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망통의 미슐랭 3스타 셰프 - 노블레스닷컴

Latest News

    LIFESTYLE
  • 2020-03-12

프랑스 망통의 미슐랭 3스타 셰프

프랑스 코트다쥐르의 미슐랭 3스타 주인공, 레스토랑 미라주르의 셰프 마우로 콜라그레코를 만났다.

1930년대에 지은 건물에 자리한 3층 규모의 미라주르(Mirazur) 레스토랑은 알프스산맥과 지중해가 만나는 아름다운 프랑스 남부 지방의 구시가지와 바다를 내려다보는 언덕에 위치해 있다. ‘저 푸른색을 보라(Mirazur)’라는 의미를 지닌 이곳에서 고객은 가라반(Garavan) 항구와 망통(Menton) 시내는 물론 멀리 몬테카를로(Monte Carlo)까지 펼쳐진 그림 같은 경치와 마주하게 된다. 실내에는 값비싼 리넨이나 테이블보 없이 원형의 원목 식탁이 놓여 있고, 동그란 호박과 하얀 꽃병 정도가 데커레이션의 전부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모습에서 자연을 포용하듯 여유로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숨 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경치, 레스토랑에서 직접 가꾸는 정원에서 풍기는 싱그러운 향, 바닷바람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소금 냄새는 감각적 즐거움과 친밀하고 로맨틱한 분위기, 따스한 매력의 미식 경험을 선사한다. “망통은 독특한 곳이에요.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접경 지역이라 신선하고 다양한 재료를 구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죠. 또 레스토랑 뒤편에는 산이, 앞에는 지중해가 펼쳐져 있어요. 우리 식당에서는 이러한 지역적 특성을 살려 ‘국경 없는 요리’를 표현하고자 합니다.”
미라주르에는 직접 가꾸는 채소 정원이 있다. 다양한 종류의 허브와 시트러스나무로 가득한 정원에서 시트론 드 망통(Citron de Menton)이라 불리는 유명한 망통의 레몬을 포함해 매일 신선한 허브와 채소, 과일, 꽃 등을 수확한다. 마우로 콜라그레코(Mauro Colagreco) 셰프의 요리가 특별한 이유는 식당 뒷마당의 정원과 주변 시장에서 구한 제철 재료를 이용해 각 식재료의 식감과 맛, 온도, 색깔을 살려 그만의 스타일로 선보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그는 재료에 대한 해석과 서로 다른 재료를 대비시키는 데 탁월한 재능을 지녔다. 여기에 자신의 뿌리인 이탈리아와 아르헨티나의 문화적 유산, 유명 셰프의 가르침 그리고 프랑스인 특유의 삶을 즐기는 태도(savoir vivre)와 이탈리아인이 추구하는 인생의 아름다움(bella vita)이라는 마법이 조화를 이룬다. 매일 그날 가장 신선한 제철 재료로 모든 요리마다 경계를 허물고 균형을 맞추는 독창적 작품을 창조하기에 고객들은 이곳을 찾을 때마다 새롭고 독특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사계절이 아닌 ‘365계절’을 경험할 수 있는 셈. 리비에라(Riviera) 지역의 시트러스 과일, 소스펠(Sospel)의 사프란, 망통의 올리브 오일과 레몬, 주변 시골 마을에서 채취한 야생 버섯, 벤티밀리아(Ventimiglia) 시장의 신선한 식품, 산레모(San Remo)의 감베로니(gamberoni) 새우 등 현지에서 수확한 다채로운 재료의 컬러와 식감, 맛의 대비를 대범하게 살린 그림 같은 요리다. 자연을 존중하는 그의 요리는 경쾌하면서 정직하고, 자유로운 표현력이 돋보인다.




1 화이트 톤과 원목 소재를 사용해 따스한 느낌을 더한 레스토랑 내부.
2 아몬드 폼과 오렌지 셔벗을 곁들인 소스펠(Sospel)의 사프런 요리.

사흘에 한 번 정도 방문하는 단골손님도 늘 다른 요리를 만나지만, 거의 고정으로 제공하는 메뉴가 몇 가지 있다. 우드 볼에 담아 내는 둥근 빵에는 콜라그레코 셰프의 시그너처 재료 중 하나인 레몬즙을 뿌린 올리브 오일과 생강을 곁들이고, 칠레 시인 파블로 네루다가 빵에 바치는 시가 적힌 투명한 종이를 함께 낸다. 테이스팅 메뉴 중에도 고정 메뉴가 있다. 레스토랑 정원에서 재배한 레드비트를 소금집(salt crust)으로 감싼 뒤 얇게 썰어 까만 진주 같은 캐비아가 박힌 소스에 담아 내는 요리다. 또 하나의 대표 요리는 닭장에서 바로 꺼낸 신선한 달걀과 헤이즐넛을 곁들인 훈제 장어 요리, 달걀 반숙과 화이트 트러플을 곁들인 감자 브리오슈다. 페루산 초콜릿에 올리브 오일과 로즈메리 파우더를 넣어 만든 디저트도 있다. 남미와 지중해산 재료의 창의적 결합은 그의 요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특징이다.
콜라그레코 셰프는 어린 시절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며 자랐다. 아르헨티나 라플라타(La Plata)의 이탈리아 출신 부모 밑에서 태어난 그는 요리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할머니에게 물려받았다고 말한다. 바스크 지방 출신인 그의 할머니는 매일 요리하는 것을 즐겼고, 파티도 자주 열었다. “이탈리아인 할아버지를 위해 파스타 조리법을 배운 할머니의 장기는 시금치와 파르메산 치즈, 송아지 고기를 넣은 라비올리였어요. 또 정원 가꾸는 취미를 지닌 아버지는 토마토를 직접 재배하셨죠. 햇빛을 듬뿍 받고 자란 맛있는 토마토를 따서 씻지도 않고 바로 먹던 기억이 나네요. 할머니는 갓 딴 토마토로 라비올리 소스를 만들었고요. 지금도 좋아하는 토마토는 요리에 즐겨 쓰는 재료 중 하나예요.”

그의 셰프 인생을 들여다보면 역경에 맞서 꿈을 실현해왔음을 알 수 있다. 그는 청년 시절 럭비 클럽에서 운동하면서 성공으로 향하는 길이 결코 쉽지 않음을,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싸워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가족들은 그가 아버지의 회계법인을 이어받기를 원했지만, 콜라그레코는 꿈을 위해 2년 만에 경영대학을 자퇴했다. 그 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요리 학교인 가토 두마스(Gato Dumas)에서 수학했다. 2001년 프랑스로 이주한 그는 4년간 미슐랭 3스타를 받은 천재 요리사 베르나르 루아조(Bernard Loiseau) 밑에서 부주방장 역할인 데미 셰프(demi-chef de partie)로 일하며 수련을 쌓았다. 2003년 루아조가 세상을 떠난 뒤에는 파리로 거처를 옮겨 알랭 파사르(Alain Passard)의 아르페주(l’Arpege) 레스토랑에서 수 셰프 직책을 맡았고, 플라자 아테네 호텔에서 알랭 뒤카스(Alain Ducasse)의 데미 셰프로, 또 1년은 르 그랑 베푸(Le Grand Vefour)에서 일했다.
다양한 이력 중 그의 요리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역시 미슐랭 3스타를 받은 아르페주 레스토랑에서 알랭 파사르와 일한 시간이다. 현재 그가 운영하는 주방과 비교하면 아주 작은 규모지만, 덕분에 다양한 업무를 경험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그는 채소의 왕이라 불린 알랭 파사르와 보낸 2년의 시간을 추억하며 “알랭 파사르는 채소를 고기나 생선 요리하듯이 조리했죠”라고 말했다. 파사르가 직접 가꾸던 채소 정원이 그의 마음에 하나의 씨를 뿌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어느 순간부터 식재료를 직접 재배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을 했고, 그런 정원에 어울리는 레스토랑을 열고 싶었다. 그의 요리 철학인 재료 순수주의(product purism)는 이때의 경험에서 비롯했다.




요리를 즐기며 아름다운 주변 경관을 감상하기에 좋은 미라주르 레스토랑. 통창을 통해 지중해의 푸른 빛이 그대로 스미는 듯 하다.

알랭 뒤카스의 레스토랑에서 보낸 시간도 값진 경험이었다. 이전에 아르페주에서 일한 경력을 감안해 뒤카스는 그를 차가운 요리를 담당하는 가르드 망제 셰프(garde manger chef de partie)로 임명했지만, 그보다 먼저 들어온 다른 셰프들에게는 불만일 수밖에 없었다. 콜라그레코는 그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아침 6시부터 새벽 2시까지 쉬지 않고 일했다. “뒤카스의 레스토랑은 모든 면에서 아르페주와 달랐습니다. 주방에 셰프가 20명이나 있었기에 접시에 소스 뿌리는 위치까지 모든 과정에서 엄격한 통제를 받았죠. 무엇보다 플라자 아테네에서의 시간은 지중해 요리를 새롭게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그 전엔 지중해 요리에 관심이 없던 터라 할머니와 부모님에게 배운 것이 전부였거든요.” 주방에서의 완벽주의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배웠지만, 6개월이 지나자 한계에 부딪혔다. 매일 끊임없이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그를 지치게 했고, 그는 파리를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스물아홉에 셰프의 꿈을 이룬 뒤 레스토랑을 열겠다는 또 다른 꿈을 꾸던 그는 2006년, 매력적인 미식의 나라 프랑스와 가족의 뿌리가 있는 이탈리아의 국경에 위치한 망통에 자리를 잡았다.
“뒤카스의 레스토랑을 떠난 뒤 장소를 물색했어요. 어디를 가든 너무 비싸더군요. 금전적으로 후원해줄 사람도 없었고, 외국인이라 은행에서 대출받는 것도 여의치 않았어요. 어느 날 친구들이 코트다쥐르의 망통에 있는 한 레스토랑에 대해 말해주더군요. 건물주가 처음에는 낮은 임대료로 렌트를 하다 조금씩 부동산을 인수하자는 거래를 제안했어요. 제 일생일대의 기회였죠. 처음 미라주르를 열 때는 명확한 컨셉이 없었어요. 너무 젊은 데다 그때까지 다른 셰프 밑에서만 일해온 터라 진짜 셰프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바닷속 깊이 뛰어든 기분이었죠. 하지만 두렵진 않았어요. 행복했고, 운이 좋다는 생각도 했어요.”




3 미라주르의 정원에서 재배한 레드비트를 소금집으로 감싼 후 캐비아 크림을 곁들인 요리.
4 바냐 카우다(Bagna Cauda) 소스를 곁들인 보르디게라(Bordighera)산 오징어 요리.

미라주르 레스토랑은 급속도로 성장하며 인정을 받았다. 개업 후 9개월 만에 첫 번째 미슐랭 스타를 받았고, 5명의 스태프로 시작한 주방은 50명으로 늘어나 점심과 저녁 각각 35명의 손님을 맞았다. 10여 년간 변함없이 사랑받는 식당을 운영해온 콜라그레코 셰프에게 지난 2019년은 마법과도 같은 해였다. 미라주르가 ‘2019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50’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이와 함께 2012년에 받은 두 번째 미슐랭 스타에 이어 마침내 모든 셰프가 원하는 미슐랭 3스타를 받았다. 프랑스에서 가장 권위 있는 레스토랑 가이드 <고미요(Gault Millau)>에서 프랑스인이 아닌 외국인 셰프 최초로 ‘올해의 요리사’로 선정되는 영예를 얻기도 했다. 지난해 말에는 프랑스 매거진 <르 셰프(Le Chef)>가 500여 명의 셰프, 소믈리에, 페이스트리 셰프, 버틀러 등을 대상으로 파리에 자리한 파비용 가브리엘(Pavillon Gabriel)의 트로피를 수여하는 자리에서 셰프들이 선정한 ‘올해의 셰프상’을 받았다.
그는 이 모든 명예로운 순간에 대해 “눈앞에서 폭탄이 터진 듯한 기분이었다”고 회상했다. “<미슐랭> 가이드의 110년 역사상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셰프에게 3스타를 준 것도 처음이라고 들었어요. 놀라운 일이었죠. 우리 모두 기뻐했고, 명예로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상을 받는 것은 동기부여 측면에서 의미가 있지만, 최종 목표는 아닙니다.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고객이에요. 세상의 다양한 것에서 영향을 받지만, 나는 무엇보다 요리를 사랑하는 셰프입니다. 마음에서 우러난 진정성을 담은 음식을 손님과 나눌 수 있어 행복해요.”
그는 미라주르의 셰프로서 현재에 안주하지 않는다. 지난해 여름 망통에 피체리아(pizzeria)인 ‘페코라 네라(Pecora Nera)’를 열어 독창적 피자 메뉴를 선보였고, 스페인 마드리드에 팝업(pop-up) 레스토랑을, 프랑스 니스 공항에 레스티발(l’Estivale)이라는 레스토랑을 열었다. 또 전 세계 셰프가 참여하는 ‘모나코 세계 요리사 대회(Chef’s World Summit)’에서 요리사의 복지와 지속 가능한 주방에 관한 대화를 주도함으로써 요리사계의 대부 역할을 맡았다. 그뿐이 아니다. 미라주르를 연 지 12년이 되던 2018년, 그간의 역사와 음식에 관한 철학 등을 담은 첫 번째 요리책을 발간했다. 레스토랑과 동일한 이름을 제목으로 붙인 이 책을 보면 ‘미라주르 유니버스(Mirazur Universe)’가 어떤 것인지 엿볼 수 있다. 지역 환경의 이점과 채소 정원, 현지에서 생산하는 바이오다이내믹 와인(biodynamic wine)에 대한 내용뿐 아니라 함께 일하는 생산자의 이야기도 담아 자연에서 얻은 재료, 사람과 땅에 대한 경의를 표했다. 여기에 65가지 요리의 레시피를 포함한 372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에선 미라주르 주방의 열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그의 열정은 다른 지역으로 범위를 넓히고 있다. 파리에 그랑쾨르(GrandCœur)라는 브라세리를, 쿠르슈벨(Courchevel)과 니스, 칸에도 사업체를 보유하고 있다. 아시아에는 베이징에 있는 아주르 바이 엠시(Azur by MC)와 마카오의 그릴 58°(Grill 58°) 등이 있고, 최근엔 미국 팜비치(Palm Beach)에 위치한 포시즌스 호텔에 플로리스(Florie’s) 레스토랑, 아르헨티나에도 햄버거 체인을 열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세계를 오가며 꿈을 펼치는 그는 진정성 있고, 솔직하며, 새롭고 자유로운 창의성을 향해 열려 있다.
ADD 30, avenue Aristide Briand 06500 Menton, France
INQUIRY +33 4 92 41 86 86

 

에디터 이정주(jjlee@noblesse.com)
현지 진행 손희란   사진 제공 미라주르

관련 기사

페이지 처음으로