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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5-24

도지코인보다 NFT 코인!

가상화폐의 강세에 힘입어 미술 시장에 NFT 코인 바람이 분다.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화제가 되었던 비플의 ‘Everydays: The First 5000 Days’. 5000일 동안 그린 그림을 콜라주한 작품이다. Courtesy of Christie’s and the Artist
‘대체 불가한 토큰’이라는 뜻의 NFT는 디지털 미술 시장에 꼭 맞는 가상화폐인 듯하다.


지난 3월 중순 열린 뉴욕 크리스티 옥션. 미국에서 비플(Beeple)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디지털 아티스트의 작품이 무려 6930만 달러(약 779억 원)에 낙찰되며 미술 시장의 이목을 모았다. 단순히 낙찰가만 화제가 된 것이 아니다. 가상화폐 가운데 하나인 NFT로 거래됐다는 점이 더욱 사람들의 관심을 끈 것. NFT가 대체 무엇이기에 미술계에서 이토록 주목하는 것일까?
‘대체 불가능한 토큰’을 말하는 NFT(Non-Fungible Token)는 동영상, 사진, 그래픽디자인, 그래픽 회화 같은 특정 디지털 자산을 연결하는 기술을 일컫는다. 대체 불가능한 토큰답게 디지털 파일에 대한 소유권을 블록체인상에 저장하고, 위조와 변조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그 소유권을 영구 보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가상화폐다. 쉽게 생각하면 우리의 주민등록번호와 같다고 할 수 있다. 디지털 파일을 NFT로 치환(전문 용어로 민팅(minting)이라고 한다)하면 고유 번호를 부여받기 때문에 같은 디지털 파일이라고 해도 그 원본성을 각기 다르게 인정하는 것.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다고 해도 괜찮다. 앞서 언급한 비플의 사례를 조금 더 파고들어보자. 사실 지난 3월 뉴욕 크리스티 옥션 이전에 비플에 대해 아는 이는 거의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 그가 한 번의 거래로 단숨에 부자가 된 것은 물론 현존하는 작가 중 제프 쿤스, 데이비드 호크니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가장 비싼 작가’ 반열에 올랐다는 것은 많은 점을 시사한다. 그가 출품한 디지털 콜라주 작품 ‘Everydays: The First 5000 Days’는 2007년 5월 1일부터 2021년 1월 7일까지 5000일 동안 매일 하나씩 그린 디지털 작품을 콜라주한 것이다. 판매를 목적으로 그렸지만 잘 팔리지 않았다. 작가는 이 파일들을 누구나 다운로드할 수 있게 공개했다. 그리고 그걸 모아 하나의 콜라주 파일로 만든 작품을 옥션에 출품했다. ‘가장 순수한 디지털 예술 옥션’이라는 평가 아래 진행한 옥션에서 비플은 제1호 NFT 판매 작가가 된 것이다.
이에 힘입어 소더비에서도 지난 4월 12일부터 14일까지 3일간 NFT 경매를 열고 디지털 아티스트 Pak과 협업해 이라는 컬렉션 전시를 개최했다. Pak은 디자인 스튜디오 ‘언드림(Undream)’을 이끄는 디자인계의 선두주자 가운데 한 명이다.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큐레이팅을 펼치는 ‘Archillect’를 만들기도 했다. 소더비와 협업해 선보인 컬렉션을 통해 작가는 예술 작품의 ‘가치’란 과연 무엇인지, ‘권위’는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컬렉션’의 의미를 재고하고자 했다. 이 컬렉션의 핵심은 오픈 에디션(open edition)인데, 판매 기간에 ‘Cube’라고 이름 붙인 디지털 아트를 원하는 만큼 구매할 수 있게 하고, 컬렉터가 보유한 큐브양에 따라 NFT로 민팅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밖에도 ‘Complexity’, ‘Equilibrium’, ‘The Builder’, ‘The Switch’, ‘The Pixel’이란 이름의 디지털 파일을 공개했고 모두 기간 내에 솔드아웃되는 기염을 토했다.





케빈 매코이(Kevin McCoy)의 ‘Quantum’이 6월 3일 소더비에서 전에 출품된다. Courtesy of Sotheby’s and the Artist
소더비와 디지털 아티스트 Pak이 4월에 함께 만든 전시 의 오픈 에디션에서 구입할 수 있던 ‘Cube’. Courtesy of Sotheby’s and Pak
마리킴 작가가 지난 4월 피카프로젝트에서 열린 NFT 경매에 출품한 작품 ‘Missing and Found’. 사진 제공 마리킴


또 하나, NFT를 비롯한 블록체인 가상화폐를 주시하는 사람이라면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의 아내인 팝 아티스트 그라임스의 행보에 대해서도 들어봤을 테다. 그녀의 디지털 작품 역시 온라인 경매를 통해 약 65억 원에 팔렸다. 한국 서울옥션에서도 서울옥션블루가 운영하는 미술품 공동 구매 서비스 ‘소투(SOTWO)’와 컬렉터블 리셀 플랫폼 ‘XXBLUE’로 가상 자산 기술 테스팅을 진행하며 NFT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음을 알렸다. 서울옥션은 “디지털 자산 시대에는 누구나 예술가가 되고 컬렉터가 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이 형성될 것이다”라며 한국의 옥션 선두주자로서 미술품 디지털 자산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새로운 컬렉터의 유입을 적극 독려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왜 지금 NFT가 이렇게까지 대두되는 것일까?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미술 시장에 다양한 매체가 등장했다. 비디오 . 디지털 . 웹아트 등 ‘뉴미디어’로 통칭되는 이 작품들을 실제로 어떻게 소장해야 할지 많은 의견이 오갔다. ‘원본성’과 ‘유일성’이 한 작품의 가치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인 시절, 미디어 아트는 회화, 조각, 사진 같은 매체와 비교할 때 소장과는 거리가 먼 듯 보인 것이 사실이다. 지금까지는 이런 작품을 거래할 때 USB와 같은 ‘포맷’의 디지털 파일로 오갔는데, 이때 에디션 넘버에 대한 작가의 증서가 이 작품이 ‘원본’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그런데 NFT를 통해 디지털 아트 소장과 관련해 발목을 잡던 하나의 문제가 해결된 것이다. 디지털 작품의 진위와 소유권을 입증하는 간단하면서도 강력한 방법으로 부상하며 미술 시장에서 그 영향력이 급속도로 커진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소셜 미디어 가운데 하나인 ‘클럽하우스’에서 소더비 CEO 찰스 스튜어트와 세계 각국의 예술가들이 모여 미술 시장에 부는 NFT 바람에 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만든 것. 이들은 디지털 아트의 급작스러운 부상과 가격 폭등은 거품일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NFT 거래로 소위 대박 난 작가들은 거품이 꺼질 때 그 작품 가격을 유지하지 못할 수 있고, 그렇다면 결국 몇몇 아티스트만 디지털 시장에 남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사실 아직은 이에 대해 어떤 문제가 있는지, 또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논하는 건 시기상조다. 이제 막 미술 시장에 도입된 NFT의 장단점을 알기 위해서라도 당분간은 진득하게 지켜봐야 한다.
결국 한여름 밤의 꿈처럼 한순간에 사라져버릴 수도 있지만, 앞일은 아무도 모른다. 신기술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미술 시장의 부활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져 잘 굴러갈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모두가 NFT를 주목하는 이때, 직접 뛰어들 때가 아니라 판단했더라도 추이를 잘 지켜보기 바란다. 그래야 선두주자가 될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을 테니.

 

에디터 정송(song@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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