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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4-06

책방 찬가

올봄 당신을 책방으로 인도할 책 세 권.

서점의 시대.
귀한 서점에 누추하신 분이.
책방길 따라 제주 한 바퀴.
© 밤수지맨드라미 책방


왠지 울적한 퇴근길, 동네 책방에 불이 켜져 있으면 홀린 듯 들어서게 된다. 에디터가 자주 가는 곳은 냉정히 말해 별 볼일 없는 책방이다. 비인기 코너 책장엔 먼지가 쌓여 있고, 오랫동안 팔리지 않은 책에선 케케묵은 냄새가 나는. 놀랄 만큼 무심한 직원들의 태도는 기본 옵션이다. 뭐, 아무래도 좋았다. 0과 1로 이루어진 깜깜한 디지털 세상에서 등대처럼 빛나는 책방은 존재만으로 위안이 되니 말이다. 다만 손님이 너무 없어 장사가 될까 걱정했는데, 결국 얼마 전 문을 닫았다. 한 권이라도 더 살걸, 못내 아쉽고 미안하다. 그래서 이 기사를 쓴다. 사라진 책방에 대한 추모사이자 남은 곳을 위한 응원가로. 책방 그리고 서점을 둘러싼 다채로운 이야기를 확인한 당신이 무심코 지나쳤던 그곳으로 발걸음을 돌리길 바란다.
현재 주목받는 서점이나 해외 유명 서점 이야기를 다룬 책은 제법 있지만, 국내 서점의 문화사를 살피며 궤적을 들여다본 책은 찾기 힘들었다. 서점 역사에 관한 기록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 고맙게도 역사연구자 강성호가 어려운 일을 해냈다. 바로 <서점의 시대>. 우리 서점이 지나온 시간을 조명한 이 책은 1부와 2부로 나뉜다. 1부는 서점에서 지식의 생산-유통-소비가 이루어진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까지 서점이 등장한 배경은 물론 근대 출판 산업의 단초를 연 출판 서점 이야기, 행림서원과 쏘피아서점 등 특정 분야의 지식 유통을 담당한 전문 서점의 역사, 서점 생태계와 지식의 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대형 서점의 등장까지! 2부는 서점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살피며 공간성을 집중적으로 탐색한다. 여기에 남성 위주 서점계에서 고군분투한 여성의 역사, 2000년대 후반 독립 서점 열풍이 불기 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승부한 서점의 사례도 다룬다. 책장을 덮고 나면 서점이 그저 책만 파는 정적인 공간이 아닌, 다층적인 결을 지닌 역동적인 장소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귀한 서점에 누추하신 분이>는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큰 헌 책방 ‘더 북숍’ 주인 숀 비텔이 쓴 책이다. 20년간 서점을 운영하며 만난 ‘손놈’들을 세세히 분류해 유쾌하면서도 시니컬한 문장으로 그려낸 것이 특징. 지식을 뽐내는 전공자, 서점에 아이를 내팽개치고 쇼핑하러 가는 부모, 고서에 책정한 가격에 원가를 들이미는 구두쇠, 쯧쯧거리는 소리로 한 편의 교향곡을 만드는 ‘프로쯧쯧러’ 등 사랑으로 가득해야 할 서점에 미움과 증오를 불러일으키는 사람이 왜 이리 많은지. 이들을 덤덤하게 혐오하는 숀 비텔의 모습을 상상하며 책을 읽으면 더욱 재미있다. 물론 저자의 진면모는 혐오 이면에 숨은 따스한 마음에 있다. 실컷 손놈들을 미워해놓고도 곧 순수하게 책을 사랑하는 손님을 그리워하는 서점 주인의 다정함을 느껴볼 것을 권한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책은 <책방길 따라 제주 한 바퀴>. 제주의 독립 언론 <제주의 소리>에 연재한 ‘고봉선의 마을 책방을 찾아書’라는 기사에 소개된 책방 38곳 중 30곳을 추려 소개한 책이다. 기사를 작성한 고봉선 시인은 얼마 전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예민한 시선과 정겨운 문체는 책으로 영원히 남았다. 책방을 방문하며 섬을 한 바퀴 돌 수 있는 ‘책방길’ 코스 소개와 함께 책방마다 상세 정보와 사진, 책방지기의 운영 철학을 담은 이 책은 애서가에겐 보물 지도와 다름없다. 아늑한 야외 정원에서 커피 향과 함께 책에 녹아들 수 있는 편안한 공간 ‘윈드스톤 커피앤북스’, 제주 문인들의 책을 진열한 코너를 따로 마련한 시집 전문 서점 ‘시옷서점’, ‘섬 속 섬’이라 불리는 우도에 자리한 책방 ‘밤수지맨드라미’ 세 곳이 특히 마음에 든다. 조만간 방문할 생각인데, 혹시 마주친다면 반갑게 인사해주시길.

 

에디터 황제웅(jewoong@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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