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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5-22

긍정의 힘으로 소통하는 방법

전 세계인과의 소통을 통해 긍정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패션 하우스의 다양한 디지털 프로젝트.

1 지미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산드라 초이가 주최한 슈즈 드로잉 프로젝트 ‘Choo 스케치’.
2 애니 레보비츠 등 유명 패션 포토그래퍼들의 독창적 시각을 통해 브랜드 아카이브를 재조명하는 몽클레르의 ‘#함께하는몽클레르’ 프로젝트.

일상의 풍경이 차츰 제자리를 찾아가는 가운데, 사람들은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대화를 나눈다. 이젠 불편함을 견디는 데 꽤 익숙해졌고, 희망의 불씨에도 한 발 더 가까워진 듯하다. 지난 수개월 동안 전 세계 사람들은 기약 없는 자가 격리 조치를 감당하며 답답한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막연하기만 한 시간이 길어질수록 서로를 향한 격려는 더욱 절실했고, 몇몇은 소셜 네트워크와 무선 드론 등 여러 매개체를 활용한 ‘거리 두기 소통 방식’을 떠올렸다. 덕분에 최근 각종 SNS에는 이른바 ‘챌린지’라는 형태의 특정 해시태그를 단 활동과 흥미로운 참여형 프로젝트가 등장해 세계 각국 사람들이 한데 모인 것 같은 지구촌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대중에게 더욱 친밀하게 다가서고자 하는 노력은 다수의 패션 하우스나 각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공식 SNS 계정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라이브 방송, 공모전 개최 등 하우스가 지닌 오랜 역사와 디자인 철학이 제각기 다르듯, 세부적으로 소통을 구현하는 방식 또한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디지털 플랫폼이라는 기본 도구는 동일하다. 이처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개성이 드러나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이벤트는 모두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는 동시에 브랜드의 뚜렷한 아이덴티티를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기회로 작용한다. 쌍방향 교류가 가능한 새로운 소통의 장이 마침내 열린 것이다.






3 2020년 S/S 여성 컬렉션 중 일부 룩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알렉산더 맥퀸의 드로잉 프로젝트 ‘실루엣’.
4 폴리싱 키트로 슈즈 관리 영상을 게시하는 방식의 처치스 ‘#church-schallenge’ 챌린지.
5 드로잉 챌린지 ‘실루엣’에 이어 자연에서 영감받은 사진을 촬영하는 방식의 ‘자연’ 챌린지를 진행 중인 알렉산더 맥퀸의 ‘#mcqueencreators’ 프로젝트.
6 다양한 사물을 활용해 슈즈 힐처럼 연출한 자크뮈스의 ‘#jacquem-usathome’ 챌린지.

브랜드에서 제안한 다채로운 프로그램 중 하우스가 추구하는 가치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몇몇 사례는 특히 주목할 만하다. 평소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컬렉션을 꾸준히 선보인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4월 말 디지털 캠페인 ‘미러 더 월드(Mirror the World)’를 공개해 현재까지 활발히 진행 중이다. 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이번 캠페인을 통해 뮤지션, 작가 등 분야와 국적이 제각기 다른 아티스트에게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졌다. 아티스트들은 창의적 관점으로 재해석한 사진과 영상 등 문화 예술적 가치가 담긴 콘텐츠를 통해 그녀의 질문에 답한다. 프라다는 문화·패션계 인사와 직접 대화할 수 있는 인스타그램 라이브 이벤트 ‘파서블 컨버세이션(Possible Conversation)’을 기획해 4월 14일 첫 게스트인 작가 겸 큐레이터 파멜라 골빈, 패션 피처 디렉터 알렉산더 퓨리와 함께 토론을 진행했다. 앞으로도 여러 개의 시리즈로 심도 깊은 주제를 면밀히 다룰 예정이라고 밝힌 프라다는 디지털 시대에 발맞춘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형태를 제시해 대중과 실시간 교류를 이어간다.






루이 비통의 랭스 편 시티 가이드.

인스타그램의 재미있는 해시태그 챌린지, 공모전 등으로 참여형 소통을 유도한 사례도 눈에 띈다. 자크뮈스를 이끄는 디자이너 시몬 포르테 자크뮈스는 자신이 디자인한 슈즈의 대표적 특징인 독특한 힐을 모티브로 ‘#jacquemusathome’이라는 챌린지 이미지를 게시했다. 뜨거운 호응을 얻은 이 챌린지는 오렌지나 달걀, 가위 등 온갖 물건을 발꿈치 아래 놓아두고 슈즈 힐처럼 연출한 전 세계인의 위트 넘치는 사진으로 해시태그 피드를 가득 채웠다. 간단한 참여 방법으로 의미를 더한 ‘착한’ 챌린지도 있다. 처치스는 ‘#churchschallenge’라는 챌린지를 주도해 브랜드의 폴리싱 키트를 사용한 슈즈 관리 영상을 모집했는데, 챌린지 기간에 발생한 폴리싱 키트 수익금은 코로나 바이러스 구호금으로 전액 기부할 예정이다. 적극적 참여를 시도하고 싶은 이를 위한 패션계의 ‘집 안 콘테스트’ 열풍 또한 이색적이었다.






7 5월 31일까지 스트리밍 사이트 ‘MUBI’에서 무료로 감상할 수 있는 에디 슬리먼의 영화 큐레이팅 셀렉션.
8 4월 17일에 공개한 버버리의 비 시리즈로 협업 트랙과 공연 스트리밍을 선보인 뮤지션 아마레.

지미추가 주최한 슈즈 드로잉 프로젝트 ‘Choo 스케치’는 그림을 그리면서 어려운 시기에도 긍정적 태도를 유지하자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산드라 초이의 따뜻한 의도에서 출발했다. 6주의 응모 기간을 거쳐 6월 8일 발표할 예정인 5개의 최종 당선 작품은 추후 실제 캡슐 컬렉션 제품으로 만날 수 있다. 큰 화제를 모은 헬무트 랭의 그래픽디자인 티셔츠 공모전도 최종 우승자 발표만을 앞두고 있다. 현시대를 반영해 ‘Stay Home’을 첫 번째 참가 규칙으로 내걸어 자가 격리 실천을 거듭 강조한 이번 공모전 우승자에게는 1000달러의 헬무트 랭 온라인 스토어 기프트 카드와 그가 그린 그래픽디자인 티셔츠를 증정한다. 이 밖에도 드로잉과 사진 촬영 등으로 마음을 나누는 창작 프로젝트 ‘mcqueencreators’를 진행한 알렉산더 맥퀸, 요리책을 출간할 정도로 요리 실력이 뛰어난 3.1 필립 림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필립 림이 자가 격리 중 맛있고 건강한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레시피를 해시태그 ‘#cookingwithpl’과 함께 소개하는 등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 가능한 각 브랜드의 유형별 프로그램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9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디지털 캠페인 ‘미러 더 월드’에 참여한 아티스트의 셀프 메이크업 콘텐츠.
10 3.1 필립 림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필립 림은 집에서도 건강한 요리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레시피를 공유했다.

조금만 더 힘을 내면 머지않아 되찾을 우리의 일상. 그럼에도 이제껏 버텨온 기간 내내 느낀 우울한 기분을 없애기는 쉽지 않다. 예전과 같은 일상을 기다리며 지루해하는 대신 온갖 볼거리를 제공하는 브랜드의 공연이나 문화 프로그램을 살펴보는 건 어떨까. 음악, 영화, 책 등 장르를 막론하고 모든 형태의 문화와 예술은 잠시나마 마음의 여유를 갖게 할 현명한 해결책일지 모른다. 뮤지션 알리샤 키스의 라이브 퍼포먼스, 시인 루피 카우르의 낭독에 이어 음악 프로듀서 앨리사의 단독 무대까지. 발렌티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에르파올로 피촐리는 세계적 예술가의 공연을 브랜드 공식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중계하는 ‘#chezmaisonvalentino’ 프로젝트를 운영 중이다. 버버리는 매달 17일에 출시하는 ‘비 시리즈’의 지난 컬렉션을 제품이 아닌 음악으로 구성해 변화를 꾀했다. 뮤지션 아마레와 협업한 트랙과 공연 스트리밍을 선사해 다음 비 시리즈에 대한 많은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반면, 셀린느 아티스트 디렉터 에디 슬리먼은 <지옥의 묵시록>과 <로렌스 애니웨이> 등 시대를 넘나드는 영화 셀렉션 리스트로 그만의 고유한 감성을 드러냈다. 루이 비통에서는 프랑스 도시 랭스와 주변 샹파뉴 지역의 아름다운 경치를 담은 랭스 편 시티 가이드를 새롭게 출간했고, 몽클레르는 유명 패션 포토그래퍼가 포착한 사진들로 브랜드 아카이브를 재조명했다. 매주 갖가지 장르의 콘텐츠로 멀티플랫폼 ‘보테가 레지던시(Bottega Residency)’를 구축한 보테가 베네타도 있다. 이렇듯 패션계가 제안하는 각양각색의 디지털 프로젝트와 함께하다 보면 그토록 기다리던 평범한 일상이 어느새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올 것이다.

 

에디터 박소현(angelapark@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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