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바텐더, 김병건 - 노블레스닷컴

Latest News

    LIFESTYLE
  • 2020-06-05

우아한 바텐더, 김병건

시종일관 자신의 속도를 지키며 우아함을 잃지 않는 바인하우스 오너 바텐더 김병건.


지방시가 타계한 날, 지방시 테이블웨어에 셀러리를 담아 손님에게 건넨 어느 바텐더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때론 말보다 침묵이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것처럼 그의 묵묵한 애도 방식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그것은 멋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우아함으로 다가왔다. “우아했으면, 엘레강스했으면 좋겠어요. 그것이 바텐딩 도구나 칵테일에 대한 제 철학이에요.” 새로운 곳으로 자리를 옮긴 바인하우스 청담에서 만난 오너 바텐더 김병건, 그의 뒤로 그동안 수집한 잔의 역사가 후광처럼 찬란히 빛나고 있었다.







글렌피딕 익스페리멘탈 IPA로 완성한 뉴욕 사워.

성남 복정동에서 7석 규모의 작은 바를 14년간 운영해온 바텐더 김병건. 서울에서 찾아오는 고객이 대부분이라는 걸 감안하면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동네 바의 바텐더가 바 신에서 꾸준히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 이유로 그가 대단한 잔 컬렉터라는 사실을 빼놓을 수 없다. “바카라 코리아의 강준구 대표마저 박물관에서 본 컬렉션이라며 놀라더군요.(웃음)” 바카라의 로한 라인, 마젠타 라인, 퐁파두르 라인 등 수집가라면 기함할 정도의 희귀 컬렉션부터 벨기에의 로브마이어, 독일의 마이센 등 세계 각국의 아름다운 잔은 10석 남짓한 작은 바가 일순 갤러리처럼 보이는 기이한 체험을 선사한다. “잔이 보여줄 수 있는 최적의 아름다움을 찾으려 해요. 잔에서 새로운 칵테일을 위한 영감을 받기도 하죠.” 마침 크리스털 조각이 촘촘히 박힌 기다란 샴페인 글라스에 첫 번째 시그너처 칵테일 ‘체리 블러썸 피즈’가 담겨 나왔다. 핀 조명 아래 놓인 칵테일의 자태가 빙판 위의 김연아처럼 위풍당당하며 우아했다. “3년 전쯤 시부야의 한 공방에서 만난 글라스예요. 벚꽃이 만발한 3월이었죠. 아이폰 신제품이 출시라도 된 듯 긴 줄이 늘어선 곳에 가보니 어떤 공예가의 공방인 거예요. 잔을 파는데 왜 줄을 서지? 뭔가 대단한 게 나올 것 같아 덩달아 줄을 선 덕분에 운 좋게 구한 거예요.” 잔에서 피어오른 영감으로 완성한 체리 블러썸 피즈는 상큼하면서도 농염한 맛이 났다. 플레이가 끝난 뒤에도 일정 시간 자세를 유지하는 피겨 선수처럼 은은한 향이 오래 입가에 머물렀다. 김병건은 곧바로 두 번째 시그너처 칵테일 메이킹에 착수했다. “위스키 사워를 트위스트한 ‘뉴욕 사워’예요. 평소에는 글렌피딕 12년을 사용하는데, 이번에는 글렌피딕 익스페리멘탈 시리즈 중 IPA 버전을 선택했습니다. 기본에 충실한 브랜드 글렌피딕은 평소 뿔테 안경을 쓴 모범생 같다고 생각했어요. 최근에 출시한 익스페리멘탈 시리즈 세 가지를 맛본 느낌은 ‘모범생이 마침내 안경을 벗었다!’였죠.” 일순 안경알 너머에 숨은 진지한 눈빛이 머릿속에 선명히 그려졌다. 빈티지, 클래식, 기본을 중시하는 김병건은 언젠가 글렌피딕 30년을 두고 SNS에 ‘명불허전’이라는 말로 찬사를 보낸 적이 있다. 한편, 글렌피딕이 동시대와 대화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레드 와인, 레몬주스, 달걀흰자 거품으로 고운 색과 결을 정교하게 분리한 김병건표 뉴욕 사워는 펑키하면서도 우아한 맛을 머금고 있었다.






1 김병건이 아끼는 잔 컬렉션과 글렌피딕 올드 보틀.
2 크리스털로 장식한 샴페인 글라스에 담긴 체리 블러썸 피즈.

“우아한 삶이란 사물에 시(時)를 부여하는 질서와 조화에 대한 고상한 생각이다.” 바텐더 김병건이 잔을 다루고 칵테일을 만드는 과정을 찬찬히 지켜보고 있노라니 프랑스 대문호 발자크가 <우아하게 사는 법>에서 언급한 문장이 떠올랐다. 조명을 반사하는 잔의 빛깔, 잔을 바닥에 놓을 때 나는 목소리, 손바닥으로 전해지는 잔의 감촉과 온도, 입술에 와닿는 질감과 곡선, 목으로 털어 넣을 때 잔 속살과의 아이 콘택트…. 이 모든 과정을 그의 공간에서 차분히 누리고 나서야 그가 단순한 잔 컬렉터이기에 앞서 누군가를 위한 단 한 잔의 칵테일을 만들기 위해 아름다운 언어를 모으는 수집가임을 깨달았다. 깨져버리면 다시는 세상에 없을 희귀한 잔을 캐비닛에 넣어 박제해두는 대신 거침없이 꺼내 손님에게 내는 그의 호방함이 “아끼려는 모습은 어떤 것이든 우아하지 못하다”라고 말한 발자크의 충고를 되뇌게 했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가장 아끼는 1950년산 바카라 마젠타 잔에 20세기 초의 비피터 진을 기주로 한 마티니를 담아냈다. 그 독하고 진한 액체는 그의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입장권처럼 느껴졌다. 이곳이 서울인지 런던인지, 시공간조차 모호하게 느껴지는 순간 잔과의 황홀한 키스 끝에 세월을 마셨다.

 


Promotion
바인하우스 청담에서 글렌피딕과 함께하는 프로모션 행사가 열린다. 글렌피딕 보틀 주문 시 30% 할인, 글렌피딕 익스페리멘탈 시리즈 3종 중 한 잔을 주문하면 다른 두가지를 서비스로 제공한다. ‘노블레스 독자’라고 주인장에게 귀띔하면 조금 다른 서비스를 기대해도 좋다. 행사는 9월 말까지 진행한다.
ADD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89길 13 지하 1층
INQUIRY 070-4231-6616

 

에디터 전희란(ran@noblesse.com)
사진 김참  

관련 기사

페이지 처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