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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1-21

가장 민주적인 예술, 영상 콜렉터 마리오 폰 켈터보른

가장 민주적이고 대중적인 예술, 영상 콜렉터 마리오 폰 켈터보른.

어린 시절 영화와 TV를 좋아했다는 컬렉터의 배경과 성향을 집 안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입체 사진 모음과 입체경, 그리고 기둥 뒤로 요나탄 메세(Jonathan Messe)의 ‘Kinski-erz’(2004)가 보인다.





영상 작품 위주로 컬렉션을 꾸리는 마리오 폰 켈터보른.

올해는 코로나19로 모든 이슈가 잠식된 것 같아요. 독일 역시 코로나19를 피해갈 수 없었는데,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우선 저와 가족 모두 괜찮습니다.(웃음) 록다운 기간에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냈어요. 학교가 문을 닫아 저희 부부가 직접 아이들을 가르쳐야 했죠. 무엇보다 이전과 달리 여행을 제대로 다니지 못했는데, 이는 제 컬렉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컬렉팅은 단순히 작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컬렉터, 아티스트, 큐레이터 등 미술계와 접촉하는 일이기도 하거든요. 한편으론 묀헤하우스 뮤지엄 고슬라어(Mönchehaus Museum Goslar)에서 선보인 컬렉션 전시와 불가리아 출신 아티스트 마리야나 바실레바(Mariana Vassileva)의 지난 활동을 담은 두 편의 도록 작업을 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최근 미술계 전 영역에서 온라인 기반의 전시가 유행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컬렉션 작품을 오프라인으로 선보이셨다고요.
네. 얼마 전 프랑크푸르트 인근 도시 기센의 쿤스트할레에서 컬렉션 작품 일부를 선보였습니다. ‘Turning Points’라는 제목으로 난민들 삶의 터전 변화 같은 개인적 전환점부터 1945년 원폭 투하처럼 세계를 뒤흔든 사건까지, 수많은 격변으로 점철된 우리의 모습을 반영한 작품을 소개했습니다. 전시를 통해 ‘코로나19 같은 어려운 상황일지라도 삶에는 예술이 필요하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오프닝 행사를 평소의 200명 규모에서 40명 규모로 줄여야 했고, 학교에서 방문을 자제시키면서 학생들도 전시를 많이 찾지 못했어요. 사실 젊은 세대가 전시를 보고 많은 것을 느끼길 바랐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아 아쉬웠죠.

앞서 말씀하신 전시에서 알 수 있듯 잠룽 폰 켈터보른 컬렉션은 영상 작품이 주를 이룹니다. 영상 장르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영상 작품 위주의 컬렉션은 전 세계적으로 많지 않습니다. 독일에도 적은 편이고요. 작품을 수집한 지 20년 정도 됐는데, 처음 10년간은 영상 장르에 별 관심이 없었어요. 사진과 페인팅, 드로잉, 조각이 컬렉팅 리스트의 우선순위를 차지했죠. 그러다 라우리나 파페리나(Laurina Paperina)의 애니메이션 작품을 처음 구매했습니다. 이후 컬렉션에 영상 작품을 포함하는 게 자연스러워졌어요. 게리 힐(Gary Hill)의 ‘Wall Piece’(2000)를 구매하면서 큰 스케일의 작품도 수집하기 시작했고요.

영상 작품을 수집하는 컬렉터가 적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영상 장르 수집의 역사가 짧은 것도 이유가 될 수 있겠죠. 영상 장르는 50~60년의 역사를 자랑하지만, 아트 페어와 같이 상업적 범위에서 다루기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습니다. 싱글 채널 비디오의 에디션 혹은 사본의 구매가 가능해진 게 15년 정도밖에 되지 않거든요. 그 전에는 미술관에서 작품을 볼 수는 있지만 영상 자체를 구매해 소장할 수는 없었습니다. 또 다른 이유로는 기술의 발전을 들 수 있겠네요. 아시다시피 기술은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흔하게 사용하던 비디오테이프 플레이어를 아직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보기 힘들잖아요. 컬렉터로서는 기술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기 마련이죠.





컬렉터의 자택에 들어서자마자 오리모토 다쓰미(Tatsumi Orimoto)의 ‘Bread Man and Alzheimer Mama’(1996)가 보인다.





프랑크푸르트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컬렉터의 개인 사무실. 컬렉션 작품을 곳곳에 배치해 일터에서도 영감을 불어넣는다.





컬렉터의 자택 지하에는 영상 작품 상영을 위한 스크리닝 공간이 있다.





컬렉션 작품 중 하나인 마리야나 바실레바(Mariana Vassileva)의 ‘Traffic Police’(2008).





자택 지하의 개인 스크리닝 공간.

작품을 어떤 경로로 구매하는지 궁금합니다.
주로 아트 페어와 옥션, 갤러리, 페스티벌에서 작품을 구매합니다. 그중 영상 장르를 전문으로 하는 루프 바르셀로나(LOOP Barcelona)라는 아트 페어가 있어요. 12년간 매년 방문한 행사죠. 그리고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열리는 로 셰르모 델아르테(Lo Schermo dell’Arte) 영화제에도 자주 갑니다. 상업 영화가 아닌 예술 영화와 영상 작품을 집중적으로 다루거든요.

영상 작품은 구매 방식도 왠지 특별할 것 같아요.
확실히 다릅니다. 우선 페스티벌 같은 행사를 제외하고는 아티스트에게 직접 구매 의사를 전하기 어려워요. 일반적으로 갤러리가 중간책 역할을 하죠. 작품 구매에 대해 갤러리스트에게 문의하면 처음에는 작품의 사본 파일을 전해줘요. 영상에는 카피 버전이라는 워터마크가 찍혀 있죠. 이를 개인적으로 보고서 작품 구매 여부를 결정합니다. 갤러리와 오래 관계를 쌓은 경우라면, 신뢰를 바탕으로 원본을 받아 보고 구매 여부를 결정하기도 하고요. 아, 그리고 작품을 구매해도 작품 보증서와 상영 권리가 없다면 컬렉션에 포함할 수 없습니다. 개인 소장은 가능하지만, 컬렉션 전시나 이벤트를 통해 일반인에게 공개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조건에 따라 작품 가격이 달라지기도 하고요. 즉 영상 작품 구매는 그것이 컬렉션에 속해 전시의 형태로 선보일 수 있는지 ‘허락’을 구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영상 작품은 러닝타임이 있잖아요. 작품 구매를 고려할 때 끝까지 다 보는 편인가요?
반반입니다. 전체 내용을 몰라도 단번에 마음을 사로잡는 작품이 더러 있거든요. 테보호 에드킨스(Teboho Edkins)의 작품은 단 1분 만에 매료됐습니다. ‘고작 1분?’이라고 생각하시겠죠?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컬렉팅은 기본적으로 작품과 ‘결혼’하는 것처럼 아주 가까워지는 일이에요. 신중해야 합니다. 작품을 접하는 과정에서 보고, 듣고, 여러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세히 알아가야 하죠.

앞서 말했듯 기술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변화하죠. 이런 기술의 진보 속에서 영상 작품과 디스플레이를 원본 그대로 유지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작업의 데이터를 그대로 유지하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하드드라이브와 메모리 스틱에 파일을 보관하고, 동시에 모든 파일을 담은 맥 미니와 미러용 하드드라이브도 가지고 있어요. 또 컬렉션의 일부 작품은 기술적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전문 기관이나 관련 스타트업을 활용하고 있고요. 몇몇 갤러리는 추가 금액을 조건으로 작품의 데이터 보존과 기술적 문제를 책임지기도 하는데, 관리의 수월성 때문에 전적으로 응하는 편입니다.

파일 형태로 존재하는 영상 작품의 특성상 유출이나 복제도 걱정되는 부분일 것 같아요.
생각보다 많은 리스크를 수반하진 않습니다. 사실 어떤 장르든 유출과 복제 같은 위험성은 존재합니다. 위작 화가가 비싼 회화 작품을 똑같이 그릴 수 있고, 사진이나 드로잉도 마찬가지예요. 단지 영상은 파일 형태이기에 그 방법이 좀 더 수월할 뿐이죠.

반대로 컬렉팅에서 영상 작품만의 장점이 있다면요?
회화, 공예, 조각 등 물리적 형태를 갖춘 작품은 전시를 위해 옮기는 과정에서 변형되거나 파손될 위험이 있습니다. 반면 영상 작품은 그럴 일이 없죠. 전 세계 어느 곳이든 빠르게 전달할 수 있고, 시간과 관계없이 누구나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영상이라는 장르는 ‘민주적’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같은 맥락에서 저는 하나의 작품에 여러 에디션이 있는 것에도 긍정적입니다. 아티스트 고유의 매력과 창의성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니까 말이죠.

그걸 컬렉터로서 영상 작품을 비롯한 예술품을 수집하는 태도나 자세라고 이해해도 될까요?
그렇습니다. 저는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이 다양한 방식으로 예술과 만날 수 있길 바랍니다. 유튜브나 영화제 같은 다양한 경로로, 그리고 원본이나 편집본에 관계없이 다양한 방법으로. 컬렉터로서 제 애티튜드를 조금 더 말씀드리면, 저는 판매를 위해 작품을 수집하진 않습니다. 그렇다고 투자의 개념으로 작품을 구매하는 것을 반대하지도 않아요. 이 또한 사람들이 예술과 관계를 맺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죠.





스크리닝 공간으로 내려가는 길. 1층 벽면 좌우로 잔드라 크라니히 (Sandra Kranich)의 ‘Twins, Firework 11.6.2010’ (2010)이, 지하 정면으로 플로리안 아우어(Florian Auer)의 ‘Untitled’ (2018)가 전시되어 있다.





프랑크푸르트 커뮤니케이션 박물관(Musuem für Kommunikation Frankfurt)과 잠룽 폰 켈터보른의 협업 전시 전경.





독일의 저명한 사진기자 바르바라 클렘(Barbara Klemm)의 ‘Fall der Berliner Mauer, 10. November 1989’(2014).

영상 작품을 볼 때 자신만의 특별한 기준이 있을 것 같습니다. 영상의 내용을 중점적으로 살피는지, 아니면 영상미나 시각 효과에 주목하는지 궁금합니다.
아트 페어나 페스티벌에서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가볍게 본 후, 커다란 스크린을 통해 사운드 등 영상을 둘러싼 요소를 고려하며 다시 살펴봅니다. 작품이 던지는 사회적 메시지에도 주목합니다. 기본적으로 제가 살아가는 시점의 세계와 사회적 이슈를 고려하는 편이에요. 최근에는 젊은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유심히 보고 있어요. 디지털화, 포스트인터넷 등 새로운 주제에 관심이 많거든요. 이와 더불어 구매를 고려하는 작품이 컬렉션과 조화를 이룰지도 고민합니다. 컬렉션이란 전체적 흐름과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문제니까요. 마치 개인적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자서전 같달까요.

컬렉션 중 <아트나우> 독자에게 소개하고 싶은 작품이 있나요? 현재 관심을 두고 있는 아티스트도 궁금합니다.
굉장히 고민되네요. 사실 인터뷰할 때마다 달라져서요.(웃음) 컬렉션 중에서는 히토 슈타이얼(Hito Steyerl)의 ‘태양의 공장(Factory of the Sun)’과 ‘리퀴디티 주식회사(Liquidity INC.)’, 그리고 5명의 갱스터 인터뷰로 구성한 테보호 에드킨스의 ‘갱스터 백스테이지(Gangster Backstage)’를 꼽고 싶습니다. 또 개인적으로 로런스 위너(Lawrence Weiner)와 브루스 나우먼(Bruce Nauman)의 작품에 관심이 많습니다. 재정적 여유가 있다면 태린 사이먼(Taryn Simon)의 작품도 소장하고 싶어요.

최근 미술계 행사를 보면 영상 장르의 비중이 상당합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디지털 기반의 작업이 재조명되고 있기도 하고요. 이에 영상 작업의 중요성에 관한 논의가 활발한데, 당신의 의견은 어떤가요?
영상 장르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 커질 겁니다. 이미지를 소비하는 우리의 행동 양식이 변하고 있거든요. 요즘 사람들은 수많은 정보를 동시에 살피고 이해하는 데 익숙해요. 정보의 교환 역시 기술의 발전으로 더 빨리 쉽게 이루어지고요. 이런 상황에서 아티스트들은 ‘사진으로 충분할까?’, ‘드로잉만으로 괜찮을까?’, ‘영상이 필요하지 않을까?’ 등의 질문을 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 자신의 메시지를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작업의 매체를 고민하는 거죠. 한편으론 사회 전반적으로 ‘소유’의 개념이 희미해지면서, 컬렉터가 물질적 작품을 소장하는 것도 더는 기존의 의미로 다가오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전시 영역뿐 아니라 컬렉팅 영역에서도 영상 작품은 더욱 중요하게 다뤄질 겁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예술과 아티스트 그리고 컬렉터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예술은 있으면 좋은 것이 아니라 반드시 있어야 하는 존재입니다. 예술은 틀에 박힌 생각에서 벗어나도록 이끌죠. 새롭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만이 오늘날 우리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문화 예술이 넘치는 세상을 만들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모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예술이란 서로 다른 캐릭터의 집합체니까요.





스크리닝 공간의 복도 모습. 왼쪽과 오른쪽에 각각 니콜라스 셰벨데이브(Nicholas Cheveldave)의 ‘So Many Choices’ (2016)와 ‘Quick Trip to the Ice House’ (2017), 정면에 로라 키카우카(Laura Kikauka)의 ‘It could be Wurst’ (2003/2005)가 보인다.





3D 모델링과 수공예를 통해 기술과 물질성을 다루는 플로리안 아우어의 ‘Untitled’(2017).

 

에디터 황재웅(jewoong@noblesse.com)
이정훈(미술 저널리스트)
사진 최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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