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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2-04

소소하지 않은 만남

서울 갤러리의 VIP 공간에서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이벤트.

VIP와 다양한 만남을 이어온 박여숙화랑의 공간.

코로나19가 사회, 경제뿐 아니라 미술계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 세계적 바이러스 감염 확산으로 잠시 문을 닫기도 한 갤러리는 이제 예약제를 통한 전시 관람, 오프라인 전시장을 넘어 온라인을 통한 만남 등 다양한 변화를 꾀하고 있다. 한 예로 매년 가을 관람객으로 전시장을 가득 메우던 한국국제아트페어(KIAF)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오프라인 행사를 취소하고 대신 온라인 전시(온라인 뷰잉룸)를 진행했다. 언택트 흐름에 발맞춰 비대면으로 작품을 감상하고 거래가 이뤄지는 것은 필수불가결한 일이지만, 여전히 갤러리의 VIP 룸과 VIP를 위한 세컨드 하우스에서는 오프닝 파티나 디너, 음악 리뷰 등 작품과 함께하는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고 있다. 지금 서울의 갤러리에서는 VIP와 어떤 교류를 하고 있을까?





전통의 멋과 맛을 함께 느낄 수 있었던 <복날은 간다 미식전>.

서울 남산 자락 이태원에 위치한 박여숙화랑은 1983년 개관한 이래 한국적 아름다움을 국내외에 알리는 데 앞장서왔다. VIP와의 소통을 위해 갤러리 내부에 특별한 공간을 마련했는데, 다실에서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공예품 전시실 ‘수수덤덤’ 한편에 오픈 키친을 마련해 디너파티를 여는 등 VIP와의 다양한 만남을 이어왔다. 지난 7~8월에는 10일 동안 전통 공예품과 그릇의 아름다움에 더해 전통 음식의 맛을 나누는 <복날은 간다 미식전>을 열었는데, 도예가 이헌정과 이세용, 이택수, 옹기장 허진규의 작품을 감상하고 이바지 음식 명인인 김정자 반가원 대표의 정육포와 민어전을 비롯해 11코스 요리를 즐길 수 있었다. 동양적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예스러운 다실은 마룻바닥에 기다란 나무 테이블을 배치해 편안히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기에 제격이다. 도예가 권대섭의 다완과 백자로 한편을 장식하고 윤형근, 빌 베클리의 작품도 곳곳에 배치해 기품 어린 공간을 완성했다.









더페이지갤러리의 전에서 선보인 장 프루베의 임시 주택.

서울시 성동구에 2009년 문을 연 더페이지갤러리는 이후 동시대 현대미술을 소개해왔다. 이곳에도 작품과 어울리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공간, 예술과 디자인 등 인문학적 지식을 나누는 문화 공간 등 다양한 컨셉의 VIP 룸이 있다. 클래식, 재즈, 가요 등의 음악을 듣는 ‘음악 리뷰’를 비롯해 다양한 VIP 이벤트를 진행해온 더페이지갤러리는 지난 10월 개막한 전시 과 연계해 11~12월 소규모 디너 행사를 연다. 전시는 4개의 방에서 장 프루베, 웬들 캐슬, 미샤 칸, 도널드 저드, 스티븐 해링턴 등의 작품을 선보여 마치 여행을 떠나듯 정서적 자극과 치유를 경험할 수 있게 했다. 특히 프랑스 건축가 장 프루베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 로렌과 프랑슈콩테 지역의 전쟁 피해자를 위해 디자인한 임시 주택을 전시하는데, 그가 디자인한 집을 바라보며 웬들 캐슬의 테이블에서 식사할 수 있다. 우리 음식 연구가 이종국이 조선시대 민화를 모티브 삼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한식 코스 요리를 맛보며 전시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또 장 프루베의 집 안에서 그가 디자인한 테이블에 앉아 작품에 대한 담소를 즐기는 주말 브런치 이벤트도 진행한다. 이은주 디렉터는 “다양한 이벤트로 좋은 작품의 가치를 오롯이 느낄 수 있도록 소통의 채널을 넓혀가는 데 만남의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1940년대에 제작한 장 프루베의 작품은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요. 장 프루베 디자인의 집합체인 그가 지은 하우스를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공간에 머물며 직접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갤러리소소의 프라이빗 갤러리 소소헌.





갤러리소소에서 열린 <흰>전의 오프닝 파티.

갤러리가 VIP를 만나는 가장 흔한 방식 중 하나는 다과를 즐기며 작품을 감상하는 전시 오프닝 파티다. 헤이리예술마을에 자리한 갤러리소소는 갤러리 옆 키 큰 나무들 사이에 단층 나무집으로 지은 프라이빗 공간 소소헌과 연계해 오프닝 파티를 연다. 소소헌은 갤러리소소가 2012년 문을 연 프라이빗 갤러리로 ‘숲속의 집’을 컨셉으로 꾸며 작품 전시, 소규모 와인 파티, 오프닝 파티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해왔다. 지난 9월 26일부터 10월 4일까지 갤러리소소에서 열린 <흰>전은 한강의 소설 <흰>을 읽고 느낀 감정을 미술, 무용, 음악, 연극이라는 장르를 통해 선보인 전시로 무용수 강은나, 첼리스트 강찬욱, 배우 김예은, 화가 류장복이 참여했다. 4명의 예술가는 1박2일 동안 소소헌에 모여 전시의 방향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으며, 오프닝 파티도 이곳에서 열렸다. 지난 10월 열린 윤상렬 작가의 전시 <조금 낮게 조금 높게>의 오프닝 파티도 마찬가지. 윤상렬 작가와 VIP 컬렉터 등을 초대해 작가의 신작을 소개하고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시간을 마련했다. 갤러리소소의 금혜원 대표는 “소소헌이라는 공간에 여유롭게 머물며 작품과 작가, 예술에 관해 깊은 소통을 할 수 있어 좋습니다. 또 소속 작가의 작품을 다양하게 보여줌으로써 갤러리의 정체성을 전할 수 있는 점도 뜻깊다 싶어요”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여전히 조심스러운 분위기지만, 갤러리는 다양한 방식으로 VIP와 만나며 꾸준히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팬데믹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만남을 이어갈지 심적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아마도 VIP와 예술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공유할 수 있는 자리의 다면적 확장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에디터 황재웅(jewoong@noblesse.com)
최윤정(프리랜서)
사진 제공 박여숙화랑, 더페이지갤러리, 갤러리소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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