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임 작가의 핑크 팔레트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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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4-15

하태임 작가의 핑크 팔레트

컬러풀한 색띠의 향연으로 위로를 전하는 하태임 작가의 핑크색 온기.

지난해 6월 가나아트나인원에서 열린 하태임 작가의 개인전 에서 에디터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핑크가 주조를 이룬 신작이었다. 형형색색의 색띠가 춤추는 그녀의 작업은 언제나 힐링을 안겨주었지만, 신작에선 그 느낌이 한층 배가되었다. 아마도 핑크 특유의 너그러움 혹은 화해의 이미지 때문이리라. 그녀가 이 컬러에 주목한 이유가 궁금했다. 예술 작품은 내면의 감정을 반영하는 거울이라던데, 그녀에게도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그 요인은 복합적이겠지만, 안정감을 주는 그녀의 집과 작업실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10년 가까이 가나아트파크 레지던시로 출퇴근하며 작업한 하태임 작가는 2년 전 양평 단독주택으로 이사하며 집 안에 작업실을 꾸몄다.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작업에 오롯이 집중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그녀를 상징하는 색띠 작품은 언뜻 보면 즉흥적 붓질로 금세 그릴 것 같지만, 사실 오랜 시간 여러 번 덧칠해 완성한 인내의 결과물이다. 용매제를 섞은 묽은 아크릴물감으로 선을 긋고 2시간 정도 말린 후 같은 궤적으로 또 한 번 그려야 한다. 그렇게 해야 그녀가 원하는 맑고 깊은 색이 나온다. 하나의 색띠가 완성되기 전엔 다른 붓질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녀의 작업실엔 언제나 동시에 작업하는 작품이 여러 점 누워 있다.









몸통을 컴퍼스 축처럼 고정하고 팔을 뻗어 선 그리기를 반복하는 하태임 작가의 작업은 수행에 가깝다. 그런 작업의 고됨을 잠시 잊게 해주는 동반자가 있으니, 바로 반려묘 두유다. 강아지 같은 성격인 두유는 작업하는 그녀의 주변을 맴돌면서도 캔버스는 절대 건드리지 않는 영특한 아이라고. 바닥에는 작업의 흔적인 물감 자국이 튀었는데, 곳곳에 두유의 발자국 도장이 쾅쾅 찍혀 있다.









물감을 배합하는 싱크대 공간 위에는 하태임 작가가 대학 시절 작업한 표현주의 화풍의 작품이 걸려 있다. 다양한 굵기의 색띠를 완성하는 도구인 붓은 항상 가지런히 준비되어 있다. 완성한 작품은 바니시 코팅을 거쳐 건조대에 놓이는데, 이는 든든한 남동생인 설치미술 작가 하태범이 손수 만들어준 것이다. 작업실 벽 한쪽을 가득 메운 서가는 최근 아이 공부방으로 쓰이는 일이 많다. 아이를 돌보며 작업할 수 있는 것은 엄마 작가로서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이다.





하태임 작가의 집 전체를 지배하는 컬러는 블루다. 무더운 여름, 집을 짓기 시작한 그녀는 이 컬러로 청량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었다고 한다. 집 안에서 가장 자주 드나드는 공간인 주방, 그 벽면에는 주로 그녀의 메인 작품을 거는데 최근 아버지인 고(故) 하인두 화백의 작품으로 교체했다. 작품의 심원한 색감이 집 안 분위기와 잘 어우러지기도 하거니와, 아버지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오는 6월 열리는 최초의 부녀전을 잘 준비하기 위해서다.

 

에디터 황재웅(jewoong@noblesse.com)
사진 김잔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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