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장종완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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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1-24

이상한 나라의 장종완

이상적 세계에 대한 믿음과 불안을 이야기하는 장종완의 개인전이 파운드리 서울에서 열린다.

마운틴 메로나(Mt. Melona), 227.5×364.3cm, 2023. Courtesy of the artist and FOUNDRY SEOUL

장종완이 캔버스 위에 세운 나라는 이상하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낙원과 유토피아를 묘사한 장면을 활용해 이상적 세계에 대한 믿음과 불안을 다뤘다는데, 흔히 떠올리는 이상적 면모와는 거리가 멀다. 마치 침대에 누웠지만 쉬이 잠들지 못해 한 번쯤 상상해본 묘한 세계랄까. 때로는 길을 걷다가 우연히 마주친 사람이 “구원받으세요”라는 말과 함께 건넨 소식지 속 신성한 삽화 같기도 하다. 심지어 오래전 이발소에서 본 세속적이고 통속적인 그림까지 떠오를 정도다. 그래서 장종완의 작업은 단번에 정체를 알아채기 어렵다.
이번 개인전에서 선보이는 ‘서로’(2023)를 예로 들면, 하늘에선 새싹이 내려오고 젖과 꿀이 흐르는 땅에 사는 모든 것은 평화로워 보이며, ‘서로’라는 글자 앞에선 수달과 꿀벌이 가무를 즐기고 있다. 아이러니한 점은 ‘서로’라는 단어에 ‘Together’와 ‘Go West’가 공존한다는 것. 주지하다시피 성경에서 서쪽은 속세와 부정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정녕 이 작품은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일까. 문득 언젠가 작가가 한 말이 기억난다. “비극보다는 희극을 좋아하고, 희극보다는 부조리극을 좋아합니다. 성악설을 믿고요.”
파운드리 서울에서 개최하는 장종완의 개인전 은 농업과 미래주의(전통을 부정하고 기계 문명의 역동성을 새로운 미[美]로 표현)를 결합해 우주적 풍경을 제시하는 데 의의가 있다. 전시장을 구성하는 신작 30여 점은 ‘첨단 테크놀로지적 대상 대신 농촌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목가적 소재로 우주적이고 미래적인 분위기를 나타내는 게 가능할까?’라는 호기심에서 출발한다. 먼저, 등장인물의 독특한 머리 모양은 서양란의 형태와 질감을 참조했다. 이는 소비자 수요에 맞춰 개량을 거듭하는 꽃처럼, 4차 산업과 기후변화로 달라질 수 있는 인간의 모습을 우화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또 식물은 평소 나약한 존재로 인식되지만, 어느새 ‘식물성’이라는 단어로 우리 삶에 침투한 작금의 세태를 상징한다. 더불어 작가는 농업을 통해 기하학적으로 개간한 땅, 예쁘고 맛 좋게 개량한 꽃과 과일을 볼 때 밀려오는 기괴한 공포감을 드러낸다.
작품 톤이 전체적으로 녹색이라는 점도 흥미롭게 다가온다. 앞서 말한 머리 모양·식물·농업과 마찬가지로 녹색은 양가적 성격을 띤다. 녹색에 관해 바실리 칸딘스키는 “영혼을 어루만지고 나면 쉽게 싫증 날 수 있다”라고, 피터르 몬드리안은 “자연이 주는 무질서함이 불쾌하다”라고 비판한 바 있다. 치유·힐링의 대명사인 녹색이 두려운 분위기를 자아내니, 장종완의 세계가 이상할 수밖에. 그러나 작가는 이러한 내용을 표면에 직접 드러내지 않는다. 대신 기이하게 만든 이미지를 조합해 궁금증을 자아낸다. 일견 평온하지만, 낱낱이 살펴보면 절대 이상적이지 않은 상태. 그렇기에 파운드리 서울을 방문한 관람객이 장종완의 작업을 이해하려면 ‘골디락스 존’(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환경)이 주는 뉘앙스에 현혹되지 말고, 아름다움 뒤에 자리 잡은 불편함, 다시 말해 이면의 민낯을 생각해봐야 한다.





서로(Go West), 227.3×181.8cm, 2023. Courtesy of the artist and FOUNDRY SEOUL

 

에디터 박이현(hyonism@noblesse.com)
사진 파운드리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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