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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3-15

자동차를 닮은 요트

전동화 물결로 한층 더 가까워진 자동차와 요트 사이.

프라우셔 × 포르쉐 850 팬텀 에어.

얼마 전 페라리가 레전드 요트 항해사 조반니 솔디니(Giovanni Soldini)와 함께 세계 요트 대회에 출전한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아직 내용이 구체적으로 나온 건 아니지만 구상부터 엔지니어링, 구현에 이르는 전 과정에 브랜드의 최첨단 기술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페라리 회장 존 엘칸(John Elkann)은 "페라리의 레이싱 정신을 확장하는 흥미진진한 여정이다. 혁신 역량과 지속 가능성을 보여주는 새로운 도전으로 한계를 뛰어넘을 것”이라고 밝혔다. 흥미로운 소식이지만 그리 놀랍지는 않다. 오토메이커가 바다로 활동 영역을 넓힌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페라리만 해도 1990년 이탈리아의 요트 제조업체 리바(Riva)와 ‘리바 페라리 32(Riva Ferrari 32)’를 40척 한정 제작했고, 완벽한 디자인으로 지금껏 회자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16년 실버 애로우 마린(Silver Arrows Marine)과 초호화 요트 ‘애로우 460 그란투리스모(Arrow 460 Granturismo)’를 내놨고, 부가티는 2017년 요트 디자이너 팔머 존슨(Palmer Johnson)과 슈퍼카 시론을 닮은 ‘니니에티 66(Niniette 66)’을 공개했다. 2020년 람보르기니가 이탤리언 시 그룹(The Italian Sea Group)과 함께 만든 ‘테크노마르 포 람보르기니 63(Tecnomar for Lamborghini 63)’은 입이 떡 벌어질 만큼 멋지고, 지난해 11월 벤틀리가 고객의 요청으로 꾸민 세일링 요트 ‘컨테스트 67CS(Contest 67CS)’의 인테리어는 이루 말할 수 없이 고급스럽다.
오토메이커, 특히 럭셔리를 지향하는 오토메이커가 보트나 요트 제작에 열성적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요트를 보유할 정도로 큰손을 새 고객으로 맞이할 수 있다. 요트는 디자인 역량을 마음껏 펼쳐낼 캔버스이자 최신 기술을 시험할 적당한 무대이기도 하다. 또 장인정신으로 벼려낸 요트는 대중의 찬사를 끌어내 브랜드 입지를 공고히 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런데 최근 한 가지 이유가 더 생겼다. 바로 지속 가능성. 전기차 비중이 커진 도로와 달리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이동 수단은 여전히 많은 부분 화석연료에 의존한다. 달리 생각하면, 해상 전동화는 창창한 블루오션인 셈이다. 수년간 전동화 기술을 갈고닦은 오토메이커들은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으니, 자동차와 요트 사이는 더욱 가까워지지 않을까 싶다.





디 아이콘.
애로우 460 그란투리스모.
테크노마르 포 람보르기니 63.


이미 주목할 만한 사례가 몇 가지 나왔다. 폴스타는 2022년 8월 스웨덴 전기보트업체 칸델라(Candela)에 필요한 배터리와 충전 기술을 공급하는 협약을 체결했고, 이듬해 1월 첫 번째 합작 전기 수중익선 ‘칸델라 C-8’을 공개했다. 폴스타 2의 스탠더드 레인지 싱글 모터와 동일한 69kWh 배터리 팩, DC 충전 시스템을 탑재한 칸델라 C-8은 1회 충전 시 40.7km/h 속도로 최대 105km까지 항해할 수 있다. 직접 구동 모터인 칸델라 C-POD와 컴퓨터 제어 방식으로 선체를 수면 위로 들어 올려 마찰은 줄이고 ‘날아가듯’ 기동해 고속 주행에서 내연기관 모터보트보다 약 80%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덕분. 지난해 5월에는 칸델라 C-8 폴스타 에디션을 선보였는데, 폴스타 특유의 세련된 그레이 컬러와 스웨디시 골드 컬러 포인트를 더했다. 이 모델은 폴스타 웹 숍이나 칸델라 홈페이지에서 구입할 수 있다.
포르쉐는 오스트리아의 프라우셔(Frauscher)와 손잡고 지난해 10월 ‘프라우셔 × 포르쉐 850 팬텀 에어(Frauscher × porsche 850 Fantom Air)’를 공개했다. 계기반 상단 5개 아날로그 게이지, 포르쉐 스티어링 휠 장착으로 ‘포르쉐다움’을 뽐내는 요트 조종석은 스튜디오 F.A. 포르쉐가 디자인했다. 기술력 또한 포르쉐답다. 새로운 마칸 순수 전기차에 적용한 PPE 플랫폼 구동 기술을 수상용으로 개발한 것. 최신 PSM과 전력장치를 적용하고, 100kWh 리튬이온 배터리를 요트 후방 라운지 공간 아래에 장착했다. 포르쉐의 800볼트 기술로 AC 충전과 DC 급속 충전 모두 가능하다. 포르쉐 차량처럼 상황에 따라 주행 모드(도킹, 레인지,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를 선택할 수 있어 인상적이다. 항구 주행을 위한 도킹 모드에서는 15km/h로 속도가 제한되며,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는 최고속도 85km/h로 질주할 수 있다. 프라우셔 × 포르쉐 850 팬텀 에어의 첫 번째 에디션은 올해부터 고객에게 인도될 예정이다.
BMW는 2017년 순수 전기 브랜드 BMW i를 통해 전기보트업체 토퀴도(Torqeedo)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등 일찍부터 수상 전동화에 관심을 보였다. 지난해 5월에 개최된 제76회 칸 국제영화제에서는 타이드(Tyde)와 협업해 ‘디 아이콘(The Icon)’을 선보였다. 13.15m 길이의 널따란 선체에 우아하게 두른 유리가 눈길을 끄는데, BMW 디자인 스튜디오 디자인웍스(Designworks)의 작품이다. 내부는 360도 회전 시트를 배치해 라운지처럼 사교의 장으로 활용하도록 했으며, i7과 XM의 아이코닉 사운드 일렉트릭을 개발한 영화음악 작곡가 한스 치머의 사운드트랙이 울려 퍼지는 등 다방면에서 호화롭다. 지난해 12월에 공개한 두 번째 협업 결과물 ‘디 오픈(The Open)’도 그에 못지않다. 넓은 침실과 대형 TV, 욕실을 구비한 객실 공간, 선미의 더블 선베드, 앞 갑판에 넉넉한 휴식 공간까지 갖춰 완벽한 휴가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빠르면 올가을 디 오픈 첫 인도가 이루어진다니, 고민은 배송만 늦출 뿐이다.





칸델라 C-8 폴스타 에디션.

 

에디터 황제웅(jewoong@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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