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컬렉팅하기 전 알아야 할 것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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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21

미술 컬렉팅하기 전 알아야 할 것

미술 컬렉팅 열풍 속에서 꼭 기억해둬야 할 것이 있다.

2021 BAMA 전경. 아트 페어에서는 갤러리들이 엄선한 다채로운 작품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날마다 기사가 쏟아지지만, 미술 시장이 호황을 맞았다는 사실은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야겠다. 지난 3월 화랑미술제에는 역대 최다 관람객 수인 4만8000명이 몰렸고, 4월에 열린 BAMA(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는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국내 양대 경매사의 성적도 심상치 않다. 서울옥션은 2월과 3월 경매에서 연속으로 90% 이상 낙찰률을 기록했으며, 케이옥션은 3월 경매에서 136억 원의 낙찰 총액을 거둬들이며 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대대적 상승기의 시작인지 아닌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지만, 미술계 관계자의 표정이 밝아진 것만은 분명하다.
미술계에 훈풍이 부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그간 미술 작품의 가격이 저평가되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데다 올해부터 미술품 양도세 부담이 줄었다.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집콕 인테리어 용도로 미술품 구매가 증가한 것도 한몫했다. 무엇보다 부동산 규제와 주식시장의 답보로 갈 데 없는 자금이 미술 시장에 들어오고 있다. 최근 아트와 재테크를 합친 ‘아트테크’라는 말이 자주 입에 오르내리는 건 우연이 아니다. 명품보다 그림을 사겠다는 20~30대가 늘고, 미술에 관심 없던 40~50대도 신규 컬렉터로 유입되는 상황이다.
여러 이유로 컬렉팅을 시작하는 이가 늘었지만, 미술계 전문가들이 입을 모으는 말이 하나 있다. 투자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컬렉팅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 갤러리플래닛 이현정 대표도 같은 의견이다. “미술 작품보다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투자처는 꽤 많습니다. 단순히 수익성만 생각하고 작품을 사면 초조한 마음에 작품 자체를 즐기기 어려울 뿐 아니라 적절한 매도 타이밍까지 기다리지 못합니다.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작품은 한정되어 있어요. 결국 자신이 끝까지 함께해도 좋을 작품을 골라야 합니다.” 다시 말해 작품에 대한 애정이 우선 되어야 한다는 말씀!
또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본격적으로 컬렉팅을 하기에 앞서 어떤 작품에 끌리는지 자신의 취향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이든 시작이 중요한 만큼 컬렉팅도 첫 작품 구매에 후회가 없어야 열정을 이어갈 수 있다. 이현정 대표의 생각은 어떨까. “컬렉팅은 ‘아는 만큼 보인다’가 정석으로 통합니다. 그만큼 공부가 필요하죠.” 여기서 공부는 단순히 미술 관련 서적을 정독하는 것이 아니다. “좋은 작품이 전시된 곳을 많이 둘러봐야 합니다. 국공립 미술관의 오디오 해설이나 도슨트 설명을 활용하면 전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 아트 페어에선 부스를 돌아보는 동시에 연계 특강을 신청해 들어보는 걸 권합니다. 인지도가 높은 행사일수록 부대 프로그램도 신경을 쓰기에 놓치기 아까운 강연이 많거든요.” 덧붙이면, 갤러리 전시와 옥션 프리뷰 전시에 가볼 것을 추천한다. 갤러리스트에게 취향과 안목을 배우고, 옥션에서 주요 작품의 가격과 미술 시장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다. 미술관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에이트인스티튜트, 이안아트컨설팅 같은 사설 기관의 강좌를 수강하는 것도 미술계의 구조와 흐름을 파악하는 데 효과적이다.
작품 구매 루트별 특성을 파악해두는 것도 컬렉팅에 도움이 된다. 미술 시장은 크게 갤러리와 아트 페어로 이루어지는 1차 시장, 그리고 옥션으로 대변되는 2차 시장으로 나뉜다. 학고재 박미란 디렉터는 갤러리의 특성을 이렇게 설명한다. “갤러리는 미술 시장에 유통된 적 없는 신작 위주로 전시를 선보입니다. 작가와 직접 소통해 양질의 작품을 선별하기에 좋은 작품을 빠르게 접할 수 있죠. 작품의 사후 관리 측면에서도 안전합니다. 갤러리가 진품 보증서를 발행하니까요. 또 작품 보수 등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신속한 창구 역할을 하고, 작품의 리세일을 원하는 경우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초보 컬렉터라면 갤러리 특유의 차분한 분위기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그럴 땐 미리 연락한 뒤 방문해보자. “갤러리마다 작가의 담당 직원이 배정되어 있어요. 갤러리에 처음 작품 문의를 하는 경우 전화나 이메일로 먼저 연락해 담당자에게 작품 제안서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원하는 바를 자세히 설명할수록 마음에 드는 작품을 소개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안서를 받은 뒤 직접 살펴보고 싶다면 담당자와 일정을 조율하면 됩니다.”





위쪽 에이트인스티튜트 강좌 모습. 미술계 전반을 파악하는 데 효과적이다.
아래쪽 옥션에서는 예술성과 시장성이 두루 검증된 작가의 작품이 거래된다.

변지애 아트 컨설턴트는 아트 페어를 ‘백화점’에 비유했다. “아트 페어의 장점은 국내 주요 갤러리와 평소 접근하기 어려운 해외 갤러리 작품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짧은 시간에 많은 정보를 효율적으로 얻을 수 있죠.” 다만 아트 페어 방문 전 행사 홈페이지나 SNS를 살펴볼 것을 권했다. 붐비는 데다 넓은 행사장에 계획 없이 방문하면 쉽게 지칠 수 있기 때문. 꼭 들러야 하는 갤러리와 관심 있는 작품의 위치를 먼저 파악해 동선을 짜는 것이 좋다. 가능하다면 관람객이 적은 오전에 방문하는 것도 에디터만의 팁.
케이옥션 손이천 이사는 초보 컬렉터에게 옥션이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옥션에서 거래되는 작품의 작가는 전체 미술 시장에서 1~2% 정도입니다. 그런 만큼 예술성은 물론 시장성이 검증된 작가라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시간이 지난 후에도 작품 리세일이 수월한 편입니다. 공개 입찰 방식으로 작품 가격을 쉽게 알 수 있는 것도 신뢰감을 주죠.” 최근 주목받는 온라인 옥션에 대해서도 조언을 덧붙였다. “온라인 옥션과 오프라인 옥션의 가장 큰 차이는 작품 가격대입니다. 적당한 예산으로 컬렉팅을 시작하고 싶다면 온라인 옥션도 좋은 선택지죠. 참고로 온라인 옥션은 응찰만 온라인으로 진행하며, 오프라인 프리뷰 전시를 진행합니다. 원하는 작품이 있다면 꼭 현장을 방문해보세요.”





지난 3~4월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개최한 <아트 뮤지엄> 전경. 최근 미술 작품을 감상하고 구매하는 루트가 다양해졌다.

작품 구매만큼 중요한 것은 관리다. 초보 컬렉터가 범하기 쉬운 실수를 몇 가지 짚어보면, 직사광선은 작품을 손상시키는 치명적 요인이다. 장기간 노출하면 이미지가 하얗게 날아갈 수 있으니 각별히 주의할 것. 지하실 같은 습한 곳, 방열기 근처 등 열 가까이에 두는 것도 금물이다. 최근 그림 레일과 와이어로 작품을 설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와이어는 영구적이지 않기에 정기적으로 교체해야 한다. 또 그림도 숨을 쉬어야 하므로 액자가 벽에 지나치게 밀착된 것도 좋지 않다. 마지막으로 소중한 작품일수록 액자에도 충분히 투자할 것을 추천한다. 헤어스타일을 바꾸는 것만으로 인물이 살아나는 것과 같은 이치. 특히 무반사 유리는 어떤 지점에서도 편하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한다.
어떤 사람은 영상처럼 특정 장르의 작품을 수집하고, 또 다른 사람은 로컬 아트 신을 후원하고자 컬렉팅에 몰두한다. 머릿속이 무뎌지지 않도록 기분 좋은 충격을 주는 작품을 모으기도. 컬렉팅 스타일은 제각각이지만, 오답은 없다. 아니, 모두 정답이다. 도움을 주고자 이런저런 말을 모았지만, 사실 너무 고민할 필요는 없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작품을 보고 흡족해할 당신이니까.

 

에디터 황제웅(jewoong@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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