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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4-22

푸릇푸릇 돋아나는 지식

꽃과 식물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은 책 세 권을 통해 집에서 자연을 즐겨보자.


“진달래가 잔뜩 피었다. 완연한 봄이네.”
얼마 전, 집 앞의 작은 산을 보던 어머니가 건넨 말이다.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바이러스를 피하고자 집에만 있었던 탓일까?
어느덧 산봉우리는 갈색에서 초록으로, 다시 분홍으로 옷을 갈아입으며 봄을 맞이하고 있었다. 매년 당연하게 누리던 풍경의 소중함을 깨닫는 요즘, 자연을 깊이 있게 살펴보며 꽃과 식물을 좀 더 면밀히 마주하는 건 어떨까. 아름다운 겉모습 못지않게 그 속도 유용한 지식으로 알찬 존재이니 말이다. <꽃은 알고 있다>는 영국의 법의생태학자 퍼트리샤 월트셔의 저서다. 그런데 법의생태학자는 뭐 하는 사람일까? 간단히 설명하면 용의자가 입은 재킷에 묻은 꽃가루나 신발 밑창에 눌어붙은 흙을 분석해 진범이 누구인지, 범행 장소는 어디인지 유추해서 사건 해결에 도움을 주는 사람이다. 이를테면 “농경지에서 멀리 떨어진 삼림지대의 깊숙한 곳에서 건초 초원의 꽃가루를 발견했다면, 이것은 마른 말똥이 말과 사람이 다니는 좁은 길에서 날려온 결과다”라며 과학수사를 펼치는 식이다. 이처럼 저자가 해결한 사건을 추리소설처럼 기술한 책은 긴장감 넘치는 재미를 보장한다. 식물학자 출신 법의생태학자인 만큼 결정적 실마리를 제공한 꽃과 식물의 특징도 빼곡히 적어 전문적 지식도 놓치지 않았다. 서사와 이론이 어우러진 이 책에 관심이 생겼다면, 권하고 싶은 독서 방식이 있다. 챕터마다 등장하는 꽃과 식물의 이미지를 대조해보며 읽는 것. 실물 사진을 옆에 두고 읽으면 마치 저자와 함께 긴박한 사건 현장에서 식물을 단서 삼아 사건을 추리하는 듯한 기분을 자아낸다. 이처럼 식물은 말이 없을지라도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삼국시대의 꽃 이야기>의 원예학자 김규원도 꽃과 나무에서 삼국시대 사람들의 흔적을 찾는다. 한평생 원예 연구에 몰두한 저자는 연구실에서 나와서야 비로소 꽃을 연구 대상이 아닌 자연물 자체로 바라보게 됐고, 그것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파헤치기 시작했다. 꽃을 하나하나 살피다 보니 현장 답사와 관련 사료(史料)로 관심 영역이 넓어졌고, 그 결과 인문학과 자연학을 융합한 책을 쓰기에 이르렀다. 그렇다고 학문과 학문이 만난 어려운 이론서는 결코 아니다. 신라 선화공주의 이름에 꽃 화(花)가 들어가는 이유와 삼국시대 사람들이 죽은 나무를 기리는 방법 등 자연과 더불어 산 우리 선조의 일화를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처럼 편안한 문체로 풀어냈다. 또 여전히 한반도에서 자라고 있는 식물을 다루기에 지금으로부터 1400년 전의 삼국시대 역사도 낯설지 않다.
종종 TV에 현대의학으로도 치료하기 어려운 질병을 특정 식물을 섭취해 이겨냈다는 사람이 등장한다. 진짜일까 의심스럽기도 하지만, 자연스레 장바구니에 방송에 나온 그 채소를 담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식탁에 올리기 전, 식물의 정체를 낱낱이 파헤치고 싶다면 <식물학자의 식탁>을 펼쳐보자. 중국 식물학 박사 스쥔의 에세이로 식물 50여 종의 특징과 정확한 섭취 방법 그리고 각 식물에 얽힌 저자의 개인적 경험이 녹아 있다. 읽다 보면 모든 식물이 공유하는 공통점 한 가지가 눈에 띈다. 바로 ‘독’이다. 우리 식탁에 자주 오르는 감, 아스파라거스, 호두 등은 천적인 벌레와 새의 공격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어느 정도 독과 산성을 포함하고 있다는 게 저자의 의견이다. 미처 몰랐던 식물의 속내가 담겨 있어 마치 식물 백과사전 같지만 저자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올바른 식물 조리법, 같은 식물이라도 더 맛있게 먹는 팁을 함께 기술해 실용성을 더했다. 아! 요즘 새로운 힐링 방식으로 떠오른 보태니컬 아트를 시작해보고 싶은 이라면 눈여겨보자. 식물을 설명하고자 첨부한 삽화가 아주 사실적이라 모사하기 좋다.

 

에디터 이효정(hyojeong@noblesse.com)
사진 김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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