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의 새로운 문화공간, 훔볼트 포룸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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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5-19

베를린의 새로운 문화공간, 훔볼트 포룸

독일의 역사가 압축된 공간, 홈볼트 포룸. 과거와 동시대 예술의 다양성을 담아낼 새로운 문화공간.

바로크 양식으로 꾸민 훔볼트 포룸. Photo by Alexander Schippel ⓒ SHF





훔볼트 포룸 외부 전경. 바로크 시대와 현대의 분위기가 공존한다. ⓒ SHF / Giuliani von Giese

21세기 독일의 최장기 문화 프로젝트이자 유럽에서 가장 규모가 큰 문화 사업으로 기대를 모은 베를린의 훔볼트 포룸(Humboldt Forum)이 지난해 12월 온라인 프리뷰에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2003년 독일 연방의회는 통일 이후 방치된 구동독의 공화국 궁을 철거하고, 15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그 자리에 있던 베를린 궁(Berlin Palace)을 재건해 다채로운 문화 행사와 예술 전시, 학문 연구가 어우러지는 복합 문화 공간 훔볼트 포룸을 운영하기로 했다.

훔볼트 포룸 재단과 4개 기관(독일 프로이센 문화유산재단, 베를린 훔볼트 대학교, 베를린 시립박물관, 베를린 컬처 프로젝트)이 파트너십을 체결해 이 기념비적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베를린 국립민속박물관과 동아시아박물관이 훔볼트 포룸으로 이전했는데, 과거 식민주의와 제국주의 아래 독일이 저지른 만행을 반성하고 그 유산을 둘러싼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는 개방형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훔볼트 포룸 총디렉터 하르트무트 도르겔로(Hartmut Dorgerloh)는 “다양한 목소리는 훔볼트 포룸이 보여주는 모든 것을 완성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언제든 영화, 연극, 무용, 미술 등 여러 장르의 예술가와 협업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다채로운 주제와 표현을 지향하는 공간의 성격을 강조했다.

베를린 궁과 공화국 궁이 있었던 훔볼트 포룸에는 프로이센왕국부터 독일제국, 바이마르공화국, 나치, 분단과 통일,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다사다난한 독일의 역사가 압축되어 있다. 이를 고려해 이탈리아 건축가 프란코 스텔라(Franco Stella)는 바로크 양식의 베를린 궁을 복원하면서도 현대식 건축 기법을 적용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을 만들었다. 그는 훔볼트 포룸을 하나의 ‘성’으로 인식했다. 광장 역할을 하는 3개의 안뜰과 성문 같은 6개의 정문을 만들어 훔볼트 포룸과 도시, 즉 안과 밖을 연결했다. “건축적 관점에서 궁전과 광장의 개념은 옛것과 새것의 균형 잡힌 결합을 가능하게 한다.” 프란코 스텔라의 말이다. 과거와 현재의 연결이라는 설계 컨셉은 직사각형 건물 4면을 감싼 외벽에서도 잘 드러난다. 남쪽과 북쪽, 서쪽 외벽에선 색상부터 재료, 건축구조까지 바로크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반면 동쪽 외벽은 대형 유리창으로 구성해 현대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또 광장과 외벽에 설치한 2800여 개의 조각상은 전통적 몰딩 기법과 3D 프린트 기술을 혼합해 제작한 것이다.





하우와 노즘의 벽화 작품 ‘Thinking the World’.
Photo by Stephan Kliotz ⓒ Kulturprojekte Berlin und Stiftung Stadtmuseum Berlin





<베를린 글로벌> 전시를 준비 중인 아트 컬렉티브 테이프 댓(Tape That).
Photo by Oana Popa-Costea ⓒ Tape That Collective I Kulturprojekte Berlin und Stiftung Stadtmuseum Berlin





강선구 작가의 조각 작품 ‘Statue of Limitations’.
Photo by David von Becker ⓒ Kang Sunkoo / SHF

훔볼트 포룸은 전시 프로그램을 통해 과거와 동시대를 아우르는 것은 물론, 장르와 주제의 경계를 뛰어넘는 예술의 다양성을 보여줄 계획이다. 베를린 시립박물관과 베를린 컬처 프로젝트가 공동 기획한 <베를린 글로벌(Berlin Global)>이 대표적 사례가 될 것. 과거·현재·미래의 타임라인 위에서 베를린과 세계의 연관성을 살피는 전시다. 혁명, 자유 지대, 경계, 엔터테인먼트, 전쟁, 패션, 상호 접속이라는 7개의 세부 주제로 나뉘는 이 전시는 쌍둥이 형제 하우와 노즘(How and Nosm)의 벽화 작품 ‘Thinking the World’로 시작한다. 스프레이 페인트와 테이프로 도포한 벽은 멀리서 보면 아름답지만 세부적으로는 독일의 식민주의, 예술품 약탈, 환경오염 등 베를린과 세계가 연결되는 구체적 사건을 비판적 견해로 그려낸 것이다. 한편, 필리프 메츠(Philip Kojo Metz)는 설치 작품 ‘SORRYFORNOTHING’으로 식민지 전쟁과 그 희생자에 대한 대중과 역사의 인식 격차를 지적하고 비판적 사고를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의 흥미로운 지점은 물리적 작품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무언가 들어 있을 것 같은 상자가 전시 공간에 운반되고 이것을 풀어내는 과정 자체가 작품인 작품으로, 관람객의 기대감을 무너뜨리는 현대미술의 발칙함이 돋보인다.

전시장 외에도 훔볼트 포룸 곳곳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중앙 계단 홀에 놓인 강선구 작가의 ‘Statue of Limitations’는 유럽과 아프리카 식민주의 역사를 환기하는 조각 작품이다. 훔볼트 포룸의 가장 큰 안뜰인 슐테어 광장에선 매일 저녁 영화감독 차라 찬디(Zara Zandieh)와 레모항 예레미야 모세스(Lemohang Jeremiah Mosese),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주쿠크 운트 브라트부르스트(Sucuk und Bratwurst)의 영상 작품을 상영할 예정. 밤낮없이 문화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훔볼트 포룸은 베를린의 새로운 랜드마크, 유럽을 대표하는 대형 문화 기관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올봄 오프라인 개관 소식을 기다려보자.

 

에디터 황재웅(jewoong@noblesse.com)
이정훈(미술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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