬렉션의 전시 공간은 캐스퍼 강 작품의 일부로, 무지의 흰 바람벽이 아닌 그의 관념을 담아내는 또 다른 캔버스다. 그는 노블레스 컬렉션 전시 공간의 돌 바닥 면과 에폭시 바닥 면의 질감 차이, 높낮이가 다양한 층고 등 전시 공간의 특징적 건축 요소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평면 작업 앞에 놓인 입체 콘크리트 벽돌과 그 사이에서 새어 나오는 가느다란 빛, 옻칠한 한지가 나부끼며 일으키는 공기의 미세한 움직임 그리고 적막을 괴는 짙은 돌. 작가가 공간에 그려내는 여백은 예민하게 설계된 결과물이다. 감각을 단순화하고 작가가 그린 여백에 집중하다 보면 시선의 방향에 따라 매번 새로운 장면이 탄생한다. 공간에 풀어낸 내면의 충돌과 모순적 소재의 향연은 우리를 그의 고요하고 섬세한 세계로 안내한다.









별 260, 137×137cm, Pigment Dyed Hanji, Ottchil Hanji by Jangjibang & Hanji(Mulberry Pulp Panel) by Andong Hanji on Linen Hemp, 2023.

 

에디터 조인정(노블레스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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