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성에 대한 찬사

FASHION

2016-10-26

이중성에 대한 찬사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브라질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범세계적으로는 하계 올림픽이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렸고, 루이 비통이 2017년 크루즈 컬렉션을 같은 도시에서 선보였기 때문이다. 니콜라 제스키에르는 왜 리우데자네이루를 크루즈의 도시로 선택했을까? 자연환경이 선사하는 천진함과 오스카 니에메예르의 건축물처럼 미래적 전위성이 공존하기 때문일 것이다.

오스카 니에메예르가 설계한 니테로이 현대미술관을 걸어 나오는 모델들. 이국적인 주변 풍광과 대비되는 미래적인 모습이 흥미롭다.

리우데자네이루처럼 호기심과 루머로 휩싸인 도시가 있을까. 코파카바나와 이파네마 해변처럼 천국에 근접한 환경이 도시를 감싸고 있지만, 빈부 격차가 극심하고 범죄율이 높은 위험한 도시의 이미지도 동시에 흘러나온다. 어디나 한 가지 모습만 간직하고 있진 않지만 이토록 상반된 요소를 동시에 갖춘 곳도 드물 듯하다. 겨우 3일 정도 머무른 이방인의 관점으로 본 리우데자네이루는 모순이 조화를 이룬 도시였다. 숙소가 위치한 바닷가는 그 유명한 이파네마 해변이 앞으로 펼쳐져 육감적인 몸매의 남녀가 수영복을 입고 호텔 로비를 유유자적하는 휴양지의 모습이었고, 고층 건물과 건축가 산티아고 칼라트라바가 설계한 박물관이 늘어선 다운타운은 도전적이고 역동적인 기운을 내뿜고 있으니 말이다.
루이 비통 여성 컬렉션의 아티스틱 디렉터 니콜라 제스키에르도 그런 대비되는 요소의 충돌에 매력을 느낀 것이 확실하다. 크루즈 컬렉션 쇼가 개최된, 브라질의 국민 건축가 오스카 니에메예르(Oscar Niemeyer)가 설계한 니테로이 현대미술관을 천천히 걸어 나오는 모델들은 판타지와 현실 사이를 유영하는 듯하다. 현대적 감각의 드레스는 공기역학적 실루엣을 표현하며, 장식이 가득한 스커트는 비치 타월을 두른 듯 자연스럽게 흘러내린다.

미래의 여전사와 휴양지의 여유로움이 동시에 묻어나는 컬렉션

모델들이 신고 있는 기술적인 면을 부각한 샌들과 합성고무 소재인 네오프렌으로 만든 스니커즈는 미래의 영웅을 위한 최적의 액세서리인 듯하다. 그들의 손에 들린 카세트플레이어 모양의 트렁크는 컬렉션에 음악적 감각을 더하기 위한 클래식한 장치다.
니콜라 제스키에르는 컬렉션을 통해 2명의 예술가에게 경의를 표했는데, 신구상주의 미술을 추구하는 네오콩크레투의 창시자 엘리우 오이치시카(Helio Oiticica)가 그중 첫 번째. 그는 작품을 통해 다양한 실험정신을 보여주었는데, 특히 ‘빛의 옷’이라는 작품은 텐트 캔버스와 낙하산 직물이 케이프와 드레스가 되고 몸은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한다. 니콜라 제스키에르는 여기서 영감을 받아 가벼움을 바탕으로 연처럼 펼쳐진 파카와 태피터 재질의 케이프 드레스를 디자인했다. 또 한 명의 예술가는 동식물 그림으로 잘 알려진 아우데미르 마르칭스(Aldemir Martins)다. 그는 브라질의 대중문화, 특히 축구에서 영감을 받은 유명한 그림 중 하나인 ‘페라’를 통해 축구 영웅 펠레에게 경의를 표하기도 했다. 니콜라 제스키에르는 상파울루 미술관(MASP)에서 프랑스 기업 로디아가 그들의 합성섬유를 광고하기 위해 개최한 <로디아 컬렉션>전을 관람할 기회가 있었다. 이 컬렉션은 1960년대 브라질 예술가에게 위임받은 79개의 작품으로 구성했는데, 니콜라 제스키에르는 그중 마르칭스의 그림에서 영감을 받았다. 마르칭스의 ‘페라’는 니콜라 제스키에르가 디자인한 톱과 드레스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니콜라 제스키에르는 또한 리우데자네이루 특유의 카리오카 정신인 감비아하(사용 가능한 무언가를 필수적인 것으로 변형하는 기술)에 화답했다. 박물관 앞에 설치한 좌석은 퓨즈 가닥의 목재와 유리, 현지에서 생산한 다공관 강철로 만들었으며, 좌석을 수놓은 형형색색의 콜라주는 니콜라 제스키에르가 바라본 리우데자네이루의 현재를 표현한 것이다.
컬렉션을 보고 나서 두달 후 올림픽이 열렸다. 경제 사정과 불안한 치안 등으로 우려를 낳은 올림픽은 예상외로 조용하게 큰 문제 없이 치러졌다. 특히 메달리스트에게 수여하는 꽃을 환경을 고려해 나무 조각품으로 대신한 아이디어는 올림픽 내내 회자되었다. 삼바와 카니발, 이국적인 해변, 도시를 굽어보는 예수상, 오스카 니에메예르의 미래적 건축물 외에 리우데자네이루에 ‘환경’과 ‘소박함’을 선사한 이 멋진 장면을 보며 니콜라 제스키에르가 반한 리우데자이네루의 모순에 에디터도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