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웨이팅, 기억 속 순간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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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1-08

천웨이팅, 기억 속 순간

천웨이팅의 작업은 일기 속 시와 낙서를 바탕으로 한 하나의 '글쓰기'다.

작업실에서 천웨이팅 작가.
작가의 책상에 놓인 작업 노트.


천웨이팅 대만 타이난에서 태어난 천웨이팅은 푸런 대학교(Fu Jen Catholic University)에서 중문학을 전공한 후 타이베이 시립대학교(University of Taipei)와 도쿄 예술대학교(Tokyo University of the Arts)에서 각각 시각예술과 국제 예술 창조 연구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일본 도쿄에서 활동하는 작가는 런던, 두바이, 싱가포르, 도쿄, 타이베이 등 세계 여러 도시에서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달이 뜨고 지는 모습, 밤하늘의 별똥별, 시들어가는 꽃같이 전환의 과정에 있는 대상을 바라보고 작품으로 담아내는 천웨이팅. 어린 시절 추억과 낙서를 통해 지나간 것에 대한 그리움과 상실감이 깃든 그의 감정 세계를 들여다본다.

『아트나우』 독자에게 작가님을 소개할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작가님의 작품 세계를 간략하게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저는 그림책이나 만화를 즐겨 본 어린 시절 기억과 함께 그 순간의 느낌이 담긴 직관적 낙서 그리고 단어를 소재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제 작품은 모두 제 일기 속 시와 낙서를 바탕으로 한 하나의 ‘글쓰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 기억 중 특별히 작품으로 이어진 것을 예를 들어 설명해주시겠어요?
어린 시절 저는 조부모님과 함께 살았어요.대부분의 시간을 [톰과 제리], [핑구], [곰돌이 푸] 같은 만화를 보며 지냈습니다. 가끔은 만화를 보다 정지 버튼을 누르고 제가 중요하게 느낀 것을 그림으로 그리기도 했어요. 그리고 성장기에 키우던 강아지를 잃어버린 일을 계기로 ‘상실감’을 처음 느꼈고, 그 후 여러 차례 상실감을 경험하면서 삶의 순간순간을 더 자세히 관찰하고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시들어가는 꽃, 날아가는 풍선, 달이 뜨고 지는 모습, 밤하늘의 별똥별, 떨어지는 빗방울 등 사라지는 모든 사물을 바라보고 기록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도쿄 예술대학교 미술관의 [Fragments of Poetry]전 전경.

회화 작업에 시를 함께 붙이는데, 글과 그림은 작가님에게 어떤 의미입니까?
제 그림은 일기를 쓰면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회화도 글과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져요. 저에겐 모든 그림과 글쓰기가 공존하는 것 같아요. 그림에서 시를, 시에서 그림을, 시에서 시를 그리고 그림에서 그림을 읽죠. 모두 서로의 연장선 상에 위치하는 거예요. 마치 강의 지류가 합류하는 것처럼요. 그 때문에 글과 그림, 이 둘이 모두 제 표현 방식이 된 거예요.
일기에서 작업이 시작되었다고 하셨는데, 처음 일기를 쓰기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고등학생 때 시를 쓰기 시작했어요. 우리가 살면서 기쁨과 슬픔을 느끼는 모든 경험의 ‘그 순간’ 자체를 보존하고 싶은 마음이 바탕이 된 것 같아요. 그러다 어느 순간 글과 함께 동물이나 낯선 생명체를 그린 낙서가 제 일기장을 가득 채웠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죠.





[I Will Follow You into Somewhere], 2023, 캔버스에 아크릴릭, 오일 파스텔, 색연필, 148.4×115.4cm

작품의 주제에 대한 아이디어나 영감은 어떻게 얻으시나요?
저는 수집가의 자세로 외부 세계가 제공하는 힌트를 출발점 삼아 작업하고 있습니다. 카페에 앉아 주변을 관찰하며 사람들의 대화, 지나가는 사람들, 뉴스, 노래, 메시지, 풍경 등에 대해 생각하곤 해요. 제 감수성 덕에 이런 힌트는 마치 물방울이 수면에 파동을 일으키듯 생각의 전환을 가져오고, 그럼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더라고요.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곰을 비롯해 사과, 꽃, 강아지 등의 대상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요?
제가 처음 그린 캔버스 작품은 검은색 조각으로 눈을 가린 곰인데, 아마도 제 자화상이었던 것 같아요. 그 작품을 완성하자마자 곰을 소재로 작업을 시작했어요. 10년 동안 작업하면서 곰의 형태는 계속 바뀌었고, 이외에 다른 생명체도 만들어냈습니다. 예를 들면 어머니의 생신을 맞아 ‘촛불 강아지(Candle Dog)’를 만들었고, 레지던시에 있을 땐 ‘손에 불을 쥐고 있지만 항상 웃고 있는 꽃(Flower with Fire in Hand but Smiling All the Time)’, 산에 혼자 앉아 우는 ‘염소’, 계속 걷는 ‘코끼리’ 등을 만들었어요. 제가 만들어낸 생명체들이 무엇을 상징하는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마치 인간처럼 제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은 알 수 있어요.





[Each Has Its Own Subject], 2023, 캔버스에 아크릴릭, 오일 파스텔, 색연필, 171×201cm

최근 열린 개인전 《Will See You Again》에서는 상실감을 느끼고 깨달은 것을 작품으로 옮기셨는데, 전시를 아우르는 주제는 어떻게 정하나요?
팬데믹 때문에 할아버지를 직접 뵙지 못하고 작별 인사를 해야 했어요. 이 경험은 삶과 죽음에 대한 많은 생각과 감정을 불러일으켰죠. 저는 그 감정을 남기기 위해 많은 글을 썼습니다. 저에게 창작은 사실 제가 경험한 모든 것을 점진적으로 소화시키는 과정이에요. 그래서 마냥 행복한 일은 다루지 않게 돼요. 슬픔을 느꼈기 때문에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모든 감정엔 양면이 존재하니까요.
마지막으로 향후 계획에 대해 알려주세요.
9월에 노블레스 컬렉션에서 그룹전 [Noobies]에 참여하고, 내년에는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 계획입니다. 두 전시를 통해 지난 10년간 다양한 시기에 작업한 작품을 선보일 생각이에요. 전시 외에도 레지던시나 각종 프로그램에 활발히 참여하며 작업을 통해 많은 걸 실험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걷고 있는 제 그림 속 곰처럼 외부 세상과의 교류를 통해 각각의 장소와 사람이 갖게 되는 특색에 대해 지속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저에겐 가장 중요한 듯해요.

 

에디터 정희윤(노블레스 컬렉션)
사진 제공 갤러리 어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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