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2023 아트 신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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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3-02

키워드로 보는 2023 아트 신

세계 아트 신의 흐름을 주도하는 디렉터, 큐레이터, 저널리스트가 정의한 올해 예술계 키워드.

앤드루 러세스, 저널리스트
#페어티그 #페어+피로 #페어가주는피로감
“팬데믹이 유행하기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아트 딜러와 컬렉터들 사이에서는 너무 많은 아트 페어에 비해 좋은 작품이나 컬렉터가 부족하다고 불평하는 '페어티그(페어(fair)와 피로(fatigue)의 합성어)'를 느끼기 시작했다는 소리가 나왔죠. 이제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규제가 완화되면서 이른바 아트 페어를 중심으로 한 미술 시장이 부활하면서, 일부 예술 전문가는 이전보다 자주 해외를 오고 가는 듯합니다. 저는 비즈니스 측면에서 이를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워요. 한편으로는 모든 딜러, 예술가, 페어 운영자가 큰 수익을 창출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예술을 보려고 다른 도시를 방문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요즘 서울, 싱가포르, 도쿄 등 다양한 도시에서 유명한 아트 페어가 열려서 (혹은 열릴 예정이어서) 기쁘거든요.
솔직히 이 정도로 활동을 요구하는 것은 매우 과도하다고, 또 딜러들이 방문 판매원처럼 방방곡곡을 떠돌며 작품을 팔 필요는 없다고도 생각해요. 예술가는 아트 페어의 작품 배송 마감일을 맞추기 위해 작업을 서두르기보다는 활기차고 신선한 작품을 만들고 전시하는 데 집중할 수 있어야 하죠. (제가 안젤름 키퍼의 열렬한 팬은 아니지만 자기 작품을 아트 페어에 출품하는 것을 금지한 그의 결정은 현명하고 존경받을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는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예술가 중 한 명이지만.) 그래서 저는 올해 사람들이 어느 정도 페어티그를 느끼면 좋겠어요.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너무 큰 금전적 피해를 입을 정도는 아닌 선에서 조금 더 느린 속도로 서로 교류하고, 갤러리와 박물관 전시회에 몇 번 더 가고, 어쩌면 그들이 존경하는 예술가의 작업실에 더 자주 발걸음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실례가 안 된다면 저는 이만 비행기표를 몇 장 더 예매하러 가볼게요. 놓쳐서는 안 될 작품들이 있거든요.”





왼쪽 이저벨라 메이드먼트, 테이트 영국 현대미술 전문 큐레이터 © Tate Photography
오른쪽 타마르 헴스, 테이트 리버풀 큐레이터 © Tamar Hemmes

이저벨라 메이드먼트, 테이트 영국 현대미술 전문 큐레이터
#전시_아이작줄리언__What_Freedom_Is_To_Me
“올해 눈여겨볼 전시로 4월 26일부터 8월 20일까지 테이트 브리튼에서 영국 최초로 열리는 아이작 줄리언의 서베이 전시를 꼽고 싶습니다. 동시대에 가장 치열하게 예술을 실험한 작가이자 영화 제작자 중 한 명인 아이작 줄리언을 주목한 전시인데, 40년에 걸쳐 작업한 영화와 비디오 아트를 한데 모아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아이작 줄리언의 강력하고 시적인 작품을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합니다. 무엇보다 이 전시의 중심에는 작가의 신작 비디오 설치 작품으로 유럽에서 처음 상영하는 ‘Once Again...(Statues Never Die)’(2022)이 자리해요. 이 작품은 미국 컬렉터 앨버트 C. 반스와 ‘할렘 르네상스의 아버지’로 불리는 저명한 철학자이자 문화 비평가인 알랭 로크의 관계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다룹니다. 나아가 둘의 관계가 교육자와 사회운동가로서 그들의 작업에 미친 영향을 탐구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타마르 헴스, 테이트 리버풀 큐레이터
#커뮤니티
“올해는 ‘화합의 힘’과 ‘연대와 보살핌의 네트워크로서 공동체의 형성’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앞으로 몇 달간 큐레이터가 다양한 방식과 관점으로 이 주제에 접근한 흥미로운 비엔날레가 여럿 열립니다. 4월에 개막하는 광주비엔날레는 우리가 공유하는 지구를 ‘공존과 보살핌의 장’으로 제안합니다. 그리고 6월에 열리는 리버풀 비엔날레는 선조와 원주민의 토착 문화에서 비롯한 지식 형태에 기반한 치유와 치료 시스템에 관해 풀어낼 예정입니다.”





왼쪽 에마 라빈, 피노 컬렉션 CEO @Photo by Maxime Tétard
오른쪽 틸 펠라스 & 샘 바더웰, 베를린 국립현대미술관 함브루거 반호프 디렉터 © FOTOSTUDIO-ALL EYES ON YOU

에마 라빈, 피노 컬렉션 CEO
#키아로스쿠로 #명암대비
“키아로스쿠로는 명암의 대비 효과를 통해 예술 작품을 만드는 행위를 말합니다. 전쟁, 기후변화, 에너지 위기로 특정할 수 있는 현시대의 암울한 맥락에서 현대미술을 정의하면, 회화의 역사에서 그림자와 빛을 대조적으로 가져오는 개념 ‘키아로스쿠로(Chiaroscuro, 명암법)’는 현재 추세를 정의할 수 있는 단어예요.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이 시대의 분위기는 피노 컬렉션에서 오픈을 앞둔 두 전시의 핵심 주제입니다.
부르즈 데 코메르스에서 열리는 전은 봄과 겨울, 비와 태양, 낮과 밤, 인간과 비인간 등이 공존하는 생태계를 형성하는 설치 작품으로 구성할 예정입니다. 베니스의 푼타 델라 도가나에서 열리는 전에서는 예술 작품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감정과 초월적 경험을 전달하는 예술의 능력을 탐구하고,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일시 중단하고 성찰하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틸 펠라스 & 샘 바더웰, 베를린 국립현대미술관 함브루거 반호프 디렉터
#지속가능성
“올해 전 세계 예술 기관에서 떠오를 핵심 질문 중 하나는 ‘지속 가능성’의 중요성을 다루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몇 달에 걸쳐 급격하게 상승한 에너지 비용은 많은 기관이 어려운 선택을 하도록 긴급하게 강요했죠. 기관들이 실제로 기능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고해볼 필요가 있어요. 동시에 예술이 우리의 집단적 미래를 재고하고 다시 상상하는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그 범위를 넓히는 일이 훨씬 중요합니다.”





왼쪽 나딤 새먼 박사, KW 현대미술관 디지털 스피어 큐레이터 @Photo by Trevor Good
오른쪽 장 피에르 크리키, 파리 국립현대미술관-퐁피두 센터 큐레이터 @Photo by G. Meguerditchian, © Centre Pompidou, 2020

나딤 새먼 박사, KW 현대미술관 디지털 스피어 큐레이터
#지성_그리고_완전히_인공적인_것의_조합
“2023년 미술계를 한 문장으로 묘사하면 ‘지성 그리고 완전히 인공적인 것의 조합’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또 올해 미술계에서는 턴키 AI 애플리케이션으로 자동 생성 텍스트·음성·애니메이션(가상 배우)을 결합한 매끈하고도 괴상한 영상 작품을 많이 만날 수 있을 거예요. 유튜브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같은 툴을 사용해 우리의 소셜 피드를 쓸데없는 광고성 게시물로 가득 채우는 것과 유사해요. 물론 후자에 대한 전자의 비판과 동시에 예술을 통해 ‘의미를 창출하는 것에 대한 의미’를 더 탐구할 수 있기를 바라며, 언제나처럼 소음 속에서 어떤 신호를 찾을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그리고 저는 마이너 정치 성향을 지닌 온라인 커뮤니티 문화를 조사하는 미국 예술가 조슈아 시타렐라의 연구 기반 작업에도 관심을 두고 있어요. 온라인에서 사용하는 언어와 담화를 대중이 얼마나 이해하는지에 관한 문제가 작가의 작업에서 담론에 대한 핵심 요소인데, 팟캐스트, 뉴스레터, 서브스택(뉴스레터 구독 지원 플랫폼) 등을 사용해서 흥미롭고 상호 유기적인 방식으로 팬층을 키워나가고 있어요. AI를 전 세계에 가져올 파격적 영향력에 직면한 현시점에서 AI를 활용해 작업하는 예술가를 찾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KW 현대미술관에선 ‘암호화된 공간에서 이뤄지는 관계’를 다루는 전시를 준비하고 있어요. 새롭게 떠오르는 기술의 숨어 있는 이면에서 우리 ‘인간’의 위치는 어디쯤인가 하는 것이 현재 모든 예술가의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는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장 피에르 크리키, 파리 국립현대미술관-퐁피두 센터 큐레이터
#창제(의_힘) #복잡성 #가벼운_마음가짐
“세 단어를 골랐습니다. 첫 번째 단어는 ‘언제나 최고의 예술이 보여주는 면모’인 ‘창제(의 힘)'입니다. 두 번째 단어는 ‘언뜻 아무것도 아닌 듯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세상의 ‘복잡성’입니다. 마지막으로 ‘가벼운 마음가짐’을 언급하겠습니다. 요즘 ‘우리가 가장 그리워하는 것’이니까요.”





왼쪽 랠프 러고프, 헤이워드 갤러리 디렉터 © Marc Atkinson
오른쪽 영 마, 헤이워드 갤러리 큐레이터

랠프 러고프, 헤이워드 갤러리 디렉터
#지속가능성 #연결성
“올해 생각해봐야 할 첫 번째 키워드는 ‘지속 가능성’입니다. 우리에게 닥친 기후 위기 문제는 우리 모두 급히 해결하고 고민해야 하는 이슈예요. 동시에 탄소 발자국을 줄이고 상황에 대한 문화적 인식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합니다. ‘관심은 저항의 한 형태’라고 말한 아티스트 오토봉 응캉가의 시각으로 이 주제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미술관은 탄소 배출 순제로를 달성하기 위해 작품을 설치하고 운송하는 문제를 포함, 새로운 방식으로 전시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또한 창의적으로 대중에게 관련 정보를 전달하고 문화적 인식을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도입할 필요가 있어요.
다음은 ‘연결성’입니다. 예술가들은 우리가 종종 간과하는 것들 사이의 관계성과 모든 것의 상호 연관성을 더욱 잘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정치의 양극화 때문에 갈수록 분열되는 듯한 세상에는 모든 것이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조명하는 예술의 힘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죠. 미술관은 다양한 관람객이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광범위한 대화에서 피어나는 새로운 관점을 발견할 수 있는 대화의 장으로서 역할을 해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미술관은 사회와 개인의 영혼 사이 장벽을 허물기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와 방법을 (어느 정도는) 제안해야 해요.”

영 마, 헤이워드 갤러리 큐레이터
#기후 #불확실성 #작가_마이크_넬슨 #불평등 #연대 #연결 #추상화
“올해 예술계를 예견해보니 기후, 불확실성, 불평등, 연대, 연결, 추상화란 단어가 떠오르더군요. 그리고 전 헤이워드 갤러리에서 전시를 앞둔 마이크 넬슨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광주비엔날레에서 작품을 선보인 적이 있는 작가입니다.”





왼쪽 마시밀리아노 조니, 뉴 뮤지엄 에들리스 니슨 아티스틱 디렉터
오른쪽 게리 캐리언-무라야리, 뉴 뮤지엄 크라우스 패밀리 수석 큐레이터

마시밀리아노 조니, 뉴 뮤지엄 에들리스 니슨 아티스틱 디렉터
#작가_주디_시카고
“주디 시카고는 젠더 이슈와 여성 인권을 주목하는 작업으로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예술과 문화의 역사를 바꾼 살아있는 전설이죠. 무려 60년 넘는 시간에 걸쳐 작업한 ‘Womanhouse’와 ‘The Dinner Party’ 같은 큰 반향을 일으킨 작품을 끊임없이 선보이며 미술계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가예요. 그런데도 작업의 폭과 깊이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습니다. 10월부터 뉴 뮤지엄에서 열리는 개인전에서 주디 시카고의 지속적 영향력을 재확인하고자 해요. 또 현대미술의 대모인 작가의 작품을 통해 우리가 서로 그리고 이 지구와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사실을 더욱 깊이 알아가고자 합니다.”

게리 캐리언-무라야리, 뉴 뮤지엄 크라우스 패밀리 수석 큐레이터
#작가_이미래
“암스테르담과 서울을 오가며 활동하는 젊은 작가 이미래는 지난해에 베니스 비엔날레와 부산비엔날레에서 작품을 선보이며 두각을 나타냈죠. 이런 기세에 힘입어 오는 6월 29일부터 뉴 뮤지엄에서 미국 미술관 첫 개인전이 열려요. 본능을 자극하는 이미래의 키네틱 조각은 신체적·환경적 부패로 가득 찬 이 세계에 실존하는 위협을 포착하기 위한 완벽한 은유이자 장치입니다. 이 전시는 물론, 올해 미술계에선 이 젊은 작가의 행보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에디터 백아영(summer@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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