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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2-28

돌고 돌아 마침내 스노우피크

프리미엄 아웃도어 브랜드 스노우피크코리아 김남형 대표를 만났다.

스노우피크코리아 대표이자 아시아 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남형 대표.

캠핑을 좋아한 한 남자가 있다. 그의 첫 캠핑은 2007년, 젊은 나이에 호기롭게 시작한 창업이 뜻대로 되지 않아 고초를 겪을 때였다. 어느 날 선배의 손에 이끌려 간 캠핑에서 대자연이 주는 안온한 위로와 감동을 받았다. 햇살과 산 그늘이 공존하고 계곡물을 따라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푸른 숲. 새소리, 수풀 내음 가득한 포근한 자연에 터를 잡으니 일상의 고된 호흡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밤마다 모닥불 앞에 둘러앉아 속마음을 털어놓았고, 진솔했던 그 순간이 별빛보다 반짝이며 가슴에 새겨졌다. 캠핑의 마력에 빠져든 그는 10여 년이 지난 지금 프리미엄 아웃도어 브랜드 스노우피크코리아 대표이자 아시아 사업본부장으로서 자신을 매료시킨 캠핑의 가치를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바로 김남형 대표다. 그가 이끄는 스노우피크는 캠핑 마니아 사이에 절대적 지지를 얻는 것과 달리 대중에게 친숙한 브랜드는 아니다. 이름은 익숙해도 내막을 모르는 이가 대부분일 터. 김남형 대표는 스노우피크의 시작이 195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말한다. 금속과 철강 산업이 발달해 실력 있는 제조 장인을 대거 배출한 일본의 니가타현 쓰바메산조에서 그 역사를 꽃피웠다. 등산용품과 낚시용품을 제조·판매하는 철물 도매상이 시초였으나 현재는 오토캠핑용품과 의류를 아우르는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성장했다. “초창기 캠핑은 어릴 적 보이스카우트가 떠오르는, 뒤뜰 야영 같은 형태였죠. 열악하고 불편한 것을 당연하게 여겼고요. 하지만 스노우피크가 추구하는 캠핑은 다릅니다. 자연에서 자유롭고 풍요로우며, 때론 고급스러운 패밀리 캠핑을 지향하죠.”





거실형 텐트의 효시가 된 리빙셸.

스노우피크가 한국 시장 문을 두드린 때는 2008년. “2000년대 중반부터 움트기 시작한 국내 캠핑 열풍에 스노우피크가 들어오면서 불을 지폈고, 2014년에 전성기를 맞았습니다. 당시 캠핑 인구가 600만 명에 달했어요.” 그리고 올해 두 번째 절정기를 맞았다. 코로나19 여파로 집콕에 지친 이들이 캠핑 장비를 꾸려 자연 속으로 들어가 호젓한 휴식을 즐기고 있다. 그 덕에 스노우피크 제품은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쇼룸에서 마주친 한 직원은 이 안에 전시한 제품도 알고 보면 대부분 판매가 완료되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캠핑이 주목받는다고 해서 모든 캠핑 브랜드가 호황을 누리는 건 아니다. 캠핑 마니아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해 철수한 브랜드도 여럿이다. 과열된 경쟁 속에서도 오랜 세월 스노우피크가 건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김남형 대표는 가장 먼저 고성능 하이엔드 제품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꼽는다. 원가를 생각하며 제품을 제작하지 않고 유저 입장에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최고급 제품을 만든 후 시장 가격을 결정하는 것. 가격보다 품질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셈이다. 또 하나, ‘우리 스스로가 유저다’라는 모토로 실제 아웃도어 생활에 꼭 필요한 제품군을 개발한다. 프라이팬과 다양한 사이즈의 냄비를 쌓아 간편하게 수납하는 필드 쿠커, 3~4인이 넉넉하게 생활할 수 있는 리빙셸 등은 업계 최초로 개발해 20~30년이 지난 지금도 베스트셀러로 사랑받고 있다. “거실형 텐트의 효시인 리빙셸은 심플한 구조지만 굉장히 견고하고 단단합니다. 공간 효율성이 좋으며 터널을 연결해 돔 텐트를 붙이면 단체 캠핑도 가능하죠. 15분이면 혼자 완성할 수 있을 정도로 설치와 해체가 쉬운 것도 장점이에요.”





프라이팬과 다양한 사이즈의 냄비를 쌓아 간편하게 수납하는 필드 쿠커.

물론 훌륭한 제품과 서비스만으로 충성 고객을 확보할 순 없다. 실제로 주변의 스노우피크 마니아를 보면 제품력은 기본이고, 브랜드의 이념과 철학에 열렬한 환호를 보낸다. 이렇게 진심 어린 ‘팬심’이 형성될 수 있는 이유는 지속적으로 고객과 만나 소통하고 접점을 늘리기 때문. 스노우피크웨이, 설봉제, 스페셜 미팅 등 연 10회 이상 개최하는 필드 이벤트를 통해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체험하게 하고 진정성 있는 가치를 공유한다. “고객과의 스킨십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저희에게 코로나19는 큰 위기였어요. 그렇다고 이벤트를 포기할 순 없었죠. 비대면 방식으로 순발력 있게 대처했고, 고객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4월과 8월 두 차례 열린 ‘홈 앤 캠프 캠페인’은 캠핑 필드에서 진행하던 아웃도어 워크숍을 콘텐츠 키트로 구성한 것. 찰옥수수로 만드는 나만의 레시피, 나무 공기놀이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구성한 키트를 활용해 집에서 혹은 개인 캠프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고객들이 그 모습을 담아 SNS에 공유했다. “선착순으로 판매한 키트는 오픈 후 10~15분 만에 품절될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라고 말하는 김남형 대표의 목소리에서 자부심이 느껴졌다. 이 외에도 SNS 라이브로 온라인 경매 이벤트를 진행한 디지털 설봉제,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신제품을 최초 공개한 스페셜 미팅, 서해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진 SNS 라이브 콘서트 등을 개최해 일상에 지친 고객에게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었다. 놀라운 건 별도의 마케팅 부서 없이 김남형 대표를 비롯한 전 직원이 행사 기획부터 진행, 마무리까지 모두 해낸다는 사실. 대면 혹은 비대면 그 어떤 방식이라도 멈추지 않고 진심을 다해 고객과 소통하려는 스노우피크의 노력과 열정이 팬층을 더욱 두텁게 만드는 힘이 아닐는지. 스노우피크와 김남형 대표가 그리는 미래는 캠핑을 기반으로 라이프스타일의 저변을 확대하는 것이다. 올해 판교 쇼룸에 선보인, 집에서도 캠핑을 체험할 수 있도록 제안하는 맞춤형 인테리어 솔루션 ‘어반 아웃도어’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2021년에는 사무실 같은 업무 공간에서도 캠핑을 체험하는 듯한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아웃도어 가구를 출시하는 ‘비즈니스 솔루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뿐 아니라 스노우피크의 세계관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캠핑장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공간을 토대로 캠핑 문화를 대중화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죠. 장기적으로는 지방의 캠핑장과 연계해 지역 활성화를 도모하는 지방 상생 사업을 계획 중입니다.” 이렇듯 사업을 확장해가는 스노우피크의 목표는 오직 하나다. ‘인간성을 회복하자’라는 브랜드 철학을 실천하는 것. 현대사회에서 인간은 스트레스가 극심하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쫓기듯 속도감 있게 움직인다. 물질적으로 풍요롭더라도 정신적으로 피폐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인간의 본성을 잃어버리게 된다. 한데 도심을 떠나 자연 속에서 휴식을 취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풍요로움과 여유로움을 되찾을 수 있다. 또 그로 인해 인간의 본성을 회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가족, 동료, 나아가 사회의 다양한 커뮤니티에도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인간 본성의 회복, 그것이 바로 캠핑과 스노우피크가 주는 선물이다.

 

에디터 문지영(jymoon@noblesse.com)
사진 이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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