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바젤 홍콩 2018] 이배(Bae Lee)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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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3-01

[아트 바젤 홍콩 2018] 이배(Bae Lee)

숯을 이용해 거대한 캔버스에 자신만의 색깔을 투영하는 이배 작가가 페어 현장에 묵직한 울림을 선사한다.

올해 아트 바젤 홍콩에 출품하는 회화 ‘Issu de Feu’의 오묘한 컬러와 묵직함이 이배 작가와 닮았다.

한국의 현대미술가를 세계에 알리고 국제적 작가를 국내에 소개하는 조현화랑이 ‘2018 아트 바젤 홍콩’에 부산 일대 갤러리 중 유일하게 참가한다. 심사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아트 바젤 홍콩을 위해 조현화랑이 내세운 카드는 참숯을 이용한 흑백 추상으로 국제 무대에 한국적 추상 작품의 매력을 알려온 이배 작가다. 그는 불에서 온 숯의 색 ‘검정’이 지닌 농담의 깊이 있는 스펙트럼과 형용할 수 없는 뜨거운 울림을 담아낸다. 그의 작품이 전하는 오묘한 질감과 색감은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실제로 맞닥뜨렸을 때 더욱 진가를 발휘하기에 끊임없이 숯을 짓이기고, 쌓고, 뭉치고, 깎아내는 이배 작가의 작품은 아트 바젤 홍콩에서도 묵직한 파장을 일으킬 것이다. 아트 바젤 홍콩뿐 아니라 파리의 페로탱과 생폴드방스의 마그 재단 미술관 전시까지, 3월만 해도 3개의 굵직한 개인전을 앞두고 있는 이배 작가를 만나러 그의 고향인 청도로 향했다. 과거 쌀 저장 창고로 쓰였다는 그의 작업실엔 올해 아트 바젤 홍콩 출품작인 ‘Issu du Feu(불에서부터)’ 시리즈가 자리해 있었다.











이배 작가의 작품은 고즈넉한 풍경을 선사하는 작업실에서 탄생한다.

아트 바젤 홍콩의 인사이츠 섹터에 개인전으로 참가하는 건 처음이죠? 소감이 궁금합니다.
명망 있는 아트 페어인 아트 바젤 홍콩에 참여하는 건 작가인 저로서도 큰 기회죠. 무척 기뻐요. 요즘은 정보 교류가 활발해 전문가뿐 아니라 컬렉터나 미술 애호가도 작가의 예술 세계를 재발견하고 소통하는 시대입니다. 이미 가치를 인정받은 갤러리와 아티스트, 컬렉터와 미술 관계자가 집중적인 교류를 펼치는 곳에서 제 작품을 선보일 수 있다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있어요.

이번에 작가님의 부스를 꾸릴 조현화랑과는 어떻게 인연을 맺으셨죠?
2003년과 2016년, 조현화랑에서 개인전을 열면서 면밀하게 교류했어요. 그러면서 저와 잘 맞는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상업 공간이면서도 품위와 멋을 잃지 않는 조현화랑에서 제 작품이 더 활짝 피어나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국제적 네트워크가 탄탄한 갤러리라는 점도 좋았습니다.

올해 아트 바젤 홍콩에선 어떤 작품을 선보이나요?
제 대표작인 ‘Issu du Feu’ 3점만 전시할 계획이에요. 절단한 숯 조각을 나란히 놓고 접합한 다음 표면을 연마해 완성한 작품인데, 이렇게 하면 숯의 본질이 더욱 두드러져요. 높이 2.4m, 폭 1.4m로 규모가 큰 조각을 전시장 바닥에 세울 거예요. 거대한 돌덩이를 보고 어떤 기호나 상징도 인식할 수 없는 절대적 추상을 경험하고는 거대한 숯 덩어리를 만들었죠. 또 세로 2.1m, 가로 4.8m 규모의 대형 캔버스에 숯을 붙인 작품과 작은 회화를 함께 선보이려고 합니다.

단 3점이지만 임팩트가 클 것 같아요. 더 많은 작품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나요?
아트 페어엔 양면성이 있어요. 판매를 목적으로 하다 보면 이미지가 약해지고, 이미지를 강조하면 판매가 부진할 수 있죠. 요즘은 부스 전시에서 소속 작가를 페어 방문객에게 인상 깊게 소개하고, 갤러리의 이미지를 높여 역량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는 듯해요. 다른 것보다 제가 숯이라는 소재로 어떤 작품을 만드는지 단명하게 드러내는 데 의의를 두고 싶어요.

작업은 어떻게 진행하세요? 창작 과정이 궁금합니다.
매일 아침 오전 9시에 작업실에 가서 11시까지 2시간 정도 사절지 사이즈의 흰 종이에 잉크로 무언가를 계속 그립니다. 애써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그립니다. 그렇게 20~30장씩 그린 다음 그 종이를 바닥에 쭉 펴놓고 한참을 들여다봅니다. 제 속에 있는 생각이 종이에 다 드러나 있어요. 이렇게 객관화한 여러 생각 중 마음에 드는 몇 장을 골라 오후에는 캔버스에 옮깁니다. 그러면서 제 작업이 시작된다고 보면 돼요. 저는 예술이 ‘태도’와 ‘과정’을 통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지속적 반복을 통해 논리와 개념을 구축하고, 그 모든 것이 쌓여 작가 고유의 예술적 메시지가 만들어집니다.






Issu du Feu, Charcoal on Canvas, 116.8×91cm, 2000

그럼 출품작을 포함한 작품에서 숯을 주로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원래는 학교에서 미술 교사를 하다 1990년에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싶어 파리로 떠났어요. 그곳에서 저라는 인간에 대한 본격적인 ‘학습’을 시작했어요. 예술에 목말라 떠났으니 열심히 그리고 메모했죠. 하지만 점점 비싼 물감을 구입할 여력이 안 되는 거예요. 절망에 빠져 있을 때 우연히 길을 걷다가 헐값에 파는 바비큐용 숯을 발견했어요. 우리 선조도 그렇고 저도 어릴 때부터 먹으로 쓰고 그리는 데 익숙하잖아요. 거기서 가능성을 발견하고 숯이라는 소재를 다양하게 차용하기 시작했어요.

그런 힘든 시기를 지나 지금까지 작품 활동을 이어온 원동력이 있다면요?
그저 꾸준히 그리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다만 힘들 때 용기를 얻는 말은 있습니다. “외부는 두려운 곳이고 나를 절대 환영하지 않는다. 비판하든지 공격하든지 멸시하든지 마치 오물을 뒤집어쓴 듯해도 전혀 아무렇지도 않게 웃을 수 있어야 바깥에서 지낼 수 있다.” 20년 전 파리의 어느 카페에서 이우환 선배가 제게 해준 말입니다.

‘Issu du Feu’에서도 잘 드러나지만 열과 시간, 인고 끝에 만들어지는 숯이 여러모로 작가님과 닮은 것 같습니다.
숯이라는 재료의 물성이 지닌 특징이 있습니다. 대개 사람들은 검은색이라고 하면 그냥 어두움 그 자체, 빛이 없는 것으로 이해해요. 사실 검정은 모든 색깔을 흡수해야 나올 수 있는 색입니다. 제가 캔버스에 구현한 숯은 모든 색을 포용한 검정이에요. 말 그대로 모든 빛을 흡수한 검정이죠. 캔버스에 새긴 수백 개의 숯 단면이 각각의 색과 빛을 다채롭게 뿜어냅니다.

올해 아트 바젤 홍콩에서 작품을 마주할 <아트나우> 독자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요?
작품에 대한 감상은 보는 사람마다 다를 테죠. 하지만 숯을 가지고 ‘태도’와 ‘과정’을 통해 구축한 제 나름의 예술적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요. 제 작품에서 숯이 만들어내는 색과 빛은 무어라 단언하기 힘든, 인간의 이성이나 논리로는 온전히 설명할 수 없는 카오스의 세계를 상징합니다. 제 작품을 통해 우리가 쉽게 형용하고 묘사할 수 없는 카오스의 일면을 조금이라도 보여줄 수 있다면 의미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이배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이배 작가는 프랑스를 중심으로 다수의 전시와 국제 아트 페어에 참가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파리 한국문화원 작가상, 한국미술비평가협회 작가상 등을 수상했고 지난해 10월엔 프랑스 문화 훈장을 받으며 미술가로서 국제적 입지를 굳혔다.

 

에디터 김이신(christmas@noblesse.com)
손지혜(프리랜서)  사진 공정현(인물, 작업실)  사진 제공 조현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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