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착륙으로 떠난 유람비행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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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7-07

무착륙으로 떠난 유람비행

뉴 노멀시대 만난 새로운 여행법. 착륙하지 않고 상공을 누비는 관광 비행.

위쪽 로열브루나이 항공의 ‘Dine & Fly’ 상품은 상공에서 로컬 브루나이 메뉴를 즐기며 보르네오섬을 감상할 수 있다.
아래쪽 강릉, 부산, 제주 등의 상공을 날며 무착륙 비행 관광을 선보인 대한항공의 A380 항공기.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 1년에 서너 번은 해외로 나갈 정도로 방랑자 습성을 지녔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타국을 돌아다니며 삶의 활력을 찾는 유랑 본능을 억눌러야 했다. 때때로 국내 여행지로 눈을 돌리거나 여행 기분을 내기 위해 호캉스를 즐겼지만, 해외여행에서 얻는 이국적 경험을 온전히 충족시키긴 어려웠다. 휴대폰 사진첩을 뒤적이며 지난날을 추억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는 요즘, 관광에도 발상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항공업계에서 여행 기분을 느낄 수 있는 무착륙 비행 상품을 내놓은 것이다.
지난해 호주 주요 관광지 상공을 도는 무착륙 비행 상품으로 인기를 끈 콴타스 항공은 올해에도 기발한 상품을 내놓았다. 지난 5월 26일, 슈퍼 블러드 문을 하늘에서 감상할 수 있는 항공기를 띄운 것. 시드니에서 이륙해 태평양 상공 13km까지 올랐다가 다시 지상으로 내려오는 경로로, 승객은 달이 지구 그림자에 완전히 가려지는 개기월식 현상과 슈퍼 문이 한 번에 나타나는 특별한 순간을 눈앞에서 목도하는 이색 경험을 즐겼다. 이와 비슷하게 일본의 ANA 항공도 1월 1일 새벽, 새해 일출을 보는 2시간 코스의 비행 상품을 마련했다. 승객들은 후지산 주변을 돌며 일출을 감상하고, 일본 명절 음식인 오세치를 맛보며 새해를 맞았다. 이 비행 상품은 비록 목적지가 없어도 하늘을 날며 아름다운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색다른 경험을 안겨주었다. 대만의 에바 항공과 브루나이의 로열브루나이 항공은 미식의 즐거움을 곁들인 무착륙 비행 상품을 선보였다. 각각 미슐랭 3스타 셰프인 모토케 나카무라가 요리한 해산물 지라시 스시와 삼발 소스를 더한 비프 누들을 맛보며 대만의 주요 섬 상공을 날거나 나시레막·아얌고랭·크다얀 등 전형적인 로컬 브루나이 메뉴를 즐기며 보르네오섬 상공을 유랑하는 상품으로, 미식이 여행의 모든 순간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들어준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국내 무착륙 관광 비행 상품은 LCC 항공사 위주로 성행하다 올해 대형 항공사로 번졌다. 이들은 라운지와 면세점 이용 혜택을 포함해 침체기를 겪고 있는 면세 쇼핑업계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대한항공은 5월 말, 대한항공카드 소지 고객을 대상으로 특별 전세기를 띄웠다. 오픈 직후 완판된 이 상품은 꿈의 비행기라 불리는 A380을 타고 2시간 30분 동안 강릉, 동해안, 부산, 대한해협, 제주 상공을 거쳐 다시 인천으로 돌아왔다. 주요 지점을 지날 때마다 안내 방송을 통해 창밖 풍경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고, 동해안을 따라 내려올 때는 익숙한 뉴에이지 음악으로 구성한 뮤직 타임을 마련해 귀를 즐겁게 했다. 한편 아시아나항공은 해외 여러 국가를 컨셉으로 한 무착륙 관광 비행을 선보였다. 4월은 스페인, 5월은 호주, 6월은 대만을 테마로 정했다. 인천을 시작으로 부산, 후쿠오카, 제주 상공을 비행한 후 돌아오는 140분의 여정이다. 탑승 수속 카운터와 게이트에서 각 나라의 전통 공연을 펼치거나 관광청에서 제공하는 굿즈를 선물하고, 비행하는 동안 해당 국가를 소개하는 방식으로 해외여행 기분을 느끼게 한다.
그간 비행은 목적지로 향하는 과정에 불과했다. 하지만 뉴노멀 시대에 비행은 또 하나의 여행 방식이 되고 있다. 비록 비행기에서 내릴 순 없어도 답답한 일상을 벗어나 하늘길을 유영하며 여행 기분을 낼 수 있다는 점은 분명 흥미로운 일이다. 항공업계로서는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무착륙 비행 상품을 개발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또 다른 돌파구가 될지도 모른다.





위쪽 미슐랭 3스타 셰프가 요리한 음식을 맛보며 대만의 주요 섬 상공을 유랑하는 에바 항공.
아래쪽 슈퍼 블러드 문을 하늘에서 감상하기 위해 콴타스 항공 보잉787 드림라이너에 오른 사람들.

 

에디터 문지영(jymoon@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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