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의 아트신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아테네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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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3-23

지중해의 아트신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아테네

세계 주요 갤러리들이 들어서기 시작한 지중해의 새로운 아트신, 아테네.

로데오 갤러리 아테네에서 2018년 열린 릴리앤 리진(Liliane Lijn)의 개인전 <Cosmic Dramas>. Photo by Boris Kirpotin

그리스의 경제 불황이 지속되며 아테네는 생기를 잃고 있다. 문을 닫는 상점이 늘어나고, 공사를 멈춘 건물들은 앙상한 뼈대만 드러낸 채 방치되어 있다.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그라피티와 새로운 대안을 촉구하는 정치 연대 포스터가 곳곳의 벽을 장식한 디스토피아적 상황. 그러나 이렇듯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아테네에도 희망이 싹트고 있다. 지난 2017년 국제 미술전인 제14회 도쿠멘타 개최 전후로 이 도시에 미술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 작가가 하나둘 모여들고, 갤러리도 아테네에 터를 잡기 시작했다. 브렉시트로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새로운 유럽에서 ‘그렇다면 유럽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해줄 ‘원류’로 회귀하듯이. 고대 그리스의 영광을 간직한 유럽의 문화 수도 아테네를 주목한 미술계의 움직임을 소개한다.





2019년 열린 태머라 헨더슨(Tamara Henderson)의 개인전 <Womb Life>. Photo by Stathis Mamalakis





2020년 열린 시셀 메이네셰 한센(Sidsel Meineche Hansen)의 개인전 <Home vs Owner>. Photo by Stathis Mamalakis

로데오 갤러리 아테네
일찌감치 아테네 아트 신을 주목한 것은 실비아 쿠발리(Sylvia Kouvali)가 운영하는 로데오 갤러리다. 실비아 쿠발리는 영국의 신진 작가를 발굴하고, 베일에 싸여 있던 그리스 작가를 런던 로데오 갤러리를 통해 세계 무대에 선보여온 스타 큐레이터. 2014년 터너상 수상자 던컨 캠벨(Duncan Campbell), 2019년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서 작품을 선보인 크리스토둘로스 파나요투(Christodoulos Panayiotou), 제58회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은사자상을 받은 하리스 에파미논다(Haris Epaminonda)의 뒤엔 모두 그녀가 있었다. 이렇게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온 실비아 쿠발리는 지난 2018년 6월 로데오 갤러리 아테네를 열었다. 당시만 해도 이는 의외의 선택으로 보였다. 많은 갤러리가 LA와 홍콩으로 앞다퉈 진출하는 상황이었기 때문. 하지만 로데오 갤러리가 좋은 자리를 선점한 아테네의 피레아스 항구 지역을 중심으로 아테네 아트 신이 꽃피고 있다는 점에서 그녀가 또 한 번 옳았다는 게 증명되고 있다. 로데오 갤러리는 재조명이 필요한 과거 작가들을 동시대 아테네라는 맥락 속에서 소개하는 동시에, 그리스 베이스의 오늘날 젊은 작가들을 발굴해 그들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데 힘쓰고 있다.





가고시안 아테네 전경. Courtesy of the Hellenic Parliament and NEON ⓒ Giorgos Charisis

가고시안 아테네
뉴욕, LA, 런던, 파리, 로마, 제네바, 홍콩 등 전 세계 주요 도시에 17개 지점을 둔 슈퍼갤러리 가고시안. 이들의 동향을 살피는 것만으로도 미술계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가고시안 아테네가 지난해 9월 더 넓은 장소로 갤러리를 옮긴 ‘사건’은 유럽 미술계에 꽤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이들이 아테네 아트 신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고시안 아테네의 디렉터 크리스티나 파파도풀루(Christina Papadopoulou)는 “오랜 역사와 그에 걸맞은 문화유산을 간직한 아테네는 작가들이 매력을 느끼는 도시다. 또 세계 무대에서 경험을 쌓은 그리스 출신 미술 전문가들이 지역의 성장에 기여하기 위해 아테네로 돌아오는 상황이다. 최근 이 지역을 기반으로 한 젊은 컬렉터의 등장도 기대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가고시안 아테네의 확장 이전은 지난해 9월 팬데믹으로 서유럽의 거의 모든 예술 행사가 취소된 가운데 진행됐다. 오프닝 전시를 세계적 추상회화 작가 브라이스 마던(Brice Marden)과 함께한 것만으로도 가고시안이 아테네 지점에 거는 기대감을 엿볼 수 있다. 아테네 시내의 중심부 아나피론 폴레무(Anapiron Polemou) 거리의 아르데코 건물에 새롭게 자리한 가고시안 아테네는 그리스의 찬란한 과거와 유럽 미술계의 현재를 아우르는 플랫폼이 될 것이다.





과거 담배 공장을 개조한 헬레닉 의회 도서관 & 인쇄소 전경. Courtesy of the Hellenic Parliament and NEON ⓒ Efi Syrigou





아트센터로 개조 중인 유서 깊은 담배 공장. 제일 왼쪽에 있는 사람이 디미트리스 다스칼로풀로스다. Photo by Giorgos Sfakianakis ⓒ Gagosian

헬레닉 의회 도서관 & 인쇄소
그리스의 사업가이자 세계적 컬렉터 디미트리스 다스칼로풀로스(Dimitris Daskalopoulos)는 그가 설립한 비영리 예술재단 네온(NEON)을 통해 아테네 시내의 오래된 담배 공장 일부를 아트센터로 개조하고 있다. 1930년에 지은 이 담배 공장은 1989년 그리스 문화부가 역사적 기념물로 지정한 유서 깊은 건물이기도 하다. 2000년부터 정부 주도로 레노베이션을 시작했으나, 2009년 그리스 재정 위기로 절반 정도만 개조되어 의회 도서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방치된 나머지 절반의 공간은 소문난 미술 애호가인 디미트리스 다스칼로풀로스가 100만 유로(약 13억 원)를 들여 레노베이션하기로 했고, 그 결과물인 아트센터가 오는 6월 문을 연다.
오프닝 전시 <Portals>는 시카고 현대미술관 관장 매들린 그린스테인(Madeleine Grynsztejn)과 네온 디렉터 엘리나 쿤투리(Elina Kountouri)가 큐레이팅을 맡아 마이클 래코위츠(Michael Rakowitz), 글렌 라이곤(Glenn Ligon), 단 보(Danh Vo) 등 세계적 인지도를 가진 작가의 장소 특정적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직 밝히지 않았지만, 그리스가 오스만제국에서 해방된 200주년을 기념하는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덧붙여 네온은 모든 사람이 예술을 가까이 느낄 수 있게 하겠다는 설립 취지에 걸맞게 개조한 공간을 <Portals>전이 끝나는 12월 그리스 정부에 돌려줄 계획이다. 아테네 중심부에 위치한 옛 담배 공장은 예술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는 열린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에디터 황재웅(jewoong@noblesse.com)
양혜숙(기호 리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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