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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4-06

일상 디톡스

알게 모르게 비대해진 우리의 일상을 치유할 나만의 디톡스 방법


少 소유
이사를 했다. 11년 동안 홀로 지낸 아파트는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6인용 소파와 킹 사이즈 침대, 실내 사이클과 러닝머신, 두 대의 자전거와 총 세 세트의 오디오, 네 대의 디지털카메라와 렌즈까지 잉여의 짐으로 산란했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 집에서 취미는 몇 번이나 바뀌었다. 캠핑에서 낚시로, 야구에서 MTB로, 요리에서 사진으로. 참 무료했나 보다. 그 시간이 무의미했던 건 아니지만, 필요 이상으로 너무 많은 걸 갖추고, 또 갖고 살았다. 그래서 이사 갈 오피스텔은 작은 것으로 구했다. 갖출 것만, 필요한 것만, 쓸 것만 갖고 살자 싶어서. 그래서 짐의 80%는 버리거나 성당에 기부했다. 서랍장에 진열해둔 레고 아키텍처 시리즈는 아이들 손에서 금세 부서졌지만, 쓰임이 있었다. 몇 년을 공들인 수집품이다. ‘저게 뭐라고 그리 아등바등 모았나’ 싶어 헛웃음이 나왔다. 나머지 것도 어딘가에서 누구에게든 쓰임이 있을 거다. 갑자기 종교로 귀의한 건 아니지만, 이사를 하며 무언가를 갖는 것에 대해, 또 비우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온전히 쓸 것만 갖고 사는 삶, 그 심플하고 담백함이 당분간 일상의 원칙이 될 듯하다.
에디터 조재국





이제 그만 안녕
인터넷에 떠도는 스마트폰 중독 자가 진단을 해봤다. 10개의 질문지 중 8개에 해당하면 중독인데 딱 8개를 채웠다.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막상 중독이란 말을 보니 문제의식이 생긴다. ‘내 손안의 작은 세상’이라 일컫는 스마트폰은 일상에서 많은 불편함을 해소했지만, 정작 사람을 작은 세상에 가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특히 온종일 넷플릭스를 본 뒤에는 그런 기분이 극에 달한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디지털 디톡스다. 가장 먼저 한 행동은 넷플릭스, 왓챠플레이 등 OTT 서비스를 끊은 거다. 날마다 콘텐츠가 쏟아져 나와 탈출구가 안 보였는데, 막상 끊으니 생각보다 견딜 만했다(물론 그 때문에 아직도 <아이리시맨>을 보지 못했다). 두 번째는 사용하지 않는 스마트폰 앱을 정리하는 거다. 너저분하게 늘어놓은 앱을 책상 정리하듯 깨끗이 치웠다. 초록창에 ‘앱 정리 꿀팁’을 검색하면 몰랐던 기능과 각자의 정리 방법을 참고할 수 있다. 아이폰의 경우 설정에서 ‘사용하지 않는 앱 없애기’를 활성화할 수 있다. 용량이 부족할 때 사용하지 않는 앱을 자동으로 정리하는 기능이다. 마지막으로, 난도 최상급인 자기 전에 스마트폰 보지 않기. 매번 다짐하지만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기에 쉽지 않았다. 그동안의 실패를 발판 삼아 이번에는 물리적 제한을 두기로 마음먹었다. 침대 옆에 충전기를 옮기는 대신 콘센트를 꽂을 수 없는 곳으로 침대를 옮겼다. 얼마나 갈지 몰라도 일단 해본다. 무의식적으로 스마트폰을 보는 대신 의식적으로 ‘멍 때리기’를 하는 것도 디지털 디톡스에 효과적이라는 팁을 보니 지름길을 찾은 기분이다.
에디터 이민정





Good Bye, My Friend
“마흔이 넘어서 알게 된 사실 중 하나는 친구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거예요. 잘못 생각했던 거죠. 친구를 덜 만났으면 내 인생이 더 풍요로웠을 것 같아요. (중략) 이런저런 이유로 결국 많은 친구들과 멀어지게 되더군요. 그보다는 자기 자신의 취향에 귀 기울이고 영혼을 좀 더 풍요롭게 만드는 게 더 중요한 거예요.” 김영하가 저서 <말하다>에 써 내려간 담대한 고백을 읽기 전 한동안 괴로웠다. 친구와 멀어지는 일이, 우정을 부정하는 일이 아무래도 선뜻 내키지 않아서. 피로와 스트레스뿐인 인간관계는 의외로 한때 가까웠던 친구로부터 찾아올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 그간 부대끼던 관계를 하나둘 정리한 건 지난해의 큰 수확이었다. 이런 부대낌을 호소하는 이는 나뿐이 아니었는지, ‘관계 디톡스’의 유례없는 인기 속에서 이제는 인맥을 넓히는 자보다 과감히 줄일 줄 아는 자가 오히려 ‘힙’하게 느껴질 정도다. 결단의 수확은 생각보다 빨리 돌아왔다. 흘려보낸 만큼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시간과 에너지로 채워졌고, 덜어내어 알맹이만 남은 관계를 좀 더 견고하게 다지게 되었다. 이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땐 과감히 SNS 알람을 끈다. 잠시 연락되지 않는다고 해서 쉽게 끊어질 관계는 과감히 도려낼 자신이 생겼으니까. 우리는 자주 ‘우정’이란 말에 속는다. “친구니까”, “친구인데”. 이런 말이 얼마나 무책임하고 배려 없는 말인지, 지금이라도 깨달아서 다행이다.
에디터 전희란





상념의 정화
“과거에 사로잡히지 마세요. 미래에도 사로잡히지 말아요. 화, 걱정, 두려움에 사로잡히지 마세요. 현재 이 순간으로 돌아와 삶과 깊게 접촉하세요. 이것이 바로 마음 챙김(mindfulness)입니다.” 시인이자 평화운동가인 틱낫한 스님의 말씀은 요즘 몸과 마음에 변화가 일어난 내게 울림을 전한다. 한동안 새벽마다 자다 깨는 일을 반복했다. 다시 잠들기 어려웠던 것은 그 순간 생각이 꼬리를 물었기 때문이다. 가장 평화로워야 하는 새벽이 편치 않았다. 불면증으로 피로는 좀처럼 해소되지 않았고, 이러한 악순환은 하루의 걸림돌이 되곤 했다. 찌뿌둥한 몸과 마음을 챙겨보려고 얼마 전부터 요가를 시작하며 명상을 처음 접했다. 생각을 비우고 호흡에 집중하라는 수련 선생님의 나지막한 목소리를 따라 눈을 감았다. 어둑하고 고요한 방의 기운은 불면증에 시달리던 새벽과는 또 다른 편안함을 느끼게 했다.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기를 반복하다 보니 몸과 생각의 스위치를 내려둔 것 같은 가벼운 기분에 휩싸였다. 처음으로 세상의 소음이나 생각을 완전히 차단한 채 배 속 아기에게 집중하는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 10분 남짓 지나고 다시 눈을 떴을 때 정말 오랜만에 눈과 머리가 맑아진 듯했고, 나는 명상에 매료되었다. 그 후 시간이 날 때면 요가원을 찾고, 집에서는 잠들기 전 불 꺼진 방의 차분한 기운을 느끼며 눈을 감고 생각을 비우는 시간을 갖는다. 내 마음 같지 않은 일이나 관계에 대한 생각은 잠들기 전 잊기로 했다. 요즘은 강박적으로 잠들기 위해 눈을 감는 것이 아니라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기를 반복하며 내게 집중하는 순간 찾아오는 온전한 휴식을 느끼며 지내고 있다. 

 

에디터 정유민(ymjeong@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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