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을 뒤흔든 패션 디자이너 10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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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1-03

지난 10년을 뒤흔든 패션 디자이너 10

2020년을 눈앞에 두고 독보적인 존재감과 창의성으로 2010년대 패션계를 평정한 10인을 돌아보았다.

 

2010년대는 패션 역사에 길이 남을 격정의 시대였다. 스트리트와 럭셔리의 경계가 완전히 무너졌고, 유서 깊은 하우스들이 예상치 못한 새로운 얼굴로 다시 태어나기도 했다. 그 중심에는 각 브랜드를 이끈 디자이너들이 있었다. 그들은 디자인을 전공했든 아니든 패션계의 룰 메이커로 불릴 만하다.

 



 

1 피비 파일로

끌로에를 정상의 자리에 올려놓고 3년간의 공백기를 거친 후 브랜드 역사를 새로 쓸 수 있다며 2009년 셀린으로 자리를 옮긴 피비 파일로. 매니쉬, 미니멀리즘을 관통하는 디자인으로 단숨에 셀린을 여자들이 가장 원하는 브랜드 중 하나로 만들었다. 하지만 지난해 그녀가 디렉터 자리에서 물러나고 에디 슬리먼의 첫 컬렉션이 공개되자 온오프라인에서는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이전의 셀린을 그리워하는 팬들이 올드 셀린 닷컴과 인스타그램 계정 @oldceline @oldcelinemarket 을 만들었고, 피비가 만든 컬렉션의 중고 가격은 급등했다. 그만큼 그녀의 존재감은 대단했던 것. 팬들은 그녀가 휴식기를 가진 후 어떤 자리로 옮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 뎀나 바잘리아

세계 3대 패션스쿨 중 하나인 앤트워프 왕립예술학교를 졸업한 뎀나 바잘리아. 2010년대 말을 휘저은 베트멍을 설립한 디자이너이며, 지금은 발렌시아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고 있다. 버질 아블로의 오프 화이트와 함께 럭셔리 스트리트 패션의 양대 산맥이던 베트멍을 동생에게 맡기고 떠나면서 베트멍의 디자이너이자 디렉터로서의 사명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후 자신의 새로운 모험을 다른 프로젝트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는데 스트리트 패션을 완전히 새롭게 정의한 그의 다음 행보가 기다려진다. 같은 앤트워프 출신인 마틴 마르지엘라의 영향을 받아 과장된 실루엣이 그의 특징인데 이는 발렌시아가 컬렉션에도 영향을 미쳤다. 베트멍과 리복이 협업해 만든 삭스 스니커즈부터 수많은 아류작을 탄생시킨 트리플S의 열풍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3 칸예 웨스트

래퍼로 시작했지만 패션에 대한 넘치는 열정으로 버질 아블로 등과 함께 2010년 브랜드 파스텔을 세상에 내놓으려 했었다. 하지만 물거품이 됐는데, 그 이유는? 2009년 가을 MTV 뮤직비디오 어워즈에서 테일러 스위프트를 향해 내뱉은 욕설 사건 이후 칸예가 잠적했기 때문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물론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겠지만 그는 이 작업을 통해 배운 점이 많았고, 2011년 파리 패션위크에서 여성복 컬렉션인 칸예 웨스트를 공개했다. 이후 2013년 아페쎄와 협업하며 디자이너로서의 입지를 굳힌다. 그리고 드디어 2015년 버질 아블로, C, 뎀나 바잘리아 등과 함께 아디다스 이지 시즌 1을 선보인다. 시즌 2부터 아디다스는 스니커즈를 제외한 다른 컬렉션에 대해서 일절 지원하지 않았고, 지금까지 칸예 스스로의 힘으로 성공을 이어가고 있다. 이지의 브랜드 자산 가치는 현재 2조 원 이상으로 평가된다.




4 버질 아블로

패션을 배운 적이 없는 건축학도. 2002년 칸예 웨스트의 크리에이티브 컨설턴트를 시작으로, 2009년 펜디 인턴, 2011년 칸예 앨범의 아트 디렉터로 영역을 확장했던 버질 아블로. 빈티지 의류를 리폼해서 판매하는 파이렉스 비전을 론칭하면서 본격적으로 패션 사업을 시작했다. 재고가 쌓인 랄프 로렌의 럭비 셔츠를 40달러에 구매해 ‘PYREX 23’을 프린트한 후 550달러에 판매한 그에게 패션계는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디자인이 아니라 사기라며 디자이너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비난도 받았지만 그의 브랜드는 폭발적인 판매량을 기록한다. 하지만 기존의 파이렉스 브랜드로부터 소송을 당하고 패한 후 론칭한 것이 바로 오프 화이트. 스트리트 패션의 수장격이라고 할 수 있는 오프 화이트의 성공에 이어 작년부터 루이 비통 남성복 라인까지 총괄하면서 성공 가도를 달리는 중이다. 하이엔드 패션과 스트리트 웨어로 나뉘던 이분법적 사고를 없앤 장본인이며, 그와의 협업은 성공에 대한 보증수표를 거머쥔 것이나 다름 없는 수준이 됐다.

 


 

5 알레산드로 미켈레 

지금의 구찌를 만든 신의 손, 알레산드로 미켈레. 2014년 매출 부진으로 프라다 지아니니가 구찌를 떠난 뒤 2015년 패션쇼가 열리기 1주일 전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부임했다. 발탁 전까지 구찌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12년 동안 일하며 주로 액세서리를 디자인했지만 인지도는 없었다. 하지만 구찌의 새로운 CEO 마르코 비자리는 미켈레를 영입하며 그에게 돈은 신경 쓰지 말고 원하는 모든 것을 하라고 했다. 미켈레는 구찌를 개성이라는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재편했고, 럭셔리와 빈티지가 믹스된 무드의 컬렉션을 선보였다. 아직 존재하지 않는 미래에는 관심이 없고, 과거와 현재에 관심을 기울이며 자신의 작품을 가짜 빈티지라 부르는 그. 젠더 뉴트럴을 내세우며 구찌를 밀레니얼이 가장 사고 싶은 럭셔리 브랜드로 탈바꿈시킨 괴짜의 능력은 어디까지일까.

 



6 릭 오웬스

누구보다 블랙을 잘 다루는 디자이너 릭 오웬스. 캘리포니아 출신으로 원래 록커들을 위한 옷을 만들다가 1994년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를 론칭한 후 2002년 뉴욕 컬렉션에 데뷔했다. LVMH와 같은 대형 그룹에 속하지 않고 개인이 레이블을 운영하는 몇 안 남은 디자이너이기도 하다. 어둡고 가죽 소재가 넘치는 고스 문화의 시크함을 주류 패션계로 옮겨 왔으며 런웨이에서의 성기 노출, 모델의 기습 시위, 인간 백팩 등으로 2010년대의 패션 뉴스 헤드를 장식했다. 특유의 긴 생머리를 근육질 상반신 위로 늘어뜨린 이 괴짜는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가고 있다.

 



7 에디 슬리먼

2000년대 디올 옴므의 스키니 룩으로 남성복의 판도를 바꾼 그는 2012년 이브 생로랑에서 이브를 떼더니, 지난해 셀린에서 프랑스식 악센트를 없애며 옮기는 브랜드마다 로고를 바꿨다. 파리를 대표하던 편집숍 콜레트는 이브가 없으면 로랑이 아니다(Ain’t Laurent without Yves)’라는 슬로건 티셔츠를 만들었는가 하면 지금은 기존 셀린 팬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사고 있는 디자이너. 생로랑 데뷔 3년 만에 매출을 두 배 가까이 끌어올렸고 이후 셀린의 아티스틱, 크리에이티브 이미지 디렉터라는 새로운 타이틀로 돌아왔다. 하지만 생로랑을 연상시키는 록 시크 무드의 새로운 셀린에 많은 이들이 당황했지만 아직은 두고 볼 일. 몇 시즌 내로 다시 한번 매출 급성장을 일으킬 수도 있으니 말이다.

 



8 라프 시몬스

가구와 산업 디자인을 전공한 라프 시몬스는 마틴 마르지엘라의 아방가르드한 쇼를 보고 패션 디자이너의 길을 걷게 된다. 하이엔드 패션에 마이너한 감성을 불어 넣으며 패션계의 이단아라 불렸다. 2012년 발표된 그의 디올 컬렉션은 가장 현대적인 디올 레이디를 완성시켰다는 호평을 받았으며 이후 2016 S/S 컬렉션을 끝으로 디올에서 캘빈 클라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매출 부진을 이유로 계약 기간을 남겨둔 채 캘빈 클라인을 떠나게 된다. 자신의 레이블은 그대로 운영하며 최근 영국 인디팝 밴드 The XX의 데뷔 앨범 발매 10주년을 기념한 캡슐 컬렉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9 리카르도 티시

마크 제이콥스의 루이 비통, 존 갈리아노의 디올, 그리고 이들과 함께 LVMH의 벨 에포크를 이끌었던 지방시의 수석 디자이너 리카르도 티시. 세인트 마틴 출신들이 그렇듯 자신의 정체성과 취향으로 지방시 하우스를 탈바꿈시켰다. 칸예 웨스트, 제이 지의 무대와 개인 의상을 담당하고, 마돈나의 월드투어 의상도 담당했다. 누군가는 위베르 드 지방시의 역사와 전통을 망쳐놓았다고 하지만 그가 없었다면 지방시가 파리 패션위크의 메인으로 남을 수 있었을까? 지금은 피비 파일로가 왕좌를 쟁취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던 거대 하우스 버버리를 지휘하는 리카르도 티시.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드롭 방식으로 버버리를 밀레니얼에게 각인시켰다.

 



10 준 타카하시

일본의 스트리트 문화를 기반으로 언더커버를 만든 준 타카하시. 친구를 따라 꼼데 가르송 쇼를 보고 난 후 엄청난 쇼크를 경험하고 패션 디자이너의 길을 걷는다. 이후 꼼데 가르송의 레이 가와쿠보의 지원 아래 2002년 파리 패션위크에 입성한다. 2010년 나이키 랩과 협업해 브랜드 갸쿠소우를 론칭한 후 지금까지 이어가고 있으며, 컨버스, 오프 화이트 등과 협업하며 스트리트 패션계를 이끌었다. 그는 2020 S/S 남성복 컬렉션에서 블랙과 그레이 컬러를 위주로 테일러링이 돋보이는 룩을 선보이며 스트리트 무드에서 탈피하는 움직임도 보여줬다. 작년에는 언더커버 프로덕션이라는 광고대행사까지 차리며 다양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에디터 노현진(marcroh@noblesse.com)
사진 출처 @alessandro_michele @gucci @vetements_official @kimkardashian @yeezymafia @virgilabl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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