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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7-10

2019 보르도 앙 프리뫼르에 대한 소회

미국의 와인평론가 제임스 서클링이 2019 보르도 앙 프리뫼르(En Primeur) 와인을 시음한 뒤 흥미로운 의견을 보냈다.

제임스 서클링.

만약 2019 보르도 와인이 지난해의 앙 프리뫼르보다 30~40% 낮은 가격에 나온다면, 당신은 바로 구입할 것인가? 아마 대부분의 와인 애호가가 2019년 빈티지에 대해 크게 생각해보지 않았을 것이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그리고 이로 인한 경제 위기와 사투를 벌이는 이 시기에 선물(先物) 구입을 우선순위에 두진 않을 테니 말이다. 게다가 사람들은 대개 와이너리의 배럴에서 숙성 중인 새 와인보다는 이미 병입되어 당장 마실 수 있는 와인에 돈을 쓰고 싶어 한다. 원래 보르도는 포도를 수확하고 2년이 지난 와인만 판매한다. 즉 2019년에 만든 와인은 2021년이 되어야 구입 가능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내가 운영하는 홍콩의 와인 바 ‘제임스 서클링 와인 센트럴(James Suckling Wine Central)’에서 800개의 숙성 통에 담겨 온(그리고 앞으로도 올 예정인) 와인 샘플을 이미 시음했고, 월등히 높은 퀄리티에 놀랐다. 게다가 2019년 빈티지 와인은 2018년보다 가격이 훨씬 낮을 것으로 보인다. 그랑 크뤼 등급 와인을 유기 농법으로 생산하는 보르도 지역의 샤토 퐁테카네(Chateau Pontet-Canet)는 최근 하이 퀄리티의 와인을 2018년의 같은 상품에 비해 3분의 1 이상 낮은 가격에 발표했다. 보르도의 와인 판매업자들은 자신의 메일함이 주문서로 가득하다고 전했다. 런던의 한 와인 판매상은 이미 2019년 퐁테카네 와인 가격을 6병 기준 462달러로 제시했는데, 이는 2018년 빈티지 6병이 816달러였던 것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가격이다.






보르도 지역에 있는 샤토 퐁테 카네.

2019 보르도 와인의 탁월한 품질
2019년 빈티지는 2018년만큼 예외적으로 힘든 환경은 아니었다. 2018년에는 우박과 흰 곰팡이 등으로 인해 여러 달 어려움을 겪은 뒤 건조하고 따뜻한 계절이 되어서야 뒤늦게 잘 익은 포도를 딸 수 있었다. 그야말로 보르도의 와인메이커들이 거의 기적적으로 일궈낸 해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2019년 빈티지는 2018년과 동일한 수준의 퀄리티를 갖춘 와인이라도 조금 다르다. 2018년 빈티지만큼 과일과 타닌이 풍부하거나 화려하지는 않지만, 전형적인 보르도 와인의 매력을 더 많이 보여준다. 알코올과 신선하고 푸른 과일 그리고 미세하고 일관된 타닌의 균형 잡힌 밸런스를 갖춰 정제되면서도 주도적인 느낌을 준다.
정제되고 세련된 와인을 만드는 동시에 지금 보르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와인 컨설턴트 중 한 사람인 토마 뒤클로(Thomas Duclos)도 2018년보다 2019년 빈티지가 더 좋다고 전했다. “많은 사람이 좋아한 2015년 빈티지의 관능적 섹시함, 여기에 2018년이나 2010년 빈티지의 깊이와 밀도를(아마 그것보다 조금 덜 강하게) 지녔기 때문이죠. 최근 몇 년간 보르도 와인의 위대한 진화는 훌륭한 와인을 더 어린 시기에 접할 수 있게 된 것인데, 2019년 빈티지가 좋은 예가 될 거예요.”






샤토 앙젤뤼스의 위베르 드 부아르(왼쪽).

2019 보르도 앙 프리뫼르, 구매해야 할까?
오랜 시간 와인 평론가이자 저널리스트로 일해온 내가 특정 빈티지의 품질과 그 와인의 일반적 특성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은 흥미롭긴 해도 흔한 일은 아니다. 와인 판매업자의 간단한 블렌드부터 유명 샤토의 복잡한 샘플에 이르기까지, 와인 품질이 한결같이 일관성 있다는 점이 합의되어야 한다. 일관성이 있다는 것은 팔리는 시기와 관계없이 병에 담긴 와인은 훌륭할 것이라는 뜻이다. 보르도에서 가장 유명한 와인 컨설턴트인 위베르 드 부아르(Hubert de Bouard)는 2019년 와인이 욕심 많은 와인 애호가에게 가장 완벽한 와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르도에서 가장 크게 성장한 와이너리 중 하나인 샤토 앙젤뤼스(Chateau Angelus)의 가족이다. “와인이 이미 너무 맛있고 섹시해요. 내가 만든 와인 중 60%는 2019년, 40%는 2018년 빈티지를 선호합니다.”
그렇다면 이제 질문은 사람들이 2019 보르도 와인을 미래에 구입할 것인지, 아니면 현재의 사회·경제적 상황에서도 앙 프리뫼르로 살 것인지다. 나와 이야기를 나눈 대부분의 보르도 와인메이커와 판매업자는 2019 보르도 와인의 가격이 내려갈 수밖에 없다는 데 동의했다. 위베르 드 부아르는 2019년 빈티지의 앙 프리뫼르가 성공하려면 가격이 인하되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20%든 15%든 30%든, 결정은 각 브랜드에 달려 있죠.”






다양한 와인을 시음 중인 제임스 서클링.

앙 프리뫼르를 전문으로 하는 런던과 홍콩의 일부 와인 판매업자는 보르도의 와인메이커에게 올해 앙 프리뫼르를 판매하지 말아줄 것을 요청하는 서면 호소문을 보냈다. 충분히 이해된다. 그러나 내가 만난 몇몇 판매상은 자신의 고객이 2019년 빈티지의 선물 구입에 관심이 있다고 전한다. “요즘 2019 보르도 와인을 요청하는 고객이 있어요. 왜 와인을 팔지 말아야 합니까? 이는 시장이 결정할 일이죠.” 홍콩의 와인 전문 회사 케리 와인스(Kerry Wines)를 총괄하는 에릭 데구트(Eric Desgouttes)의 말이다.
코로나19와 이로 인해 타격을 입은 세계경제의 암울한 배경, 특히 미국과 유럽에서 2019년 빈티지의 선물 구매는 비현실적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까지 내가 테이스팅한 2019년 와인은 2018년, 2016년 그리고 2015년 등 모든 훌륭한 빈티지에 비견할 만한 준수하고 뛰어난 품질을 지녔다. 와인을 좋아한다면, 한창 전쟁 중이거나 전 세계적으로 유행병이 도는 등 역사상 가장 절망적인 시기에도 와인을 즐겼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오히려 안도해야 한다. 따라서 2019 보르도 앙 프리뫼르를 사야 할 시기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응당 시장에 따라 결정할 일이다.

 

에디터 이정주(jjlee@noblesse.com)
제임스 서클링(James Suck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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