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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1-02

선을 넘는 작가들

매체를 넘나드는 전시가 뉴욕과 밀라노, 암스테르담에서 진행 중이다. 기묘한 만남이 빚어낸, 기존의 틀을 깨는 참신한 시도들.

Self-Portrait with Grey Felt Hat
Snorlax en Munchlax
Sunflora


미술관에 피카츄가 산다
애니메이션×회화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의 영원한 마스코트 피카츄가 미술관 여기저기서 움직이고 있다. 얼핏 수많은 관중 앞에서 포켓몬 대전을 펼치는 만화 속 한 장면이 떠오른다. 그런데 가까이서 보니, 실제 사람들의 몸싸움이다. 이들은 왜 피카츄의 ‘10만 볼트’ 버금가는 공격 기술을 주고받는 것일까. 바로 고흐 화풍으로 탄생한 포켓몬 굿즈를 구매하기 위해서다. 현재 네덜란드 반 고흐 미술관에선 <포켓몬스터>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이번 협업은 미술관 개관 50주년을 맞아 MZ 세대가 포켓몬을 통해 미술을 친숙하게 받아들이는 데 이바지하고자 기획됐다.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건 고흐 특유의 붓 터치가 매력적인 ‘회식 펠트 모자를 쓴 자화상’(1887)에 영감을 받아 제작된 피카츄 자화상, ‘아를의 침실’(1888)이 잠만보의 공간으로 탈바꿈한 그림, ‘해바라기’(1889) 속에 숨어 있는 해루미 등. 낭만과 추억, 귀여움으로 점철된 이들과 마주하니, 마치 몬스터볼을 던지듯 누구보다 빠르게 지갑을 건네고 싶단 생각이 든다. 고흐와 포켓몬 팬이라면 절대 놓치지 말 것. 전시는 내년 1월 7일까지.





Standard Station, Ten-Cent Western Being Torn in Half. 1964
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 on Fire, 1965-68
Large Trademark with Eight Spotlights, 1962
[NOW THEN] 전 전경


기호와 상징의 바이블
에드 루샤의 팝아트
“제 그림엔 모네의 센 강 같은 건 없습니다. 대신 US 66(시카고와 LA를 잇는 국도, 아메리칸드림의 상징)이 있습니다.” 1960년대 미국 서부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US 66을 달리며 촬영한 ‘26개의 가솔린 주유소’로 인해 흔히 에드 루샤를 사진작가로 여기지만, 본디 그는 앤디 워홀과 함께 미국 팝아트를 대표하는 작가다. 그러나 둘 사이엔 미묘한 차이가 있다. 미디어 속 이미지를 작품에 활용(혹은 차용)한 앤디 워홀과 달리, 에드 루샤는 일상 속 풍경에 시대를 대변하는 텍스트를 조합했다. 이는 광고대행사에서 일한 경험이 바탕이 됐다. 함축적이면서 직관적인, 그래서 대중 친화적인, 나아가 대량 생산까지 할 수 있는 매체에 매료된 것. 작가는 이러한 형식이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도시인 LA의 문화를 묘사하는 데 적합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언젠가 에드 루샤는 “우리 시대의 진정한 풍경은 기호와 상징”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무수한 선택의 갈림길에서 결정 장애가 발동하는 우리네 삶을 비유한 ‘Indecision’(1982)은 미국 전 대통령 집무실에 걸린 바 있다. 이처럼 에드 루샤의 작업은 단순함 속에 명확한 메시지를 녹여내는 것이 특징. 이러한 그의 작품 세계를 돌아보고 싶다면, 미국 MoMA에서 내년 1월 31일까지 개최되는 에 주목할 것. 작가 생활 60년을 집대성한 이번 전시는 드로잉·사진·설치 등 200여 점의 작품으로 구성된다.





Madonna and Vinson Fraley
Gisele Bundchen
Vittoria Ceretti and Hugo Marchand
Bella Hadid


사진에 메타포 여러 스푼
루이지&이앙고의 대서사시
최근 패션 잡지를 넘기다가 그로테스크함을 느꼈다면? 아마 높은 확률로 루이지&이앙고의 사진 때문일 테다. 루이지 모레노와 이앙고 헨지는 현재 전 세계 셀럽들이 가장 사랑하는 포토그래퍼 중 하나다. 나오미 캠벨·지젤 번천·크리스티 털링턴·클라우디아 쉬퍼 등의 모델은 물론이요, 두아 리파·리한나·페넬로페 크루즈 같은 글로벌 스타들이 그들 렌즈 앞에 섰다. 듀오의 결성은 한 편의 영화 같다. 헤어 스타일리스트(루이지)와 댄서(이앙고)가 서로의 존재를 각인한 건 2010년이다. 당시 이들 사이에 강렬한 예술적 전류가 흘렀던 것일까. 이로부터 3년 후 루이지와 이앙고는 듀오를 결성해 본격적으로 시각 예술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우리는 관습에서 벗어나 자유로움을 추구하며, 각 개인이 가진 내면과 외면의 아름다움에 집중하려 합니다.” 루이지&이앙고의 말마따나 그들 작업에선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단순히 옷과 모델을 프레임 안에 담아내는 것이 아닌, 다양한 메타포를 더해 사진을 완성한다는 의미. 분명 패션 사진이지만, 한 편의 대서사시를 보는 듯한 그들의 작업은 그동안 잠들어있던 내면의 욕망을 꿈틀거리게 한다. 미학적 아름다움과 오늘날 사회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루이지&이앙고의 세계는 11월 26일까지 이탈리아 팔라조 레알레(Palazzo Reale)에서 펼쳐진다.

 

에디터 박이현(hyonism@noblesse.com)
사진 Van Gogh Museum, Mo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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