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베니, 장인 장덕수를 만나다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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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7-03

발베니, 장인 장덕수를 만나다

발베니와 40년째 앰프를 만들어온 장인 장덕수의 만남.

“아버지가 사용하던 앰프를 고쳐서 쓰려고 합니다. 혹시 수리가 될까요?” 네이버 카페에 글 하나가 올라왔다. 어린 시절 오디오 마니아인 아버지와 함께 음악을 듣던 아들은 추억을 곱씹으며 20년 전 앰프 제작자를 다시 찾았다. “당연히 수리가 될 겁니다”라는 댓글이 달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무사히 수리를 마쳤다는 의뢰자의 댓글이 올라왔다. 장덕수 오디오의 모노모노 파워프리앰프 GMA. 영국산 하이엔드 오디오 하베스 스피커와 매칭이 좋다(앰프가 스피커의 기량을 최선으로 만들어 좋은 소리를 내게 할 때 ‘매칭이 좋다’고 말한다)는 소문에 당시 오디오 전문지에 소개될 만큼 인기가 많은 제품이다. 앰프 제작자 ‘장덕수 오디오’의 장덕수는 그 고객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IMF 외환 위기 때 찾아온 손님이었어요. 그 집에 직접 설치하러 간 기억, 심지어 고객 이름까지 기억이 납니다. 그때 꼬마였던 아들도 굉장한 음악 마니아로 성장했더군요. 카 오디오에 투자도 많이 했다는데, 그 시절 사운드가 그리웠나 봐요. 어릴 때 듣던 음악이 취향을 형성하곤 하니까요.” 오디오 제작과 수리 경력 40년,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 ‘장덕수 오디오’를 런칭한 지 올해로 27년째인 장덕수는 긴 세월 동안 조금씩 성장했다. “좋은 소리를 내려면 계속 공부해야 해요. 단순히 조립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니까요. 소재나 소리, 음, 회로, 기구적 울림과 결합, 부품뿐 아니라 기구 구조 등 여러 복잡한 요소를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죠. 선 하나만 바꿔도, 여기에 은박지 하나만 씌워도 전혀 달라요. 미세한 요소가 소리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 들어보면서 검증하는 시간이 필요해요.”






세월의 흔적이 묻은 오디오와 잘 어우러지는 발베니 17년.

저가형 앰프로 시작해 이제는 하이엔드 앰프 제작자로 자리 잡은 그는 스스로 “처음에는 ‘수준’이었다면 그다음은 ‘차원’, 지금은 ‘경지’에 이르는 중”이라고 말했다. 나인 투 식스로 일하지만 주문받은 앰프를 제작하는 시간보다 새로운 것을 구상하는 데 더 많은 공을 들이고, 퇴근 후에도 음악을 들으며 연구를 멈추지 않는다. 최상위 하이엔드 라인인 최신작 ‘인생 앰프’는 처음 구상부터 세상에 내놓기까지 10년이 걸렸다. “꼭 만들어보고 싶은 작품이었어요. 한참 몰두하다가도 바쁘면 잊히고, 그러다 또 몰두하고. 그러는 동안 세월이 흘렀지요. 내공이 쌓여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어요. 인생 앰프 중에서도 가장 고가 라인이 2000만 원 정도인데, 물량 투입을 많이 해도 좋은 소리가 나지 않으면 다 헛수고예요. 고물값도 못 받아요.”
사람마다, 시대에 따라 다른 소리의 취향과 기호를 충족시키려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시대마다 음악 스타일이 있어요. 얼마 전만 해도 맑고 깨끗한 음질을 선호했는데, 요즘은 레트로 열풍 때문인지 부드럽고 따뜻한 아날로그 감성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러면서도 옛날처럼 투박한 느낌이 아니라 섬세하고 세련된 맛을 더하는 거죠. 복고풍 패션이 새로움을 더하는 것처럼 레트로도 입자, 촉감을 지금에 맞게 하는 거예요.” 시대의 패러다임이 바뀌면 앰프도 변화해야 한다고 말하는 장덕수의 작업실에서 마침 BTS의 ‘작은 것들을 위한 시’가 흘러나왔다.






1 좋은 소리나 술은 결국 일맥상통한다고 말하는 장덕수.
2 장덕수가 그동안 만든 앰프.

풍미, 맛, 정취. 그는 좋은 소리를 말할 때 이런 단어를 자주 입에 올렸다. 선물로 가져간 발베니 17년을 보고 입맛을 다시는 그에게 몰트 한잔을 권했다. “발베니는 고풍스러우면서 세련된 브랜드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맛은 달콤하면서 그윽하고 깊이감이 있고요.” 그는 에디터가 권한 잔을 들고 향을 음미하다 한 모금 마시더니 진한 액체가 몸속으로 들어가는 과정을 추적하듯 잠시 침묵했다. “발베니가 오랜 숙성으로 깊은 맛을 내듯 앰프도 숙성이 필요해요. ‘에이징’이라 표현하는데, 소자(부품 구성의 최소 단위)가 숙성되어 ‘소리 길’이 나야 본래 소리를 내는 거예요. 이 과정이 짧게는 며칠부터 수개월까지 걸리기도 해요. 그러고 나면 안정감 있게 깊은 소리가 나죠.” 오디오, 앰프에서 하이엔드를 말할 때 ‘사운드 스테이지’라는 말을 자주 쓴다. 흔히 공연장에서 악기가 놓인 자리, 배치까지 머릿속에 그려질 정도로 원음에 가까운 생생한 소리를 낸다는 것이다. 결국 장인이란 자신의 혼을 담은 무언가로 상대방에게 감각적인, 때로는 초현실적인 경험을 가능케 하는 사람인 것. 발베니를 마신 장덕수가 잠시 어디론가 빨려 들어가, 이 술을 빚은 장인과 간접 교감을 했듯이. 사회학자 더글러스 하퍼는 저서를 통해 “제작과 수리 두 가지를 모두 하는 사람은 특정 기술의 구성 요소를 알고 있을 뿐 아니라 그 기술이 지향하는 일반적 목적과 기술을 지탱해주는 정합성까지 볼 줄 아는 지식의 소유자다. 이들의 지식은 생활의 실제 상황을 인간적 눈으로 이해하는 살아 움직이는 지능이다. 즉 제작과 수리는 일정한 연속체 안에 통합된 지식. 쉽게 말하면 수리를 해봐야 물건이 작동하는 방식을 제대로 알게 된다는 말이다”라고 말했다. (리처드 세넷의 <장인>에서 발췌)
수십 년간 장덕수 스스로 끊임없이 진화한 이유가 단지 오랫동안 한 가지를 만들었기 때문일까? 고객이 가져온, 20년 전 자신이 만든 앰프를 들여다보면서 한 시절을 반성하고, 성실히 수리하고, 거기에 그동안 체득한 새로운 혼을 아낌없이 불어넣기 때문은 아닐까.

 

에디터 전희란(ran@noblesse.com)
사진 이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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