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가 써 내려온 가방 속 역사 이야기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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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23

에르메스가 써 내려온 가방 속 역사 이야기

가죽과 장인정신의 헤리티지를 간직한 에르메스의 가방 이야기.

오브제가 된 가방
어떤 대상을 향한 집념은 곧 그것에 대한 굳은 신념을 의미한다. 에르메스 메띠에(Metiers)와 궤를 같이해 떼려야 뗄 수 없는 메종의 주요 소재인 가죽 역시 승마 문화를 기반으로 한 에르메스의 아이덴티티를 상징한다. 1837년부터 마구용품과 안장 등을 제작하며 유서 깊은 장인정신을 이어온 에르메스의 가죽 컬렉션. 크고 작은 사물에 고스란히 깃든 히스토리를 탐구하고자 에르메스는 헤리티지 전시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그리고 네 번째 전시 <에르메스, 가방 이야기(Once Upon a Bag)>가 5월 22일부터 6월 6일까지 서울 성수동 디뮤지엄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주제는 ‘가방’. 오랜 세월을 거쳐 변화를 거듭해온 에르메스 가방의 이야기가 전시장 곳곳을 가득 채워 관람객의 눈앞에 펼쳐질 예정이다. 프랑스 루베의 라 피신(La Piscine) 미술관 큐레이터 브뤼노 고디숑(Bruno Gaudichon)과 시노그래퍼 로랑스 폰테인(Laurence Fontaine)은 이번 전시를 위해 내레이터로 직접 나섰다. 메종에서 최초로 출시한 가방 오뜨 아 크로와(Hauta Courroies)를 시작으로 베루(Verrou), 켈리(Kelly), 플룸(Plume), 버킨(Birkin) 등 에르메스의 아이코닉한 가방은 역사와 각 시대를 잇는 오브제들의 긴 이야기를 전할 것이다.



엡솜 카프스킨 소재로 제작한 베루 백.
1935년 ‘시티(City)’라는 이름으로 처음 등장해 1956년 현재 이름으로 바뀐 켈리 백.
1998년 켈리 백을 변형해 만든 에르(Her) 백.
2021년 S/S 켈리돌 백 참.




왼쪽 에르메스 메종을 대표하는 가방 중 하나로 손꼽히는 켈리 백. ©Jack Davison
오른쪽 에르메스 가방에 담긴 창조성을 엿볼 수 있는 베루 백. ©Jack Davison

에르메스 가방 이야기의 운을 뗀 오뜨 아 크로와는 본래 부츠와 안장을 운반하기 위해 만든 가방이다. 20세기 초 자동차가 등장하면서 대중에게 여행용 가방으로 사랑받은 이 백은 볼린카(Volynka) 가죽 등 다양한 소재로 여러 차례 재해석되며 에르메스 가방이 갖춘 독특함과 다양성을 증명했다. 1930년대 로베르 뒤마(Robert Dumas)가 고안한 켈리 또한 그 창조성을 대변한다. 기하학적 사다리꼴 실루엣이 돋보이는 켈리는 탈착 가능한 스트랩을 가방 양쪽에 달아 자유롭게 스타일을 변형할 수 있다. 1950년 모나코 왕비 그레이스 켈리가 이 가방을 든 사진이 화제를 모으면서 당시 뜨거운 인기를 얻었고, 이후 켈리아도(Kellyado)와 켈리돌(Kellydole), 켈리라키스(Kellylakis) 등 다채로운 버전으로 소개해 변화무쌍한 여성의 아름다움을 구현했다. 각 디자인 요소가 저마다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섬세한 디테일의 가방, 베루에서도 에르메스의 혁신성은 여지 없이 드러난다. 절묘한 곡선 실루엣과 잠금장치를 여닫을 때 나는 미세한 소리, 가방 안쪽에 손을 넣을 때 느껴지는 안감의 촉감까지도 모두 치밀한 설계에 따라 탄생한 것이다. 가방을 만드는 내내 디자이너는 장인과 끊임없이 의견을 공유하고 소통한다. 이러한 과정 끝에 개인의 소지품을 휴대하는 단순한 기능의 가방이 아닌, 각각의 요소가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하나의 오브제가 비로소 완성된다.





자연스러운 실루엣을 강조한 박스 카프스킨 소재의 버킨 백.

이야기를 들려주는 가방
기발한 디자인만큼 에르메스 가방을 특별하게 만드는 건 이에 얽힌 재미있는 스토리다. ‘에르메스 가방’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릴 법한 흥미로운 스토리는 버킨에 대한 것이다. 1984년 에르메스 회장을 맡은 장 루이 뒤마(Jean Louis Dumas)는 영국과 파리를 오가는 비행기 안에서 뮤지션 겸 배우 제인 버킨(Jane Birkin)과 우연히 마주친다. 짧은 대화를 나누는 동안 그녀는 자신 같은 젊은 엄마가 들고 다닐 편안한 토트백이 없어 아쉽다는 말을 꺼낸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은 장 루이 뒤마는 부드러운 가죽으로 유연한 실루엣을 살리고, 수납공간이 넉넉한 실용적 디자인의 가방을 생각해낸다. 컷아웃 디테일의 플랩, 회전형 잠금장치 등 메종을 상징하는 장식까지 더한 버킨의 디자인은 지금도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으며 버킨 섀도우(Birkin Shadow), 버킨 쏘 블랙(Birkin So Black), 버킨 셀리에(Birkin Sellier) 등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1967년 인하우스 디자이너 까뜨린 샤이에(Catherine Chaillet)의 다섯째 딸 출산을 기념해 이름을 본뜬 콘스탄스(Constance), 브랜드 창립자의 손자 에밀 에르메스(Émile Hermès)가 캐나다를 방문해 자동차 후드를 여닫는 지퍼를 보고 만든 볼리드(Bolide), 그의 셋째 딸 이름을 본뜬 시몬느 에르메스(Simone Hermès) 등 다채로운 디자인처럼 에르메스 가방이 전하는 이야기는 메종의 역사 속 무수한 사건과 인물을 다룬다.
문의 02-542-6622



2020년 S/S 컬렉션에서 선보인 볼리드 1923-30 레이싱 백.
카우하이드 가죽으로 제작한 버킨 셀리에 35 백.
시몬느 에르메스 백.






왼쪽 가방 모서리 부분의 기죽 표면을 매끄럽게 다듬는 버니싱 작업 중인 에르메스 하우스 장인.
오른쪽 <에르메스, 가방 이야기> 전시 포스터.

 

에디터 박소현(angelapark@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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