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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2-09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아름답다

써니브레드 대표 송성례, 현대미술 작가 박그림, 국립창극단 배우 김수인은 좋아하는 일을 이뤄내고 있다.

톱과 셔링 디테일 재킷 모두 Adererror, 이어링 Mzuu.

닿지 못할 곳은 없다, 송성례
에디터의 ‘최애 음식’은 파스타와 라면 그리고 빵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밀가루 음식을 먹으면 소화가 되지 않거나 복부가 팽만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밀가루에 함유된 ‘글루텐’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 그럼에도 빵을 끊을 수 없기에 글루텐이 적게 들어간 빵집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알게 된 베이커리가 바로 써니브레드다. 송성례 대표는 2017년 대학 시절 이태원에 써니브레드를 오픈했다. “저야말로 ‘식(食)소수자’거든요. 밀가루 음식을 너무 좋아하는데, 먹을 때마다 글루텐 때문에 복통을 앓았어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제가 마음껏 먹기 위해 시작한 셈이죠.” 당시 블로그를 활발히 운영하던 송성례 대표는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판매 문의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사실 제가 베이커리를 열어야겠다고 다짐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저 같은 증세가 있거나 아토피로 고생하는 아이들을 위해서예요. 어릴 때부터 외국에 살고, 대체 음식을 접할 수 있었던 저와 달리 아토피를 앓거나 글루텐에 거부 반응을 보이는 아이들에게 어떻게든 도움을 주고 싶었죠.”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의 글루텐프리 제품은 엄밀히 말하면 대부분 완전한 글루텐프리가 아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밀 두 톨도 허용하지 않는 글루텐 함량 10ppm 이하인 식품을 글루텐프리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밀가루는 쓰지 않아도 글루텐을 첨가한 제품도 포함하는 등, 송 대표의 말을 빌리면 그야말로 엉망이었다.
본격적으로 베이커리를 시작한 송성례 대표는 초반에 여러 어려움에 봉착했다. 먼저, 원료를 모두 외국에서 수입해야 했다. 그리고 어쩌다 한두 번은 밀가루 섞인 재료를 받아 난감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후 이태원에서 작은 가게로 시작한 써니브레드는 한 사건으로 큰 화제가 되었다. “어느 날 가게에 도둑이 들었는데, CCTV를 돌려보니 빵만 먹고 있더군요. 무서웠지만 어떻게 보면 써니브레드가 큰 이슈가 된 사건이었어요.” 그야말로 ‘도둑 픽’이 된 써니브레드는 성장 시기 또한 잘 탔다. 건강한 삶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완전한 글루텐프리를 지향하는 이곳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태원에서 서울숲으로 본점을 확장 이전하면서 송성례 대표는 이를 브랜드화하기 위한 시동을 걸었다.
“올해 1월 11일 후암동 2호점을 공식 오픈했어요. 저는 늘 ‘즐겁게 하자’는 마음으로 일해요. 이번에 후암동점의 특징이라면 라이브 공연을 진행하는 ‘바’라는 점이죠. 직원들이 비슷한 연령인 데다 서로 에너지 레벨이 잘 맞아요. 제 사심을 채우면서도 함께 일하는 사람들 모두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든 거죠.” 점점 사업이 확장되고 신경 써야 할 것이 늘면서 송성례 대표는 요즘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레시피를 직접 개발하고 있어요. 시장조사도 철저히 하고, 써니브레드에 오는 분의 정확한 니즈를 파악하면 어떤 제품을 만들어야겠다는 확신이 듭니다. 신제품으로 크림과 빵의 비율이 완전히 뒤바뀐 디저트를 출시할 예정이에요. 글루텐프리는 당연하고 아토피가 있거나 유지방을 못 드시는 분, 다이어트를 위해 무설탕 디저트를 추구하는 분 모두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요즘 우리 사회의 중요한 쟁점 중 하나는 바로 ‘가치 소비’다. 송성례 대표와 써니브레드는 확고한 팬층을 등에 업고 시작했지만, 이들이 주장하는 가치에 공감하는 이라면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베이커리임이 틀림없다. “써니브레드와 글루텐프리 제빵은 식소수자인 저를 사회에 섞일 수 있도록 만들어준 고마운 존재예요. 저와 처지가 비슷한 분들도 써니브레드를 통해 제가 느낀 ‘극복’ 과정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카디건 Gamma Gallery, 톱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사랑스러운 나를 위해, 박그림
이번 촬영을 위해 실제로 작업할 때 쓰는 붓이나 개인적 물건을 가져와달라는 부탁에, 불교미술을 전공한 박그림 작가는 팔레트로 사용하는 접시와 크기가 다른 동양화 붓을 비롯해 안료, 직접 그린 호랑이 그림과 작은 호랑이 도자 작품까지 여행 가방에 가득 채워 왔다.
박그림은 꽤 늦은 나이에 대학교에 진학했다. 우연히 속세와 떨어진 곳에서 전통 도제 방식으로 불교미술에 입문한 그는 동국대학교 불교 미술학과에 진학해 도제식과 아카데미식, 서로 다른 방식의 불교화를 익혔다. “아무래도 서로 배척하는 느낌이 강했어요. 예전에는 일대일 도제식 방식으로 스승과 제자가 있었지만, 요즘은 많은 부분이 다를 수밖에 없잖아요. 저는 강렬한 색을 사용하는 조선 탱화를 스승님께 직접 배웠어요. 그때 풀 끓이는 것부터 아교 만들기, 선 긋는 법 등 불교화 기법을 A부터 Z까지 꼼꼼히 습득할 수 있었죠. 대학에서는 고려 불화와 지금도 자주 사용하는 비단이라는 매체에 대해 좀 더 공부하게 되었어요. 완전히 다른 건 아니지만, 분명 배움의 차이가 있기에 다른 학생보다는 불교미술을 더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었죠.”
불교미술의 길을 걷는 사람들을 ‘불모(佛母)’ 즉 불교미술을 낳는 어미라 부른다. 신성한 그림을 그리고 절에 이를 모시는 의미를 내포한다. 작가는 자신을 불모로 여기며 진실한 마음으로 전통 불교회화의 길을 걷다 지금은 현대미술로 방향을 약간 조정했다. “주변에 제 내면을 끌어내려는 고마운 분이 계셨어요. 그분 덕에 제 퀴어적 성향이라든지, 남과 다른 모습에 자신감을 갖고 작업에 녹여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전나환 작가님의 작업에서도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자신을 드러내는 데 어려워하지 않았고, 인권 문제 특히 동성 관련 인권 문제에 앞장서고 처지가 비슷한 사람을 챙기고 위로하는 그림을 보면서 제 작업을 통해서도 이야기해보자는 마음이 들었죠.” ‘화랑도’와 ‘심호도’처럼 불교미술에 뿌리를 두지만, 자신을 비롯한 모든 성소수자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작품이 박그림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다. 특히 ‘화랑도’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찾아볼 수 있는 퀴어 인물의 셀피를 작업한 것으로, 대체로 일반인이 지닌 ‘게이’에 대한 이미지를 전복하고자 거칠고 터프하면서도 섬세한 아름다움을 화면에 드러냈다. 작품을 통해 작가가 이야기하는 인권 평등에 관한 이야기는 불교의 ‘평등’ 사상과도 밀접한 만큼 함께 두고 보면 그의 작품 속 이야기를 심도 있게 읽어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저는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어릴 때는 저 자신을 많이 미워했어요. 아름답지 않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예술을 통해 예전의 부정적 생각을 조금씩 벗어나고 있어요. 제 작품을 보는 많은 관람객이 이를 거울처럼 생각하면 감사할 것 같아요. ‘반본환원(返本還源)’이란 말이 있어요. 근본으로 돌아간다는 뜻이죠. 결국은 자신을 오롯이 받아들일 수 있어야 내면의 아름다움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3월 27일까지 박그림은 스튜디오 콘크리트에서 개인전을 연다. ‘심호도’ 시리즈와 호랑이해를 맞아 ‘호두(虎頭)’를 비롯한 호랑이 작업, 전통적인 것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 등 20여 점을 골고루 선보일 예정이다. 예술을 통해 박그림이 발견한 내·외면의 아름다움과 나 자신을 진정으로 알아가고 싶다면 그의 전시를 놓치지 말자.





셔츠와 체크 베스트, 데님 팬츠 모두 Adererror, 더비 슈즈 Shoespa.

우아한 몸짓과 당당한 눈빛, 김수인
김수인은 국립창극단에 입단하자마자 세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그의 어머니가 김선이 명창인 것도 관심을 끈 이유 중 하나지만, 그보다 더욱 큰 것은 바로 15대 1이라는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합류한 주인공이란 점이다. “태어나서 내가 무엇을 이토록 열심히 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간절한 마음이었어요. 소리를 하거나 춤추는 걸 저는 일종의 ‘놀이’라고 여겼는데, 국립극단 입단 시험은 너무 힘들더군요. 당시 시험에서 제가 가장 주력한 부분은 높은 옥타브의 음역을 소화하는 거였어요. 남녀가 함께 부르는 곡은 자연스럽게 남자가 여성의 음정으로 불러야 하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김수인은 창극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무용을 배웠다. 어머니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소리에 관심과 흥미를 가지면서 이 둘을 모두 잘 살릴 수 있는 방향을 찾았는데, 그것이 바로 창극이다. 한국의 소리를 사용한 일종의 뮤지컬이라고 보면 되는데, 완전한 전통을 고집하지 않으면서도 전통적 기반이 단단하지 않으면 소화하기 어려운 장르다. “아무래도 무용을 배운 경험이 있다 보니 창극단에서 제 역할이 확고한 듯해요. 감독님도 제게 적극적인 움직임을 요구하시기도 하고요. 창극단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하면서 무대에서 격렬한 춤을 추며 노래까지 소화하는 아이돌 가수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 느낍니다.” <나무, 물고기, 달>이란 작품으로 정식 데뷔한 김수인은 물고기 역을 맡았는데, 이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 난감하기도 했다. “인물을 연기하는 것이 아닌 다른 종, 생물을 연기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물멍’을 굉장히 오랫동안 했어요. 물고기의 가장 큰 특징이 무엇일까 고민하면서요. 결국 ‘순식간의 기억으로 살아가기’라는 방향성을 잡아내고 작품에 임했죠.” 김수인에게 이 작품은 또 한 가지 강렬한 추억을 선사했는데, 이는 바로 연출가 배요섭의 독특한 수련이다. “연출가님이 워크숍을 정말 좋아하셨어요. 출연진 모두 요가와 인도 무술 같은 걸 배웠는데, 처음엔 무슨 소용인가 싶었죠. 그런데 무대 위에 오르니 전체적으로 호흡이 ‘하나’라고 느껴질 정도로 딱딱 맞았어요. 결국 연출가님과 출연진 전체가 함께 숨을 맞추고 박자를 맞추며 했던 모든 활동이 작품의 생동성과 유기성을 더 살린 거예요.”
이렇게 단체에 속해 많은 선배와 함께 작업하면서 김수인은 한 가지 꿈이 생겼다. 자신의 장점인 무용과 소리를 하나로 묶어 솔로 가수처럼 만드는 것. “<흥보전>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나만의 브랜드로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됐어요. 아직은 아이디어 단계지만 ‘소리 춤’이라는 저만의 장르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응원 부탁드려요.(웃음)” 이러한 포부가 있더라도 김수인은 자신의 뿌리가 전통임을 계속 강조한다. 판소리 기량이 단단하고 깊어야 자신이 새로운 장르를 시도하더라도 보는 사람이 엉성하게 느끼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국악인으로서 사명감, 예술인의 행복감, 개인의 성취감. 이 모든 것이 제가 지금 하는 창극에 녹아 있어요. 창극과 저의 관계요? 애증! 너무 잘하고 싶은데, 어떨 땐 그 마음이 너무 힘드니까요.” 김수인은 올해 국립창극단과 함께 <리어>를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동시에 광주에서 <춘향가>를 두 시간 정도 독창하는 자리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어떻게 이렇게 긴 작품을 소화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눈을 질끈 감고 이렇게 말한다. “그때까지 이 모든 것을 위해 유산소운동을 열심히 하려고요.”

 

에디터 정송(song@noblesse.com)
사진 안지섭
헤어 이슬아
메이크업 박수지
스타일링 현국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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