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가 신경균과 요리 연구가 임계화가 차린 봄 식탁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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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5-14

도예가 신경균과 요리 연구가 임계화가 차린 봄 식탁

신경균 도예가, 임계화 자연 요리 연구가 부부가 계절의 색을 온전히 품은 음식과 그릇의 어울림을 보여준다.

위쪽 한바탕 봄바람이 불어올 듯한 장안요 풍경. 앞마당의 단풍나무 아래서 차 한잔 마시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평온한 분위기다.
아래쪽 봄볕을 한껏 머금은 토당귀(토종당귀). 독특한 향미를 지녔을 뿐 아니라 한약재로 쓸 만큼 몸에 좋은 산나물이다. 아내가 당귀를 먹으면 부인병도 낫고 피부도 고와져 집 떠난 남편이 돌아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 쌉싸래함 뒤로 은은한 단맛이 도는 당귀는 5월 중순까지 맛있게 즐길 수 있다.

부산 기장 장안리에 위치한 신경균 도예가·임계화 요리연구가 부부의 본가이자 작업실인 ‘장안요’에 시나브로 봄이 스며들었다. 사부작사부작 바람과 햇살을 타고 장안요 마당의 단풍나무 사이로, 텃밭 위로 내려앉은 봄기운. 장안요를 찾은 4월 어느 날, 너르게 펼쳐진 텃밭에는 추위를 견뎌낸 새 생명이 빼꼼히 고개를 내민 채 듬성듬성 제법 초록 군락을 이뤘다. “입춘을 지나 3월 초부터 집 앞에 심어놓은 매화나무에 꽃이 피고 생강나무와 산수유나무 잎이 움트기 시작해요. 텃밭에선 겨울이 되기 전에 심어둔 상추가 슬그머니 올라오고요. 드디어 봄이 왔구나 싶죠. 그래도 3월엔 아직 찬 기운이 머물러 있어요. 4~5월이 되어야 비로소 싱싱하게 자란 당귀, 두릅, 참나물, 머위 등 산나물을 캐 먹으며 완연한 봄을 미각으로 체감하곤 합니다.” 어쩌면 안빈낙도의 삶은 제철 재료 가득한 밥상에서 시작될지 모르겠다. 밥상 차리는 일이 제일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라고 말하는 임계화 요리연구가는 새 풀옷을 입고 하얀 구름을 너울처럼 쓴 봄처녀처럼 봄볕도 두려워하지 않고 텃밭에 나가 나물을 캐고 밥상을 차리는 것으로 봄을 맞이한다. 그녀는 우리네 음식은 재료 본연의 형태와 맛을 살리되, 곁들이거나 섞고 싸고 비빔으로써 풍미가 배가한다고 말한다. 신경균 도예가가 만든 도자기 그릇에 봄날 음식이 담겨 나왔다. “그릇이란 무릇 음식을 감싸 안아야 한다”는 두 부부의 철학이 깃든 밥상은 그림처럼 어우러져 눈을 즐겁게 한다. 음식으로 사람을 추억한다는 그녀처럼, 봄 내음 물씬 풍기는 그녀의 밥상 덕분에 이 계절이 더욱 아름답게 기억될 듯하다.





위쪽부터 다섯 가지 산나물
봄은 뭐니 뭐니 해도 나물의 계절이다. 부드럽고 연한 야생 채소를 조선간장과 참기름만 살짝 뿌리거나 된장과 고춧가루를 넣어 조물조물 무쳐 먹는다. 다듬어 씻은 뒤 데치고 삶는 등 잔손질이 많이 가고, 특유의 맛과 향을 잃지 않도록 양념이 심심하게 배어야 하니 그야말로 손맛이 중요하다. 밥반찬으로도 좋지만, 화이트 와인 한 잔에 샐러드처럼 가볍게 즐겨도 별미다.

모둠 산나물전과 산마늘장
임계화 요리연구가는 ‘봄을 끝까지 먹는’ 방법으로 전을 부친다. 산나물과 엄나무순, 오가피순, 취나물 등 무치고 남은 나물을 이것저것 섞어 부치면 향긋한 풍미가 배가된다. 조선간장에 왜간장, 식초를 섞은 뒤 고춧가루와 통깨를 뿌려 완성한 산마늘장을 곁들이면 알싸한 맛이 일품이다.





위쪽부터 꽃상추 겉절이와 고추장에 무친 가죽나물
지난해 김장철에 심은 상추는 겨우내 추위를 견뎌낸 덕에 식감이 더욱 꼬들꼬들하면서 아삭하고 단맛이 난다. 임계화 요리연구가가 가장 좋아하는 봄철 식재료 중 하나인 가죽나물은 참죽나무의 어린잎을 일컫는 방언으로, 가지가 톡톡 부러지면 싱싱한 상태다. 4월 중순부터 삐죽이 올라온 가죽은 하루가 다르게 빠른 속도로 자란다. 10cm 이하일 땐 생으로 참기름을 섞은 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독특한 향미와 사근사근한 맛이 입맛을 돋우고, 17cm 이하 길이의 가죽나물은 무침으로 즐기면 그야말로 별미다. 너무 자라서 질길 때는 고추장 양념한 찹쌀풀을 발라 꾸덕꾸덕하게 말린 뒤 굽거나 튀겨 부각으로 즐긴다.

당귀잎을 곁들인 붕장어 소금구이
청정한 기장 앞바다에서 봄부터 가을까지 잡히는 붕장어는 이 지역의 명물 중 하나다. 소금만 뿌려 구워도 살이 쫄깃하고 맛이 고소해 계절에 상관없이 먹기 좋다. 아직 어린순으로 부드럽고 연한 잎의 토당귀, 잎당귀에 장어 한두 점 넣어 쌈으로 먹으면 나른한 몸의 원기를 회복시키는 봄날 보양식으로 더할 나위 없다.





1. 봄나물의 제왕이라 불리는 두릅. 투명한 연둣빛 새순인 참두릅은 나오는 시기가 짧고 수확량도 많지 않아 찰나의 소중함이 느껴지는 봄나물로, 끓는 물에 소금을 조금 넣고 1분 정도 데쳐 숙회로 먹으면 향과 식감이 훌륭하다. 억세지고 가시가 생긴 두릅은 튀김으로 즐기면 좋다. 간장과 식초, 매실청을 섞은 뒤 톡 쏘는 알싸함으로 입안을 개운하게 해주는 제피잎을 똑똑 잘라 넣은 양념장을 곁들인다.
2. 깊은 자줏빛이 든 참엄계와 참가죽, 눈개승마, 토당귀 등 각종 산나물이 봄의 푸릇함을 머금었다.
3. 기름기가 적은 목살을 골라 가마솥이나 찜기에 참솔잎을 가득 깔고 중간 불에 20분간 은근하게 찐 돼지고기 솔잎찜은 솔잎 향이 솔솔 배어 잡내가 나지 않는다. 돌나물을 섞어 무친 부추 겉절이를 곁들여 먹으면 그야말로 환상의 궁합을 이룬다. 부추 겉절이는 경상도 사투리로 첫물에 올라온 어린 부추를 이르는 ‘아씨정구지’를 무친 것으로 이빨 사이에 끼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고 연해 사위에게는 주지 않을 정도로 아껴 먹는다는 말이 있다.
4. 소설가 김훈은 쑥을 두고 “여리고 애달픈, 겨우 존재하는 것들. 그럼에도 언 땅을 뚫고 가장 먼저 이 세상에 처음 엽록소를 내민다”라고 표현했다. 인고의 시간을 힘겹게 견뎌낸 데 대한 보상이라도 하듯, 풍부하게 머금은 짙은 쑥 향이 매력적인 쑥 설기. 여기에 지리산에서 야생으로 키워 재배한 햇녹차를 곁들이면 봄날 한식 디저트로 즐기기 좋다.





소면을 곁들인 애호박 바지락볶음, 제철 알타리김치와 멍게김치
지금이 제철인 바지락은 통통하게 살이 오르고 맛이 유난히 달다. 바지락에 마늘과 조선간장, 고춧가루, 참기름을 넣어 달달 볶은 뒤 길고 얇게 썬 애호박을 넣어 한 번 더 볶는다. 이때 호박에서 배어 나오는 수분이 적당히, 자작자작 촉촉할 정도로 잠겨야 한다. 여기에 삶은 국수를 넣어 비벼 먹으면 그 감칠맛이 비할 데 없이 맛깔스럽다. 후루룩후루룩 먹다 보면 피로가 눈 녹듯이 사라질 정도. 5월부터 한창인 알타리무는 가을무보다 아삭하고, 3월 중순부터 6월까지 가장 맛있는 멍게로 담근 김치는 짜지 않고 싱싱해 입맛을 돋우는 최고 별미다.

 

에디터 이정주(jjlee@noblesse.com)
사진 이재안
코디네이션 마혜리
요리 임계화(자연 요리 연구가)
도자기 그릇 협찬 장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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