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한 바텐더, 박성현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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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8-07

겸손한 바텐더, 박성현

하드 셰이크' 기술로 정평이 난 박성현 바텐더를 만났다.

IPA 익스페리먼트를 기주로 한 킹스 밸리를 만들고 있는 박성현 바텐더.

텐더(tender)라는 말을 처음 알게 된 순간을 기억한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Love Me Tender’라는 곡인데, 그는 단어의 뉘앙스를 전달할 요량인 듯 한껏 상냥하고, 다정하고, 애정 어린 목소리로 노래했다. 종로구 내자동 골목 깊숙한 곳에 자리한 바, 텐더.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오래된 치킨집과 식당을 지나 텐더로 향하는 길에 문득 엘비스의 목소리를 통해 ‘tender’라는 발음을 복기하던 순간이 겹쳐졌다. 긴자의 바 ‘텐더’의 이름을 계승한 서울 텐더의 금색 간판을 확인하고 묵직한 나무 문을 열면 방금 전 풍경은 금세 잊힌다. 새하얗고 빳빳한 슈트를 단정하게 차려입은 바텐더는 ‘클래식’의 기운을 온몸으로 뿜어내며 손님을 맞는다. 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바텐더 우에다 카즈오(Uyeda Kazuo)라는 이름이 익숙할 것이다. 하드 셰이크(셰이커를 45도로 기울여 얼음을 360도로 회전하는 기술. 맹렬한 움직임을 통해 무수한 기포를 생성해 알코올의 불쾌함은 낮추고 향미를 풍부하게 하는 테크닉이다) 창시자이자 일본 바텐더를 세계적 레벨로 끌어올린 인물이다. 우에다 카즈오는 한국인 제자 양광진에게 유일하게 동명의 바를 운영할 수 있도록 허락했고, 서울 텐더는 4년 전 그렇게 탄생했다. 밤이면 텐더의 불빛이 유일하던 후미진 골목에 그 뒤로 몇몇 바가 연이어 오픈했다. “저희는 어디에나 있는 칵테일을 만듭니다. 뻔한 것을 뻔하지 않게 만들려고 노력하지요.” 양광진을 사사해 2년 동안 텐더를 지키고 있는 바텐더 박성현은 원래 음악인이었다. 오랫동안 음악 입시를 준비하다 칵테일에 매료되어 바를 오픈할 생각에 텐더에 당도했지만, 처음부터 오래 머물 생각은 없었다. ‘3개월이면 되겠지’ 하는 마음이었다. “이곳에서 마티니를 마시고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어요. ‘그동안 숱하게 마신 마티니는 뭐였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불쾌하다 싶을 정도로 알코올 향이 센 마티니를 즐길 줄 모르면 촌스러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곳에서 마신 마티니는 완전히 달랐어요. 멍한 표정을 짓는 제게 점장님이 ‘이게 진짜 마티니예요’라고 말해주더군요.” 함께 바를 오픈하기로 한 친구들에게 아직은 때가 아니라며 양해를 구한 뒤 이곳에 머물기로 했다. “텐더는 오로지 테크닉으로 승부하는 바예요. 클래식 칵테일은 세계 어디서나 같은 재료를 사용하니까 테크닉에 의존해 뻔한 것을 뻔하지 않게 만들 수밖에 없죠.” 왼쪽으로 몸을 돌려 셰이커를 잡고 위로, 정면으로, 아래로 단계를 나누어 셰이커를 돌리듯 흔드는 기술만 봐서는 쉽사리 알 수 없지만, 셰이커를 위아래로 흔들 때와 달리 ‘45도’로 쥐고 흔드는 하드 셰이크 기술은 충격이 덜해 얼음이 깨지지 않고 곡면을 타고 부드럽게 회전한다. 이 과정에서 생겨나는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무수한 기포는 알코올의 불쾌한 향과 독한 맛을 부드럽게 덮는 동시에 잠자던 향미를 꽃 피우듯 만발하게 한다. 셰이커 안에서 맹렬한 움직임을 타고 나온 액체는 파도를 탄 서퍼처럼 미끄럽게 잔으로 스며든다.






1 IPA 익스페리먼트로 변주한 킹스 밸리 칵테일. 2 박성현이 ‘바운스’를 부르는 조용필 같은 인상을 받았다는 글렌피딕의 IPA 익스페리먼트.

“우에다 카즈오 오리지널 칵테일인 킹스 밸리예요. 원래는 블렌디드 위스키를 기주로 만드는데, 글렌피딕 익스페리멘탈 시리즈 중 IPA 익스페리먼트로 변주를 했어요. 프로젝트 XX, 파이어 앤 케인 등 다른 제품도 잘 어울릴 것 같았지만, IPA 익스페리먼트는 홉 향을 가득 머금어 여름에 더욱 걸맞을 것 같았거든요. 글렌피딕의 ‘글렌’이 계곡이라는 뜻이라, 킹스 밸리랑 잘 어울릴 것도 같았고요.” 그 옆에서 오묘한 푸른빛 액체가 담긴 잔이 사파이어처럼 빛나고 있었다. “글렌피딕은 싱글 몰트의 선구자라는 점에서 위스키업계의 바흐 같다고 생각해요. 싱글 몰트만으로 승부하는 최초의 브랜드고, ‘바흐가 평균율을 만들듯 기준을 만들었는데도 이렇게까지 노력할 필요가 있을까?’라고 느낄 정도로 도전 역시 멈추지 않죠. 이번 익스페리멘탈 시리즈를 만나고는 가수 조용필을 떠올렸어요.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부르는 독보적 보컬인 동시에 펑키한 ‘바운스’라는 곡도 소화할 줄 아는 뮤지션.” 베이스를 켜는 점장 양광진, 보컬인 바텐더 박성현. 음악을 연주하는 밴드처럼 그들의 합은 남달라 보였다. 양광진이 뿌듯한 얼굴로 한마디 거들었다. “음악이 그렇듯 무엇이든 ‘끝이 없다’는 것을 이해한다는 점에서 박성현 바텐더와 잘 통해요. 잘한다고 스스로 깨닫는 순간이 있는데, 거기서 멈추지 않고 더 해야 한다는 것을 성현 씨는 이해하는 것 같아요. 여기가 끝이 아니라는 사실을요. 텐더에서 여러 바텐더에게 하드 셰이크를 알려주었는데, 제대로 구현해낸 건 성현 씨가 유일해요.” 순간, 얼마 전 읽은 앤드루 포터의 소설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속 문장이 떠올랐다. “뭔가를 이해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모든 발견의 기회를 없애버리게 되니까요.” 언젠가 우에다 카즈오는 드립 커피를 가르치는 수업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다. “왜 당신이 만든 커피 맛은 다른가?”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마음을 담기 때문이다.” 이때가 우에다 자신이 지금껏 해온 셰이킹에 대해 다시금 질문하고 의심하는 계기가 되었고, 결국 셰이킹 기술은 맛있는 칵테일을 완성하기 위한 이정표의 하나임을 깨달았다. 하드 셰이크는 기술을 위한 기술이 아니라, 맛있는 칵테일로 손님의 하루 끝을 어루만지겠다는 사려 깊은 배려에서 탄생한 것. “지금 하고 있는 것이 타당한가 항상 질문하라.” 우에다 카즈오는 제자들에게 늘 이렇게 말한다. 우에다 카즈오에서 양광진에게로, 그리고 양광진에서 박성현에게로. 스승의 깊은 의중을 이해하고자 하는 겸손한 바텐더 박성현은 오늘도 골목 끝에 자리한 바에서 가르침에 따라 성실히 칵테일을 만든다. ‘상냥하고, 다정하고, 애정 어린’이란 뜻을 지닌 텐더라는 이름처럼.



Promotion
텐더에서는 8월 한 달 동안 특별히 글렌피딕 익스페리멘탈 시리즈 중 IPA 익스페리먼트로 만든 킹스 밸리를 판매한다. 텐더의 오리지널 칵테일의 즐거운 변주를 만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ADD 서울시 종로구 사직로12길 17 INQUIRY 02-733-8343

 

에디터 전희란(ran@noblesse.com)
사진 김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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