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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3-30

어떤 성분이 좋은 화장품을 만드는가

좋은 화장품과 나쁜 화장품을 가르는 성분에 대한 논란과 진실은 무엇일까.

정보 과잉 시대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화장품 역시 유튜브나 뷰티 앱을 통해 유해・주의 성분 등 여러 정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별문제 없이 사용하던 제품이라도 유해・주의 성분이 들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구매를 꺼리거나 사용을 멈추는 것이 사실. 하지만 화장품 연구원이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유해 성분에 대해 다른 입장을 내놓는다. 유해 성분이라 거론될지라도 피부에 도움 되는 화장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미량 함유해야 하는 것은 물론, 배합에 따라 반드시 위험한 것만은 아니라는 의견이다.




불량 정보로부터 현혹되지 않는 똑똑한 소비를 위해
요즘은 성분 중심으로 화장품을 선택하는 사람이 늘면서 케미포비아를 조장하는 공포 마케팅이 성행하고 있다. 화장품 비평가 최지현은 유해 성분 리스트에 따라 화장품을 선택하는 가장 큰 문제점으로 소비자들이 국가 안전 시스템과 과학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갖게 되는 것을 꼽았다. “화장품법과 각종 규정, 과학자의 위해 평가, 한국식약처의 모니터링 활동, 화장품 기업의 법 준수 노력 등 안전한 화장품을 만들기 위한 시스템이 활발히 돌아가고 있어요. 안전한 화장품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그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죠. 실제로 유해 성분 외에도 억측과 괴소문으로 억울한 누명을 쓴 성분도 많답니다.” 예를 들어 바세린의 주성분인 페트롤레이텀은 석유 추출물이란 이유로 매스컴에서 ‘석유 찌꺼기’라며 매도하기도 했다. 페트롤레이텀은 미네랄 오일과 생산 방식이 다를 뿐 똑같은 지방족탄화수소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순한 미네랄 오일과 마찬가지로 흔히 저자극 모이스처라이저, 의약용 외용제 베이스, 알레르기 패치 테스트 물질로 쓰고 있다. 반드시 피해야 할 성분이 아니라 오히려 피부가 예민할수록 믿고 의지해야 할 성분인 것이다.
그렇다면 전 성분 표시와 2020년부터 시행하는 향료 알레르기 유발 성분 표시 같은 정보로 소비자가 받을 수 있는 도움은 무엇일까. 최지현은 지금처럼 단순히 유해 물질 리스트와 전 성분을 비교해 선악을 가르는 것은 잘못된 방식이라 일갈한다. 최종 소비자에게 도달한 화장품은 이미 안전하므로 성분표가 아닌 직접 발라보고 향과 질감이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면 된다는 것. 대신 성분표에서 피부에 좋은 효과를 내는 성분을 알아두기를 추천했다. 화장품 연구원 안수은은 전 성분 표시의 간단한 규칙을 눈여겨보라고 말한다. 성분의 함량 순으로 기재하기에 내게 맞지 않는 성분이 상단에 있다면 다소 높은 함량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제품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는 것. 더불어 새롭게 표기되는 알레르기 유발 성분 25가지는 모든 사람에게 증상을 유발하는 것이 아님을 강조한다. 다만 본인이 어떤 향에 민감한지 혹은 알레르기 반응에 대해 알고 있다면 피할 수 있는 유용한 정보가 된다. 이어 화장품 화학 성분의 대안이 절대 천연 성분은 아니라고 전했다. 유래와 공정이 확실한 합성 성분과 비교해 천연 성분은 더 큰 알레르기나 부작용 반응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와 가격, 성분에 따른 효능이 모든 피부에 통용되는 건 아니에요. 자신의 피부 타입을 파악한 뒤 화장품을 선택하기 바랍니다.”최지현 역시 화장품에 대한 남성의 관심이 깊어지길 고대한다. “남성은 물건의 원리에 접근하고 기능 중심으로 판단하는 좋은 자질을 갖췄어요. 이들이 화장품에 관심을 갖고 원리와 기능을 따질수록 과대광고나 지나친 공포 마케팅이 발붙일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인공 향료
•배합 목적 피부에 직접적으로 작용하지 않지만 감성적 측면을 자극하는 매개체
•논란 알레르기와 피부 자극 유발
•진실 인공 향료는 대표적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지만, 모두에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특정 물질에 감작(sensitization)이 있는 사람에게 나타나는 증상이며, 그런 증상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구태여 기피할 필요는 없다. 복숭아나 갑각류 알레르기가 없는 사람이 이를 기피하지 않는 것처럼!

미네랄 오일
•배합 목적 피부 보호, 연화 작용
•논란 석유 추출물이라는 거부감, 피부 호흡 방해, 영양 수분 흡수 차단, 피부 노화 촉진
•진실 논란은 천연 화장품 회사와 다단계 회사가 퍼뜨린 근거 없는 괴담일 뿐 화장품에 쓰이는 미네랄 오일은 공업용과 정제 과정, 성질이 모두 다르다. 화장품용 미네랄 오일은 불순물이 최대한 걸러진 안전한 저자극성으로 석유 찌꺼기란 표현은 자극적이며 선동적 표현이다. 오일이 모공을 막는 정도를 알려주는 코메도제닉 스케일에서 미네랄 오일은 0점을 나타낸다. 아몬드 오일과 아보카도 오일이 2점이고 코코넛 오일은 4점이라는 것과 비교할 때 피부 호흡을 방해한다는 설 역시 터무니없다.

파라벤
•배합 목적 미생물 번식 억제, 방부제
•논란 호르몬과 내분비계 교란, 정자 수와 정자 운동 감소
•진실 파라벤에 대한 음해는 1990년대 후반부터 등장한 천연 화장품 회사의 마케팅에서 시작됐다. 대기업 중심의 화장품 시장에서 공포 마케팅이야말로 효과적이었기 때문. 하지만 한국식약처, FDA, 미국화장품성분검토위원회(CIR) 등 현재 화장품 원료를 연구하고 평가하는 권위 있는 공공 기관 중 파라벤이 위험하다고 말하는 기관은 단 한 곳도 없다. 특히 CIR의 2008년 파라벤 재검토 보고서는 거의 모든 관련 연구 논문을 메타 분석, 화장품에 포함된 0.4~0.8% 수준의 파라벤이 체내 흡수되는 양은 매우 낮으며 내분비 교란 효과는 더더욱 무관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소듐라우릴설페이트(소듐라우릴황산염)
•배합 목적 세정 기능의 대표적 계면활성 성분
•논란 아토피와 알레르기, 암 유발, 피부 노화 촉진
•진실 한 실험 결과에 따르면, 1~2%의 소듐라우릴설페이트에 피부를 24시간 노출시켰을 때 각질층에 미미한 수분 손실과 약간 붉어지는 증상이 일어났다. 하지만 실제로는 잠시 문지르고 씻어내는 제품으로 사용하기에 이런 논문 결과와는 거리가 멀다. 화장품은 성분이 아닌 배합의 과학이다. 성분 자체는 유해해 보일 수 있어도 화장품으로 배합되는 방식은 결코 유해하지 않다. 어떤 화장품 회사도 유해 성분을 불필요하게 많이 넣지 않으며, 피부에 이로운 수준으로 이용하기 때문이다.

아보벤존
•배합 목적 UVA 자외선 차단
•논란 암세포에 대한 양성 돌연변이 유발
•진실 DNA 손상을 일으켜 돌연변이를 유발한다는 논란은 배양된 암세포에 고농도 아보벤존을 바른 뒤 자외선으로 산화해 활성산소를 발생시켜 유도한 결과다. 실제 자외선 차단제에 함유된 아보벤존은 안전하게 코팅해 5% 배합 한도 내에서 사용되며 다른 산화방지제, 항산화제와 함께 산화를 방지한다.

소르빈산
•배합 목적 미생물 생육 억제, 방부제
•논란 세계에서 일반적으로 쓰이는 식품 방부제임에도 우리나라에서 유독 유해 물질로 알려져 있다.
•진실 소르빈산은 베리류에 존재하는 천연 물질로 반수치사량(LD50, 피험자 절반이 죽음에 이르는 치사량)이 체중 1kg당 10g에 이른다. 이는 몸무게가 50kg인 성인이 한꺼번에 500g을 먹어야 치사량이라는 뜻으로 결국 첨가물로서 위험이 거의 없는 안전한 물질이라는 얘기다.

부틸하이드록시아니솔(BHA)
•배합 목적 산화 방지, 보존료
•논란 유전자 이상,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
•진실 2018년 한국식약처가 내놓은 BHA 위해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이 성분은 체취 방지용 제품에서만 0.05% 사용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사용되는 노출량과 노출 방식으로 평가할 때 안전역1은 3만1792에 이른다. 안전역이 3만이 넘는다는 것은 안전 조건보다 최소 3만 배 이상 더 안전한 방식으로 사용된다는 뜻이다.

티몰
•배합 목적 헤어 제품에 주로 사용하는 방부제
•논란 구토, 설사, 어지럼증, 순환기 장애 유발과 강한 피부 자극
•진실 고용량 경구 노출이나 폐를 통한 노출 시 구토나 설사 등을 유발할 수 있으나 이는 티몰의 독성일 뿐이다. 화장품이나 식품에서 따져야 할 것은 유해성(hazard)으로 이는 노출 방식, 노출량, 노출 빈도 등을 따져 위험률을 평가하는 것을 뜻한다. 티몰은 배합 한도는 없지만 보통 0.1~1% 정도로 화장품에 사용된다. 이 정도 용량으로는 부작용으로부터 안전하지만, 최근에는 화장품에 거의 쓰지 않는 추세다.

옥시벤존(벤조페논-3)
•배합 목적 자외선 차단제의 백탁 현상 방지
•논란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구조로 기형아 출산과 성장 지연, 불임 유발, 호흡기 및 소화기 장애
•진실 동물 상대의 독성 실험에서 섭취량이 높을수록 고환이 작아지거나 간이 커지거나 정자 수가 감소하는 증상이 나타났다. 하지만 이를 인간의 기형아 출산과 성장 지연, 불임 유발로 연결하는 것은 다소 비약적이다. 아직까지 인체를 통해 이런 증상이 일어난 사례는 전혀 보고된 적이 없기 때문.



 

*안전역(margin of safety)은 약물의 안전성을 판정하는 기준이다. 일반적으로는 50% 치사량(LD50)과 50% 유효량(ED50)의 비로 표시하는데, 다른 표시 방법도 있다. 안전역이 클수록 안전성이 높고 작을수록 독성이 나타날 위험이 큰 약물이다.(간호학대사전, 1996. 3. 1., 대한간호학회)

 

에디터 정유민(ymjeong@noblesse.com)
도움말 최지현(화장품 비평가, <명품 피부를 망치는 42가지 진실> 저자), 안수은(화장품 연구원, 에고뷰티랩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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