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뒤 우리는 어떤 이동 수단을 탈까?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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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4-12

10년 뒤 우리는 어떤 이동 수단을 탈까?

초고속 여객기, 하늘을 나는 자동차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차세대 이동 수단은 머지않아 우리에게 다가올 거다.

위쪽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위치한 버진 하이퍼루프의 하이퍼루프 시험장.
아래쪽 버진 하이퍼루프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하이퍼루프 유인 주행 시험에 성공했다.

며칠 전 부산에 다녀왔다. 코로나19 사태로 끊긴 해외여행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비행기표를 끊었는데, 집을 나서자마자 후회했다. 김포공항까지 1시간, 수속 절차부터 김해공항 도착까지 2시간 30분, 다시 공항에서 해운대 숙소까지 1시간 30분. 긴 여정이 되리라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피곤할 줄 몰랐다. 도착하자마자 침대에 쓰러져 엉뚱한 상상을 했다. 과학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데, 왜 우리는 여전히 비행기와 기차로 이동할까? 영화에서처럼 ‘초능력’ 같은 이동 수단은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직은 ‘없다’. 하지만 머지않아 우리를 순식간에 다른 곳으로 이동시킬 다양한 수단이 등장할 예정이긴 하다. 그중 가장 기대를 모으는 것은 하이퍼루프(Hyperloop). 테크 관련 기사를 쓸 때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일론 머스크가 고안한 차세대 이동 수단이다. 그는 2013년 여름 테슬라 블로그에 50페이지가량의 하이퍼루프 구상안을 공개했다. 기다란 튜브 속을 진공상태로 만들어 캡슐형 고속 열차를 ‘발사’, 시속 1300km에 육박하는 속도로 운행하는 것이 골자다. 겉보기에 선로가 없고 1량짜리 차량을 사용하기에 날개 없는 비행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이퍼루프의 가장 큰 장점은 속도다. 이론상 워싱턴에서 뉴욕까지 29분, 서울에서 부산까지 16분이면 이동할 수 있다. 고속철도는 물론 항공기까지 우습게 능가하는 속도. 에너지 소비량은 항공기의 8%, 고속철도의 30% 수준이고 이산화탄소와 소음이 발생하지 않아 친환경 이동 수단이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이렇게 좋은 하이퍼루프가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데에는 이유가 있다. 우선 경제성 논란. 일론 머스크는 과거 샌프란시스코~LA 구간의 하이퍼루프 건설에 60억 달러(약 6조8000억 원)가 들 것으로 예상했지만, 전문가들은 이는 토지 매입 비용 등을 얕잡아본 것으로 10배 이상의 비용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또 미세한 틈조차 허락하지 않는 하이퍼루프 튜브는 끊임없는 유지 . 보수가 필요한데, 여기에 비용이 얼마나 들지 가늠하기 어려운 것도 문제다. 무엇보다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음속에 가깝게 운행하는 하이퍼루프는 한 번 사고가 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외에도 승객에게 응급 상황 발생 시 중도에 열차에서 내릴 수 없다는 것, 곡선 주로에서 회전운동에 의한 가속도가 전투기 수준에 육박하는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았지만, 하이퍼루프가 가져올 이동의 혁신을 믿고 연구와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도 많다. 영국의 괴짜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이 이끄는 버진 하이퍼루프가 대표적 사례. 이들은 지난 11월 라스베이거스 시험장의 500m 트랙에서 승객 두 명을 태우고 시속 172km의 속도를 기록하며 최초의 유인 주행 시험에 성공했다. 승객 중 한 명인 버진 하이퍼루프의 세라 루시언 고객 경험 이사는 “멀미가 나거나 롤러코스터 같은 느낌은 없었다”며 오히려 “짧은 주행거리로 속도를 내지 못해 아쉽다”는 소감을 밝혔다. 버진 하이퍼루프는 2025년까지 안전성 검증을 마친 후 2030년 28인승 하이퍼루프의 상업 운행에 돌입할 계획이다. 한편, 하이퍼루프는 화물 수송용으로도 개발 중이다. 영국의 매그웨이는 지름 90cm의 하이퍼루프 터널로 화물을 운반하는 계획을 세웠다. 이들이 구상한 대로 런던 터널망이 구축되면 도시에 연간 6억 개의 소포를 운송할 수 있다. 운송 트럭이 줄어 교통 체증과 대기오염이 감소하는 것은 덤. 매그웨이 창립자 루퍼트 크루즈는 “승객을 태우는 하이퍼루프는 5년에서 10년 정도 더 기다려야겠지만, 화물 수송에 초점을 맞춘다면 도입이 머지않았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하이퍼루프 외에도 차세대 이동 수단이 또 있다. 바로 플라잉카. 20세기 SF 영화의 단골손님이던 하늘을 나는 자동차는 임박한 미래가 됐다. 2017년 중국 지리자동차가 인수한 미국의 테라퓨지아가 2022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를 계획한 것. 테라퓨지아의 2인승 플라잉카 ‘트랜지션’은 날개를 펼치면 비행기로, 접으면 자동차가 된다. 미국의 조비 에이비에이션은 지난 12월 모빌리티 공룡 우버의 투자를 받아 2024년 에어택시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미국 자동차업계의 간판 GM도 지난 1월 국제전자제품 박람회 ‘CES 2021’에서 수직 이착륙 방식의 플라잉카 컨셉을 공개하며 하늘길 진출을 공식화했다.





위쪽 화물 수송용으로 개발 중인 매그웨이의 하이퍼루프.
아래쪽 붐 슈퍼소닉은 초음속 여객기 ‘오버추어’를 2029년까지 상용화할 계획이다.

이렇게 너나없이 플라잉카에 주목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전 세계의 메가시티화(mega-urbanization)로 인한 이동 효율성 저하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인 도심 항공 모빌리티(Urban Air Mobility, UAM)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는 현재 70억 달러(약 7조9000억 원) 규모인 세계 UAM 시장이 2040년 1조4740억 달러(약 1666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모빌리티의 패러다임을 바꿀 기회를 잡기 위해 미국 . 영국 . 독일 등 여러 나라가 정부 차원에서 관련 사업을 추진 중인데, 여기에는 한국도 포함된다. 우리 정부는 지난 6월 관계 부처와 기업, 학계, 공공 기관이 참여하는 ‘UAM 팀 코리아’를 발족했다. 2024년까지 비행 실증을 마치고 2025년부터 일부 노선을 운행하는 것이 목표. 현대차그룹도 지난 2019년 UAM 사업부를 신설하는 등 관련 사업에 적극적이다. 2026년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화물용 무인 항공 시스템을 시작으로, 2028년 도심 운영에 최적화된 완전 전동화 모델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이동 수단은 초음속 여객기. 이 단어가 익숙한 건 기분 탓이 아니다. 1976년 취항한 콩코드도 여기에 속했다. 과도한 연료 사용과 값비싼 요금, 엄청난 소음 등의 문제로 2003년 쓸쓸히 퇴역하고 말았지만. 하이퍼루프나 플라잉카만큼 떠들썩하지 않지만, 초음속 여객기도 부활의 날개를 펼치고 있다. 미국의 붐 슈퍼소닉은 지난해 초음속 항공기 시제품 ‘XB-1’을 공개했는데, 올해 시범 비행이 성공하면 이를 바탕으로 2029년 상용화를 목표로 65인승 초음속 여객기 ‘오버추어’ 개발에 돌입할 예정이다. 미국의 버진 갤럭틱은 지난 8월 마하 3의 속도로 하늘을 나는 19인승 초음속 여객기 개발 계획을 공개했고, 서울~워싱턴DC를 5시간에 주파하는 초음속 대통령 전용기(에어포스 원)를 개발 중이라는 소식도 들려온다. 환경 단체들이 일반 여객기보다 이산화탄소를 많이 내뿜는 초음속 여객기의 재등장을 우려하고, 언택트 시대 도래로 항공 산업이 침체된 것도 향후 개발 및 상용화의 변수로 작용한다. 하지만 대륙 간 이동을 반나절 만에 가능하게 하는 초음속 여객기는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옵션이다.
새로운 이동 수단의 등장이 기대되는 이유는 무엇보다 이로써 바뀔 인류의 삶 때문이다. 증기기관차와 철도의 발명이 바꾼 인류의 생활을 떠올려보자. 평생 마을을 벗어나지 못하던 사람들이 며칠 만에 대륙을 횡단하게 됐고, 화물을 값싸게 운반할 수 있어 식량과 생필품 가격이 하락했다. 농업경제에서 벗어나 대규모 제조업과 산업혁명 촉매제가 되었다는 평. 그렇다면 가까운 미래는 어떨까? 초고속 여객기로 ‘아침에는 서울, 점심에는 파리, 저녁에는 뉴욕’ 생활이 가능하고, 플라잉카로 교통 체증은 교과서에서나 보던 이야기가 될 수 있다. 나날이 치솟는 집값 문제는 하이퍼루프 상용화로 간단히 해결할 수도 있다. 에디터의 엉뚱한 상상이 진짜 현실이 되길 기대해보자.





SF 영화 <제5원소>에 등장한 플라잉카.

 

 

에디터 황제웅(jewoong@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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