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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6-11

좋은 소리는 스스로 말한다

골드문트의 기술력을 총집합한 프라나와의 만남

골드문트 플래그십 스토어 청담에 마련한 프라나 청음 공간.

언젠가 세계적 지휘자 오자와 세이지가 “음악은 결국 시간의 예술”이라고 한 말에 의아했던 적이 있다. 영국의 전설적인 수학자 제임스 실베스터가 남긴 “수학은 이성의 음악, 음악은 감성의 수학”이란 말은 또 어떤가. 당시엔 추상적이고 철학적으로 다가온 말들이 불현듯 뇌리를 스친 건 얼마 전 골드문트 쇼룸을 방문한 날이었다. 골드문트 청담 쇼룸 4층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만나는 첫 번째 청음 공간. 골드문트 세계로 입문하는 로비 성격의 공간은 작년에 출시해 가장 최근작으로 꼽히는 오디오 ‘프라나(Prana)’를 위한 청음실이다. 힌두교 철학에서 말하는 ‘모든 생명체를 존재하게 하는 힘’이라는 뜻을 지닌, 1m가 채 되지 않는 높이의 작은 몸체에서 신청한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1994년 오자와 세이지가 지휘한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베토벤 제5번 ‘운명 교향곡’이 시작되었다.






진동을 모아 아래로 흘려보내는 역할을 하는 구조와 탄탄히 잡아주는 Z 형태의 고정축.

좋은 오디오란 무엇일까? 그렇다면 좋은 소리는? 개인의 취향은 저마다 천양지차지만 인간은 좋은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보는 능력이 있다. 이미 알고 있는 음악이 새롭게 들릴 때 그 감각의 촉수는 더욱 매서워진다. 온 신경이 귀를 향해 있다. 지금 이 순간에는 오감 중 나머지 감각의 플러그를 뽑고 오직 청각, 듣는 데 집중한다. 그리고 가만히 눈을 감는다. 시작을 알리는 장중한 첼로와 생생한 바이올린 현의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소리가 파도처럼 밀려온다. 첼로 현이 구현한 무거운 파도 위에 가볍고 산뜻한 바이올린 소리가 살포시 얹히더니 이내 휘몰아친다. 마치 뒤꿈치를 조심스레 바닥에 딛고 앞쪽으로 천천히 중심을 옮기는 사려 깊은 발걸음처럼 저음역과 함께 밀려 들어오는 중・고음역의 움직임이 귀를 마사지하듯 긴장한 몸을 기분 좋게 풀어준다. “인간의 귀에 빠르게 도달하는 고음과 상대적으로 느리게 도달하는 중・저음의 시간 차를 조정해주는 골드문트의 프로테우스-레오나르도(Proteus-Leonardo) 기술 덕분이죠. 음악이 본래 소리로 생생하게 구현되고, 장시간 들어도 피곤하지 않아요.” 동행한 관계자가 한마디 덧붙였다. 오디오 회사에서 왜 오랜 기간 수학자에게 투자했고, 수학 박사와 과학자를 주축으로 연구진을 꾸렸는지 그제야 알 것 같았다. ‘운명교향곡’이 절정을 향해 달려가는 동안 지그시 감은 눈앞에 지휘자의 격렬한 몸짓이 현현했다. 상상 속 지휘자의 몸짓과 허공을 쉴 새 없이 가르는 지휘봉은 공연장에서 수없이 본 장면보다 더 생생하게 느껴져 몸이 달아올랐다. 지금 나는 분명 다른 세계에 와 있다.





1 유・무선 연결에 모두 대응하도록 설계한 후면.
2 시간 축을 고려해 상단의 고역 인클로저를 하단의 저역 인클로저에 비해 뒤쪽에 위치시켰다.
3 파텍필립, 롤렉스 등 하이엔드 시계 브랜드의 금속을 만드는 동일한 공장에서 금속을 마감한다.

오랜 세월 숙성한 카베르네 소비뇽처럼 묵직하고 강렬한 베토벤 교향곡 5번을 맛봤으니, 이번에는 부르고뉴 샤르도네처럼 부드럽고 우아한 음악을 재생해보기로 했다. 조성진이 협연한 런던 심포니의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이 시작되었다. 기세 좋게 들이치는 바이올린과 맑게 지저귀는 플루트, 그 아래를 든든하게 받치는 팀파니 그리고 잔잔한 호수에 물수제비를 뜨는 듯한 조성진의 맑은 피아노 사운드는 하나하나가 또렷하면서도 훌륭한 하모니를 이루었다. 장중한 오케스트라 사운드 가운데 피아노 건반의 떨림이 잔물결처럼 내 몸에 전달되어 일렁였다. 음이 왜곡되거나 변질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Z 모양 휠로 단단히 고정하고 진동을 바닥으로 흘려보내는 골드문트의 특허 기술은, 그렇게 젊은 천재 피아니스트의 미세한 손 떨림까지 또렷하게 전달했다. 작은 요소에 귀 기울이면서도 전체를 이해하게 하는 이 오디오는 듣는 이로 하여금 지휘자의 움직임을 연상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놀라운 건, 이 모든 사운드의 품질이 높이 1m도 채 안 되는 작은 몸에서 뿜어져 나온다는 사실. 몸집이 더 큰 전작 ‘수카(Sukha)’와 동일한 1200W의 앰프 출력을 내고, 앰프와 필터가 스피커 내에 함께 내장되어 있어 복잡하게 구성할 필요가 없다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또 USB 동글(Dongle)을 통해 무선으로도 동일한 결과물을 낸다. 대칭과 질서 속에 상상력을 담아낸 음악, 그리고 수학적으로 고안한 음계와 화음을 근간으로 한 음악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데는 결국 수학의 이해가 수반되어야 한다. 왜 음악이 시간의 예술인지, 감성의 수학인지 골드문트 프라나와의 만남을 통해 실감했다. 치밀하게 구현한 디테일로 음악 전체의 이해를 돕는 이 오디오에 왜 ‘모든 생명체를 존재하게 하는 힘’이라는 부제가 붙었는지도.

 

에디터 전희란(ran@noblesse.com)
사진 홍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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