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새 시계의 풍경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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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0-27

2021년 새 시계의 풍경

브랜드 전략이나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물론, 생산 방식까지 여러모로 달라진 시계 업계의 풍경을 돌아본다.

TAG HEUER의 CEO 프레데릭 아르노.

CEO도 세대교체
지난 2017년, 크리스토프 그레인저-헤어(Christoph Grainger-Herr)는 스타 CEO 조지 컨(Georges Kern) 현재 브라이틀링 CEO를 이어 한 브랜드의 새로운 수장에 올랐다. 당시 전략 기획 디렉터를 맡고 있던 그의 나이는30대 후반. 우리나라에선 과장 또는 차장일 나이에 한 브랜드의 수장이 되었다. 이보다 더한 사건(?!)은 지난해에 일어났다. 혜성처럼 나타난 1995년생 프레데릭 아르노(Frédéric Arnault)가 태그호이어의 새로운 CEO로 부임한 것이다. 사회 초년생일 나이에 최고경영자가 되다니. 그 비결은 그의 이름에 있다. ‘아르노’에서 눈치챈 사람도 있겠지만, 프레데릭 아르노는 세계 최고 부자이자 명품 제국 LVMH 그룹 회장인 베르나르 아르노(Bernard Arnault)의 아들이다. 이른바 금수저, 아니 다이아몬드 수저인 셈이다. 낙하산 인사로 부담이 클 테지만 프레데릭 아르노는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젊은 감각을 발휘해 나름대로 브랜드를 잘 이끌어가고 있다.





HYT의 H5.

진격의 독립 브랜드
국내 시계 산업이 급성장을 이뤘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에 없는 시계 브랜드는 꽤 많다. 심지어 롤렉스의 동생인 튜더가 국내에 상륙한 지도 5년이 채 안 됐다. 이로써 이름난 대형 브랜드는 대부분 국내에 들어왔지만, 애호가들이 선호하는 독립 브랜드의 부재는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아왔다. 다행히도 몇 해 전부터 그간의 아쉬움이 조금씩 해소되고 있다. 현대판 물시계로 유명한 HYT를 비롯해 스피크-마린, RJ 등 이색적인 워치메이킹을 제시하는 독립 브랜드가 속속 국내에 입성하고 있기 때문. 관련 브랜드를 주로 취급하는 딜러 숍 ‘타임팰리스’에 따르면, 앞으로 더 다양한 독립 브랜드를 국내에 소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JAEGER-LECOULTRE의 ‘사운드 메이커’ 전시

국내에 부는 전시회 바람
간간이 전시회 소식이 들리긴 했지만 올해처럼 국내에서 다양하고 규모가 큰 공개 전시가 열린 적은 없다. 지난 5월 분더샵 청담에서 열린 파네라이의 전시를 시작으로, 6월에는 예거 르쿨르트가 바통을 이어받아 <사운드메이커>, <빅 파일럿> 전시를 개최했다. 특히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사운드메이커>전은 이례적으로 정통 워치메이커가 개최한 대규모 공개 전시로 의미가 남달랐다. 주제가 주얼리긴 하지만, 7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개최한 <불가리 컬러>전 역시 전에 없던 대규모 행사로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했다. 각 전시는 VIP와 같은 특정 대상이 아니라 모두 대중을 상대로 개최했기에 의미가 더 남다르다.





RICHARD MILLE의 중고 시계만 취급하는 싱가포르의 밸류 오브 타임.

품질보증기간 연장
몇 년 전만 해도 국제 품질보증기간은 2~3년이 대부분이었다. 롤렉스와 오데마 피게(공식 홈페이지 등록 시)를 비롯한 극소수의 브랜드만이 5년 품질보증 서비스를 지원했을 뿐. 근래엔 그 5년이 기본이 되는 분위기다. 2018년 오메가가 해당 기간을 5년으로 늘리더니, 2019년에는 리치몬트 그룹의 주축인 예거 르쿨트르, 까르띠에, 파네라이가 그보다 더한 8년으로 확장했다. 지난해에도 그 흐름은 계속됐다. 튜더가 맏형인 롤렉스를 따라 5년 품질보증 서비스를 도입했고, 론진은 기계식 시계 기준으로 5년 워런티를 제공하기로 했다. 나아가 오리스는 새롭게 발표한 인하우스 칼리버 400을 탑재한 모델에 한해 무려 10년 품질보증을 내세웠다. 일각에서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지만, 궁극적으로는 저마다 자사 제품의 품질에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의미다. 어찌 됐든 소비자에게 좋은 일인 것만은 틀림없다.





위쪽 MEGA의 5년 워런티 카드. 아래쪽 PANERAI의 8년 품질보증 서비스 ‘PAM.GUARD’ 표식.

중고 시장의 중요성
브랜드들은 늘 중고 시장을 경계해왔고 지금도 그건 크게 다르지 않다. 소비자는 반대로 값비싼 시계를 싸게 살 수 있다는 이점에 끌려 점점 더 중고 시장을 선호한다. 중고 시장의 규모가 날이 갈수록 커지자 브랜드들의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몇몇 브랜드는 이미 시장 선점에 나섰다. 지난 2018년 리치몬트 그룹에서 세계적 중고 시계 거래 업체 워치파인더(Watchfinder)를 인수한 데 이어 모저앤씨, MB&F 등 비교적 몸집이 작아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독립 브랜드에서는 중고 시계 시장에 직접 뛰어들었다. 올해는 네임 밸류가 높은 리차드 밀마저 중고 시계를 취급하는 리테일 매장을 오픈하며 관련 시장에 발을 내딛었다. 브랜드에서 인증한 중고 시계를 공식적으로 판매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을 수밖에 없다. 중고 시계의 최대 불안 요소인 짝퉁에 대한 걱정을 떨칠 수 있기 때문이다.





HAMILTON과 비디오 게임 ‘파 크라이 6’의 협업6

이색 온라인 마케팅
시계업계도 SNS를 포함한 온라인 생태계의 비중이 점점 커져가고 있다. 값비싼 시계를 아무렇지 않게 온라인 편집숍에서 판매하는가 하면, 별도의 온라인 익스클루시브 제품을 선보이기도 한다. 마케팅 활동 역시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근래에 색다른 행보를 이어가는 브랜드로는 해밀턴을 꼽을 수 있다. 해밀턴은 비디오게임 ‘파 크라이 6’와 파트너십을 맺고 게임 안에 자사 시계를 하나의 아이템으로 자연스레 녹여냈다. 각각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뿐. 여러 브랜드를 통해 앞으로 더 신선한 마케팅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ROLEX의 익스플로러 36 옐로 골드 롤레조.

돈 되는 시계
근래 들어 백화점 오픈 시간만 되면 사람들이 매장 입구에 길게 줄지어 선다. 그리고 문이 열리면 뒤도 안 돌아보고 뛰어 들어가는 진풍경을 연출한다. 일명 ‘오픈런’. 샤넬을 비롯한 일부 명품 매장에 누구보다 빨리 입장하거나 빠른 순번의 대기표를 받아 원하는 상품을 선점하기 위함이다. 오픈런의 목적지에 롤렉스도 포함된다. 앞서 언급한 상품은 자신이 소유하고픈 물건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돈이 되는 물건인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되팔이’라는 속어도 생겨났다. 요즘 롤렉스의 코스모그래프 데이토나, 서브마리너, GMT-마스터 등 전통의 인기 모델은 없어서 못 판다. 심지어 최근에는 엔트리 모델인 오이스터 퍼페추얼까지 난리다. 스틸 워치는 들어오는 족족 나간다고 보면 된다.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간다. 롤렉스가 소량생산 브랜드도 아닌데 그렇다. 각 모델의 프리미엄이 애프터 마켓에서 자연스레 치솟을 수밖에 없는 상황. 제값이나 시장가보다 낮은 금액에 제품을 구할 수만 있다면 소위 말하는 ‘시테크’가 가능하다. 롤렉스만 그런 것도 아니다. 파텍필립, 오데마 피게, 바쉐론 콘스탄틴 등 하이엔드 브랜드의 주요 스포츠 워치도 프리미엄 시장에서 귀한 대접을 받는다. 각각의 모델은 하이엔드다 보니 프리미엄의 단위도 다르다. 몇천만 원 호가는 기본. 일각에서는 지금 시장에 대해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기도 하지만 시장이 단기간에 바뀌기는 어려워 보인다. 향후 몇 년간은 이 기이한 시장이 계속될 거라는 게 중론이다.

 

장종균(시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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