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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5-14

요즘 예술

제 4차 산업혁명 속에서 예술은 어떻게 변해갈까?

장진승 & 이은희, ‘Decennium Series 2’

제4차 산업혁명은 우리 삶에 더없는 편리함을 안겨줄 수 있는 희망적 패러다임 시프트다. 특히 기계와 기술, 인공지능 등이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는데, 단순히 이러한 기술을 발달시키는 게 목적이 아니라 우리 삶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지가 더욱 중요해졌다. 점점 더 편리한 삶을 찾는 사람들은 프라이빗한 공간부터 ‘똑똑하게’ 바꾸기 시작했다. 직접 몸을 움직여 컨트롤하지 않아도 시스템이 알아서 사용자에 맞게 돌아가는 데 열광한다. 집이라는 공간에서 출발한 ‘스마트’한 삶은 도시 전체로 확장되고, 또 이 도시를 유영하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자동차나 이동 수단에 적용되고 있다.
테슬라와 현대자동차 등의 활약으로 스마트 모빌리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존 이동 수단에 제4차 산업혁명 기술이 융합된 형태의 새로운 이동 수단을 이르는 스마트 모빌리티. 요즘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동 자전거, 전동 킥보드나 두 발 전동 휠 등의 이동 수단 역시 일종의 스마트 모빌리티다. 하지만 우리가 상상하는 완전한 스마트 모빌리티의 구현은 사람의 개입이 전혀 필요 없는 자율주행이 아닐까. 또 학창 시절 과학 시간에 꿈꾸던 날아다니는 자동차의 상용화도 이에 해당한다. 이렇게 삶의 질을 한 번 더 업그레이드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노력이 ‘스마트 모빌리티’ 기술에 집약돼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은 단순히 ‘삶’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다. 21세기 들어 예술 역시 기술과 융합해 독특한 장르를 생성하는 추세다. 제4차 산업혁명과 스마트 모빌리티는 현대미술 작가에게도 새로운 작업의 매개와 단초를 던졌다. 예술은 근본적으로 ‘기술’이라는 거대한 의미에 내포한 개념으로 출발했기에, 더는 현대미술가들이 예술과 기술을 구분하지 않고 ‘융합’된 어떤 것을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스마트 모빌리티 부문도 예외는 아니다. 자율주행을 가능케 하는 핵심 요소인 카메라, 레이더, 라이더(LiDAR) 등 기술을 직접적으로 작품에 도입해 작업화하는 작가는 물론 이렇게 스마트 기술이 우리 삶에 긍정적 영향만 미칠 것인지 진지하게 고찰하는 작업을 통해 기술 중심 사회에 대한 비판적 담론을 제시하는 작가도 있다.
먼저 소개할 작가는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해 작업하는 양아치. 지난해 가을 바라캇 컨템포러리에서 <갤럭시 익스프레스>전을 개최한 그는 전시에서 동명의 영상 작업 한 점을 선보였다. 인간의 눈이 아닌 열화상 카메라 라이더(LiDAR)를 새로운 ‘눈’으로 상정하고 이를 통해 훑은 도시의 풍경을 담은 작품이다. 작가가 사용한 라이더 카메라는 렌즈 없이 수치화된 데이터만으로 3D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그렇기에 라이더로 만들어낸 영상은 그동안 우리가 이미지를 생성하기 위해 눈과 렌즈가 필요하다는 기존 인식에서 완전히 벗어난 작업이다. 또 이는 차갑고 디스토피아적 도시의 풍경을 그리는데, 작가는 여기에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덧입혀 인간의 지각 능력과 상관없는, 데이터 중심으로 펼쳐지는 미래의 모습을 날카로운 시각으로 분석했다.





위쪽 현대모비스에서 도심 공유형 미래 모빌리티 컨셉카를 공개했다.
아래쪽 국립현대미술관 다원예술 프로그램에 선보이는 후니다 킴의 ‘디코딩되는 랜드스케이프’.

지난 1월호에 <노블레스> 라이징 스타로 소개한 장진승 작가 역시 다양한 기술을 활용한 작품을 선보인다. 장진승은 지난해 현대자동차의 예술 플랫폼 제로원(ZER01NE) 크리에이터로 활동했는데, 작품의 일환으로 이은희 작가와 함께 지난해 12월 에무시네마에서 ‘디세니움 시리즈(Decennium Series)’라는 영상 작품 3부작을 선보였다. 근미래, 즉 10년 후 기술의 발전과 함께 달라질 한국 사회의 모습을 상상해보는 영상 작업 가운데 두 번째 에피소드는 자율주행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이 기술이 완벽하게 자리 잡은 사회가 도래할 때 작가는 “만약 기사가 운전하는 택시가 사라지고 자율주행 이동 수단을 택시처럼 사용할 수 있다면, 과연 누가 이러한 서비스를 관리 . 감독하게 될까요?”라며 자율주행 차량이 제대로 운영되는지 ‘나’를 대신해 확인해줄 누군가와 이를 운영하는 회사가 새롭게 등장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작품 속 남자는 이러한 회사에서 근무하며 자율주행 택시를 관리하는 인물이다. 늦은 밤 술을 마신 뒤 자율주행 차량에 탑승해 귀가하던 중 근무 콜이 들어온다. 다른 차량의 주행을 모니터링하며 정작 자신이 탑승한 차량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 모니터링을 맡기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것. 자신이 모니터링하는 차량과 타고 있는 차량이 사고가 나며 영상은 끝을 맺는다. 엔딩이 다소 황당한 작품을 통해 작가는 플랫폼 자본주의와 기계 생태 시스템이 강화된 사회에서 사회와 기업의 윤리적 책임이 무엇인지 반문한다.
한편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매년 선보이는 다원 예술 프로그램도 이러한 기술이 작품에 어떻게 활용되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자리다. 올해는 ‘멀티버스’라는 주제로 작가 여섯 명(팀)이 색다른 전시를 펼친다. 그중 5월 14일부터 8월 2일까지 열리는 전시 <기계 속의 유령>을 위해 안정주 . 전소정 작가는 서울박스에 여러 형태의 조각물을 세우고 레이싱 코스를 설치했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드론이 전시장을 메운 조각물 사이로 유영하는 작업이다. 이번에 두 작가는 조각물을 통해 과거와 현재가 만나 일으키는 충돌 모습, 자연과 기계, 불완전한 신체의 움직임을 담아내는 것은 물론 쓰임을 다한 로봇과 산업폐기물 같은 것의 하이브리드 표상으로서 이를 상정했다. 관람객은 자율주행으로 전시장을 돌아다니는 드론이 캡처한 이미지와 영상을 고글을 착용하고 감상할 수 있다. 두 작가는 코로나19 시대로 인해 충돌하는 가치관 사이로 인간, 자연, 사물, 기계 간 관계를 공존과 연대의 감각으로 재편하고자 했다. 단순히 기술과 이를 어떻게 잘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가 아닌, 이 기술을 활용한 작품을 통해 결국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그동안 현대미술에서 단순히 작품을 만드는 방법의 일환으로 기술을 차용한 것은 아니다. 완전한 ‘융합’을 말할 정도로, 예술계 일각에서는 기술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인지해왔다. 상상하는 대로 작업이 되는, 즉 정해진 경계 없이 계속 확장하는 예술의 영역에서 기술은 제 역할을 찾아가고 있다. 그리고 스마트 모빌리티와 관련한 기술은 여전히 발전하고 있다. 기계와 기술 중심의 접근이 아닌 인간주의적, 예술적 시각을 더한 작품은 단순히 예술로서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산업계와 우리 사회 모두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양아치가 바라캇 컨템포러리에서 선보인 ‘Galaxy Express’.

 

에디터 정송(song@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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