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박민준이 하고 싶은 이야기 - 노블레스닷컴

Latest News

    FEATURE
  • 2020-12-07

작가 박민준이 하고 싶은 이야기

전시 '두 개의 깃발'을 통해 그는 '가장 인간적인 이야기'를 말한다.

Flora, 2020





전시를 무려 한 달이나 앞두고 인터뷰를 진행하며 이번 전시에 출품할 작품 몇 점을 미리 살펴볼 수 있었다. 그동안 공개한 대형 유화 작품으로 작가를 기억하고 있던 에디터에게 그날 만난 작품은 살짝 힘을 뺀 듯한 느낌.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전시의 메인 작품은 모두 ‘드로잉’이다. “유화는 제게 익숙한 매체예요. 동시에 아주 고된 재료이기도 합니다. 드로잉은 유화만큼 익숙하진 않지만 자유로움이 느껴져 심적으로 아주 편안하게 작업할 수 있습니다.” 드로잉이라는 매체 자체에서 느껴지는 넉넉함은 작가의 평온한 심리 상태와 맞아떨어지며 보랏빛과 에메랄드빛으로 뒤덮인 전시장에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이번 전시와 함께 발간한 단편 소설집 <두 개의 깃발>.





신념의 탑, 2020





영원의 탑, 2020





작가는 이번에 가장 인간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한다. 전시명 ‘두 개의 깃발’에 그런 그의 의도가 함축적으로 담겼다. ‘2’는 작가에게 가장 인간적인 숫자. 우리 인생을 단순하게 바라보면 남자와 여자, 삶과 죽음, 음과 양 등 서로 대칭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삶을 총체적으로 가로지르는 본인의 사유를 두 깃발에 빗대어 표현했다. 그렇기 때문에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작품이 바로 거대한 깃발 2개다. 이를 출발점 삼아 전시장 안쪽으로 걸음을 옮기면 정중앙에 놓인 수조를 볼 수 있다. 작가는 이 수조와 함께 조각상 2점을 설치했는데, 여기서 재밌는 부분은 작가가 직접 유토로 먼저 모양을 빚고 3D 렌더링을 거쳐 프린터로 만든 그야말로 가장 ‘현대적인 방식’으로 조각한 조각상이라는 점이다. 회화 작가가 조각까지 섭렵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질문에 박민준 작가는 “결국 어떤 사물을 잘 보고 그릴 수 있다면 입체적으로 만드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고 답했다. 한 작가가 다양한 매체의 작업 스킬을 모두 아우르긴 쉽지 않다. 그런데 글이나 그림 혹은 조각까지, 그것이 무엇이든 어떤 것을 만드는 데에 박민준 작가는 천부적 재능을 타고났다.
그런데도 작가는 신중하다.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예술가의 창의성이나 그들이 제시하는 세상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비롯해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기술 등을 가치 있다고 평가하지만, 예술가는 경제활동 최전선에 있는 이들이 아니다. 그래서 작가는 늘 외줄타기를 하는 마음으로 작업에 임한다. 경제활동과 예술, 그 사이에서 어느 한쪽으로 지나치게 생각이 기울면 결국 발전할 수 없다. 그는 끊임없이 자신의 현 위치를 점검하고 예술가의 본분을 자각하는데, 이러한 면모가 그가 선보이는 작품 하나하나는 물론 전시에도 고스란히 담긴다.
박민준 작가가 전시를 열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점은 바로 ‘공감’. 작품을 통해 그는 하나의 분명한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꼭 그의 입장이 되어 들으려 할 필요는 없다. 우리 눈으로 본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바로 그가 원하는 작품을 감상하는 태도일 테니 말이다.

 

에디터 정송(song@noblesse.com)
사진 김태화, 이시우

관련 기사

페이지 처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